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옥정 개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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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우
작품등록일 :
2019.02.0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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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07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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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2.0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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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화 과인을 용서해다오

DUMMY

옥정은 감정이 복받쳐 하염없이 눈물을 쏟았다.


"소녀, 전하께서 오시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사옵니다."


숙종은 눈에 뜨일 정도로 여윈 옥정의 얼굴을 보자 크게 탄식하였다.


"옥정아, 네가 고생이 많구나! 모든 것이 과인이 불민하고 무능하여 생긴 일이니, 참으로 미안하구나!"


"아니옵니다. 이 모든 것이 소녀가 부족하여 생긴 일이오니, 자책하지 마시옵소서."


"아니다, 너는 잘못이 없다. 어마마마께서 오해하신 듯 싶구나. 내, 반드시 어마마마를 설득하여 너를 부를 것이니, 조금만 기다리거라."


숙종은 어머니인 대비 김씨가 내쫓은 옥정을 독단으로 입궁시킬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옥정은 나약한 숙종의 모습에 낙담했지만, 한편으로는 숙종의 진심만 변치 않는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옥정은 애처로운 눈빛으로 숙종을 바라보았다.


"소녀, 비록 궁을 떠날지라도 소녀에 대한 전하의 진심만 확인할 수 있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겠나이다."


"너에 대한 과인의 마음이 어찌 변할 수 있겠느냐? 내, 반드시 어마마마를 설득하여 너를 다시 부르겠노라."


옥정이 구슬같은 눈물을 흘리며 울먹였다.


"소녀는 두렵사옵니다. 세월이 흘러 소녀의 미색이 지금 같지 아니하오면, 전하께서 소녀를 잊으실까 두렵사옵니다."


"옥정아, 세월이 아무리 흐른다 한들, 너의 미색이 지금 같지 아니하다 한들, 과인이 어찌 너를 잊을 수 있겠느냐? 내, 반드시 너를 부를 터이니, 심려치 말거라."


옥정은 눈물이 가득 고인 두눈으로 숙종을 바라보며 말했다.


"약조하여 주실 수 있사옵니까?"


"오냐, 내 약조하마. 과인이 살아있는 한 반드시 너를 부르겠노라."


"전하! 미천한 소녀를 아껴주시니, 성은이 망극하나이다."


숙종의 진심을 확인한 옥정은 감격에 겨워 눈물을 쏟았다.


숙종이 옥정의 손을 매만지다 손가락에 옥가락지가 없는 것이 보였다.


옥정이 궁에서 쫓겨날 때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나 의심이 든 숙종이 내관들을 살펴보니 초조한 얼굴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숙종은 수상한 생각이 들어 옥정에게 말했다.


"옥정아, 혹시라도 궁에서 나올 때 억울한 일을 당하였다면, 서슴치 말고 모두 과인에게 고하거라. 누구든 너에게 무례를 범하였다면, 결코 용서치 아니할 것이다."


순간 옥정의 눈이 박내관의 눈과 마주쳤다. 애원하는 눈빛이었다.


'대비마마의 명에 따른 내관들이 무슨 죄가 있겠는가? 차라리 좋게 아뢰어 내관들을 내 편으로 만들자.'


옥정은 두려워 떨고 있는 박내관을 힐끗 쳐다본 후에 말했다.


"그런 일은 결코 없었사옵니다. 전하께서 소녀를 총애하시온데, 누가 감히 소녀에게 무례를 범할 수 있겠사옵니까?"


"정말이냐?"


"그러하옵니다. 여기있는 내관들이 전하를 뵙고 떠나겠다는 소녀의 청을 들어주어 이곳에서 전하를 이렇게 뵈오니, 이들은 참으로 고마운 사람들이옵니다."


박내관을 비롯한 내관들은 대비의 명으로 옥정을 완력으로 가마에 태워 데려와 가슴을 졸이며 떨고 있었는데, 뜻밖에도 옥정이 자신들을 좋게 말하자 가슴을 쓸어내렸다.


숙종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박내관에게 말했다.


"박내관, 미안하구나! 과인은 그런 줄도 모르고...... 네게 화를 냈구나."


"전하, 아니옵니다. 소인이, 전하께 거짓을 고하였으니, 어찌 죄가 없겠사옵니까? 소인은 전하께서 하해 같은 은혜로 소인의 죄를 용서하여 주시옵기를 바랄 뿐이옵니다."


"너는 어마마마의 명에 따랐을 뿐인데, 어찌 너를 벌할 수 있겠느냐? 허나, 임금을 기만하는 것은 큰 죄이니, 앞으로는 과인에게 거짓을 고하지 말거라."


박내관은 무릎을 끓고 고개를 조아렸다.


