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옥정 개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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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우
작품등록일 :
2019.02.0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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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07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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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2.0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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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화 복순을 데려가기로 결심하다

DUMMY

어느새 넉 달이 흘러 인현이 입궁하기로 한 기일이 왔다.


이른 아침부터 일어나 우물가에서 기도를 올린 인현은 입궁하기 전에 아버님께 마지막으로 문안인사를 올리기 위해 안방에 발걸음했다.


"아버님, 밤새 편히 주무셨사옵니까?"


민유중은 딸 생각에 밤새 한숨도 못 잤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이 아비는 잘 잤느니라. 너도 잘 잤느냐?"


인현 역시 밤새 한숨도 못 잤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아버님께서 편히 주무셨다니, 참으로 기쁘옵니다. 소녀도 곤히 잤사옵니다."


민유중이 인현을 보니 밤새 얼굴이 야위어 걱정이 되었다.


"궁인들이 오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방으로 돌아가 편히 쉬다가 가도록 하거라."


"그리하겠나이다. 하온데, 어머님께서는 어디 계시옵니까?"


"네 어미는 지금 궁에서 오실 손님들을 맞기 위해 준비하느라 바쁘신 것 같구나. 아비도 궁에서 오실 손님들을 맞으러 준비할 것이 있으니, 그만 방으로 돌아가 쉬거라."


인현은 궁인들이 오기 전까지만이라도 부모님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었지만, 아버지의 뜻을 따르지 않을 수 없어 한숨을 지었다.


"소녀, 아버님의 뜻에 따르겠사옵니다."


안방에서 나온 인현은 작별인사를 하기 위해 하녀들을 한자리에 모아 놓고 말했다.


"이제 우리가 헤어질 때가 되었구나! 나는 떠날 것이나, 너희들을 결코 잊지 아니할 것이다. 내가 떠나도 부디, 건강하고 행복하게 잘 살거라."


천성이 착한 인현은 하녀들을 가족처럼 아꼈기 때문에 하녀들은 눈물을 비오듯이 쏟으며 흐느꼈다.


"사람이 만나고 헤어지는 것은 하늘의 뜻이니 슬퍼하지 말거라. 내가 없어도 부모님께서 너희들을 잘 보살펴 주실 것이니, 너희들도 마음을 다하여 부모님을 잘 모셔 다오."


하녀 몇이 인현의 앞으로 나와 간청했다.


"소녀들도 아씨를 따라 입궁하기를 원하나이다."


"아니다. 너희들은 부모님을 잘 모셔야 한다. 그리하겠다, 내게 약조해 줄 수 있겠느냐?"


하녀들이 울먹이며 말했다.


"아씨의 뜻을 따르겠나이다."


사실, 인현도 정든 하녀들과 헤어지고 싶지 않았지만, 한번 입궁하면 평생 나올 수 없는 궁이기에 데려갈 수 없었던 것이다.


인현이 하녀들과의 작별인사를 마치고 자신의 방에 들어가려고 할 때 하녀 복순(훗날 최숙빈)이 다가와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소녀, 아씨를 따라가겠사옵니다."


겨우 여섯살의 어리디 어린 나이에 부모님을 여읜 복순은 민유중이 귀양살이를 떠나기 직전에 들어온 하녀.


지난 6년간 인현은 복순을 혈육같은 정으로 보살펴왔다.


친자매와도 같은 복순이 궁에 따라가겠다고 하자, 인현은 정색하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게 무슨 소리냐? 아니 된다. 궁은 네가 따라갈 곳이 못되니라."


복순이 눈물을 글썽이며 애원했다.


"소녀는 아씨 없이는 살 수 없사오니, 부디 허락하여 주시옵소서."


"복순아, 나도 너와 함께 살고 싶지만, 네가 만약 궁인이 된다면, 평생을 궁에서 살아야 하거늘, 내 어찌 허락할 수 있겠느냐?"


"소녀, 결코 후회하지 않을 것이오니, 부디 데려가 주시옵소서."


"나도 너를 데려가고 싶다만, 궁은 네가 갈 곳이 못되니, 고집부리지 말거라."


"아씨, 제발 부탁드리옵니다. 소녀는 아씨 없이는 하루도 살 수 없사오니, 부디 소녀를 데려가 주시옵소서."


인현은 계속되는 복순의 간청에 어찌할 바를 몰라 조씨와 상의하여 결정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머님께서 어디 계신지 아느냐?"


"마님께서는 내당에서 아씨가 입으실 예복을 손보시고 계시옵니다."


"나는 지금 내당으로 가서 어머님께 문안인사를 드린 후 너를 궁에 데려가는 것을 상의드리고자 한다. 잠시 여기서 기다리거라."


