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균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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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균형자
작품등록일 :
2012.03.18 19:00
최근연재일 :
2012.03.1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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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3.10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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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4th 12. 시대를 이끄는 자(7)

DUMMY

"무슨 수정?"


라드가 되묻자 마황자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렇게 커다란 것을 느끼지 못한다니...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몰라?"


"응."


그는 자신의 날개를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단지 등이 무겁다고 생각할 뿐.


"이, 이렇게 커다란게 라드의 등에서 나왔다고?"


일단 자르카는 날개의 크기에 경악을 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말 그대로 집채만한 크기였기 때문이었다. 만약에 활짝 펴진다면... 하고 상상을 해보려 했지만 상상도 쉽지 않은 크기였다.


"무슨 말이야? 어디서 뭐가 나왔는데? 그리고 공격이 왜 사라진 거야?"


그는 아직도 모르고 있는 것 같았다.


"지금 네 등에서 수정 같은게 뻗어 나와서 공격을 막았어."


자르카가 차분하게 정리해서 얘기해주었다.


"수정?"


여전히 그는 모르는 것 같았다.


"눈이 멀었어도 다른 일들은 다 알아내는 녀석이 왜 자기 것은 못 알아봐?"


자르카는 답답함에 화를 냈다.


"무슨 얘기인지 도저히 모르겠어. 내 등이 뭐 어쨌는데?"


"......"


더 이상 자르카는 말을 않겠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아까부터 등이 아파."


마황자는 그의 말에 왠지 당연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거야..."


그의 등뒤에서 아세아는 안절부절 못 하고 있었다. 거대한 날개 때문인지 그의 등은 거의 너덜너덜하게 찢어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라드... 안 아파?"


"아... 뭐 욱신거리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투명한 날개의 끝 부분은 붉그스름한 색이었는데, 그의 상태를 보면 피가 묻어서 붉은 기운을 띄고 있다고 알아볼 수 있었다. 아마도 그의 등에서 묻은 피이리라.


"그런데 누가 날 잡고 있는 거야?"


"그건 아닌데... 네 날개가..."


"무슨 날개?"


"그러니까..."


계속해서 그는 왠지 자신의 날개를 인식하지 못했다. 아무리 설명을 해도, 무슨 이야기인지 모르는 것 같았다.


땡그랑!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에 모두의 시선이 그곳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 곳에는 양손을 위로 올린 이카온이 있었다.


"우리가 졌다."


그는 왠지 라드의 날개를 주시하며 놀란 표정이었다.


"......쳇. 뭐 저런 사기가 다 있어?"


다른 균형자들도 더 할 생각은 없는 모양이었다.


스르르륵.


에이져도 다시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왔고, 남은 균형자들도 조용히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


슈웃-


보석의 날개가 갑자기 사라졌다.


턱.


넘어지려는 그의 몸을 마황자가 부축하고, 신아가 자신의 외투를 덮어주었다. 그의 상의는 보석의 날개 때문인지, 충격의 여파 때문인지 완전히 걸레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네 말대로, 앞으로 그걸 뚫을 방법을 찾을 때까지 조용히 있도록 하지.."


세이너의 항복선언과 함께, 고통에 일그러져 마황자에게 매달려 있던 그의 표정이 급속도로 밝아졌다.


"정말요?"


"그래. 어차피 조용히 안 있어봐야 네가 막으러 오면 끝이잖아?"


"......하하..."


그는 조금 난처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자신이 ‘나중에라도’ 그럴 수 있다면 이런 일까지 하지는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가지 묻고 싶은게 있는데."


"말씀하세요."


세이너는 그에게 얼굴을 가까이 가져갔다. 그리고 그만이 들을 수 있게, 조용히 속삭였다.


'사신에게 베였지?'


"!!"


라드는 자신도 모르게 왼쪽 어깨를 잡았다.


"맞아?"


"......네."


그를 부축하고 있던 마황자는 무슨 이야긴지 궁금한 눈치였다.


"그랬구나..."


세이너는 의외의 수확을 얻었다는 표정이었다.


"알았어. 이번에 우리가 너무 심하게 했으니... 가서 몸조리 잘 해."