"소인의 죄를 하해 같은 은혜로 용서하여 주시오니,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소인, 앞으로는 무슨 일이 있어도 전하께 진실만을 아뢰겠사옵니다."


숙종은 내관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그대들이 장상궁을 잘 모셨으니, 과인은 그대들에게 상을 줄 것이다. 장상궁은 과인이 총애하는 여인이니, 앞으로도 성심을 다해 장상궁을 모셔야 할 것이다."


"소인들의 신명을 바쳐 전하의 뜻을 따르겠사옵니다."


이때 한내관이 말을 타고 달려와 숙종에게 대비의 전갈을 아뢰었다.


"전하, 대비마마께서 전하를 찾으시옵니다."


"알겠다."


긴 한숨을 내쉰 숙종은 몹시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옥정에게 말했다.


"지금 어마마마를 뵈러 환궁해야 하니, 일단 사가로 돌아가 기다리고 있거라. 내, 반드시 어마마마를 설득하여 너를 부를 것이다."


"전하의 하해 같은 은혜에 백골이 난망하나이다."


"너에게 이런 시련을 주다니 면목이 없구나."


"전하......"


옥정은 목이 매어 말을 잇지 못했다.


이대로 떠나면 다시는 숙종을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가슴이 미어졌다.


숙종이 옥정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옥정아, 과인이 너를 부를 때까지 건강하게 잘 있거라."


"전하, 다시 뵙게 될 때까지 옥체 강녕히 보존하시옵소서."


숙종을 모시고 오라는 대비의 명을 받은 내관들이 가마를 진 채 숙종이 올라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가마에 올라탄 숙종은 애틋한 눈빛으로 옥정을 바라보다 가마가 떠나자 눈짓으로 인사를 대신하였다.


'옥정아, 기다리거라. 내가 살아있는 한, 반드시 너를 내 곁에 둘 것이다.'


옥정은 가마를 타고 떠나는 숙종을 향해 큰절을 올렸다.


숙종의 눈에서 눈물이 줄줄 흘러내렸다.


'옥정아, 너를 데리고 가지 못하는 못난 과인을 용서해다오. 과인은 차마 어마마마의 뜻을 거역할 수가 없구나! 허나, 반드시 어마마마를 설득하여 너를 다시 부를 터이니, 조금만 기다리거라.'


옥정은 눈물을 쏟으며 숙종의 가마가 시야에서 사라지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신첩, 기다릴 것이옵니다. 전하께서 신첩을 다시 불러 주시겠다는 약조를 믿고 기다리겠사옵니다.'


옥정은 숙종의 가마가 사라진 방향을 바라보다 갑자기 머리가 아찔하여 쓰러질 뻔 하였다.


온종일 아무 것도 먹지 않고 내관들과 실랑이까지 벌이느라 기진맥진하여 실신할 뻔 했던 것이다.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로 피곤하구나. 전하께서 나를 다시 부르시겠다고 약조하여 주셨으니, 이제 그만 사가로 돌아가자.'


불현듯 옥정은 아까 궁여지책으로 내던진 옥가락지가 떠올랐다.


옥정은 천연덕스럽게 옥가락지를 내던진 자리를 샅샅이 살펴보기 시작했다.


이미 위치를 확인해둔 터라 내관들이 미처 나서기도 전에 옥정이 옥가락지를 찾아냈다.


"옥가락지를 찾았으니, 이제 그만 떠나자."


내관들은 옥정이 쉽게 옥가락지를 찾아내자 미심쩍은 생각이 들었지만, 내색하지 않고 공손하게 인사를 올린 후 가마를 지고 옥정의 사가로 향했다.


가마를 타고 궁으로 돌아온 숙종은 대비 김씨를 설득할 방도를 궁리했다.


'옥정은 미색이 빼어날 뿐만 아니라 마음씨도 고운데, 어마마마께서는 어찌 옥정을 궁에서 내쫓으신 것일까? 어마마마께서 옥정을 오해하신 것이 아닐까? 여하튼 무슨 일이 있어도 어마마마를 설득해야 한다.'


효성이 지극한 숙종은 여지껏 대비가 한번 말하면 아무 말없이 따라왔지만, 옥정의 일만은 양보할 수 없었다.


숙종에게 옥정은 양귀비 같은 존재였다.


현종이 양귀비없이 살 수 없었던 것처럼 숙종도 옥정없이는 살 수 없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어마마마를 설득해야 한다. 어마마마께서 옥정을 다시 받아들여 주신다면, 어마마마께서 하시는 말씀이라면 무엇이든 다 들어 드릴 것이다.'


숙종은 대비가 원하는 것을 모두 들어주고 옥정을 다시 데려올 생각이었다.


