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옥정 개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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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우
작품등록일 :
2019.02.0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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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07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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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2.02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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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화 희롱당하는 숙정을 구하기 위해 나선 희재

DUMMY

"복순아, 나 또한 너처럼 중전마마를 곁에서 모실 수 있다면 여한이 없을 것이다. 허니 네가 중전마마께 잘 말씀드려다오."


월매 옆에서 훌쩍이며 울던 향춘이었다.


월매와 향춘이외에도 금순, 춘화, 복희, 모두 일심동체였다.


이들은 평생 독수공방하더라도 소싯적부터 모셨던 인현왕후의 곁을 지키고 싶었던 것이다.


복순이 긴 한숨을 내쉬었다.


"너희들, 한번 궁인이 되면 절대 궁을 나갈 수 없다는 것을 모르느냐? 나중에 후회해도 나갈 수 없단 말이다."


월매가 고개를 흔들며 단호하게 말했다.


"나는 절대 후회 따위는 하지 않을 터이니, 네가 중전마마께 잘 말씀드려다오."


향춘이 복순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물고기가 물을 떠나 살 수 없듯이 우리는 중전마마를 떠나서는 하루도 살 수 없는 사람들이다. 허니, 네가 중전마마께 내 말을 전해다오."


아무리 말해도 하녀들의 입궁을 막을 수 없다는 생각에 복순이 길게 한숨을 쉬었다.


"정녕 그것이 너희들의 뜻이라면, 중전마마께 말씀드리겠다. 허나 너희들 모두 마님의 하해와 같은 은혜를 입었으니, 먼저 마님의 허락을 받아야 되지 않겠느냐?"


"네 말이 맞다. 우리는 마님께 허락받으러 갈테니 너는 그동안 우리들 방에 들어가서 쉬고 있거라."


"아니다. 나도 너희들을 따라 가겠다. 너희들의 결심이 정 그렇다면 나 또한 너희들의 입궁을 도울 것이다."


"복순아, 참으로 고맙구나."


"우리 사이에 고맙다는 말이 무슨 필요가 있느냐? 우리는 가족이 아니더냐?"


자신들을 혈육처럼 보살폈던 옛주인을 다시 모시고 싶은 그들의 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복순이었기에 한시라도 빨리 그들이 입궁할 수 있도록 돕고 싶었다.


"마님, 저희들이 입궁하여 중전마마를 섬기도록 윤허하여 주소서."


월매, 향춘, 금순, 춘화, 복희 모두 5명이 조씨에게 입궁을 허락해 줄 것을 청했다.


조씨는 하녀들이 입궁하면 인현왕후의 궁생활이 덜 외로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하녀들이 걱정이 되어 한숨을 지었다.


복순을 입궁시킨 일이 마음에 걸렸던 조씨는 다른 하녀들마저 입궁하겠다고 나서자 걱정되지 않을 수 없었다.


"중전마마를 생각하는 너희들의 마음이 참으로 갸륵하다만, 궁인이 되면 전하의 승은을 입지 못하면 평생을 홀로 살아야 할 터이니, 잘 생각해보고 결정하거라."


향춘이 조씨에게 다가가 고개를 조아리며 간절하게 말했다.


"마님, 소녀들은 모두 중전마마를 곁에서 모실 수만 있다면 여한이 없을 것이옵니다. 청컨대 소녀들의 입궁을 허락해 주시옵소서."


조씨는 충심어린 하녀들의 뜻을 꺾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녕 그것이 너희들의 뜻이라면 중전마마께 여쭈어 보겠다. 복순아, 수고스럽겠지만, 이 일은 네가 해주어야 될 것 같구나. 오늘은 여기서 쉬고 내일 중전마마께 말씀드리거라."


"아니옵니다. 소녀 지금 가겠사옵니다. 이렇게 중대한 일을 두고 어찌 마음 편히 쉴 수 있겠사옵니까? 지금 당장 궁으로 돌아가 중전마마께 말씀드리겠사옵니다."


"허면 네가 수고해다오."


한때 혈육같은 정을 나누었던 본가의 하녀들이 입궁하기를 청했다는 복순의 말에 인현왕후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한번 입궁하면 다시 나갈 수 없거늘, 어찌 다들 하나같이 궁인이 되겠다고 하는 것이냐?"


"중전마마께서도 그들의 마음을 잘 아시지 않사옵니까? 그들은 중전마마를 가까이서 모실 수만 있다면 여한이 없을 것이옵니다."


여인으로서의 삶을 포기하면서까지 자신을 모시려는 하녀들의 충정심에 인현왕후의 가슴이 아려왔다.


긴 한숨을 내쉰 후 상념에 잠겨 침묵하던 인현왕후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정녕 그것이 그들의 뜻이라면 내 막지 않겠으나, 한번 입궁하면 다시는 나갈 수 없으니, 좀 더 생각해 본 후에 결정하라 전하거라."


