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트롤 : 중세의 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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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선
작품등록일 :
2016.03.16 16:57
최근연재일 :
2016.03.29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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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3.19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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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경비병 (5)

DUMMY

의자. 탁자. 어두운 방 안에는 어째선지 두 사람이 없었다. 발각된 게 아니었나? 어느 틈에 빠져나갔지?


“잭스필이라고 했나.”


경위에게 이름이 불리고, 그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짧은 말미 동안에도 잭스필은 방 안의 어둠 속에서 숨은 경비병 찾기를 하느라 순간적으로 눈알을 굴려야했다. 하지만 그때까지도 보지 못했다.


경위와 얼굴을 바로 마주한 잭스필이 우뚝 멈춰섰다.


“——예.”


“잭스필?”


“예.”


“저기 셋들 중에 네가 제일 똘똘하지?”


“예···? 아마도··· 하하······”


긴장 풀라는 의도의 말이었을까. 하지만 도저히.


제복을 반쯤 갈아입다만 간부와 근무지를 이탈한 경비병이 바로 경위의 뒤에 서있었다.


서로 눈을 마주친 세 명의 동공이 무섭게 흔들렸다. 문 뒤에 숨을 생각을 하다니.


“스스로 생각하기에 입이 무거운 편인가?”


경위는 눈치채지 못하고 자기 말을 하고 있다. 아무튼 이 얘기 때문은 아니었던 것이다. 좋아··· 그대로 버텨서 이 순간을 넘기는 거야.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좋아.”


경위는 그렇게 말하고 잠시 입을 다물었다. 잭스필은 그제야 새로운 의문을 떠올렸다.


그럼 나는 왜 이 방으로 불린 거지?


끼이익——


방문이 탁 닫혔다.





한편 방 바깥쪽에는 경정과 두 경비병의 영원할 것 같은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먹던 음식을 마저 먹으라는 경정의 말에 두 경비병은 즉각 명령을 이행했고, 간간이 나오는 기침소리와 함께 체할 것 같은 침묵이 계속되었다.


“너희 간부 왜 이렇게 안 오냐.”


경정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올 때쯤, 방문이 다시 열리면서 잭스필과 경위가 나왔다.


“끝났나, 래필드?”


“예. 당직간부는··· 아무래도 시간이 걸리는 모양인데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그 말에 잭스필이 지레 덧붙였다.


“순찰지가 탑 위 감시, 관문, 초소 여러 군데를 돌다보니 오래 걸리기도 합니다.”


“가보자.”


경정이 드디어 일어났다.


두 간부가 밖으로 향하자 잭스필이 뒤를 따라나서며 두 경비병에게 눈치를 보냈다. 그를 따라 경비병들이 나란히 경례했지만 두 간부는 뒤도 안 돌아보고 망토자락을 휘날리며 밖으로 사라졌다.


“하아, 원래 이런 건 다 당직간부가 해야될 일인데.”


멀리 희미해져가는 말 울음소리에 잭스필이 나직이 투덜거렸다.


이 날 웨스트 구에 떴던 두 경찰간부가 이 지구대에 머무른 것은 단 15분만의 일이었다.


다시 셋만 남겨진 지구대 안에는 그제서야 숨통이 트였다.


“후우··· 완전히 간 건가?”


“우리 잘 넘긴 거 맞지?”


별다른 일도 없었는데 폭풍이 지나간 듯했다. 긴장이 풀린 세 명은 쓰러지듯 자리에 앉아 한동안 서로 말이 없었다.


“아 맞다.”


세 명이 다가 아니지. 잭스필이 벌떡 일어나 안쪽의 방문을 열었다.


“갔냐?”


빼꼼 고개를 내미는 덥수룩한 아저씨.


“갔어?”


“예. 이제 나오셔도”


그제야 벌컥 밖으로 나온다.


“와아, 진짜 걸리는 줄 알았네! 야밤에 갑자기 뭐야?”


“으, 심장 떨려···!”


모렌 경위와 탑 위 관측병이 방에서 나와 법석을 떨었다. 하지만 아직 일이 끝난 게 아니다.


“그러고보니 넌 왜 여기 들어와있어? 이것 봐라?”


“앗, 저 그게··· 탑 위에서 근무 서다가 잠깐”


‘쳐자고 있던 너는 그런 말할 자격이 되냐?’


숨어있다가 이제 나와서 행세하는 모습이 잭스필이 보기엔 기도 안 찼지만, 지금은 더 급한 일이 있다.


“그리고 잭스필, 수고했다. 근데 아까 얘기는 뭐야?”


“그보다 지금 당장 순찰을 가셔야될 것 같습니다. 제가 감찰한테 그렇게 둘러댔거든요.”


마지막에 경정의 “가보자” 는 말이 마음에 걸렸다. 그건 그만 돌아가자는 뜻이 아니라 순찰구역으로 한 번 가보자는 뜻이 아니었는지. 가만 생각해보니 그럴 수도 있는 것이다.


후자라면 모렌 경위는 지금이라도 순찰 루트로 가서 그들과 마주쳐야한다.


“됐어. 확실하게 초소 쪽으로 가보겠다는 말도 아니었고. 행여나 그렇다쳐도 서로 길이 엇갈릴 수는 있는 거잖냐.”


