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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ngo
작품등록일 :
2019.04.01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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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14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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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03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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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쪽

7화

DUMMY

옥상

“선배.. 선배..” 나지막한 소리가 들린다.


하늘은 둥글었고 나는 그 틈틈이를 세웠다.


그러자 구름이 지나갔고 의식은 선명해졌다.


그 여자는 나에게 물을 건내었다.


그것이 물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나는 마셨다.


필요이상으로 옥상은 따스하였는데 막 봄이 시작된 것이 아닌 이제부터 봄이 시작되는 것 같았다.


“지금 몇시?” 방금 일어나서인지 시간 감각이 없었다.


“좀 있으면 점심시간이 끝날 시간이네요. 아! 괜찮아요?”


“으응.. 잠시 정신을 잃었나봐.” 나는 몸을 일으켰다.


다행스럽게도 가벼운 외상 이외에 다친 곳은 없는 것 같았다.


“이제 내려갈까?”


“....” 나의 말에 소녀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봐??” 나는 무슨 문제라도 생긴 건줄 알았다.


“.... 저의 이름은 유키에요 이리카와 유키.” 갑작스레 그녀는 자신의 이름을 말하였다.


“아.. 나는 신스케. 아오야마 신스케.” 그러자 그녀는 웃었다.


“미안해요. 자신의 이름을 말할 줄은 몰랐네요.”


‘그러고보니 이 여자와는..’ 이전에 만난적이 있었다.


‘왜 눈치를 못 챘을 것이다.’


‘이 여자는 이전에 검도부에서.. ’그리고 식당에서 만난 적이 있었다.


‘뭐 식당에서는 내가 일방적으로 피하긴 했지만..’


“그래서 나를 부른 용건이 뭐야?”


그녀의 표정은 이전과 다르게 평화롭기 보다는 사뭇 진지하게 보였다.


이 느낌 어디서 많이 느낀 적이 있었다.


“너 설마..”


“네 맞아요. 선배. 이 수첩은 폐쇄된 그곳에서 주웠어요.”


“그런가.. 나도 바보같이 떨어트렸네 . 그러면 너가 그곳에서 연습을 하고 있었던 건가?”


“네 이따금씩요.”


“나로써는 이해할 수 없군. 그곳이 출입금지인 것은 1학년인 너도 알텐데?”


“네 그렇지요. 그런데 왜 졸업을 앞둔 선배님이 그런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그곳에 들르셨는지 저로써는 이해가 안되네요.”


“그런가.. 나는 지난번에도 말했다시피 그곳에 활동을 한 적이 있었어. 어쩌면 그때 그리울 수도 있지 않은가?”


“하지만 그러신 분이 그곳의 청소조차 하지 않나요?”


“.... 뭐 그건 그렇군. 하지만 나로써는 접하고 싶지 않은 부분이야.”


“하지만 지난번에는 다시 만날땐 다 말씀해주신다고 하셨잖아요.”


“그래.. 그랬었지.. 하지만 말해줄 수 없게 되었어. 미안..”


“도대체 무슨 일들이 있었던거에요? 동아리 관계자들은 학교에 없고 또 존재하는 유일한 사람이 한명 있지만 말을 해주지 않아요.”


“그런가.. 너는 검도 동아리를 새로 만들고 싶은거구나.”


“네.. 뭐 그런것이지요.”


“그런데 부원은 다있어?”


“에? 네?”


“검도부는 사건으로 해산된 것도 있지만 인원이 부족한 것도 있어.동아리를 만드는데는 최소한 5명은 필요로 하니까 말이야.”


“동아리 인원을 다 모아오면 이야기를 해주실건가요.”


“이야기라.. 그것보다 중요한 것을 잊은거 아니야? 동아리 활동은 이제 폐지되었어.” 나는 먼 곳을 바라보며 말을 하였다.


마침 예비종이 울렸다.


“그랬었지요.. 동아리 활동이 폐지 되었지요.. 저는 도대체 무엇을 하려고 했던걸까요.”


