패트롤 : 중세의 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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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선
작품등록일 :
2016.03.16 16:57
최근연재일 :
2016.03.29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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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3.18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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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2. 경비병 (2)

DUMMY

그 뒤통수가 이쪽으로 돌아섰다.


“저기 교대조가 오고 있어.”


멀리 초소로 들어오는 산길에, 언제나처럼 조그마한 횃불의 점이 나타나 움직이고 있었다. 지금부터 보이고 있지만 여기까지 도착하려면 이삼십분 정도 걸릴 거리다.


그 대단치도 않은 사실에 경비병은 입가를 씰룩였다.


“너 이 새끼, 겨우 그거 얘기하려고···?”


“어? 너 왜 그렇게 땀 흘리냐?”


동료가 의아한 시선을 보내왔다.


“왜냐니 자식이!? 네가 아까 전에 나한테 팔 흔들고 그러지··· 않았어?”


“뭐?”


그 반응에 경비병은 도리어 주춤할 수밖에 없었다.


“팔을 흔들어? 그거 무슨 소리야?”


“너 이 자식, 장난치지 말라고···”


“뭐가, 하하··· 난 계속 저쪽 보고 있었는데.”


“아냐··· 분명 이렇게 막 흔들고 그랬어, 이 안에서”


“가만있었다니까.”


“공갈이야, 당장 거기서 빠져나오라고 신호 보냈잖아!”


그 손동작은 패트롤들끼리 사용하는 퇴각 수신호였다.


“너 뭐 귀신이라도 본 거냐? 난 그런 적——”


말하다가 동료는 불현듯 기묘한 표정이 되었다.


‘뭐야, 손 흔든 적이 없다고? 내가 똑똑히 봤구만···!’


몇 번 더 추궁해보고 동료가 연기를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의심도 해봤지만, 그와 함께 머리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의문이 스쳤다.


그럼 아까 멀리서 봤던 검은 인영은···


동료의 표정도 심상치않았다. 내려갔다온 파트너가 갑자기 이 초소 안에 손을 흔드는 그림자가 있었다고 헛소릴 해대니 그럴만도 하지만, 그에게는 다른 이유가 있었다.


“나 이 상황을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아.”


“딴 소리 하지 마!”


뭔가 이야기가 시작되려하자 경비병이 애써 떨쳐내려는 듯 윽박질렀고, 그러나 동료는 표정을 풀지 않고 말했다.


“여기 사람들한테 못 들었나보네. 13초소 괴담.”





다시 한 번 스산한 바람이 두 사람을 지나가고, 그는 동료로부터 이야기 하나를 들을 수 있었다.


“이건 내가 현지인에게서 들은 얘긴데, 이쪽 경비병들은 그걸 그림자 초소병, 또는 또 한 명의 초소병이라고 부르더군.”


“또 한 명의 초소병?”


“예전에 이곳에는 13초소에서 근무하는 경비병이 있었어.”


시간은 자정이 가까워질 즈음이었다.


“그러니까 지금 우리와 같은 시간대였겠지. 평소처럼 야간경비를 서던 중에 생긴 일이”


화톳불만이 일렁이는 초소 안에서, 동료가 잠시 말을 끊고 위를 쳐다보았다. 그 시선을 따라가보니 두 사람의 그림자가 천장 위에 드리워져 있다.


“그날 좀 이상한 걸 발견한 거야. 우연히 자기가 항상 근무 서는 그 초소를 보게 됐는데, 그 위에 사람이 두 명 서있는 듯한 형상이 나타나서···”


“그림자 말하는 거야?”


“어. 저렇게 천장에 나타나는 그림자 있잖아. 얼굴은 볼 수 없었지만 밑에서 올려다보는 각도로 위에 비쳐진 그림자를 봤던 거지. 그런데 이상한 게, 두 개가 있었다는 거야.”


“지금 뭔 얘기 하는 거냐. 원래 두 명이서 근무서잖아. 경비 서는 두 사람이었겠지.”


“한밤중이라고 했잖아. 이 산길 근방에 우리 말고 아무도 없어. 그런데 그 사람은 방금 너처럼 경비 서는 도중에 볼일을 보러 밑에 내려가있는 상황이었다고.”


