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균형자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빛의균형자
작품등록일 :
2012.03.18 19:00
최근연재일 :
2012.03.18 19:00
연재수 :
334 회
조회수 :
178,249
추천수 :
2,538
글자수 :
6,185,526

작성
12.03.11 16:20
조회
534
추천
12
글자
9쪽

4th 12. 시대를 이끄는 자(10)

DUMMY

쪼르르...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물은 그의 손길에 따라 주전자로 흘러 들어가고 있었다.


"흐흥~ 흥흥흥~"


그는 기분 좋은 일이 있는 듯, 콧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꾸아아아!"


"밖이 시끄럽네..."


그는 집 근처에 몰려있는 차원파괴자들을 아는지 모르는지, 여유롭게 찻잎을 끓는 물에 넣고 있었다.


"응... 설탕이 없기는 하지만... 괜찮겠지."


탁.


손이 움직이자 찬장에 놓여있던 찻잔이 떠올라 그가 들고 있는 쟁반으로 내려왔다.


"흐흥~"


"꾸아아아아!!"


한참 즐겁게 차를 따르고 있던 그는, 밖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인상을 찌푸렸다.


"조용히 좀 하지..."


딱.


그가 손가락을 튕기자 밖에서 울부짖던 차원파괴자들의 움직임이 멈췄다. 마치 잘 길들여진 짐승처럼.


"후우..."


탁.


차원파괴자들이 조용해지자 그는 잔을 탁자에 내려놓고 자리에 앉았다.


후웅- 후웅-


밖에서 들려오는 거대한 날개짓 소리에, 그는 매우 반가운 표정을 지었다.


"드디어 도착했네."


그는 주전자를 기울여 자신의 잔에 차를 따르기 시작했다.


쪼르르르... 덜컥.


문이 열리고 뭔가에 홀린 듯한 표정의 아세아가 들어왔다.


"어서 와."


"아, 응?"


아세아는 자신이 왜 이곳에 있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차 한 잔 할래?"


"어, 아, 응."


무슨 일인지도 제대로 몰랐지만 아세아는 그의 앞자리로 가서 앉았다.


"그런데... 내가 언제 이리로 온 거야?"


"방금 왔잖아."


쪼르르...


그는 아세아의 잔에도 자신이 준비한 차를 따랐다.


"잘 먹을게."


아세아는 무슨 일인지 이해가 잘 안 갔지만 일단 차를 마셨다.


후릅.


"......"


그리고 그대로 잔을 내려놓았다. 아세아의 얼굴은 울상이 되어 있었다.


"조금 쓰지?"


"......응."


이 차는 냄새는 좋지만 정말 쓴 것이 문제였다. 아니, 사실 원래 용도가 찻잎이 아니라 약초여서 그런 것일지도 몰랐다.


"자."


그가 왼쪽 검지를 펼쳐 아세아의 잔에 살짝 올렸다.


"......?"


아세아의 호기심 가득한 표정을 받으며, 그는 손가락을 한번 까닥였다.


"자. 이제 마셔봐."


"......응."


비록 탐탁지 않지만 그의 권유였기에 아세아는 다시 잔을 들었다.


"어때?"


"......달아."


아세아의 얼굴은 굉장히 놀란 표정이었다.


"어떻게 한 거야?"


"그냥... 달콤한 속임수랄까."


그는 아세아의 차가 살짝 묻은 손가락을 핥으며 자신의 차를 들었다.


"웅..."


할짝. 할짝.


그래도 방금 끓인 차가 너무 뜨거운지 아세아는 아주 조금씩 입술을 적시는 수준으로 차를 마시고 있었다.


"조용하지?"


"응."


둘이 그렇게 차를 즐기고 있을 때, 밖에서는 피투성이가 된 자르카와 셋의 싸움이 지속되고 있었다.


퍼엉!


"무슨 소리야?"


아세아의 물음에 그는 살짝 인상을 찌푸리며 아래쪽을 '느끼기' 시작했다.


"끄아아아!!"


자르카의 검게 불타오르는 검과, 집행자의 붉은 기운이 담긴 창이 부딪혔다.


콰앙!


창과 검이 부딪힌 소리라고는 생각하기 힘든 소리와 함께, 집행자의 몸이 뒤로 밀려났다.


"크윽...!"


자르카의 날개는 검게 불타오르고 있었다. 혼돈의 힘을 극한으로 운용하다 보니 날개를 꺼내게 되었고, 그 날개가 주변의 파괴자의 힘에 반응하여 불타오르고 있는 것이다.


