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도 해가 뜰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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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부정
작품등록일 :
2013.08.31 22:56
최근연재일 :
2013.09.17 22:29
연재수 :
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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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277
글자수 :
128,429

작성
13.09.06 14:35
조회
355
추천
7
글자
8쪽

D-17

DUMMY

[세영의 이야기]


“이거 친구들이 좋아할까?”

“그럼. 걔네들 커피라면 사족을 못 써. 이거 오늘 볶아서 나온 원두니까 좋아할 거야.”


태연이의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 테라로사에 들려 원두를 구입해 집으로 올라왔다. 바로 움직이려니 조금 피곤했지만 태연이의 친구들이 오늘 둘 다 시간이 난다고 하여 지금 움직이는 길이다. 더구나 하루라도 미루기 어려운 일이기도 했고. 너무 늦게 이야기하면 그들도 힘들 것이다.


“이거 또 다른 떨림이네. 집에 갈 때랑은 느낌이 다른데?”

“어떻게 다른데?”

“긴장은 되는데 죄송한 마음은 없고. 그냥 씁쓸하지. 오빠도 말해야 하지 않아?”

“난 토요일에 만나려고. 그런데 셋만 안 봐도 돼? 나도 껴도 되는 거야?”

“당연하지. 나 지켜주는 사람이라고 자랑할 거야. 그런데 오빠는 나 안 데려가려고 그랬어?”

“아니. 당연히 우리 아기 데려가야지.”


장소는 홍대 근처의 한 치킨집이었다. 미리 자리를 잡고 기다리고 있으니 둘이 동시에 들어왔다.


“미영아! 주현아! 여기야.”

“얼마만이야.”

“그런데 둘이 어떻게 같이 와?”

“오다 우연히 만났어.”


두 친구 중 핑크색 옷을 입은 여성이 날 발견하곤 놀란 표정을 짓는다.


“어? 그런데 누구야?”

“인사해. 내 남자친구.”


태연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둘의 얼굴에 경악이 어린다.


“정말? 진짜? 네가? 남자친구를? 헐. 대박사건.”


핑크 여성은 내가 있다는 것도 잊었는지 연신 이상한 소리를 늘어놓았다. 옆에 옷을 단정히 입은 여성이 핑크 여성을 말린다.


“야. 초면에 무슨.”

“아. 죄송해요. 너무 놀라서.”


내가 말했다.


“일단 앉으시죠.”


자리에 앉은 우린 치킨 두 마리와 맥주 약간을 시켰다. 태연이의 친구 둘은 눈에 잔뜩 호기심을 담은 채 나를 힐끔거렸다.

그런 그녀들이 재밌었는지 태연이는 배를 잡고 웃는다.


“그렇게 보지 마. 내가 소개시켜줄 게. 이쪽은 내 남자친구인 세영오빠.”


그리곤 내게 친구들을 소개시켜준다.


“여기 핑크 옷의 귀여운 애가 미영이. 여기 흰색 정장 입은 단아한 애가 주현이.”


미영이는 눈웃음이 특징인 아이였다. 주현이도 무언가 귀여운 상이었는데 왠지 데면데면한 인상이다. 무언가 웃는 것 같으면서도 굳어있는 표정이다.


“처음 뵙겠습니다. 이세영입니다.”

“예. 저는 황미영이에요. 반가워요.”

“서주현입니다.”


말투도 이미지를 닮았다. 미영이는 톤이 높고 다감한 말투였고, 주현은 말투도 무언가 어색했다.

태연이도 내가 그렇게 생각한다는 걸 느꼈는지 나를 툭 치며 말했다.


“오빠 주현이가 오빠 싫어서 그러는 거 아니니까 신경 쓰지 마. 얘가 원래 사투리가 진짜 심하거든. 그거 티 안내려고 저렇게 부자연스러운 거야.”


태연이의 말에 주현의 얼굴이 홍당무처럼 빨개졌다.


“아, 아니여. 그런 것이 아녀부러야. 그냥 첨 봄시롱 어색혀서.”


갑자기 튀어나오는 서남방언에 난 빵 터졌다.


“푸, 푸흡.”

“어머. 내가 시방 사투리를 써부렀어야. 이게 아닌디.”


당황해 더 사투리를 내뱉는 주현의 모습에 태연이도 미영이도 깔깔거리며 웃는다.


“나가 원래 사투리 안, 안 쓰요. 표준어를 쓰요.”


주현이 점점 페이스를 잃고 말리자 태연이 안 되겠다는 듯 말을 돌렸다.


“오빠 너희한테 보여주려고 불렀어.”


미영이 말한다.


“그러게. 깜짝 놀랐어. 네가 남자친구를 소개시켜줄 줄은 완전 몰랐네. 내일 해가 서쪽에서 뜨는 거 아냐?”


