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옥정 개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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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우
작품등록일 :
2019.02.01 10:00
최근연재일 :
2023.01.07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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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2.0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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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화 어머님, 숙정을 첩실로 받아들이소서

DUMMY

2년 전, 희재는 옥정에게 연통을 넣으러 동평군의 집을 방문했다가 숙정을 처음 본 순간부터 한눈에 반해 마음을 송두리채 사로잡혔다.


당시 희재가 옥정을 통해 숙정에게 자신의 진심을 전했으나, 숙정의 마음에는 오로지 동평군 뿐이라 희재를 받아주지 못했던 것이다.


그후 희재는 윤씨의 성화를 못이겨 양반 가문 김덕립의 여식 자근아기를 정실로 맞아들였으나, 여지껏 숙정을 잊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숙정은 자신을 위해 나서준 희재가 한없이 고마웠지만, 한편으론 자신과 희재가 정인 사이라는 허황된 소문이 날까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혹여라도 항간에 요상한 소문이 떠돌아 지탄을 받는다면, 동평군의 버림을 받아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숙정이 희재에게 감격에 겨운 목소리로 말했다.


"소녀는 괜찮사오니, 포도부장 대인께서는 소녀의 일에 관여하지 마소서."


희재는 좌중을 노려본 후 숙정에게 말했다.


"나를 따라오시오."


숙정은 말없이 희재를 따라 연회장을 떠났다.


희재가 뒤쫓아오는 숙정을 힐끗 쳐다보면, 숙정은 부끄러워 고개를 숙이며 걸어갔다.


여러 하객들에게 기녀라 희롱받은 것이 마치 죄라도 지은 듯이 민망하여 고개가 절로 숙여졌던 것이다.


숙정이 앞장서 가는 희재를 따라가다 보니, 어느새 정명공주의 집 대문에 이르렀다.


숙정이 두 손을 모아 인사했다.


"장대인께서는 이만 가보소서. 소녀는 일행들이 있는 연회장으로 돌아가겠사옵니다."


희재가 따라오라며 손짓을 했다.


"아무 말 말고 따라오시오."


숙정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소녀는 마님의 명에 따라야 하오니, 연회가 끝나기 전까지는 떠날 수 없사옵니다."


희재는 무언가 작심한 듯 결연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지금 당장 동평대군을 뵙고 그대를 내게 달라 청할 것이오. 허니 나를 따라오시오."


난데없는 희재의 말에 화들짝 놀란 숙정이 두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물었다.


"장대인, 그게 대체 무슨 소리입니까?"


희재가 그윽한 눈빛으로 숙정을 바라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모르시겠소? 나 장희재는 숙정 그대를 진심으로 사랑하오. 그대와 함께 백년해로를 하고 싶단 말이오."


갑작스러운 희재의 청혼에 숙정은 당황해 어찌할 바를 몰랐다.


"장대인께서...... 어찌......"


숙정은 목이 메었다.


희재가 자신을 연모하고 있다는 사실을 안 지도 어연 2년이 지났건만, 새삼스럽게 받은 희재의 청혼에 마음이 요동치고 있었던 것이다.


그동안 동평군 어머니 신씨에게 천대를 받으면서도 동평군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해 희재를 외면해 왔지만, 연회장에서 자신을 위해 나섰던 희재의 위풍당당한 모습이 떠오르자 순식간에 마음이 기울어졌다.


"하오나...... 장대인의 어머님께서 기생 출신인 나를 받아주겠사옵니까?"


숙정의 눈가에 이슬같은 눈물이 맺혔다.


서러움의 눈물이었다.


천인으로 태어나 기생이 되어 천대받던 지난 시절의 기억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사실, 동평군에게 미련을 버리지 못한 것도 자식이라도 왕족으로 대접받아 천대받고 살아온 자신의 한을 풀어주기를 바라는 심정 때문이었다.


하지만, 희재의 불길처럼 활활 타오르는 사랑에 숙정의 마음도 타오르자, 사랑 이외에 모든 바램이 부질없는 꿈처럼 느껴졌다.


애틋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며 눈물짓는 숙정을 보자, 희재는 숙정의 마음이 자신에게 기울어졌음을 깨닫고 몹시 기뻐하며 말했다.


"나 장희재는 한번 마음 먹은 일은 뭐든 해내는 사람이오. 허니, 걱정하지 말고 나를 따라오시오. 오늘 당장 동평군과 어머님의 허락을 받아내고야 말겠소."


희재가 손짓하며 앞장서 걸어가자 숙정은 말없이 희재를 따라갔다.


숙정을 데리고 숭선군의 집에 당도한 희재는 옥정에게 도움을 청할 생각이었지만, 옥정은 사가로 떠나고 없었다.


숙정이 희재에게 말했다.


"아무래도 장상궁마마를 모셔와 동평군께 부탁하는 것이 좋을 듯하옵니다."


숙정은 자칫 희재가 동평군의 노여움을 살까 걱정되었다.


