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트롤 : 중세의 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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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선
작품등록일 :
2016.03.16 16:57
최근연재일 :
2016.03.29 16:56
연재수 :
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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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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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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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3.22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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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3. 도로 (2)

DUMMY

“어.”


답하고, 잭스필은 다시 물었다.


“원래 둘이 자주 붙여놓나봐?”


“그렇기도 하고, 자기가 꼬옥 같이 가려고도 하고.”


“안젤린 경위가? 그 경장은 아주 진력이 난 모양이던데.”


“아니. 경장이 말이야.”


······?


“지금 펠트로 경장 얘기하는 거 맞지?”


“아··· 그거 괜히 그러는 거야. 싫은 척해도 결국에는 따라간단다.”


엥?


“안젤린 경위 좋아하거든.”


“아, 그런··· 그런 거였어?”


“저런 미모의 처자 옆에 계속 붙어서 일 하다보면 그런 생각이 안 들겠어?”


금발을 단정하게 땋은 여성경위에게로 까딱 턱짓했다. 납득이 간다. 왜 이런데에 있나 싶은, 주위 속에서 혼자 눈길을 끄는 용모.


땋은 머리카락이 내린 어깨는 가련하고, 살짝 벌어져 달싹이는 입술은 수려하여 마치 애틋한 연분을 느끼게 한다.


“근데 경장 신분에 들이댈 끗발이 되냐.”


마치 함정 같은 것이다. 어리석이 다가가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안젤린 경위 주위에 기회 보고있는 남자동기들이 얼마나 많은데. 우리 지구대만해도··· 저기 옆에 파리새끼 앉은 거 보이지?”


다시 보니 아까 일 있어서 먼저 가보겠다던 모렌 경위가 일하는 안젤린 경위 옆에서 말을 걸며 알짱대고 있었다.


“저거 진짜 진상이네.”


“안젤린 경위가 천사지. 너희끼리는 이런 얘기 안 돌아?”


“내가 이런 얘기는 원래 잘 안해서. 그러고보니 의식하는 사람이 꽤 있었던 거 같기도 하네.”


너희끼리라는 건 파병군들간의 커뮤니티를 말하는 것이다. 문득 마을처녀와 사귀고 있다던 동료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하지만 어차피 우리들은 돌아갈 몸, 이라는 결론으로 얘기가 끝났지.


“그보다 우리들 관심사는 결국——”


출입구에 다다르자 잭스필은 손을 쭉 뻗어 자신이 먹었던 접시를 건너편의 배식 줄로 넘겼다. 그 뒷말은 앤셔 경병이 대신 이었다.


“돈이라고?”


“그렇지.”


두 사람은 급식소를 빠져나왔다.





점심시간 동안 천천히 거닐면서 마을이 돌아가는 풍경을 보았다.


이 부근은 재래시장이 있기 때문에 제법 활기가 돈다.


소란스런 시장 입구를 지나면서 엿보인 상점들. 푸줏간에 도축된 소와 돼지가 걸려있고, 다른 가게에서는 닭과 거위들이 요란하게 푸드득댄다.


곡물이 가득 담긴 광주리. 과일 더미가 쌓여있는 수레. 가판대에 놓인 모피. 생활용품. 물약. 잡화. 장비 등.


“잭스필, 저기···”


“안 돼. 아껴야 돼.”


먹거리 노점상이 닭고기 냄새로 행인들을 유혹하고 있다. 코스모폴리스 시장과의 차이라면 수산물직판장 특유의 비린내를 맡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하나만 사먹자아~”


“방금 점심 먹었잖아. 돈 모아야 된다고.”


혼자 사먹든지.


“먹고 가자~ 다시 한 번 생각해보아···”


“안 돼. 안 바꿔줘. 바꿀 생각 없어. 돌아가.”


광장 같이 인파가 몰리는 공공장소에서 전염병이 확산된다는 이론을 들어 패트롤 당국은 지난 한 달간 시내의 모든 시장을 강제적으로 폐쇄했었지만, 상황이 호전됨에 따라 또 소비가 활발해지는 시즌에 맞춰서 도로 제재를 풀었다.