"그들은 모두 중전마마를 가까이서 모시는 것이 소원이라고 하오니 나중에 결정한다고 해도 마찬가지일 것이옵니다. 하오니 지금 입궁을 윤허하여 주시는 것이 좋을 듯하옵니다."


복순의 말에 인현왕후는 하녀들이 본가에 남아 마음고생이 심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녀들이 얼마나 지극한 정성으로 자신을 모셔왔던가.


인현왕후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향춘이, 월매, 금순이, 복희, 춘화, 모두에게 입궁을 윤허한다 전하거라."


인현왕후가 입궁을 윤허하자 복순은 궁생활이 외롭지 않을 것 같아 기쁘면서도 한편으로는 하녀들이 후회하지 않을까 걱정되었다.


'그간 궁생활이 참으로 적적하였는데 본가의 친구들이 오면 이제는 외롭지 않을 터, 허나 어찌 이리도 마음이 무거워지는걸까? 나중에 그들이 입궁한 것을 후회하지 않을까?'


"얘들아! 중전마마께서 너희들의 입궁을 허락하셨다!"


본가로 돌아온 복순이 인현왕후의 윤허를 전하자, 월매, 향춘, 금순, 춘화, 복희 모두 장원급제라도 한 것처럼 뛸듯이 기뻐했다.


"와! 우리도 이제 곧 중전마마를 모실 수 있겠구나!"


계해년(1683년) 3월 13일, 정명공주의 집에서 임술년 반정의 회갑 축하연이 열리고 있었다.


정명공주는 선조의 장녀로 여든한살의 고령임에도 아직 정정하였는데, 60년 전 광해군의 의심을 사 궁궐의 한구석에 감금당했던 자신을 해방시켰던 임술년 반정을 기념하고자 사재를 출연하여 축하연을 연 것이다.


대소신료는 물론 숙종의 종친들을 비롯해 숙종과 인현왕후, 대비와 대왕대비도 왕림하여 조정과 왕실 사람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이니, 축하연은 그야말로 대성황을 이루고 있었다.


갈수록 늘어나는 하객들로 일손이 부족해지자, 정명공주는 수백의 시녀들을 보유한 숭선군의 부인 신씨에게 사람을 보내 도움을 청했다.


"축하연에 일손이 부족하니 시녀들을 보내달라는 공주마마의 청이 계셨나이다."


순간 신씨의 뇌리에 눈에 가시같은 숙정이 떠올랐다.


기녀 출신인 숙정이 유력한 왕위후계자인 자신의 아들 동평군의 첩실이 되고자 시녀로 들어온 것이 몹시 못마땅했던 것이다.


혹여라도 동평군이 자신의 뜻을 거역하고 숙정을 첩실로 들인다면, 나쁜 소문이 돌아 유력한 왕위계승자의 자리를 잃을까 근심하고 있던 신씨는 이 참에 숙정을 쫓아낼 생각이었다.


신씨가 시녀장을 불러 명했다.


"지금 당장 숙정을 부르거라."


그 시각 숙정은 옥정과 축하연에 왕림한 숙종의 동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전하께서 아직 축하연을 떠나지 아니하셨단 말인가?"


"현재까지는 떠나지 아니하셨다 하더이다."


옥정은 혹시라도 숙종이 이곳으로 올지 모른다는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이때 시녀 하나가 문밖에서 인기척을 내며 말했다.


"상궁마마, 마님께서 숙정 아씨를 부르시옵니다."


동평군의 분부로 시녀들은 숙정을 아씨라 부르며 상전으로 모시고 있었던 것이다.


대관절 무슨 영문일까 의아해하는 숙정에게 옥정이 눈짓하며 말했다.


"이만 나가보거라."


난데없이 신씨의 부름을 받은 숙정은 왠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동평군의 첩실이 되고자 시녀로 들어온 자신을 기녀 출신이라 괄시하여 평소에 눈조차 마주치지 않았던 신씨가 좋은 일로 불렀을 리가 만무할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신씨가 고개를 숙인 채 나타난 숙정에게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정명공주께서 일손이 부족하다 하시어 우리 집 시녀들을 보냈으니, 너도 가서 거들거라. 축하연이 끝날 때까지 절대 돌아오면 아니되느니라."


신씨는 숙정이 자신의 집에서 제발로 나가도록 만들려고 축하연에서 하객들의 시중을 들게 하여 망신을 줄 생각이었던 것이다.


숙정이 비록 시녀로 기거하고 있어도 동평군의 총애를 받아 시종들과 시녀들이 숙정을 아씨라 부르며 깍듯이 대해왔는데, 축하연 하객들의 시중을 드는 것은 굴욕이 아닐 수 없었다.


숙정은 당황했지만 신씨의 명을 거역할 수 없었다.