“시도는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해. 만약 동아리 활동을 필요로 하는 학생들이 너만큼 많이 있다면 언젠가는 다시 시작될꺼라고 나는 믿어.”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그만큼 그녀에게 있어서 소중한 일이었던 것일까..’ 그렇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학교의 방침이었다.


‘아마 몇 년 간.. 어쩌면 앞으로도 동아리 활동은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예비종이 울렸네 너도 수업준비가 있겠지. 점심은 잘 먹었어 언젠가 보답할게.” 나는 문을 나가려던 찰나에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아 참. 그러고보니 방금 떠오른 생각인데 말이야.”


“네?”


“그 사건의 관계자는 나뿐만이 아니야. 아직 이 학교에 있는 사람이 있어.”


“에? 그렇지만 공식상으로는 선배뿐이잖아요.”


“뭐 그건 그렇지. 하지만 예외도 있지 않을까..” 나는 그렇게 말을 하고는 옥상을 나갔다.


마지막으로 본 그녀의 얼굴은 멍한 표정이었다.


‘그녀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은 얼굴..’ 그것이 그 날 마지막으로 본 그녀의 얼굴이었다.


‘나도 참 많은 것을 이야기 해주었네.. 나중에 그녀에게 이 이야기를 한 사실이 밝혀지면 꽤나 곤란해지겠는걸.. ’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교실로 갔다.


교실

아직까지 미즈히코는 학교에 오지 않았다.


나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포근하고 맑은 날씨는 잠을 자기에 딱 좋은 날씨였다.


‘그러고보니..’ 나는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었다.


휴대폰은 여전히 낯설기만 하였다.


서툴다 못해 서툴러서 문자 한통을 보내는데도 꽤나 많은 시간이 걸렸다.


다음 수업은 수학으로 적당히 문자를 보내기로 하였다.


수업이 끝날 쯤 문자 수신을 완료하였다.


이 뒤로는 수신자의 답장을 보면 될 일이다.


‘1시간 정도는 자도 괜찮겠지..’ 나는 그대로 잠이 들었다.


내가 깨어난 것은 종례시간이 다 되어서였다.


나의 옆에 앉아있던 남자가 나를 깨웠다.


보통 담임이 이곳에 있을 이유는 없을테지만 나는 눈을 비비며 시계를 쳐다보았다.


벌써 4시가 되어 있었다.


‘시간이 이렇게 되었던가..’ 종례가 끝나고 청소시간에 나는 담임에게 불려 어디론가 대리고 가졌다.


시청각실

본교 2층 시청각실에는 때때로 교사와 학생, 교사와 학부모간의 상담을 하곤 하였다.


‘보통 무슨 일이 있거나 하면 상담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최근 이곳을 들른 적이 없었다.


“차는 어떤 걸로 좋아?” 그녀는 포트기에 물을 끊였다.


“같은 걸로.”


“음.. 그러면 홍차로 할까.” 포트기가 끊기를 기다리며 그녀는 나의 앞자리에 앉았다.


“그래서 보자고 한 이유가 뭐야?” 그녀는 자신을 부른 신스케가 마음에 들지 않은 것 같았다.


“이번에 들어온 신입생중에 동아리 활동을 하고 싶은 학생이 있는 것 같아.”


“그래? 뭐 그런 학생은 지금까지 몇명 있으니 말이야. 그리고 적응을 하겠지.”


“하지만 그것이 검도부라면 어떨까? ”


“......” 포트기가 끓는 소리가 들렸다.


“잠깐 기다려줘.” 그녀는 고급스러워 보이는 찻잔에 홍차를 따르고 나에게 건내주었다.


“그 애가 검도부를 만든다는 소리야 ?”


“뭐 그렇게 되지. 그래도 상관 없다고 할건가?”


“.... 그래 신스케 너의 말이 맞아 . 상관없진 않겠지.. 하지만 너도 지금 현재로써는 동아리를 만들 수 없다는 사실은 잘 알잖아 안 그래?”