성수기와 비수기, 물가의 변동은 1년 주기의 굴곡을 가지고 있다. 농부 가족 모두가 밭으로 나가는 가을 농번기를 지나면, 추수의 수확물들이 시장에 대거 공급되고, 그 다음 월동준비가 겹치면서 거래가 활발해진다.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이 시기에도 소비자들의 구매욕구가 급증한다. 3월은 1년 중 가장 붐비는 때 중 하나.


날이 풀리고, 물량이 풀리고, 규제가 풀리고, 전염병으로 둔화되었던 소비심리도 풀리고 있다. 사람의 마음이 여유로워지면 자연히 지갑도 열린다. 다만 잭스필의 지갑은 단단하기만 하다.


시장 곳곳에서 오가는 화폐는, 아스As라는 동전과 데나Dena라는 은화다. 아울Aure이라는 금화도 있지만 금액이 커서 잘 쓰이진 않는다. 모두 제국 시절에 발행된 주화로 구 제국 영토권 내에서는 여전히 기축통화로 쓰이고 있다.


“잭스필. 너는 왜 그렇게 필요한데?”


한창 구경하던 중, 동료의 속 편해보이는 질문에 잭스필이 툭 받아쳤다.


“돈이 필요한데 이유가 필요한가? 너 돈 많냐?”


“아니, 빚이라도 있냐고. 여기까지 팔려온 사연이 있을 거 아녀.”


빚? 그런 건 아니다. 잭스필은 돌아가서 파병수당만 받으면, 조금 더 이 생활을 이어가다가 경장으로 진급하지 않고 패트롤에서 나올 생각이었다.


“사업을 할 거다.”


“가게 차리게?”


“그런 시시한 게 아니야. 내가 예전부터 구상하고 있는 게 있는데···”


잭스필은 최대한 쉽게 자신의 아이템을 설명했고, 차분히 얘기를 듣고 난 동료가 단박에 말했다.


“세상에 그런 걸 사는 사람이 어딨냐?”


“······.”


말을 말자.


“난 말야.”


동료의 늘 맹해보이는 어조가 살짝 진지해졌다.


“한적한 나만의 카페를 가져서 거기서 조용히 길게 여생을 마감하련다.”


이런 얘긴 잘 안하는 녀석인데, 앤셔 경병.


“한적하면 망해.”


“······그런 이상한 물건보다야 낫지. 내가 아는 사람 중에도 사업하겠다던 녀석이 있었는데.”


“그래? 얘기해봐.”


“이 도시에서는 생선을 구경할 수가 없잖아. 그래서 항구로 떠나겠데. 거기서 물고기들을 잡아다가 커다란 물통에 담아오는 거야. 그리고 이 내륙까지 산 채로 실어와서 호수에 풀어놓고, 대대손손 양식해서 시장에 팔겠다는데, ······어떻게 생각해?”


잭스필은 성심성의껏 답했다.


“그것은··· 참신한 발상의, 친구네.”


“성공할 거란 말은 안하는군.”


“불가능하거든.”


잭스필은 딱 잘라 단정지었다.


“바닷물고기는 담수에서 못 살고, 민물고기는 해수에서 못 산다. 이유는 삼투압 때문인데, 간단히 말하자면 염분과 수온, 살던 환경에 맞게 적응된 몸이 갑자기”


말을 하다 말고 입을 다물었다. 또 혼자 잘난 듯 떠벌렸네.


“너 그런 건 어떻게 아는 거야?”


“상식이야. 우리 도시국가엔 의무교육이 있어. 게다가 코스모폴리스가 항만도시잖아.”


“그래? 역시 잘 사는 동네구나.”


좀 더 걷다가 잭스필은 중얼거렸다.


“차라리 수족관을 만들어서 관람료를 받는 게 낫겠지.”


“풋. 물고기를 보기 위해서 사람들이 돈을 낸다고? 으하하하”





그날 저녁 잭스필은 지구대 뒤편에서 안젤린 경위를 만났다.


“내일 우리와 같이 출발할 사람들이야.”


저녁 때 올 사람들이라던 3명도 그 자리에 있었다. 일단 서로 쾌활하게 인사를 나눴다.


헤메룬 시에 소재하고 있는 사냥꾼 길드의 레인저Ranger라고 소개된 아저씨들은 셋 다 사냥용 석궁을 소지하고 있었고, 그 중 한 명은 우락부락한 짐승 두 마리를 데리고 다니는 것으로 보아 테이머Tamer 포지션을 맡고 있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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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도로 (2) +1 16.03.22 109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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