'쳇... 파괴자의 힘 일부만으로도 이렇게 밀리다니!'


이미 관찰자와 수호자는 치명상을 입고 쓰러진 상태였다. 남은 것은 집행자, 단 하나 뿐.


"으아아아!!"


퍼엉!


다시 둘의 무기가 부딪히며 커다란 충격파를 만들어냈다.


퍼엉!


그 소리는 이 집에까지 들리고 있었다.


"......"


"라드?"


"아, 잠깐만."


딱.


그가 손가락을 튕겼다.


"......"


"......"


그리고 집행자와 자르카, 수호자, 관찰자의 움직임이 멈췄다.


"자, 이제 진짜로 조용해졌네."


그는 얼굴에 미소를 띄며 아세아를 바라보았다.


"아... 그래."


아세아는 굳이 밖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 그가 웃고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기뻤으니까.



‘오늘따라 이상한 일이 많네’


레어에서 라드가 부르는 소리를 들었나 싶었더니 어느새 내가 라드가 있는 곳에 와 있었고, 그리고 어느새 찻잔을 들고 먹고 있다.


훌쩍.


“아... 달다.”


너무 단것도, 싱거운 것도 아닌 적당히... 혀가 녹아 들어갈 것 같은 알맞은 단맛. 차 한잔으로 며칠 간의 피로가 싹 풀리는 느낌이었다.


“......맛있어?”


“응.”


그런데 지금의 라드는 뭔가 분위기가 이상했다. 가만히 있어도 빛을 뿜어내는 것 같은 느낌에, 게다가...


‘등에서 뭔가가 반짝이는데?’


갸웃.


분명히 빛의 날개는 만들지 않았는데... 마치 유리같이 투명한 것이 그의 등뒤에 있었다.


‘그냥 아지랑인가?’


홀짝.


“헤에...... 맛있어.”


지금까지 라드에게 뭔가 하고 싶은 말이 많았는데, 묻고 싶은 것도 많은데 이상하게 차만 마시게 되었다.


“다행이야. 처음 해보는 거라 제대로 될지 몰랐는데.”


“응? 차 처음 끓인 거야?”


집에서 지난번에 한번 끓여보지 않았던가?


“아니, 차가 아니라...”


뭔가 곤란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탁.


“아세아.”


“응?”


라드의 표정이 진지하게 변했다.


“나는 말이지......”


“......?”


나도 아쉽지만 잔을 내려놓고 그와 눈을 마주쳤다.


“죽어야 해.”


“......응?”


무슨 얘기인지 못 들었다.


“내가 죽어야 한다고.”


“......그게...”


그게 무슨 소리야? 어째서 죽어야 하는데?


“내가 죽지 않으면 세계가 부서진대.”


“누가 그래?”


“세계가.”


그의 표정은 의외로 덤덤했다. 마치, 남이 감기 걸린 일을 이야기하듯.


“자, 잠깐.”


잠시 생각을 정리해야 할 것 같았다.


“나도 내 손으로 죽고 싶은데...”


그의 눈동자는 아주 조금이지만 흔들리고 있었다.


“그게 안 돼.”


“......”


“아세아는 해줄 수 있지?”


=혼자서도 잘 할 수 있지?=


‘기분이...... 이상해...’


그때와 같게 들린다. 엄마의 마지막 모습과...


“뭘... 해줘...?”


“......”


드륵.


그는 의자를 뒤로 밀며 몸을 일으켰다.


“잘 봐.”


그의 손짓에 한쪽에 놓여있던 단검이 떠올랐다.


“아...”


‘저건... 무슨 힘이지?’


피잉!


내가 그 힘의 종류를 고민하는 동안, 단검은 순식간에 그의 목으로 날아들었다.


“라드!”


티잉!


“......보다시피 이래서.”


단검은 그의 목에서 튕겨 나가고 말았다.


“하, 하아...”


털썩.


너무 놀랐더니 다리에 힘이 빠져 주저앉고 말았다.


“괘, 괜찮아?”


그도 나와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서인지 무릎을 꿇었다.


“응. 너무 괜찮아서 나쁠 정도로.”


미안하다는 얼굴로 그는 조심스럽게 손을 뻗었다.


“......아세아.”


그의 보이지 않는 눈이 나를 주시하며, 손이 뺨에 닿았다.


‘따뜻해...’


너무 따뜻해... 그때 엄마의 손과 같이... 너무 따뜻해서 불안할 정도였다.


“부탁해.”


“......무엇을...?”


“난 이 세계를 부수면서까지 태어나고 싶지 않아.”