이때 이미 숙종은 인현왕후, 대비, 대왕대비와 함께 축하연의 자리를 떠나 환궁했다.


이번 기회에 숙종을 먼 발치에서라도 볼까 했던 옥정의 기대와는 달리 숙종은 실로 오랜만에 나선 나들이에서 대비의 심려를 끼칠까봐 옥정을 만나기를 포기했던 것이다.


숙정은 수년 전부터 장안 최고의 기생이라 소문이 자자할 정도로 미색이 빼어나게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비단옷을 곱게 차려입고 축하연장에 나타난 숙정의 자태가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다워 하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숙정이 기생 출신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대신 이동현이 숙정을 가리키며 말했다.


"내 너의 가무가 빼어나다고 들었는데, 때마침 여기 조정의 대신들이 계시니, 한번 너의 가무 솜씨를 보여주는 것이 어떻겠느냐?"


숙정이 정색하며 말했다.


"소녀, 이제 기녀가 아니라 동평대군의 시녀이온데, 어찌 가무를 하라 하시옵니까?"


이동현은 막무가내였다.


"내가 대군께 잘 말씀드릴 터이니 아무 걱정말고 가무를 해보거라. 허면 내 너에게 큰 상을 주겠다."


여기저기서 숙정에게 가무를 요구하니 갑자기 연회장이 떠들썩해졌다.


연회장이 소란스러워진 가운데, 이동현이 조롱하는 말투로 숙정에게 말했다.


"네가 가무를 잘한다면 여기 계신 대신들 중 한분이 너를 어여삐 여겨 첩실로 데려갈지도 모르지 않느냐?"


숙정은 더이상 모욕을 참을 수 없어 얼굴을 붉히며 절규하듯 외쳤다.


"소녀는 기녀가 아니란 말이오!"


이때였다. 포도청의 관복을 입은 사내 하나가 성큼성큼 걸어오더니, 격분한 얼굴로 좌중을 둘러보며 우뢰 같은 목소리로 꾸짖었다.


"백주 대낮에 대체 이게 무슨 짓이오?"


옥정의 오라버니 희재였다.


한성의 포도부장으로 연회장 입구를 호위하던 희재는 자신이 연정을 품고 있던 숙정이 동평군의 시녀들과 섞여 연회장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자, 걱정된 나머지 발만 동동구르다가 동평군의 시녀로부터 숙정이 하객들에게 희롱당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 한달음에 달려온 것이다.


희재가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호통쳤다.


"글 꾀나 읽었다는 양반들이 백주 대낮에 여인을 희롱하다니, 부끄럽지도 않소?"


희재의 추상같은 호통에 숙정을 희롱하던 대신들은 꿀먹은 벙어리처럼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희재가 숙종의 총애를 한몸에 받고 있는 옥정의 오라비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그 위세가 하늘을 찌를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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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35화 자네 뜻대로 하게나 22.12.03 45 0 11쪽
34 34화 소문 22.12.03 44 0 11쪽
33 33화 숙원이 된 옥정 22.12.03 51 1 11쪽
32 32화 오해 22.12.03 49 1 11쪽
31 31화 우연의 일치 22.12.03 48 0 10쪽
30 30화 인현왕후에게 현신을 올린 옥정 22.12.03 70 0 10쪽
29 29화 재입궁 22.12.03 79 1 10쪽
28 28화 과인을 기다리지 말거라! 22.12.03 55 0 11쪽
27 27화 물벌을 받고 쓰러진 대비 22.12.02 58 0 10쪽
26 26화 태자방을 부른 대비 22.12.02 50 0 11쪽
25 25화 잠행 22.12.02 50 0 10쪽
24 24화 어머님, 숙정을 첩실로 받아들이소서 22.12.02 58 0 11쪽
» 23화 희롱당하는 숙정을 구하기 위해 나선 희재 22.12.02 73 0 11쪽
22 22화 임술년 반정 회갑연 22.12.02 77 0 10쪽
21 21화 장희재를 포도부장에 임명하다 22.12.02 62 1 11쪽
20 20화 허울 뿐인 중전의 자리 22.12.02 64 0 10쪽
19 19화 숙종의 근심 22.12.02 52 0 11쪽
18 18화 가례식 22.12.02 58 0 11쪽
17 17화 옥정을 찾아온 대왕대비 22.12.02 51 1 11쪽
16 16화 복순을 데려가기로 결심하다 22.12.02 59 0 10쪽
15 15화 중전에 간택되다 22.12.02 63 0 11쪽
14 14화 민유중의 여식 인현 22.12.01 60 0 11쪽
13 13화 희망이 솟구치다 22.12.01 62 0 11쪽
12 12화 과인을 용서해다오 22.12.01 68 1 10쪽
11 11화 궁에 당도한 숙종 22.12.01 62 1 10쪽
10 10화 궁밖으로 쫓겨나다 22.12.01 75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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