정신을 차린 주현이 딱딱한 어조로 말한다.


“맞아. 놀랄 일이지.”


미영이 눈꼬리를 길게 늘이며 태연이에게 은근한 말투로 물었다.


“어떻게 만난 거야? 어디까지 갔어?”

“히히. 입은 맞췄어야.”


태연의 아줌마 같은 대답에 나는 또 빵 터졌다. 저렇게 편안한 모습도, 사투리를 쓰는 모습도 새로우면서 매력적이다.


“오. 키스! 그럼 어떻게 만난 거야?”

“그건 천천히 말 해줄게. 일단 한 잔씩 하자.”


태연이 고사리 같은 손으로 큰 맥주잔을 쥐고 건배를 외친다. 꼭 애가 술을 먹는 것 같아 묘한 모습이다.

한 잔을 마셨음에도 얼굴이 발그레해지기 시작하는 주현이 태연을 신기하단 듯이 바라본다.


“그런데 너 더 어려졌다. 뭐 좋은 거 먹어?”

“그래 보여?”

“응. 한 10년은 더 어려 보이는데?”

“에이. 그건 너무하다. 그럼 나 중2인데?”

“맞아. 중2. 너 중2부터 키가 안 컸잖아.”

“우쒸! 서주현! 오빠 앞에서 그러기야?”


투닥 거리는 그녀들. 마치 학창시절로 돌아간 듯 순수한 표정으로 서로에게 독설을 날린다. 보기 좋다. 여자의 우정도.

몇 순배가 돌고 취기가 오르자 태연이 굳은 얼굴로 입을 열기 시작했다.


“사실 나 죽을병에 걸렸어.”


놀란 미영이 태연에게 말한다.


“야. 뭔 소리야. 취했어? 왜 이상한 소리야?”

“진짜야.”


주현이 흥분을 했는지 특유의 포커페이스가 무너졌다.


“시방 뭔 소리여.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이여. 너 장난 아니지? 장난으로 그런 소리 하면 안 되어야. 그러면 못 써야. 솔직히 말해보더라고. 참말이여? 아니지? 거짓부렁한 거지?”

“미안해. 주현아. 진짜야.”

“그게 뭐가 미안해. 어떻게 된 거여. 자초지종을 말해보더라고.”


그리고 태연의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무슨 병인지. 얼마나 남았는지. 나를 어떻게 만났는지. 어떻게 우리가 지내고 있는지.


“아이고. 우리 태연이 워쩌쓰까나. 워쩌쓰까나. 네가 그러면 안 되부는디. 그러면 안 되는 것이여.”


눈물을 머금고 태연이의 볼을 쓰다듬는 주현. 옆에는 미영이 대성통곡을 하고 있었다.

미영이 너무 심하게 울어서 놀란 태연이 그녀를 데리고 화장실로 향했다.

멍하니 있던 주현이 내게 말했다.


“거시기하구만요. 세영씨. 오늘 첨 보는 디 참 그러요. 세영씨도 힘들 것인디. 우리 태연이 잘 좀 부탁 합시다. 내가 이렇게 부탁해요.”

“걱정 마세요. 마음을 다해 그녀와 함께하고 있습니다.”

“믿어요. 믿어요. 믿어야지요.”


멍하니 잔의 든 술을 넘기는 주현을 보면서 나는 그들의 우정을 볼 수 있었다. 충격을 받는 그들의 모습에 조금 더 늦게 말할 걸 그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그들의 우정을 봤을 때 더 늦게 말했으면 그들의 가슴에 큰 못을 박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조금의 시간이 지나자 태연이 미영이를 달래 돌아왔다. 미영이는 아직도 충격에서 못 벗어났는지 고개를 숙인 채 말없이 닭을 씹고 있다.

그런 미영의 어깨를 두드려 주며 태연이가 웃는다.


“자자. 기운 내야지. 나도 이렇게 기운 내는데. 그렇지?”


미영이 고개를 들며 웃는다. 한 눈에 봐도 애써 웃는 것이 보인다. 눈은 반달 모양이지만 속엔 습기가 가득하다. 입 꼬리는 한껏 처진 것이 당장이라도 울 것만 같다.


“그래. 짠 하자.”


미영이 닭다리를 반대 손에 쥔 채로 맥주잔을 내민다. 주현이는 주량을 이미 넘긴 것 같았지만 같이 잔을 들었다.

탕! 하는 소리와 함께 잔이 부딪힌다. 늦을 세라 맥주를 목으로 넘긴다.

따끔한 느낌과 함께 맥주가 넘어간다. 이 맥주처럼 저 두 친구들도 슬픔을 넘겼으면 좋겠다. 적어도 태연이 앞에서는.


작가의말

연재는 연참이 제 맛. 외로운 연재 생활이네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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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D-11 13.09.10 210 5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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