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옥정 개정판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로맨스

조정우
작품등록일 :
2019.02.01 10:00
최근연재일 :
2023.01.07 13:00
연재수 :
69 회
조회수 :
6,912
추천수 :
37
글자수 :
322,225

작성
22.12.03 14:00
조회
48
추천
1
글자
11쪽

32화 오해

DUMMY

'전하께서 하루도 거르지 않고 나를 찾아와 날이 새도록 계시니, 내 몸이 감당하지 못하겠구나! 게다가 오늘따라 어지럼증이 심하니 전하께서 오시면 적당히 둘러대야겠구나!'


실로 꿈에 그리던 옥정을 다시 곁에 두게 된 숙종은 하루가 멀다하고 옥정의 처소를 찾아 날이 새도록 시간을 보냈다.


한순간 한순간이 더할 나위없이 행복하여 한시라도 옥정의 곁을 떠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공무를 볼 때를 제외하곤 온종일 옥정과 함께 보내도 오히려 시간이 부족할 지경이었다.


온통 옥정 생각 뿐인 숙종은 공무를 보다가도 불쑥 옥정의 처소를 찾아가는 일이 점점 잦아졌다.


밤낮 가리지 않고 시침을 드는 것은 물론 거문고 연주에 가무까지 해가며 숙종을 모신 옥정은 날이 갈수록 체력이 바닥나 마침내 어지럼증이 생기고 말았다.


이런 줄도 모르고 숙종이 옥정의 처소를 날마다 찾아오니 옥정은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지만, 숙종의 발걸음이 인현왕후의 처소로 옮겨질까봐 차마 어지럼증이 생겼음을 말할 수도 없었다.


옥정은 이날따라 심한 어지럼증이 생겨 자리에 누워 있었는데, 이때 숙종이 들어와 옥정을 일으킨 후 껴안았다.


옥정은 어지럼증으로 구토가 날 지경이라 숙종의 품에서 몸을 빼낸 후 공손히 말했다.


"전하, 백주대낮에 궁인을 찾는 것은 임금의 도리가 아니오니, 이만 돌아가소서."


"네가 보고 싶어 왔거늘 어찌 그러는 것이냐? 그러지 말고 이리 오너라."


옥정은 자신을 다시 껴안으려 하는 숙종을 밀치고 나서 밖으로 달아났다.


어지럼증이 심하여 돌발적으로 벌인 일이었다.


창졸간에 벌어진 일이라 숙종은 어이없는 표정으로 따라나와 내전으로 내달리는 옥정의 뒷모습을 망연히 바라보았다.


옥정은 인현왕후의 처소로 뛰어들어갔다.


인자하고 현숙한 인현왕후라면 몸이 아픈 자신을 도와주리라 믿었기 때문이었다.


이때 책을 읽고 있던 인현왕후는 난데없이 처소로 뛰어 들어온 옥정을 보자 어이가 없어 말문이 막혔다.


최고상궁인 조상궁이 옥정에게 호통쳤다.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경망스럽게 뛰어다니는 것이냐?"


옥정이 숨을 헐떡거리며 인현왕후에게 간청하였다.


"중전마마, 제발 소녀를 살려주시옵소서."


당황한 나머지 두서없이 말문을 연 옥정에게 인현왕후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살려달라? 대관절 무슨 일인데 그러는 것이냐?"


옥정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차분한 어조로 말했다.


"소녀, 오늘따라 몸이 몹시 불편하온데, 소녀의 처소를 찾아온 전하께 무어라 말씀드릴지 모르겠사옵니다. 부디 중전마마께서 전하께 잘 말씀드려 주시옵소서."


옥정이 자신을 희롱하는 줄로 오해한 인현왕후는 참담한 심정이었지만, 안색조차 변하지 않은 채 옥정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조상궁이 격노하여 옥정을 꾸짖었다.


"감히 중전마마께 그 무슨 해괴한 짓꺼리를 하는게냐? 어서 썩 물러나지 못할까?"


인현왕후가 조상궁에게 조용하라 손짓한 후 위엄서린 목소리로 옥정에게 말했다.


"너는 전하를 모시는 궁인이거늘 어찌 감히 전교를 받들지 아니할 수 있단 말이냐? 어서 돌아가 전교를 받들거라."


"소녀, 중전마마의 지엄하신 명을 따르겠사옵니다."


인현왕후의 처소를 나서는 옥정의 발걸음이 한없이 무거웠다.


'중전마마께서 내 뜻을 곡해하신 듯 하니, 이제 어찌하면 좋을까? 차라리 전하께 사실대로 말씀드릴 것을 그랬구나.'


옥정의 발걸음이 멀어지자, 복순이 눈물을 흘리며 인현왕후에게 말했다.


"중전마마, 장씨는 중전마마의 하해같은 은혜로 입궁하였사온데, 금수의 마음을 가지지 않았다면 어찌 감히 중전마마께 이럴 수 있사옵니까? 저토록 무례한데도 어찌 벌하지 않으시고 그냥 보내셨나이까?"


인현왕후가 담담하게 말했다.