"그럴게요."


인사가 끝나자 마황자는 라드를 업었고, 일행들은 짐을 챙겨서 산맥을 떠날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균형자들을 한번씩 노려보는 것을 잊지 않으며.


"역시나."


-정말로 그랬습니까?-


"응."


세이너는 뭔가 말하려고 하다가 뒤를 돌아보았다. 아직도 그들은 떠나지 않고 있었다. 아마 그의 상처를 치료하고 떠나기 위함일 것이다.


"케이저. 네가 보내주고 와."


"알았어."


케이저가 그들이 있는 곳으로 이동해 그들을 전이시켜 주고, 다시 돌아왔다.


-저 날개는 이 세계에는 없는 것이군요-


"그래. 그러니까 지금 라드의 감각으로 느끼지 못하지. 그는 세계가 알려주는 것들만 느낄 수 있으니, 이 세계에 없는 저 날개는 느끼지 못 하는게 당연해."


그들이 사라지자 본격적인 대화가 시작되었다.


"그렇지."


균형자들은 데이너의 옆에 몰려 있었다.


-그의 힘은 뭐죠?-


"일단 빛의 신력과... 얼마 전에 죽음의 힘을 얻은 것 같던데."


"그런 경우에 대부분 죽지 않나?"


"물론 그렇지만... 특이하게도 사신의 낫이 깨진 상태에서 베였기에 어느 정도 괜찮은 것 같아. 물론 이대로 가면 죽는다는 것은 똑같지만."


"호오... 운이 좋군."


우엔의 감탄에 세이너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지. 조금만 더 늦게 베였어도 죽을 정도의 상처는 아니었으니 운이 정말 없는 거지."


"그래서?"


이카온의 물음에 이번에는 데이너가 대답했다.


-이카온. '파괴자'의 엄청난 힘의 근원이 뭔지 아나요?-


"......파괴자를 만들기 위해 내가 나섰는데 모를 리가 없지 않나. 아나디아른의 빛의 신력과 파괴자 본인의 혼돈의 힘이 합쳐져서 그렇겠지."


-맞아요-


"그래서?"


에이져의 물음에 이번에는 세이너가 말을 받았다.


"두 힘을 융합할 수 있다면, 그 자는 이 세계의 법칙을 뛰어넘게 돼."


모두가 그녀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다. 그녀는 라드가 파괴자와 같이, 이 세계를 뛰어넘을 존재가 된다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저 죽음의 힘은 그에게 주어진 힘이 아니야."


"그거야 그렇지."


세이너의 입꼬리가 말려 올라갔다.


"하지만... 만약에 그것을 흡수해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면..."


"또 다른... 파괴자의 탄생인가?"


우엔의 물음에 세이너는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글쎄. 그도 파괴자가 될 지, 아니면 그와 적대하는 힘을 가질지, 아니면 그냥 중립적인 형태가 될 지 모르지만..."


이카온이 부정적인 의견은 내놓았다.


"그 전에 죽을 가능성이 높아. 그리고 파괴자는 카오틱 블레이드 안에 들어있는 '그것'의 도움을 받았지만, 그는 그런 것이 없어. 에페레오스야 이미 부서진 뒤고, 다른 신살검이 그를 선택 할 리도 없으니까."


이 세계의 밖을 연구하던 혼족이, 자신의 수명으로 모자랄 것을 알자 자신을 검에 봉인시킨 무구. 그것이 카오틱 블레이드였다. 그의 힘 때문에 케이저가 카오틱 블레이드 앞에서는 능력을 사용하지 못하는 것이다.


-아니. 그도 도와줄 존재가 있어요-


"마황자? 그래봐야 그는 집행자지. 이 세계에 소속 된."


-......그의 주변에는 집행자, 관찰자, 수호자가 모두 모여있죠-


"그거야 그렇지."


-뭔가 이상하지 않나요?-


"그거야 우리가 조정해서..."


세이너가 손을 들어 케이저의 말을 끊었다.


-아니요. 우리가 조정할 수 있는 것은 겨우 그와 만나게 하는 것 뿐. 진짜로 셋의 운명을 종속시켜 조종할 수 있는 존재는 단 하나밖에 없어요-


"......"