“그러니까, 자신이 경비를 서다가··· 초소 밑으로 내려갔는데”


초소에는 여전히 그림자가 2개 있었다?


“그래. 한 명이 내려갔으면 초소에는 동료 혼자만 남아있어야지. 그런데 볼일 보고 돌아오는 길에 올려다보니, 천장에 누군가의 그림자가 하나 더 움직이고 있던 거야.”


지금 상황과 부분적으로 비슷한 데가 있다.


“이상해서 한동안 서서 그것을 지켜봤는데, 그림자 하나는 별 움직임이 없었고, 아마 그쪽이 동료의 그림자였겠지.


그리고 다른 그림자 하나는, 천장에서 몸과 팔을 흔들기도 하고, 저 끝에서 반대쪽 끝으로 이동하기도 하고, 되게 산만했데. 그러다가 동료의 그림자 쪽으로 가서 달라붙더니, 갑자기 기괴하게 뒤틀리는 거야.


놀라서 급히 올라가보니, 초소에는 여전히 동료 혼자뿐이었데. 아까의 천장 그림자는 이제 자신이 돌아왔으니 두 개 있는 거고. 아무튼 그 경비병은 숨을 가라앉히고 동료에게 물었어. 방금 전에 누구랑 같이 있지 않았냐고. 그 이상한 질문에, 동료는 뭔 헛소리냐며 말했지. 이렇게”


동료는 말했다.


——계속 너랑 나 둘뿐이었잖아.


“얘기는 여기서 끝이고, 아무튼 그 그림자는 윤곽을 보건데 분명히 경비병의 것이었다, 더 예전에 밤중에 동료가 자리를 비운 사이 근무자가 자살한 사건이 있었다, 등등 뒷얘기가 많아.”


그 말을 끝으로 초소에는 대화가 없어졌다.


분명히 이 초소 안에 있었던, 자신에게 팔을 흔들던 검은 인영. 그리고 13초소에 나타난다는 또 한 명의 그림자.


무거운 침묵 속에서 경비병은 당장 지구대로 돌아가고 싶어졌다. 그 기괴한 현상을 직접 체험하고 더는 이 초소에 있고 싶지 않아졌다. 마침 교대조가 오고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그런 고요함도 잠시.


“사실 말하지 않은 뒷얘기가 더 있긴 한데.”


얼마 뒤에 동료가 덧붙인 말이 문제였다.


“아니다. 그냥 모르는 채로 사는 게 나을지도···”


“무슨 뒷얘기가 또 있어?”


물어봐선 안될 것 같았지만, 또 언제나 이 호기심이 문제다.


“그 뒤에 두 사람이 어떻게 됐는지.”


“······어떻게 됐는데?”


그는 상자를 열고야 말았다.


“좋아. 계속 너랑 나 둘뿐이었잖아···까지 였지?”


동료는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


“사람들이 잘 모르는 이 이야기의 뒷얘기는, 그 경비병이 방금 전 자신이 봤던 사실을 동료한테 전부 얘기해.


볼일을 보러 나갔던 자신이, 아까 진작에 초소로 돌아와서 계속 같이 있었다고 동료는 그랬지만 사실 자신은 이제 막 돌아온 참이라는 것. 천장에 혼자 돌아다니던 또 한 명의 누군가의 그림자가 있었고, 네 그림자 옆에서 계속 기웃거리다가, 너에게 달라붙었다는 것까지. 그러던 중에 경비병이 갑자기”


동료의 시선이 허공에서 멈췄다.


“말을 멈추게 되지. 그때 그 두 사람은 보고만 거야.”


“뭘?”


초소 천장에 걸려있는 원반 거울. 불빛을 초소 밖으로 비추기 위한 반사판이다.


“자신들 뒤에 비친 모습을.”


뒤편에 있는 그 거울을 가리켰다. 그 속에는 초소 안에 서있는 두 사람이 흐릿하게 비치고 있었다.


동료의 표정이 갑자기 변했다.


“왜?”


들어올린 손가락이 떨리고 있다. 봐서는 안 될 것을 봤을 때의 표정.


뭔데?


그 속에서 무엇을 본 거야?


채 뒤돌지 못한 경비병은 말없이 공포에 떨었다.


거울에 비친 그들의 뒤에,


“거울을··· 돌아보지 마···!”


작가의말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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