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옥정 개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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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우
작품등록일 :
2019.02.01 10:00
최근연재일 :
2023.01.07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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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2.0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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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36화 소첩 태기가 있는 듯 하옵니다

DUMMY

다음날 동평군이 숙종을 찾아가 넌지시 말을 꺼내었다.


"전하, 실은 얼마 전 궁에서 숙안공주를 뵈었을 적에 소신에게 괴소문에 대해 언급하시며 차마 말하기 민망하니 소신더러 직접 알아보라 하셨사온데, 혹여 김만중의 배후가 숙안공주가 아닐까 심히 의심스럽사옵니다."


숙종이 의아한 얼굴로 되물었다.


"숙안공주는 과인의 고모이시거늘, 어찌 심중만으로 의심할 수 있겠습니까?"


"하오나 괴소문이 계속 퍼지도록 방치한다면 나라의 권위가 실추되는 것은 물론 나라의 기강이 어지러워질 수 있사오니, 괴소문을 퍼뜨린 자를 발본색출하여 나라의 기강을 바로 세우는 것이 좋을 듯하옵니다."


그렇지 않아도 숙안공주가 정치에 관여하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기던 숙종은 동평군의 말을 듣자 의심이 부쩍 들었다.


"숙부님의 말씀대로 괴소문의 배후를 밝혀내 나라의 기강을 바로잡겠습니다."


마침내 숙안공주에게 소문을 누구로부터 들었는지 밝히라는 숙종의 교지가 내려졌다.


"아......"


교지를 받은 숙안공주는 충격으로 외마디 탄식을 내뱉었다.


'전하께서 고모인 내게 어찌 이리도 가혹하실 수 있단 말인가! 내가 죽으면 죽었지, 어찌 내 동생이 죄를 받게 할 수 있겠는가!'


숙안공주에게 옥정과 윤씨에 대한 소문을 말한 사람은 숙명공주였다.


숙안공주의 장자 홍치상이 어머니를 구명하기 위해 이른 아침에 몰래 입궐했다.


"전하, 실은 소신이 그 소문을 소신의 어머님께 말씀드린 적이 있사온데, 아마도 어머님께서 이를 듣고 전하께 아뢴 듯하오니, 소신에게 모든 죄를 받게 하소서."


홍치상이 어머니 숙안공주가 처벌받을까봐 거짓 자복을 한 것이다.


숙종이 추상 같은 목소리로 호통쳤다.


"네가 감히 과인이 총애하는 후궁을 음해하였으니, 네 목이 열개라도 죄를 감당할 수 없음을 모르느냐?"


"비록 고의가 아니었으나, 물의를 일으켰사오니, 어떤 죄라도 달게 받겠나이다."


"여봐라, 당장 홍치상을 의금부에 하옥하라."


홍치상이 의금부에 하옥된 날, 인현왕후가 숙종을 찾아와 눈물을 흘리며 간청했다.


"전하, 숙안공주는 전하의 고모님이시온데, 어찌 전하께 해가 되는 일을 꿈에라도 하실 수 있겠사옵니까? 엎드려 바라건대, 숙안공주를 의심하지 마시고 그의 아들 홍치상을 방면하여 주소서. 홍치상은 전하의 사촌 아우가 아니옵니까?"


숙종은 흥분한 나머지 언성을 높였다.


"이전부터 고모님들이 서인들과 결탁해 과인에게 여러 차례 어마마마의 유지를 들먹이며 옥정을 내치라 하여 마음을 썩힌 것이 오래였소. 헌데 이번에 고모님께서 과인을 능멸한 김만중을 방면하라며 차마 입에 담기 민망한 괴소문까지 들먹이며 옥정을 내치라 하셨으니, 어찌 앙화가 없을 수 있겠소?"


숙종은 숙안공주가 아들까지 동원해 김만중을 비롯한 서인들과 결탁해 옥정을 모함한 것이라 믿었다.


숙종의 단호한 태도에 인현왕후는 물러날 수 밖에 없었다.


'지금 전하의 노여움을 풀 수 있는 사람은 전하께서 총애하시는 명안공주 뿐일 것이다.'


인현왕후가 옆에 있는 복순에게 말했다.


"복순아, 지금 당장 내관을 보내 명안공주님께 홍치상이 하옥된 사실을 알려드거라."


인현왕후가 말한 내관은 인현왕후의 소식을 본가에 전해주는 임무를 맡은 내관이었다.


소식을 들은 명안공주가 입궐해 먼저 인현왕후의 처소로 왔다.


"공주, 참으로 잘 오셨소. 나도 어찌된 일인지 영문조차 모르겠소만, 아마도 전하께서 괴소문의 배후로 숙안공주마마와 홍치상을 지목하고 계신 듯하오."


숙안공주를 친고모처럼 따랐던 인현왕후는 걱정된 나머지 입술이 바싹 말라 있었다.


명안공주가 인현왕후의 손을 꼭 잡으며 안심시켰다.


"소녀가 전하께 잘 말씀드려 볼 터이니, 너무 심려치 마소서."