데이너의 말에 모두가 할 말을 잃었다. 그것이 무엇인지 바로 알 수 있었던 것이다.


"과연. 그렇다면 오히려 파괴자보다 빨리 이룰지도 모르겠군."


케이저가 그럴싸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된다면..."


-새로운 가능성이 열리는 것이죠-



균형자들은 다시 원래 생활로 돌아갔다. 에이져는 자신의 레어로, 페이로나는 홍염의 궁으로, 세이너와 데이너는 자신들의 집으로 돌아갔고 인형은 그녀들의 뒤를 따라갔으며, 우엔과 이카온, 케이저는 여행을 떠났다.


“어떻게 되었던지, 다 잘 된 것 같군.”


“......그래.”


라드는 지금 침대에 엎드려 있었다. 그때의 사건으로 등이 많이 망가진 것이다. 함부로 누울 수도 없을 정도로.


“그나저나 너 정말 모르겠냐?”


“뭐가?”


“그때 네가 뻗었던 보석의 날개.”


“전혀.”


“......”


자르카는 의심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똑똑.


“누구야?”


“나다.”


마황자의 목소리에 자르카는 라드를 보았다.


“들어오라고 해.”


“들어와.”


끼이...


먼저 마황자가 문을 열고 들어오고, 그 뒤로 세키와 파리아가 같이 들어왔다.


“아무래도 이만 가봐야 할 것 같아서 인사하러 왔다.”


“아... 그래.”


그 모습을 지켜보던 세키가 끼어 들었다.


“나도 잠시 들려야 할 곳이 있어서.”


“세키는 가던 말던 상관없는데.”


“......”


농담이기는 하지만 이곳에서는 식객취급을 받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느끼고 있었는지, 세키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저도 잠시 들를 곳이 있습니다.”


“응... 알았어.”


“......”


자르카는 파리아의 눈을 보며 뭔가 이상한 느낌을 받고 있었다. 눈동자가 묘하게 떨리고 있었던 것이다.


‘왜 저러지?’


뭔가가 의심스러운 자르카였지만 그냥 넘어갔다. 그가 끼어들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상처 잘 치료하고.”


“응.”


마황자가 먼저 나가자 세키와 파리아도 같이 나섰다.


“그럼 배웅하고 올게.”


“알았어.”


덜컥.


다른 일행들이 모두 나가자, 라드는 손을 뒤로 돌려 자신의 등을 쓸어보았다.


‘......도대체 뭐지?’


예전에 세키와 함께 비행할 때 느꼈던 그 무언가. 자르카는 그것을 말하는 것 같았다.


‘분명히 설명을 들었는데... 그리고 내 몸에 붙어있었다는데 왜 나는 모르겠지?’


빛을 잃으면서 대신 세계를 이해하게 된 그였지만, 이상하게 그 날개는 감지할 수 없었다.


“하아... 모르겠어.”


욱씬.


“!!!”


그 순간, 침대에서 그의 몸이 튀어 올랐다. 팽팽하게 당겨진 활처럼 허리가 꺾이고 있었기에 마치 튀어 오른 것처럼 보인 것이다.


“으으윽...”


그는 신음을 흘리며 왼쪽 어깨를 움켜쥐었다.


‘몸이... 죽어가고 있어...!’


왼쪽 어깨에서 스며들어오는 죽음은, 서서히 그의 심장으로 향하고 있었다.


‘기분 나빠...!’


으득.


그는 이를 악물고 버텼다. 소리를 내면 가족들이 걱정할 것이 뻔했기 때문이었다. 나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털어놓고 같이 고민했겠지만, 어차피 피할 수 없는 죽음이었다.


똑똑.


누군가가 다시 방문을 두드렸다.


“라드? 나 들어가도 돼?”


아세아의 목소리에 그는 들어오지 못하게 하고 싶었으나, 지금 입을 열었다간 비명이 터져 나올 것을 알고 있었기에 방법이 없었다.


똑똑똑.


“무슨 일이야? 아까부터 여기서 죽음의 기운이 느껴지고 있어.”