자존심 강한 동평군이 아무리 화가 난들 임금의 총애를 한몸에 받고 있는 옥정을 어쩌지는 못할 것이었다.


"아니오. 내가 직접 동평대군께 청하겠소."


희재는 동평군의 처소를 찾아가 위풍당당하게 말했다.


"대감, 소인, 오래전부터 숙정을 연모해 왔사옵니다. 대감께서 숙정을 소인에게 주시오면, 기필코 결초보은하겠사옵니다."


숙종이 대왕대비와 대비를 모시고 중전과 함께 연회장을 떠날 때 집으로 돌아온 동평군은 시녀로부터 숙정이 희재를 따라 정명공주의 집을 떠났다는 소식을 듣고 조만간 희재가 자신을 찾아오리라 짐작하고 있었다.


"숙정의 뜻도 자네와 같단 말인가?"


"아뢰옵기 송구하오나, 그러하옵니다."


동평군은 말이 없었다.


옥정을 놓친 동평군으로서는 숙정마저 잃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상황이 이렇게 되고 보니 숙정을 보낼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옥정이 찾아와 숙정을 희재에게 보내달라 청한다면 거절하기 힘들 것이었다.


동평군이 잠시간의 망설임 끝에 무겁게 입을 열었다.


"내, 숙정을 첩실로 맞으려고 데려왔으나, 어머님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하여 숙정에게 참으로 미안하였는데, 그대가 숙정을 데려가겠다니 흔쾌히 허락하겠네."


동평군의 허락이 떨어지자 희재가 크게 기뻐하며 넙죽 큰절을 했다.


"대감의 크신 은혜, 감읍하기 그지 없나이다."


옥정은 올케 자근아기와 함께 장터에 간 어머니 윤씨를 마당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나란히 대문을 들어서는 희재와 숙정을 보자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오라버니, 대체 어찌된 영문이옵니까? 연회장에 계셔야 하실 오라버니께서 어찌 집으로 오셨사옵니까? 어머님께서 아시면 야단이 날 터이니, 지금 당장 돌아가소서."


희재가 고개를 저었다.


"내, 숙정과 백년해로를 맺고자 한다. 너는 숙정과 가까운 사이니, 나를 도와다오."


이미 정실이 있는 희재가 숙정과 혼인하겠다는 말은 첩실로 들이겠다는 말이었다.


기껏 첩실이 될 수 밖에 없는 숙정의 기구한 운명에 옥정은 말할 수 없이 연민을 느꼈지만, 한편으로는 숙정이 자신과 한배를 탄 운명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옥정이 후궁이 되어 부귀영화를 누린다면 숙정도 함께 누릴 수 있을 것이었다.


다만 한때 엄격한 중인의 가문에서 자란 윤씨가 기녀 출신인 숙정을 첩실로 들일 리가 만무할 터, 옥정은 숙정이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받을까봐 걱정이 되었다.


옥정은 다혈질인 희재가 자신의 말을 듣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한숨을 내쉬며 물었다.


"동평군께는 허락을 받으셨사옵니까?"


"그래, 동평군께는 이미 허락을 받았다. 어머님께서는 어디를 가시었느냐?"


"어머님께서는...... 곧 돌아오실 것이옵니다."


윤씨는 딸이 2년만에 친정에 오자 먹을 것을 해주기 위해 며느리 자근아기와 함께 장을 보러 나간 것이다.


때마침 며느리와 함께 돌아온 윤씨는 마당에서 자신에게 큰절을 올리는 숙정을 보자, 낌새를 눈치채고 희재를 안방으로 불러 물었다.


"숙정이 어찌 내게 큰절을 하는 것이냐? 대체 어찌된 영문이냐?"


"소자, 숙정을 첩실로 맞고자 하나이다. 부디, 윤허하여 주소서."


윤씨는 기가 막히다는 듯 삿대질을 하며 호통쳤다.


"포도부장인 네가 어찌 기녀를 첩실로 들이겠단 말이냐? 당장 돌려 보내거라."


"어머님, 소자, 숙정을 진심으로 연모하오니, 부디 혼인을 허락하여 주시옵소서."


"이것아, 네 누이가 주상 전하의 총애를 입고 있는 상궁이거늘, 네가 기녀와 혼인한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


이때 옥정이 조심스럽게 윤씨에게 말했다.


"어머님, 숙정은 이제 기녀가 아니옵니다. 동평대군께서도 숙정을 첩실로 들이려 하셨을 정도로 영특한 여인이오니, 혼인을 허락하여 주시기 바라옵니다."


옥정의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윤씨가 앙칼진 목소리로 말했다.


"옥정아, 이는 네가 나설 일이 아니니, 잠자코 있거라."


옥정이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생각했다.


'어머님을 보니, 대비마마께서 나를 받아들이시지 않으시는 연유를 이해할 수 있겠구나! 어머님조차 숙정이 기녀 출신이라 괄시하시거늘, 천출인 내가 어찌 대비마마의 눈에 들 수 있겠는가?'