복순은 인현이 결국은 허락할 것이라는 생각에 들뜬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예, 아씨."


인현은 이제 겨우 열두살밖에 되지 않은 복순이 입궁한 후에 후회하지 않을까 몹시 걱정되었지만, 한사코 고집을 부린다면 말릴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궁인이 되는 것이 그리도 좋으냐?"


"좋다마다요. 소녀, 앞으로도 아씨를 곁에서 모실 수만 있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을 것이옵니다."


"입궁하면 평생 시집도 못가고 홀로 살아야 하거늘, 정녕 후회하지 않겠느냐?"


"소녀, 아씨만 모실 수 있다면 행복할 것이오니, 결코 후회하지 않을 것이옵니다."


인현은 긴 한숨을 내쉰 후 조씨가 있는 내당으로 갔다.


"어머님, 밤새 편히 주무셨사옵니까?"


조씨는 딸과 헤어질 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아파 뜬눈으로 밤을 세웠지만, 딸이 편안한 마음으로 떠날 수 있도록 애써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래, 이 어미는 잘 잤다. 너도 잘 잤느냐?"


"어머님께서 편히 주무셨다 하시니, 참으로 기쁘옵니다. 소녀도 잘 잤사옵니다."


"잠을 잘 잤다니 다행이구나. 궁인들은 오시나 되어야 올 것이니, 방으로 돌아가 편히 쉬다 가도록 하거라."


"그리하겠나이다. 하온데, 어머님께 상의드릴 것이 있사옵니다."


"무엇인지 말해보거라."


"복순이 소녀를 따라 궁에 입궁하겠다고 하옵니다. 입궁하면 평생을 홀로 살아야하니, 아니 된다고 말하였지만, 한사코 따라 가겠다고 하옵니다. 어찌하면 좋을지요."


조씨는 복순이 어린 나이에 입궁하는 것이 걱정되었지만, 한편으로는 딸과 가족처럼 지냈던 복순이 따라간다고 하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열두살이면 자신의 일은 스스로 결정할 나이니, 복순이 원하는 대로 해주는 것이 좋을 듯하구나."


인현은 문득 복순이 궁인이 되는 것이 그녀의 운명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복순이 비록 아직 어리긴 하지만, 벌써부터 자색이 나이 답지 않게 성숙하고 고운 것이 성장하면 임금의 총애를 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인현은 마침내 복순을 궁에 데려가기로 결심했다.


오시가 되자 내관들과 궁인들이 인현을 본궁으로 모시기 위해 민유중의 집을 찾아왔다.


예복을 입은 인현의 자태는 천상에서 하강한 선녀처럼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궁인들 중에서 최고 상궁인 조상궁이 인현에게 다가와 탄복하며 말했다.


"소인은 삼대 대왕을 모셨사오나 마마와 같은 고결한 덕과 아름다운 용모를 가진 분은 처음 뵙사옵니다. 이는 만백성에 큰 복일 뿐만 아니라 마마를 모시는 소인에게도 큰 영광이 아닐 수 없을 것이옵니다."


인현은 조상궁의 찬사에 부끄러운 듯이 얼굴을 붉혔다.


"과찬입니다. 아직 저는 중궁전의 주인으로 부족한 점이 많으니, 상궁이 앞으로 많이 도와주길 바랍니다."


궁중에서 보낸 가마가 당도하자, 인현은 민유중에게 하직인사를 올렸다.


"아버님, 소녀는 이만 떠나겠사옵니다. 소녀가 떠나도 항상 행복하시고, 만수무강하시길 바라옵니다."


인현은 입궁하면 아버지 민유중을 자주 볼 수 없다는 생각에 가슴이 미어져 눈물이 쏟아질 것만 같았지만, 애써 참으며 밝은 표정을 지었다.


민유중은 딸과 떨어져 살 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지만 의연하게 하직인사를 받았다.


"마마께서도 옥체 강녕하시길 바라옵니다."


민유중은 곧 나라의 국모가 될 인현에게 하직인사를 올렸다. 딸에게 하직인사를 올리는 것이 아직은 어색하였지만, 기일에 예복을 입는 순간부터 중전의 예우를 받는 관례상, 예를 갖추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인현을 데리고 궁으로 돌아온 조상궁이 대비에게 아뢰었다.


"대비마마, 소인이 마마를 뵈오니 마마께서는 고귀한 덕과 고금에 비할 데가 없는 아름다운 용모를 가진 분이셨사옵니다. 이와 같은 분을 중전으로 맞이 하는 것은 나라에 큰 복이자, 큰 경사가 아닐 수 없을 것이옵니다."


대비는 조상궁의 찬사를 듣자 몹시 기뻐하였다.