"몸이 불편하다 하질 않았느냐? 내 피로하여 쉬고 싶으니, 모두 이만 물러가 보거라."


궁인들이 모두 물러가자 인현왕후가 긴 한숨을 내쉬었다.


'옥정이 몸이 아프다는 것은 핑계일 뿐 실상은 내 기색을 살피러 온 것이 아니겠는가. 대비마마께서 내게 옥정을 입궁시키지 말라 신신당부를 하셨거늘 스스로 화를 자초한 것이 아닐까.'


옥정이 처소로 돌아가니, 아직도 숙종이 우두커니 서서 옥정을 기다리고 있었다.


옥정에게 무안을 당한 숙종이 의아한 얼굴로 무겁게 입을 열었다.


"어찌 그런 것이냐?"


옥정이 무릎을 꿇으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실은 소녀, 오늘따라 몸이 불편한 지라...... 소녀가 궁중의 법도를 어겨 전하께 누를 끼쳤사오니, 소녀를 벌하여 주시옵소서."


기분이 언짢았던 숙종은 몸이 불편하다는 옥정의 말에 오히려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옥정을 일으켜 세웠다.


"과인이 미처 너의 건강을 살피지 못한 것을, 어찌 너의 잘못이겠느냐? 참으로 미안하구나."


옥정의 병은 여섯 해를 궁밖에서 보내면서 생긴 울화병에 빈혈이 더한 것으로 날이 갈수록 병세가 악화되었지만, 옥정은 숙종의 발걸음이 하루라도 끊길까봐 어지럼증을 감추다가 결국 자리에 몸져 눕고 말았다.


숙종이 옥정을 걱정한 나머지 날마다 처소를 찾아와 간병을 하니, 인현왕후는 숙종의 건강이 상할까봐 근심하기 시작했다.


삼년상을 지내느라 자신 역시 건강이 상한 인현왕후로서는 걱정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옥정도 나도 건강이 좋지 못하니, 건강한 후궁을 들여 전하를 모시고 나라의 종사를 잇게 하는 것이 마땅하지 않겠는가.'


이후 달포가 지나도록 옥정의 병세에 차도를 보이지 않자, 마침내 후궁을 들이기로 결단을 내린 인현왕후가 대왕대비를 찾아가 아뢰었다.


"대왕대비마마, 소첩이 박덕하여 자식을 생산하지 못하오니, 종사가 염려되지 않을 수 없사옵니다. 옥정도 소첩도 몸이 약하여 당분간 전하를 잘 모시기 어려울 듯하오니, 현숙하고 덕이 높은 여인을 후궁으로 간택하여 종사를 잇게 하는 것이 마땅할 듯하옵니다."


인현왕후가 이러한 결단을 내린 이유는 옥정에 대한 질투심이라기 보다는 인조의 서자로 조귀인의 혈육인 숭선군 동평군 이외엔 마땅한 후사가 없는 왕실에 대한 걱정 때문이었다.


김좌점의 난에 연루되어 서인들의 핍박을 받은 바 있는 숭선군이나 그의 아들 동평군이 왕위에 오른다면 서인들이 장악한 조정에 피바람이 몰아치리라는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었다.


그렇다고 서인들이 대안으로 지목하고 있는 소현세자의 손자 임창군이나 임성군이 왕위에 오른다해도 소현세자와 세자비 강빈의 억울한 죽음으로 말미암아 한차례 피바람이 몰아칠 것이 자명한 터라, 인현왕후의 마음을 압박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왕실의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대왕대비가 길게 한숨을 내쉰 후 고개를 끄덕였다.


"중전께서 그리 생각하신다면, 내 중전의 뜻을 따를 터이니, 뜻대로 하시오."


대왕대비가 동의하자, 인현왕후는 숙종을 찾아가 절절히 말했다.


"전하, 신첩이 박덕하여 왕자를 생산하지 못하고 있사오니, 엎드려 바라건대 현숙하고 덕이 높은 여인을 후궁으로 간택하여 종사를 잇게 하소서."


숙종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중전께서는 아직 한창이신데, 어찌 그리 말씀하시오. 옥정도 있고, 중전께서도 계시니, 지금 당장 후궁을 들여야 할 필요는 없을 것이오."


옥정을 통해 후사를 잇기를 소망하는 숙종의 입에서 은연 중에 인현왕후보다 옥정이 먼저 나오고 만 것이었다.


인현왕후는 마음이 쓰라려 눈물이 쏟아질 것만 같았지만, 애써 참으며 간곡히 청했다.


"신첩이 곤위에 오른지 여섯 해가 지났사오나, 아직 자식을 생산하지 못하여 종사를 잇지 못하고 있사오니, 어찌 종사를 잇는 일을 소흘히 할 수 있겠사옵니까? 부디, 신첩의 청을 물리치지 마시옵소서."


말을 마친 인현왕후의 눈에 이슬같은 눈물이 맺혔다.


숙종은 자신의 오랜 숙원이었던 옥정의 재입궁을 윤허한 인현왕후의 간곡한 청을 물리칠 수 없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정녕 그것이 중전의 뜻이라면, 중전의 뜻대로 하시오."