옥정은 빼어난 미색에도 불구하고 박대받는 숙정에게 동병상련을 느꼈다.


희재가 답답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어머님, 숙정은 기화같은 여인이옵니다. 하여 동평대군처럼 명망있으신 분도 숙정을 첩실로 들이려 하셨던 것이 아니겠사옵니까?"


"그래? 숙정이 그리 대단한 여인이라면 명망이 높으신 동평대군과 혼인하라 하거라. 나는 그렇게 대단한 여인을 며느리로 맞이하지 못하겠구나!"


"어머님, 소자가 동평대군께 숙정을 달라 청하였사온데, 숙정을 다시 돌려보낸다면, 소자가 무슨 낯으로 동평대군을 뵐 수 있겠사옵니까?"


"내 아들이 기녀와 혼인한다면 구천에 계신 네 아버지를 무슨 낯으로 대할 수 있겠느냐? 또한 무슨 낯으로 사람들을 대할 수 있겠느냐? 이것아, 정신차리거라. 포도부장인 내 아들이 기생과 혼인하겠다니, 참으로 기괴하기 짝이 없는 노릇이구나!"


"어머님! 어찌 출신만 보고 숙정을 판단하시옵니까? 숙정이 그동안 옥정을 물심양면으로 도운 것을 어머님께서도 잘 아시지 않사옵니까? 숙정은 참한 며느리감이오니, 부디 소자의 청을 들어 주시옵소서!"


"나 또한 숙정이 물심양면으로 옥정을 도운 것은 안다. 허나 포도부장이 기녀와 혼인한다는 것이 말이나 될 법한 소리냐? 백번 말해도 안되는 것은 마찬가지니, 그리 알거라."


희재가 옥정을 힐끗 쳐다보며 도와달라는 눈짓을 보냈다.


옥정은 문득 어머니를 설득할 묘책이 떠올랐다.


"어머님, 숙정을 첩실로 받아들이소서. 그래야 소녀가 입궁하기 수월할 것이옵니다. 숙정은 영특한 아이라 그간 소녀를 물실양면으로 도와주었사옵니다. 하온데 어머님께서 숙정을 문전박대하셔서 돌려보내신다면, 제가 무슨 낯으로 숙정을 대할 수 있겠사옵니까? 또한 오라버니께서도 말씀하셨듯이 숙정은 동평대군께서 첩실로 맞으시려고 했던 여인이옵니다. 명망높으신 동평대군께서 첩실로 맞으려고 했던 여인이오니 숙정이 오라버니께 누를 끼칠 일은 조금도 없을 것이옵니다. 사람됨이 중요한 것이지 출신이 뭐 그리 중요하옵니까? 소녀가 궁에서 쫓겨난 것도 출신 때문이온데, 어찌 숙정을 출신 때문에 문전박대하셔서 쫓아 보내실 수 있겠사옵니까? 어머님, 숙정은 소녀에게도 꼭 필요한 사람이니 소녀를 위해서라도 숙정을 받아들이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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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35화 자네 뜻대로 하게나 22.12.03 45 0 11쪽
34 34화 소문 22.12.03 44 0 11쪽
33 33화 숙원이 된 옥정 22.12.03 51 1 11쪽
32 32화 오해 22.12.03 49 1 11쪽
31 31화 우연의 일치 22.12.03 48 0 10쪽
30 30화 인현왕후에게 현신을 올린 옥정 22.12.03 70 0 10쪽
29 29화 재입궁 22.12.03 79 1 10쪽
28 28화 과인을 기다리지 말거라! 22.12.03 55 0 11쪽
27 27화 물벌을 받고 쓰러진 대비 22.12.02 58 0 10쪽
26 26화 태자방을 부른 대비 22.12.02 50 0 11쪽
25 25화 잠행 22.12.02 50 0 10쪽
» 24화 어머님, 숙정을 첩실로 받아들이소서 22.12.02 59 0 11쪽
23 23화 희롱당하는 숙정을 구하기 위해 나선 희재 22.12.02 73 0 11쪽
22 22화 임술년 반정 회갑연 22.12.02 77 0 10쪽
21 21화 장희재를 포도부장에 임명하다 22.12.02 62 1 11쪽
20 20화 허울 뿐인 중전의 자리 22.12.02 64 0 10쪽
19 19화 숙종의 근심 22.12.02 52 0 11쪽
18 18화 가례식 22.12.02 58 0 11쪽
17 17화 옥정을 찾아온 대왕대비 22.12.02 51 1 11쪽
16 16화 복순을 데려가기로 결심하다 22.12.02 59 0 10쪽
15 15화 중전에 간택되다 22.12.02 63 0 11쪽
14 14화 민유중의 여식 인현 22.12.01 60 0 11쪽
13 13화 희망이 솟구치다 22.12.01 62 0 11쪽
12 12화 과인을 용서해다오 22.12.01 68 1 10쪽
11 11화 궁에 당도한 숙종 22.12.01 62 1 10쪽
10 10화 궁밖으로 쫓겨나다 22.12.01 75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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