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트롤 : 중세의 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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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선
작품등록일 :
2016.03.16 16:57
최근연재일 :
2016.03.29 16:56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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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3.18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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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경비병 (4)

DUMMY

코스모폴리스 출신, 잭스필.


이곳에서 그는 그렇게 불리고 있다. 그 이름에 특별한 의미는 없다.


보이는 그대로 평범한 도시청년들 중 하나. 유별난 점을 꼽자면 흑발에 검은 눈동자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어느 마을에서나 볼 수 있는 말단 경비병.


그것이 그의 직업이고, 따라서 패트롤의 일원으로서 이 도시에서 오늘도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간부와 함께 야간의 지구대에서 24시간 대기하는 일이었다.


어둠 속에 가만히 서서 멀리 무언가를 응시한다.


‘…아무것도 아니네.’


장막에 쌓인 밤 사이, 이 도시에 오늘은 누구누구의 집이 털렸을지.


다음 날 해가 뜨고 나서야 알 수 있을 것이다. 주민들이 아침에 지구대로 와서 신고를 하니까.


각 지구대, 경찰서에서는 그렇게 들어온 건수를 종합하고, 상부에 올리면 그것이 이 지역의 범죄율이라는 통계로 나온다.


어둠이 걷히고 난 도시가 전날처럼 무사하길 바랄 뿐, 밤에는 대체로 할 게 없다. 시 당국은 연일 순찰강화 지시를 하달하고 있지만, 몰라. 나는 이곳 사람도 아니고.


사실 딱히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것이다.


야간순찰을 해봤자 이 넓은 동네에서 우연히 도둑과 조우할 확률은 그리 높지 않다. 그건 사실 경고효과의 의미가 크다.


관할은 넓고 패트롤은 부족하다.


실제로 유효했던 패트롤의 정책은 임시로 주민 자경단을 조직한다거나, 집을 5호구씩 묶어 한 집이 강도 들었을 때 크게 소리 지르고 연대하도록 주민들을 교육시키는 방법 정도——


잭스필이 빠른 걸음으로 지구대 안으로 돌아왔다.


“잭스필, 네가 코스모폴리스에서 왔다고 했나?”


“밖에 누가 와있는데 계급이 높아보여.”


“어?”


“지금 지구대 밖에 말들이 서있다고!”


순전히 우연이었다. 멀리 어둠 속에서 다가오고 있던 두 마리 말을 그가 먼저 발견한 것은.


‘졸다가 한 번 밖에 나가본건데 딱 그 타이밍에 마주치게 될 줄이야…’


“이 시간에 무슨”


“그냥 주민 아니고?”


“마구에 패트롤 문양이 있었어. 2명!”


바깥에서 들려오는 말 울음소리에 탑 위 관측병이 굳어졌다. 넷 중 유일한 현지 경비병이다.


“불시감찰인 거 같은데…? 계급은 봤어?”


“경위하고, 한 명은 못 봤는데 경위 쪽이 부하였어.”


“경감? 지금은 어디 있는데?”


“마당! 말에서 내리고 말 고삐 묶고 있나?!”


잭스필이 탑 위 관측병을 지구대 안쪽으로 밀고 들어가며 말했다.


“모렌 경위 깨우고 넌 어디 좀 들어가있어!”


불시감찰. 각 지부에서 근무가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는지, 불시에 상부에서 나온 감찰팀이 들이닥친다. 잘못 보이면 결코 좋지 않다.


“우린 어떡하지?”


“야, 야! 음식!”


철컥.


지구대 출입문이 여지없이 열렸다. 뭔가 정리할 틈도 없었다. 그 앞에 남아있던 초소감시병 2명은 바로 경례했다.


두 명의 경찰간부가 지구대 내부를 둘러보며 입구에 서있었다. 기다란 신장에 제복 망토를 늘어뜨리고, 굳은 표정인지 덤덤한 표정인지 속을 알기 어려운 얼굴로.


‘경정…!’


경위와 함께, 두 경졸보다 5계급 높은 ‘경정’ 이라는 계급.


그 고위간부는 미간에 깊게 파인 주름살과 새치없이 새카만 턱수염이 노년인지 중년인지 도통 연배를 짐작하기 어려운 인상이었다.