대전에 들어간 명안공주가 간곡하게 말했다.


"소녀가 들으니, 전하께서 홍치상을 의금부에 하옥하였다 하온데, 대관절 무슨 연유로 홍치상을 하옥하신지 모르겠사옵니다. 아바마마께서는 고모님과 정분이 두터우셨으니, 간곡히 바라옵건데, 아바마마의 낯을 봐서라도 홍치상을 방면하여 주소서."


명안공주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숙종이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죄가 있다면 종친이라도 벌을 받는 것이 마땅하거늘, 어찌 방면하라는 것이냐?"


"홍치상은 전하의 사촌 아우이온데, 무슨 죄를 지었길래 그리 노하시나이까?"


"홍치상은 허황된 소문으로 과인을 능멸한 김만중과 관계가 있다고 의심되는 바이니, 죄가 드러난다면 결단코 용서하지 아니할 것이다."


"김만중이 전하께 아뢰었다는 허황된 소문은 소녀를 비롯하여 온나라의 백성들이 들은 일이온데, 어찌 홍치상에게 죄를 물으실 수 있겠사옵니까? 부디,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어허, 이는 네가 나설 일이 아니니, 이만 물러가거라."


괴소문으로 인해 폭발한 숙종의 분노는 좀처럼 사그러들지 않았다.


명안공주는 무릎 꿇고 눈물을 흘리며 간청했다.


"전하, 고모님은 오래 전부터 소녀와 전하를 아껴주셨는데, 어찌 인정을 두시지 아니하시는 것이옵니까? 부디 인정을 베푸시어 홍치상을 방면하여 주소서."


눈물을 흘리며 간청하는 명안공주의 모습이 어찌나 애처로운지 숙종의 가슴이 아려왔다.


'옥정을 지키는 일도 중요하나, 온희도 더없이 내겐 소중한 존재가 아니던가!'


숙종이 명안공주를 일으켜 세우며 말했다.


"온희야, 내 너의 낯을 보아 이번 만큼은 홍치상을 용서할까 하니, 이제 그만 일어나거라."


"성은이 망극하나이다."


명안공주가 떠나자, 숙종이 취선당을 찾아와 옥정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옥정아, 괴소문에 대한 일은 아마도 고모님과 김만중이 소문을 잘못 전해들어 생긴 듯싶구나. 하여 김만중을 귀양보내는 것으로 매듭지을까 하는데, 그리 하여도 괜찮겠느냐?"


옥정은 마음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공주님들과 등지면서까지 괴소문의 배후를 밝혀내려 하였건만......'


옥정이 한숨을 내쉬며 무겁게 입을 열었다.


"신첩은 전하의 뜻을 따를 뿐이옵니다. 다만, 전하께서 신첩으로 인해 공주님들과 멀어지신 듯하여 마음이 편치 않사옵니다."


"마음쓰지 말거라. 어찌 그것이 너의 탓이겠느냐? 과인은 너만 곁에 있으면 되느니라."


여덟 해 전 처음 만난 순간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은 숙종의 사랑에 옥정은 감격의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


무진년(1688년), 싱그러운 꽃향기가 봄바람에 실려오는 향긋한 봄날이었다.


옥정은 이날따라 몸이 나른하고 헛구역질이 나는 것이 회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과연 전하의 용종을 잉태한 것일까? 왕자라면 참으로 좋으련만......'


옥정은 말할 수 없이 기뻤지만, 아직은 확실치 않아 조심이 되었다.


저녁노을이 짙어갈 무렵, 숙종이 옥정을 찾아왔다.


옥정이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전하,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소첩 몸이 좋지 않사오니, 오늘은 이만 돌아가주소서."


"허면 편히 쉬거라."


취선당에서 발길을 돌린 숙종은 실로 오랜 만에 내전을 찾아갔다.


반 년 넘도록 독수공방하던 인현왕후는 한없이 밝은 얼굴로 숙종을 맞아들였지만, 이내 서러움이 복받쳐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중전, 과인이 속이 좁아 반 년이나 중전의 처소에 발걸음하지 않은 것 같소. 참으로 미안하오."


인현왕후의 눈물을 보자 숙종은 인현왕후가 반 년이나 독수공방하게 만든 것이 미안해진 것이다.


"모든 것이 소첩이 덕이 없어 벌어진 일이 아니겠사옵니까?"


"중전......"


한없이 어질기만 한 인현왕후의 말에 미안한 마음에 말문이 막힌 숙종은 인현왕후를 안는 것으로 사과를 대신했다.


홍치상의 처벌을 두고 소원해져 왕래가 끊어졌던 숙종과 인현왕후였지만, 순식간에 예전의 관계가 회복된 것이다.


바로 다음날,


'전하께서 회임한 나를 두고 중전마마와 합궁하시니, 계속 헛구열질만 나오는구나!'


숙종과 인현왕후의 합궁 소식에 옥정은 질투심이 치밀어서인지 헛구역질이 심해져 온종일 아무 것도 먹지 못했다.