'전하께서 궁에서 쫓겨난 궁인 옥정을 잊지 못하셔서 몹시 걱정하였는데, 절세의 미모와 덕을 겸비한 중전을 맞이하니 참으로 다행이구나!'


인현이 본궁에 입궁하자 상궁들이 모두 나와 궁중의 예로 인사를 올렸다.


인현이 상궁들의 인사를 받고 있을 때 대비가 찾아왔다.


고금에 비할 데가 없이 아름답다는 조상궁의 찬사에 인현의 얼굴을 보지 않고는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었던 것이다.


대비가 눈부시도록 아리따운 인현의 자태를 보니, 조상궁의 지극한 찬사가 허언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대비는 자애로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오시느라 수고가 많았소."


"대비마마께서 친히 소녀를 마중나와 주시니, 황공할 따름이옵니다."


"그대는 곧 중전이 될 사람이니, 너무 겸양하지 마시오. 궁에 들어온지 얼마되지 않아 중전에 간택된 것이 아직 실감이 나지 않을 것이나, 시간이 지나면 익숙하게 될 터이니, 나를 대하는 것을 너무 어려워하지 마시게."


"대비마마의 가르침, 명심하겠사옵나이다."


어려서부터 부모님과 집안 어른을 깍듯이 대해온 인현은 더할 나위 없이 예절바른 언행을 보였다.


딸 명안공주를 시집보낸 후 외로움을 느껴온 대비는 예절바른 인현을 보자 딸같은 친숙함을 느꼈다.


"예로부터 며느리는 친딸이나 다름이 없다고 하였으니, 앞으로 어려운 일이 생기면 주저하지 말고 나를 찾아오시오."


대비는 돌아오는 길에 대왕대비의 처소에 들렸다.


"소첩, 대왕대비마마께 문후인사를 올리옵니다."


대왕대비는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대비께서 어인 일로 예까지 귀하신 발걸음을 하셨습니까?"


대왕대비는 대비가 자신과 상의도 없이 민유중의 딸을 중전으로 간택한 일과 옥정을 궁에서 쫒아낸 일이 못마땅했던 것이다.


"아직 듣지 못하셨사옵니까? 방금 민유중의 여식이 입궁하여 소첩이 만나고 오는 길인데, 대왕대비마마께서도 만나 보시는 것이 어떻겠사옵니까?"


대왕대비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대비께서 민유중의 여식을 만나 보셨다니, 저는 되었습니다. 가례날이 머지 않았는데, 저까지 번거롭게 만나볼 필요가 있겠습니까?"


대비는 자신이 호의로 찾아왔는데도 대왕대비가 퉁명스러운 태도를 보이자, 내심 불쾌하였지만 내색하지 않고 말했다.


"소첩, 대왕대비마마의 뜻을 알았사오니, 이만 물러가겠사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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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33화 숙원이 된 옥정 22.12.03 51 1 11쪽
32 32화 오해 22.12.03 49 1 11쪽
31 31화 우연의 일치 22.12.03 48 0 10쪽
30 30화 인현왕후에게 현신을 올린 옥정 22.12.03 70 0 10쪽
29 29화 재입궁 22.12.03 79 1 10쪽
28 28화 과인을 기다리지 말거라! 22.12.03 55 0 11쪽
27 27화 물벌을 받고 쓰러진 대비 22.12.02 58 0 10쪽
26 26화 태자방을 부른 대비 22.12.02 50 0 11쪽
25 25화 잠행 22.12.02 50 0 10쪽
24 24화 어머님, 숙정을 첩실로 받아들이소서 22.12.02 59 0 11쪽
23 23화 희롱당하는 숙정을 구하기 위해 나선 희재 22.12.02 73 0 11쪽
22 22화 임술년 반정 회갑연 22.12.02 77 0 10쪽
21 21화 장희재를 포도부장에 임명하다 22.12.02 62 1 11쪽
20 20화 허울 뿐인 중전의 자리 22.12.02 64 0 10쪽
19 19화 숙종의 근심 22.12.02 52 0 11쪽
18 18화 가례식 22.12.02 58 0 11쪽
17 17화 옥정을 찾아온 대왕대비 22.12.02 51 1 11쪽
» 16화 복순을 데려가기로 결심하다 22.12.02 60 0 10쪽
15 15화 중전에 간택되다 22.12.02 63 0 11쪽
14 14화 민유중의 여식 인현 22.12.01 60 0 11쪽
13 13화 희망이 솟구치다 22.12.01 62 0 11쪽
12 12화 과인을 용서해다오 22.12.01 68 1 10쪽
11 11화 궁에 당도한 숙종 22.12.01 62 1 10쪽
10 10화 궁밖으로 쫓겨나다 22.12.01 75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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