“......”


그의 눈에서는 아무것도 흐르지 않았지만, 오히려 밝게 웃고 있었지만... 나는 왠지 그가 울고있다고 생각했다.


“흑...”


어째서... 이런 말을 하는 거야...? 어째서... 왜 하필이면 네가...


“지난번에 아세아가 물었지?”


“......뭘?”


“파괴된 수도의 모습을 보며... 강자라고 해서 약자를 마음대로 할 권리는 없다고.”


“......응.”


“그래. 내가 새로 태어나는 것을 모두가 동의한다고 하더라도...”


그의 가슴이 빛나고 있었다. 고귀하고, 슬프게...


“내가 그들을 없애면서 태어날 권리는 없어.”


“......”


그는 내 뺨에 얹었던 손을 떼었다.


“아...!”


두근. 두근.


드래곤 하트가 급하게 뛰기 시작한다.


‘안 돼... 떼지 마...’


그는 양손으로 내 오른손을 감쌌다.


“......괜찮아.”


자, 잠깐!


“그리고......”


그가 내 손에 힘을 주입하자, 내 손에서는 검은 비늘이 솟아나며 손톱이 생겨났다. 내 의지는 그것을 막고 있었지만, 그의 힘 앞에서는 소용없었다.


“그... 그만...”


‘제발 하지 말아 줘... 제발...’


그러나 그는 무심하게, 내 손을 자신의 가슴으로 가져갔다. 느리게... 안심하라는 듯이 웃으며... 느리게...


푸욱.


“......”


내 검은 손은 그의 가슴을 너무나도 쉽게 뚫어버리고... 그 빛에 닿았다.


쩌엉!


빛도... 너무나 쉽게 깨져버렸다.


“......”


그의 가슴에서 빛나던 보석이 순식간에 빛을 잃어가며...


쩌저적. 쩌적.


그의 등에서 일렁이던 무언가가 금이 가면서 깨져갔다.


“......미안해...”


촤아악!


그리고 세상은......


“아아... 아아아...“


붉게 변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빛의 균형자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빛의 균형자 에피소드 맛보기 +1 12.02.08 747 0 -
공지 간단한 캐릭터 소개 +2 11.10.16 2,056 1 -
공지 이 작품은 타 사이트에 연재되어 있는 작품을 재연재하는 중입니다. +8 11.09.25 3,165 3 -
334 Extra Stage(end) +7 12.03.18 637 7 13쪽
333 Extra Stage 17 +3 12.03.18 479 10 10쪽
332 Extra Stage 16 +3 12.03.18 450 9 8쪽
331 Extra Stage 15 +2 12.03.17 392 5 10쪽
330 Extra Stage 14 +1 12.03.17 433 13 9쪽
329 Extra Stage 13 +3 12.03.16 449 7 14쪽
328 Extra Stage 12 +1 12.03.16 350 6 12쪽
327 Extra Stage 11 +2 12.03.16 472 15 9쪽
326 Extra Stage 10 +4 12.03.15 467 11 9쪽
325 Extra Stage 9 +2 12.03.15 452 11 9쪽
324 Extra Stage 8 +3 12.03.14 459 13 9쪽
323 Extra Stage 7 +3 12.03.14 437 12 9쪽
322 Extra Stage 6 +2 12.03.14 485 11 10쪽
321 Extra Stage 5 +2 12.03.14 514 12 8쪽
320 Extra Stage 4 +3 12.03.13 530 11 11쪽
319 Extra Stage 3 +3 12.03.13 470 10 10쪽
318 Extra Stage 2 +1 12.03.12 487 9 10쪽
317 Extra Stage 1 +2 12.03.12 393 5 12쪽
316 Epilogue +7 12.03.11 548 8 6쪽
» 4th 12. 시대를 이끄는 자(10) +3 12.03.11 535 12 9쪽
314 4th 12. 시대를 이끄는 자(9) +2 12.03.11 628 10 11쪽
313 4th 12. 시대를 이끄는 자(8) +4 12.03.10 378 9 15쪽
312 4th 12. 시대를 이끄는 자(7) +2 12.03.10 459 11 13쪽
311 4th 12. 시대를 이끄는 자(6) +3 12.03.10 439 12 14쪽
310 4th 12. 시대를 이끄는 자(5) +2 12.03.10 497 10 11쪽
309 4th 12. 시대를 이끄는 자(4) +1 12.03.09 491 8 12쪽
308 4th 12. 시대를 이끄는 자(3) +2 12.03.09 388 6 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