“...... 그럼 너나 다른 사람들이나 할 수 있는 일은 없다는 것인가?”


“너무 일을 그렇게 극단적으로 말하지마. 이건 개인의 문제가 아니잖아. ”


“그렇긴 하지.. 동아리가 개인에 의해서 움직이는 것은 아니니까.”


“그리고 동아리는 검도부가 아니라 더 많은 동아리들이 생기겠지.”“그렇지만 현재로써는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건가?”


“응.. 너도 그 사건의 관계자잖아. ”


“아.... 그렇지. 어떻게든 교장이나 교감 그리고 이사회의 마음을 돌릴순 없는건가?”


“...... 그렇구나. 너에게도 말을 해야할 때가 된거 같네. 저녁 같이 먹을래?”


“.... 그러지 뭐. 청소가 끝나고 기다리면 되는건가?”


“응. 그렇게 해줘.” 그녀는 차를 마지막으로 음미하였다.


“이제 가봐도 좋아. 슬슬 청소는 끝났을테니까.” 나는 시간을 보았다. 시간은 4시 40분을 가르키고 있었다.


“너는?”


“나는 이것을 정리하고 갈게.”


“도와줄까?”


“아니 됐어.” 나는 그대로 시청각실을 나와 교실로 갔다.


교실

교실에는 학생들이 자리에 앉아 수다를 떨고 있었다.


내가 문을 열고 들어서자 모두 소리를 멈추었지만 담임이 아닌 것을 깨닫고는 다시 수다를 떨기 시작하였다.


반장은 안절부절한 표정으로 있었는데 아마 학생들이 담임을 대리고 오라고 하였지만 만날 수 없었던 것 같다.


그리고 잠시 후. 담임이 교실로 들어왔다. 미즈히코는 오늘도 결석이었다.


‘도대체 무슨 일인가..’ 신경이 쓰이긴 하였지만 지금은 그것을 신경쓸 때가 아니었다.


지금은 그녀의 말에 정신을 기울이기로 하였다.


종례가 끝나고 해가 저물 쯤.. 그녀에게서 연락이 왔다.


나는 연락을 받은 뒤 곧바로 교무실로 갔다.


교무실

교무실에는 선생들이 막 퇴근을 하려던 참이었다.


“저는 먼저 가보겠습니다.”


“네 들어가세요.” 시게하는 여자 몇명과는 말로 인사를 하고는 남자들에게는 손을 가볍게 흔들었다. 그리고 나와 함께 교무실을 나왔다.


“제법 친해진거 같군.”


“뭐 나야 사교성은 너와 달리 예전부터 좋았고 그래서 뭐가 먹고 싶어?”


“사주는 것인지?”


“음.. 어느정도 한에서만..” 나와 시게하는 아무 말없이 길을 걸었다.


목적지는 미리 정해져 있지 않았지만 마치 정해져 있는 것처럼.. 우리는 길을 걸었다.


학교 근처에 한 식당이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동아리가 끝나면 그곳에 들르거나 혹은 그런 형편이 안되면 시켜먹거나 하였다.


물론 시켜먹는 것은 안되었지만 자주 가게에 찾아가니 결국 가게 주인이 허락해주었다.


가게의 간판이 보인다.


보륜당. 중식을 하는 요리점이다.


‘이곳은 사건이후 문닫은 것으로 알았지만..’


보륜당

가게 안의 분위기는 칙칙하였다.


의자들은 책상위에 모두 올려져 있고 곧 청소를 할 것처럼 청소도구들도 근처에 널부러져 있다.


운영을 하고 있는 음식점이라기 보다는 폐업을 준비한느 음식점인 것 같았다.


“실례합니다.”


“실례합니다.” 나는 시게하를 따라 인사를 하고는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오늘은 더 이상 영업을 하지 않습니다 손님.”


“저에요 아저씨.”


“음? 뭐야 시게하인가.. 그리고 신스케구나. 잘 지냈니?”


“네 뭐.. 그런데 아저씨 문닫은거 아니었어요?”