숙종의 허락을 받은 인현왕후는 후궁을 간택할 것을 명하는 언문교지를 내렸다.


숙종의 총애를 독차지하고 있던 옥정으로서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자리에 누워 있던 옥정은 이 소식을 듣자 벌떡 일어나 온몸을 부르르 떨며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뭐라? 후궁을 들여? 아니 된다. 절대 아니된다."


옥정은 마음 같아서는 당장 숙종을 찾아가 후궁 간택령을 철회해 달라 청하고 싶었지만, 이미 인현왕후의 교지가 내려진 터라 발만 동동 구를 수 밖에 없었다. 옥정은 숙종이 자신의 처소를 찾아오자 불편한 심기를 감추고 말했다.


"전하, 소녀, 중전마마께서 후궁을 들이신다 들었사옵니다. 참말이옵니까?"


"참으로 미안하구나! 중전의 간곡한 청을 거절할 수 없어 그리 된 것이니 양해하여 다오."


옥정은 곰곰히 생각했다.


'이미 후궁 간택령이 내려졌으니 아무리 전하께 아뢰어도 철회하시지는 아니하실 것이다. 허니, 이 참에 나도 후궁 첩지나 받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옥정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전하, 하오면 소녀에게도 후궁의 첩지를 내려주시옵소서."


숙종은 잠시 생각한 후에 고개를 끄덕였다.


"내 조만간 너에게도 후궁의 첩지를 내려 주겠다. 그리하면 되겠느냐?"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옥정은 인현왕후를 향해 다짐하고 있었다.


'중전마마께서 어여쁜 후궁을 간택하여 전하로부터 소녀를 멀어지게 하시려는 듯하오나, 결코 중전마마의 뜻대로 되도록 좌시하지 아니할 것이옵니다. 두고 보소서!'


옥정은 자신이 병이 난 와중에 대왕대비와 숙종을 설득하여 후궁 간택령을 내린 인현왕후의 뜻을 오해하고 말았던 것이다.


이로서 훗날 희빈이 되는 옥정과 인현왕후는 돌이킬 수 없는 악연의 시발점이 초래되고 만 것이다.


다음날, 명안공주가 내전을 찾아와 인현왕후에게 후궁 간택령을 철회할 것을 간곡히 청했다.


"중전마마, 아직 중전마마의 춘추가 정정하시온데, 어찌 후궁을 뽑아 번거롭게 하시려는 것이옵니까? 만약 후궁이 자식을 낳아 세자에 책봉된다면, 중전마마의 입지가 흔들릴 수 있사오니, 엎드려 바라건대, 후궁 간택령을 철회하여 주시옵소서."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장옥정 개정판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9 39화 살수를 고용해 이동현을 도모하거라 22.12.03 45 1 11쪽
38 38화 욕심이 지나치면 화를 부르기 마련 22.12.03 47 0 11쪽
37 37화 조대감께서 어찌 이러실 수 있단 말인가! 22.12.03 44 0 10쪽
36 36화 소첩 태기가 있는 듯 하옵니다 22.12.03 48 1 11쪽
35 35화 자네 뜻대로 하게나 22.12.03 45 0 11쪽
34 34화 소문 22.12.03 44 0 11쪽
33 33화 숙원이 된 옥정 22.12.03 50 1 11쪽
» 32화 오해 22.12.03 49 1 11쪽
31 31화 우연의 일치 22.12.03 48 0 10쪽
30 30화 인현왕후에게 현신을 올린 옥정 22.12.03 70 0 10쪽
29 29화 재입궁 22.12.03 79 1 10쪽
28 28화 과인을 기다리지 말거라! 22.12.03 55 0 11쪽
27 27화 물벌을 받고 쓰러진 대비 22.12.02 57 0 10쪽
26 26화 태자방을 부른 대비 22.12.02 50 0 11쪽
25 25화 잠행 22.12.02 50 0 10쪽
24 24화 어머님, 숙정을 첩실로 받아들이소서 22.12.02 58 0 11쪽
23 23화 희롱당하는 숙정을 구하기 위해 나선 희재 22.12.02 72 0 11쪽
22 22화 임술년 반정 회갑연 22.12.02 76 0 10쪽
21 21화 장희재를 포도부장에 임명하다 22.12.02 62 1 11쪽
20 20화 허울 뿐인 중전의 자리 22.12.02 64 0 10쪽
19 19화 숙종의 근심 22.12.02 52 0 11쪽
18 18화 가례식 22.12.02 58 0 11쪽
17 17화 옥정을 찾아온 대왕대비 22.12.02 50 1 11쪽
16 16화 복순을 데려가기로 결심하다 22.12.02 59 0 10쪽
15 15화 중전에 간택되다 22.12.02 62 0 11쪽
14 14화 민유중의 여식 인현 22.12.01 60 0 11쪽
13 13화 희망이 솟구치다 22.12.01 62 0 11쪽
12 12화 과인을 용서해다오 22.12.01 67 1 10쪽
11 11화 궁에 당도한 숙종 22.12.01 62 1 10쪽
10 10화 궁밖으로 쫓겨나다 22.12.01 75 1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