“경정이 거기로 가서, 너희 간부가 여기로 순찰 왔었냐고 경비병들한테 물어본다면요? 걔들이 눈치 좋게 알아서 말을 맞출 수 있을까요. 잘못되면 제가 경정을 상대로 허위보고를 한 게 들통나는데요.”


잭스필이 거의 면박을 주는 투로 말했다.


“그, 그것도 일리가 있네.”


모렌 경위는 잭스필의 말에 따라 제복을 마저 걸쳤다. 탑 위 관측병이 잭스필에게 슬쩍 말했다.


“그냥 네가 간부해라.”


“저런 건 되고 싶지 않아.”


허둥지둥 나가는 모렌 경위를 보며 잭스필은 질색했다.


‘같은 경윈데 저렇게 다르다니.’


하기사 그의 인식 속에 간부라는 족속은 원래 이런 작자들이었다.


다만 래필드라고 했던 아까의 경위는 진짜 간부 같았다.


철두철미한 눈빛과 확신에 찬 목소리로 어떤 목적에 따라 행동하고 있는, 그는 일거수일투족이 목적의식에 차보였다. 후진국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지역에도 중앙관리들 중에는 제대로 된 사람이 있는 건가.





오늘밤은 유난히 긴 것 같다.


아까 사건의 여파로 짬짬이 선잠을 취하기도 글렀고, 앞으로 해 뜨기까지 몇 시간은 더 기다려야 할 것이다.


다시 당직병의 자리에 앉은 잭스필은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그때가 오면 알 수 있을 거라고?





* * *





도시의 외진 골목길을 홀로 걸어오는 사내가 있었다.


어젯밤을 지구대에서 지새고, 아침해가 뜨자마자 침상 위에 엎어졌다가 오후가 돼서야 기어나온 말단 경비병 잭스필이다. 오늘은 평상복 차림. 밤샘근무 뒤에 하루 비번이 주어져 외출허가를 받고 나온 것이다.


빈민가에서 벗어나 번화가로 넘어가는 지역에 이르러서는 거리의 분위기가 판이하게 바뀌어있었다.


잭스필의 지구대 관할의 옆 동네에는 파병군들이 주둔하는 단지가 있다. 병영이라기보단 용병단 캠프 같은 곳인데, 일대에서 각 도시의 파병 경비병들을 볼 수 있다. 우리쪽 애들은 2동에 살고 있던가.


시내 깊이까지 들어갈 것 없이 번화가 끄트머리에 있는 어느 술집으로 향했다.


저녁도 아닌데 벌써부터 북적이는 술집 안에서, 잭스필은 자신의 테이블을 찾았다.


“저기 한 명 더 오네. 이쪽이야, 잭스필!”


오늘 옆 동네까지 넘어온 것은 이 모임에 참석하기 위함이었다. 그를 맞이하는 건 바로 같은 코스모폴리스의 경비병들.


“이게 다야?”


대체로 잭스필과 비슷한 나이대이고, 그보다 연장자들은 상석 쪽에 앉아서 잔을 들고 있었다.


“린델 군이 오늘 올지 모르겠군. 우선 있는 사람들끼리 듭시다.”


테이블에는 안주들이 제법 놓여있다. 일단 과일주로 목을 축이고 견과류와 건포도를 집어먹는데, 마침 소스를 끼얹은 닭꼬치가 나왔다. 막 석쇠에서 꺼내어 육즙이 지글지글 끓었다.


“경찰서 근처에 주택가가 있잖아? 거기 사는 마을처자를 꼬셨더라고.”


“오. 그럴 시간이 있었데? 근데 돌아갈 때는 어쩌려고 그러나?”


“그날로 결별이지. 같이 데려갈 순 없는 노릇이니. 어차피 서로 여흥 아니겠어.”


“우리도 돌아가서 토지랑 파병 수당만 받으면···”


테이블에는 그간 나누지 못했던 얘기들이 오갔다. 돈 얘기. 이 자리에 나오지 못한 친구의 근황. 잭스필이 잘 모르는 경찰서 쪽 얘기 등. 못본 사이 그는 주요 화제에서 다소 멀어져있었다.


“얼마 남지 않았는지도 몰라.”


‘무슨 얘기지?’


“귀환이 앞당겨질 수도 있다는 거야. 지금 이 도시, 돌아가는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데. 내부적으로”


“네가 그런 걸 어떻게 알아? 자세히 말해봐.”


“간부들한테서 주워들었어. 사실 나도 잘 몰라.”


잠시 다 함께 술을 들이키면서 대화가 끊겼고, 그때 타이밍을 보고 있던 잭스필이 가까운 동료들 몇몇에게 넌지시 말을 건넸다.


“너희 이런 거 받은 적 있어?”


그는 주머니에서 그것을 꺼냈다.


“뭔데.”


“종이쪼가리?”


손바닥만한 직사각형의 종이였다.


“어디서 받은 건데?”


일단 그에게로 관심이 쏠렸다.


“주웠어. 모르면 됐고··· 야, 야.”


“어디 보자, 이건 재질이···”


옆에서 멋대로 뺏어가더니 그 종이카드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작가의말

재밌게 봐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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