'소자, 다른 것은 모두 어마마마의 뜻을 따를 수 있사오나, 옥정을 내치신 어마마마의 뜻만은 따를 수 없사옵나이다. 옥정을 다시 궁으로 데려올 수 있도록 윤허하여 주시옵소서. 소자는 옥정없이는 살 수 없사오니, 부디, 소자의 청을 들어주시옵소서!'


대비의 처소에 당도한 숙종은 대비에게 옥정을 궁에서 쫓아낸 연유부터 묻고 싶었지만, 대비의 심기를 건드릴까봐 인사부터 올렸다.


"어마마마, 소자를 찾으셨사옵니까?"


대비는 숙종이 궁에서 쫓겨난 옥정을 만나고 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모르는 척하였다.


"듣자니, 주상께서 환궁하신 후에 어디를 다녀오셨다고 들었는데, 대관절 어디를 다녀 오셨습니까?"


숙종은 작정을 하고 사실대로 말했다.


"소자, 실은 옥정을 만나고 왔사옵니다."


대비가 근엄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주상, 어찌 지존이신 주상께서 죄를 짓고 궁에서 쫒겨난 궁인으로 인하여 먼 발걸음을 하셨습니까? 주상께서 죄를 짖고 쫓겨난 궁인을 만나기 위해 궁을 떠나신 것은 어진 임금의 도리가 아닙니다."


옥정이 죄를 지어 쫓아냈다는 대비의 말에 숙종이 흥분하여 언성이 높아졌다.


"어마마마, 옥정이 무슨 죄를 지었길래 궁에서 쫓아내셨사옵니까?"


대비는 숙종이 흥분하자 내심 불쾌하여 고개를 돌린 채 말했다.


"내명부의 일은 이 어미의 소관이니, 주상께서 알바가 아닙니다."


궁인들이 속해있는 내명부는 본래 중전의 관할이지만, 인경왕후가 승하한 후 대비가 내명부를 관할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마마마, 옥정은 소자가 가장 총애하는 여인이온데, 어찌 소자가 알바 아니라고 말씀하실 수 있사옵니까? 소자, 옥정이 무슨 죄를 지어 궁에서 쫓겨났는지 알아야 되겠사오니, 말씀하여 주시옵소서."


"주상! 내명부의 일은 이 어미의 소관이거늘, 어찌 주상께서는 죄를 지어 쫓겨난 궁인의 일을 이 어미에게 묻는 것입니까?"


"어마마마, 소자에게 옥정은 누구보다도 소중한 존재이오니, 옥정이 무슨 연유로 궁에서 쫓겨났는지 알아야겠사옵니다."


대비가 옥정을 쫓아낸 것은 다른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옥정이 남인 편인 동평군과 조사석의 뒷배로 대왕대비전의 궁인이 된 사실을 꺼렸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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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33화 숙원이 된 옥정 22.12.03 51 1 11쪽
32 32화 오해 22.12.03 49 1 11쪽
31 31화 우연의 일치 22.12.03 48 0 10쪽
30 30화 인현왕후에게 현신을 올린 옥정 22.12.03 70 0 10쪽
29 29화 재입궁 22.12.03 79 1 10쪽
28 28화 과인을 기다리지 말거라! 22.12.03 55 0 11쪽
27 27화 물벌을 받고 쓰러진 대비 22.12.02 58 0 10쪽
26 26화 태자방을 부른 대비 22.12.02 50 0 11쪽
25 25화 잠행 22.12.02 50 0 10쪽
24 24화 어머님, 숙정을 첩실로 받아들이소서 22.12.02 58 0 11쪽
23 23화 희롱당하는 숙정을 구하기 위해 나선 희재 22.12.02 72 0 11쪽
22 22화 임술년 반정 회갑연 22.12.02 77 0 10쪽
21 21화 장희재를 포도부장에 임명하다 22.12.02 62 1 11쪽
20 20화 허울 뿐인 중전의 자리 22.12.02 64 0 10쪽
19 19화 숙종의 근심 22.12.02 52 0 11쪽
18 18화 가례식 22.12.02 58 0 11쪽
17 17화 옥정을 찾아온 대왕대비 22.12.02 51 1 11쪽
16 16화 복순을 데려가기로 결심하다 22.12.02 59 0 10쪽
15 15화 중전에 간택되다 22.12.02 63 0 11쪽
14 14화 민유중의 여식 인현 22.12.01 60 0 11쪽
13 13화 희망이 솟구치다 22.12.01 62 0 11쪽
» 12화 과인을 용서해다오 22.12.01 68 1 10쪽
11 11화 궁에 당도한 숙종 22.12.01 62 1 10쪽
10 10화 궁밖으로 쫓겨나다 22.12.01 75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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