아무래도 그녀는 갈레스를 상대해본 기억이 있기 때문인지, 죽음의 기운을 느낀 것 같았다.


‘오지 마...’


그의 간절한 바램과는 다르게, 아세아는 문을 열었다.


끼이...


“......라드?!”


아세아는 같이 먹기 위해 들고 왔던 빵을 집어던지고 침대로 달려왔다.


“무슨 일이야? 왜 그래?”


“......끄으윽...”


그는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버티고 있었다.


“자, 잠깐만 기다려 봐.”


아세아는 급하게 회복의 주술을 외웠지만, 너무 다급한 모양인지 계속해서 실패하고 있었다.


슈우우...


라드의 몸에서 검은 무언가가 빠져나왔다. 빛의 힘을 이용해 심장으로 다가오던 죽음의 기운을 몰아낸 것이다. 물론... 그것도 약간의 시간을 벌뿐이지만.


“흐아! 흐아아! 흐아아!”


그는 힘겹게 숨을 몰아쉬고 있었고, 아세아는 조심스럽게 그의 이마로 손을 올렸다.


“......베인 거야?”


“......”


이미 마황자에게 들었기에 그녀도 사신의 이야기는 알고 있었다. 그러나... 차마 그가 베였다고는 생각하지 않으려 했지만...


“......응.”


현실은 달랐다.


“그래도 괜찮은 거지? 지금처럼 버티면...”


“......”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아세아.”


“응?”


“내가 죽으면... 신아는 어떻게 하지? 티엘은? 마사는?”


“......”


꼬옥.


아세아는 그저 떨고있는 그의 손을 잡아 줄뿐이었다. 그녀의 온기 덕분인지 떨림이 멈췄다.


“신아에게 전해 줘.”


그는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응?”


“나 잠시만... 자르카의 집에서 쉬고 오겠다고.”


그리고는 방에서 간단한 옷가지를 챙기고 아세아를 향해 돌아보았다.


“......”


아세아는 예감할 수 있었다. 그의 생각을...


“자, 잠깐만.”


“그럼... 부탁해.”


슈아악-


그의 몸은 빛으로 변해 흩어졌고, 아세아는 그것을 잡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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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3 Extra Stage 17 +3 12.03.18 479 10 10쪽
332 Extra Stage 16 +3 12.03.18 450 9 8쪽
331 Extra Stage 15 +2 12.03.17 392 5 10쪽
330 Extra Stage 14 +1 12.03.17 433 13 9쪽
329 Extra Stage 13 +3 12.03.16 449 7 14쪽
328 Extra Stage 12 +1 12.03.16 350 6 12쪽
327 Extra Stage 11 +2 12.03.16 472 15 9쪽
326 Extra Stage 10 +4 12.03.15 467 11 9쪽
325 Extra Stage 9 +2 12.03.15 452 1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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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3 Extra Stage 7 +3 12.03.14 437 12 9쪽
322 Extra Stage 6 +2 12.03.14 485 11 10쪽
321 Extra Stage 5 +2 12.03.14 514 12 8쪽
320 Extra Stage 4 +3 12.03.13 530 11 11쪽
319 Extra Stage 3 +3 12.03.13 470 10 10쪽
318 Extra Stage 2 +1 12.03.12 487 9 10쪽
317 Extra Stage 1 +2 12.03.12 393 5 12쪽
316 Epilogue +7 12.03.11 548 8 6쪽
315 4th 12. 시대를 이끄는 자(10) +3 12.03.11 535 12 9쪽
314 4th 12. 시대를 이끄는 자(9) +2 12.03.11 628 10 11쪽
313 4th 12. 시대를 이끄는 자(8) +4 12.03.10 378 9 15쪽
» 4th 12. 시대를 이끄는 자(7) +2 12.03.10 460 11 13쪽
311 4th 12. 시대를 이끄는 자(6) +3 12.03.10 439 12 14쪽
310 4th 12. 시대를 이끄는 자(5) +2 12.03.10 497 10 11쪽
309 4th 12. 시대를 이끄는 자(4) +1 12.03.09 491 8 12쪽
308 4th 12. 시대를 이끄는 자(3) +2 12.03.09 388 6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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