“그래 그랬었지. 하지만 여러 가지 일이 있어서 말이야. 배고플테니 먼저 요리를 만들고 이야기해도 될까?”


“들어가자.” 시게하는 그렇게 말을 하고는 늘 앉았던 그 자리에 앉았다.


“여기에 자주 앉곤 하였지.”


“뭐 시게하는 몇 번 없었지만 말이야.”


“그렇긴 해. 이 자리는 오빠가 앉았던 자리고 말이야.” 시게하는 비어 있는 옆자리를 쓰다듬었다.


그리고 어느덧 요리가 나오기 시작하였다.


“자 요리 나왔습니다.” 아저씨는 커다란 쟁반에 요리들을 담아 왔다.


나와 시게하는 아저씨를 도와서 재빨리 테이블에 음식들을 올렸다.


“이렇게 먹는 것도 오랜만인데.” 아저씨는 과거형으로 말하였다.


“그러게요. 아 저는 지난번에 왔었죠?” 시게하는 나를 째려봤다.


“아 그랬었지. 그때 신스케와 같이 올 줄 알았는데 말이지. 무슨 일이 있었던거구나 그렇지 신스케?”


“네.. 뭐 여러 가지로 그런데 어떻게 이곳에 다시 운영하시게 된거에요? ”


“뭐 그게 여러 가지 사정이 있지만 ..”아저씨는 왠지 모르게 시게하를 쳐다보았다.


“그래 사실은..” 아저씨는 지금까지 있었던 일에 대해 말해주셨다.


“......”

“......” 분위기는 어두워 졌다.


아저씨는 말을 하기 힘든 것인지 말을 하지 않고 있었다.


“뭐뭐 아저씨 이야기는 천천히 하기로 하고 일단 배가 고프니 저녁이라도 먹죠. 아저씨도 아직 저녁 안드셨죠?” 시게하는 분위기를 바꾸려고 하였다.


“아아 그렇지. 신스케도 먹자구나. ” 아저씨가 젓가락으로 탕수육을 입에 가져다 댄다.


그것을 보고는 시게하가 젓가락으로 탕수육을 집고 나도 뒤따라 탕수육을 집었다.


아저씨의 이름은 카타무라 나가타.


50대 남자로 예전에도 탈모증상이 있었지만 최근 탈모가 더 심해진 것 같다.


그리고 검도부원 카타무라 료타의 아버지이기도 하였다.


“.... 료타가 상을 들고 오던 날이 아직까지도 떠오르는구나.” 아저씨는 먼 곳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료타가 있을테지..’


“그놈은 상과는 전혀 인연이 없는 것인지 노력이 부족하였던 것인지 상이라고는 타오지 않았어.”


“아니에요 아저씨. 아저씨는 누구보다 료타가 노력했다는 것에 대해 알잖아요.”


“뭐 그것을 알게된 것도 최근의 일이지만.. 아무튼 료타는 검도부에 들어서 다행이었다고 생각한다.”


“감사합니다.” 나와 시게하는 동시에 말을 하였다.


“아니다 시게하. 나는 오히려 너에게 감사해야 한다. 무너질 뻔한 이 가게를 다시 세워준 것도 너잖니.”


“시게하가?” 나는 뜻밖의 이야기를 들었다.


“아.. 유감스럽게도 료타가 죽은 뒤에 방황했어. 어른답지 않게 말이야. 아내는 너희들도 알다시피 료타를 낳자말자 세상을 떠났고 나에게 피붙이라고는 료타뿐인데.. 그 료타마저 떠났으니 나라고 별 수 있겠니. 찾고 찾다보니 도박에 물든거야.”


“....”


“....”


“나도 그때의 나를 한심스럽게 생각한다. 어느덧 정신을 차리고 보니 가게에 빨간 딱지가 붙어있지 뭐냐. 그 날부터 가게를 닫고 여행이라도 가볼까라고 생각하던 찰나에. 마침 시게하가 가게에 찾아왔단다.”


“.... 그때의 아저씨는 제가 알던 아저씨가 아니었죠. 모습은 초췌하였고 수염이 덥수룩 하였으니까요.”