그 옆의 부관 역시 잘 알 수 없다. 보기에는 젊은 편이나 눈매에서 나이에 맞지 않은 진중함과 냉철함이 엿보였다.


짧은 정적이 흐르고, 순식간에 불편한 공간이 돼버린 지구대 안에서 처음으로 말이 나왔다.


“너희뿐이야?”


간단한 물음이었지만 두 경비병은 경직돼서 아무 말도 못하고 있었다.


그때 그의 말에 응하듯 안쪽에서 잭스필이 혼자 나와서 굳은 동작으로 경례했다.


“넌 뭐야? 간부가 아니잖아.”


“당직병 잭스필입니다.”


따박 대답하면서도, 지금 자신에게 말을 건 사람이 이 도시국가에서 어느 정도 위치에 있는 사람인지 알지 못했다.


‘아무튼 거기 경정이랑 이쪽의 경정이랑 같다고 생각하면 안 되겠지.’


이 지방의 계급 상한선은 총경까지. 경찰국장 라이먼 총경 1명뿐이다. 그 바로 아래인 경령 4인을 논외로 친다면, 경정들은 이 시국에서 핵심적 요직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경정은 말없이 가운데 있는 자리에 걸터앉았다. 자연스럽게 지구대장의 상석을 차지하고, 그 옆에 월등한 체격의 경위가 절도있게 선 모습이란.


‘관록있는 노장과 그를 수행하는 젊은 엘리트.’


잭스필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왜 하필 오늘, 왜 하필 나일 때 오는 거냐고.


아무튼 긴장하고 잘 넘겨보자고, 다시금 마음을 다졌다.


“간부. 간부는 어디있나?”


경정의 시선은 한쪽에 미처 치우지 못한 음식들에 닿아있다. 두 경비병은 서로 눈치만 보고 있었다.


‘그 자식 방에서 자빠져 자고 있잖아.’


“간부는… 오늘 당직은 모렌 경위고 아까 순찰 나갔습니다.”


잭스필의 목소리가 미미하게 떨렸다.


“뭐 가는 곳마다 순찰이야.”


“확실히 순찰을 강화하라고는 했습니다만.”


경위도 처음으로 목소리를 냈다.


“너는 당직병이고, 너희 둘은?”


“저들은 막 근무가 끝난 야간경비조입니다. 초소에서 돌아와서 간단하게 야참을 먹고…”


이번에도 잭스필이 현황판을 보여주며 더듬더듬 해명했고 경정은 별 말 없이 두 경비병에게서 시선을 거뒀다. 납득해준 건가, 라기 보단 크게 문제 삼을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밖에도 이 지구대에 경비병 인원이 몇 명 있는지, 파병군은 몇 명인지, 잭스필이 대답할 수 있는 선의 질문들이 나왔지만 중간부터 경비병들의 신경은 다른 쪽으로 옮겨져있었다.


부하경위 쪽에서 슬슬 움직이기 시작하더니 지구대 안을 이곳저곳 살펴보는 것이다.


책상에 놓인 서류를 들여다보거나, 서랍을 열어보고, 그 다음에는 이 시설에 있는 방들의 문을 한 번씩 열어본다.


그러다가 어느 문 앞에 이르러서 멈춰섰다.


그가 어두컴컴한 안쪽의 방을 끼익 열었을 때 즈음, 경정이 그에게 눈짓하며 말을 이었다.


“셋 다 파병군… 자네들은 기간이 끝나면 본국으로 돌아가겠지.”


뒷쪽 방문을 열고 서있던 경위가 잭스필을 불렀다.


“너, 이쪽으로 와봐라.”


고개를 돌린 잭스필은 얼어붙었다.


저 방에 모렌 경위와 탑 위 관측병이 있다. 경정이 가보라는 듯이 잭스필에게 까딱 고갯짓했다.


굳어져서 그쪽으로 걸음을 뗀 잭스필은,


‘아… 정말… 왜 이런……’


——어?


그러나 방에 들어서서 다시 안도감에 휩싸였다.


의자. 탁자. 어두운 방 안에는 어째선지 두 사람이 없었다. 발각된 게 아니었나? 어느 틈에 빠져나갔지?


작가의말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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