옥정은 의녀를 불러 물었다.


"헛구역질이 계속 나는데, 회임한 것이 아닌가?"


의녀가 옥정을 진찰한 후 조심스럽게 말했다.


"송구하오나, 아직은 회임 여부를 가릴 수 없사오니, 말미를 주소서."


이때 숙종이 발걸음했다.


옥정은 의녀에게 회임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말라 눈짓했다.


의녀가 떠나자 숙종이 근심어린 얼굴로 물었다.


"몸은 좀 괜찮은 것이냐?"


"괜찮기는 하오나, 아마도 며칠 간은 전하를 모시지 못할 듯하옵니다. 송구하옵니다."


숙종은 발걸음을 돌릴 수 밖에 없었다.


숙종이 두 차례나 취선당에서 발걸음을 돌렸다는 말을 전해들은 인현왕후는 곧장 옥정에게 내전으로 오라는 명을 내렸다.


옥정이 강짜를 부린 줄 오해하여 불렀던 것이다.


옥정은 인현왕후에게 꾸지람이라도 들으면 뱃속에 있을지도 모르는 용종에 해가 될까 병을 빙자하여 명에 따르지 않았다.


옥정이 인현왕후의 부름에 응하지 않았다는 말을 들은 대왕대비가 옥정을 불러 꾸짖었다.


"네가 중전의 명을 따르지 아니하였다는 것이 사실이냐? 중전이 내명부의 수장이거늘, 어찌 그리 방자할 수 있단 말이냐?"


어느덧 오십 년 가까이 독수공방을 해온 대왕대비는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인현왕후에게 깊은 연민을 느끼고 있었는데, 근래들어 옥정이 여러 차례 인현왕후의 명에 순응하지 않은 적이 있기에 꾸짖은 것이다.


"대왕대비마마, 소첩에게 그럴 만한 사정이 있었사오니,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그럴만한 사정이 있다? 허면, 무엇인지 말해보거라."


"소첩, 몸이 좋지 않아 중전마마의 부르심에 응하지 못한 것이니, 소첩의 사정을 헤아려 주시옵소서."


"허면 여긴 어찌 왔단 말이냐?"


"소첩이 쓰러질지언정, 어찌 대왕대비마마의 부르심에 응하지 아니할 수 있겠사옵니까?"


옥정이 고개를 떨구자, 대왕대비의 마음이 누그러져 타이르듯이 말했다.


"몸이 좋지 않아도 중전의 부르심을 받으면 마땅히 응해야 하거늘, 대체 얼마나 몸이 좋지 않길래 중전의 부르심에 응하지 않았단 말이냐?"


옥정이 조심스레 말했다.


"대왕대비마마, 실은, 소첩 태기가 있는 듯 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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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37화 조대감께서 어찌 이러실 수 있단 말인가! 22.12.03 44 0 10쪽
» 36화 소첩 태기가 있는 듯 하옵니다 22.12.03 49 1 11쪽
35 35화 자네 뜻대로 하게나 22.12.03 45 0 11쪽
34 34화 소문 22.12.03 44 0 11쪽
33 33화 숙원이 된 옥정 22.12.03 51 1 11쪽
32 32화 오해 22.12.03 49 1 11쪽
31 31화 우연의 일치 22.12.03 48 0 10쪽
30 30화 인현왕후에게 현신을 올린 옥정 22.12.03 70 0 10쪽
29 29화 재입궁 22.12.03 79 1 10쪽
28 28화 과인을 기다리지 말거라! 22.12.03 55 0 11쪽
27 27화 물벌을 받고 쓰러진 대비 22.12.02 58 0 10쪽
26 26화 태자방을 부른 대비 22.12.02 50 0 11쪽
25 25화 잠행 22.12.02 50 0 10쪽
24 24화 어머님, 숙정을 첩실로 받아들이소서 22.12.02 58 0 11쪽
23 23화 희롱당하는 숙정을 구하기 위해 나선 희재 22.12.02 72 0 11쪽
22 22화 임술년 반정 회갑연 22.12.02 77 0 10쪽
21 21화 장희재를 포도부장에 임명하다 22.12.02 62 1 11쪽
20 20화 허울 뿐인 중전의 자리 22.12.02 64 0 10쪽
19 19화 숙종의 근심 22.12.02 52 0 11쪽
18 18화 가례식 22.12.02 58 0 11쪽
17 17화 옥정을 찾아온 대왕대비 22.12.02 51 1 11쪽
16 16화 복순을 데려가기로 결심하다 22.12.02 59 0 10쪽
15 15화 중전에 간택되다 22.12.02 63 0 11쪽
14 14화 민유중의 여식 인현 22.12.01 60 0 11쪽
13 13화 희망이 솟구치다 22.12.01 62 0 11쪽
12 12화 과인을 용서해다오 22.12.01 68 1 10쪽
11 11화 궁에 당도한 숙종 22.12.01 62 1 10쪽
10 10화 궁밖으로 쫓겨나다 22.12.01 75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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