“그래 그랬었지.. 처음에 시게하인줄 몰랐지만. 가게에 자주 오지 않아서 그런건지 아니면 나의 기억이 흐릿했던 건지 모른다만 지금 와서는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어.”


“그러면 시게하가 가게를 다시 인수한거에요?”


“뭐 그것도 있지만 료타의 보험금을 쓰기로 했단다. 어쩔 수 없잖니. 료타가 지금까지 살아온 곳이기도 하고 나와 아내의 추억이 깃든 곳을 버릴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변명일지도 모르지만 말이야.”


“그렇군요..” 내가 이 가게에 마지막으로 들렀을 때만 하더라도 닫혀져 있었다.


주변에는 거미줄이 가득하였고 먼지들은 이곳저곳 퍼져 있었다.


‘아마 아저씨는 그때 도박을 하러 갔던거구나..’ 이제서야 의문이 풀렸다.


“뭐 이제 다 지난 일이고 어두운 분위기는 풀자꾸나. 자자 모두 잔을 들어.” 아저씨는 비싸보이는 술을 가져왔다.


“에.. 아저씨 어떻게 하시려구요.” 시게하는 놀란 표정으로 아저씨를 막으려고 하였다.


“아니 오랜만에 너희들이 와서 기분이 좋지 않겠니? 그래서 한잔이라도 하고 말이야. 너희들은 음료로 할테냐 ?”


“제가 들고 올게요.” 나는 자리에 일어서서 냉장고에 있는 음료수를 가져왔다.


“그러고보니 시게하 너도 이제 어른이 아니니?”


“그거야 이제 사회생인걸요.”


“그렇다면 잔을 받거라.” 아저씨는 잔을 건냈다.


“내일 출근도 있고 주말에 오게 되면 마실게요.”


“그러냐.. 하는 수 없지.” 아저씨 는 서운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어쩔 수 없었다.


‘시게하는 술에 약했으니까..’ 아저씨도 그 모습을 본 뒤로 시게하에게 술을 권하거나 하지 않는다. 하지만 오늘도 날이니 날인만큼 권할 수 밖에 없던 모양이다.


“그런데 아까 시청각실에서 이야기의 계속이지만..” 나는 화제를 바꿨다.


“아 그렇구나. 그래서 너는 어떻게 하고 싶은거야?”


“에? 시게하 그것이 무슨 말이냐? ”


“아저씨도 아셔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 사건이후로 동아리 활동은 금지되었지요.”


“그래 그런 사건이 있었으니 학교측에서 강경하게 대응한 점이 없잖아 있지만 또 다시 발생할 수 있을 가능성을 부정할 수는 없구나. 그런데 동아리가 무슨 문제지?”


“신스케의 말로는 이번에 들어온 후배가 동아리 활동을 하고 싶어한대요. ”


“그러냐. 그런데 학교에서 동아리 활동은 금지하고 있지 않냐. 이전에도 누군가 건의를 한 것 같지만..”


“그런데 어떻게 되었지요?”


“뭐 물론 당연히 안되었지. 그런데 제법 강한 아이구나. 동아리 활동이 금지되고 있는 것을 알고 있는데도 말이야.”


“뭐 이따금씩 그런 아이들이 있잖아요.”


“그런가.. 그러면 너는 어때 신스케, 시게하야.”


“나야 뭐 그렇게 부활동을 한 것도 아니고.. 가끔씩 갔을 뿐이니까.. 음.. 그래.. 신스케 너는 어때?” 시게하는 나에게 재빨리 질문을 넘겼다.


“에.. 나는 뭐 별로 상관없는 일이지 않을까..”


“......” 이상하게도 시게하와 아저씨의 눈이 찌릿 찌릿하는 느낌이 들었다.


주변 공기는 무엇인가라도 부슬 듯 찌릿 찌릿하였다.


이런 감각은 이전에 느낀 적이 있었다.


2년 전

나는 친구도 없었고 가족도 없었다.


아버지라는 사람은 매번 늦게 돌아왔고..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까지 어머니를 괴롭혔다.


그리고 그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더 이상 세상에 아무런 것도 없다는 듯 집에 들어오지 않게 되었는데 지금 매번 밤늦게라도 돌아오는 것이 다행으로 생각될 정도였다.


그 정도로 나에게 있어서는 좋지 못했던 시기였다.


그러던 중 나는 우연스레 동아리 건물을 지나게 되었다.


마침 그 날은 교내 청소가 있는 날이었다.


매 달마다 돌아가면서 반끼리 청소를 하였는데 청소를 하는 곳은 학교 내부와 그리고 밖의 주변을 청소하는 것이 임무였다.


정해진 곳은 없었다.


그저 청소를 하면 되었다.


나는 우연히 학교내부 청소를 맡았다.


아이들은 청소를 하기보다 웃고 떠들거나 놀기 바빴다.


매번 담임 선생의 잔소리에도 하는둥 마는둥 하다가 놀다가.. 혼났다가.. 놀다가를 반복하며 시간을 보내었다.


나는 어느덧 그런 것을 잊은 채 청소에 열중하였다.


그리고 어느덧 동아리 건물이 있는 곳에 도착하였다.


‘동아리 건물인가..’ 본교 건물보다는 크기가 작았지만 나름대로의 위엄이 있었다.


입학 당시에 권유가 많았지만 나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끈질기도록 달라붙는 부가 있었지만.. 학생이 아니었다.


선생이 학생을 유혹하거나 하는 정신이 나간 부였다.


그런데 나도 모르게 동아리가 있는 건물 안쪽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주변에는 이것 저것 떠드는 소리가 들린다.


‘통...통..’


‘끼익..’


‘통.. 통통 통..’


'공과 바닥이 부딪치는 소리.. 신발들이 미끄러지는 소리..' 신발 밑바닥은 아래를 향하고 공은 위로 향한다.


동아리 부실 입구에는 작은 유리가 있는데 그곳에서 약간이지만 안에서 무엇을 하는지 볼 수 있었다.


내가 처음 본 것은 농구부였다.


‘한 명.. 두 명..’ 점점 그라운드에 있는 사람 수가 늘어난다.


이윽고 5명이 넘어가고.. 10명이 된다.


무엇인가의 고함소리에 주변은 빨갛게 달아오른다.


이윽고 모든 소리들은 조용해진다.


해가 이동하는 소리는 만유를 회전 시켰고 달은 모든 것을 들어올렸다.


그러나 그런 소리들 조차 들리지 않는다.


‘환호성.. 땀.. 함성..’ 모든 것이 정지한다.


그리고 한 명의 선수가 뛰어오른다.


그와 마찬가지로 여러 명의 사람들이 뛰어오른다.


신발의 이동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밑바닥은 하늘을 향해있다.


그대로 여러 개의 꽃들이 지나가고 이윽고 공은 그물망으로 들어간다.


그것이 신스케가 난생 처음 본 덩크슛의 장면이었다.


“호오.. 저게 덩크라는거군 어때 멋지지 않니?” 누군가 나의 옆으로 와서 말을 걸었는데 처음 보는 사람이었다.


‘모습을 보니 아무래도 학교에 있는 사람인 것 같지만..’ 그 당시에 그와는 면식이 없었다.


“......”


“......”


“붙임성이 없는 놈이로군 너 이름이 뭐야?”


“시리하라 고등학교 1학년 아오야마 신스케라고 합니다.”


“아오야마라.. 아오야마.. 신스케.. 신스케..” 그 남자는 무엇인가 중얼 중얼 거리기 시작하였다.


“저 무슨 문제라도..” 나는 왠지 걱정되었다.


“아!” 그는 갑작스레 큰 소리를 내었다.


“나랑 안면이 있는 사람들 중에 성이 아오야마인 사람은 없는데.”


“......그렇습니까.” 이상한 사람으로 생각되었다.


“뭐 이것으로 안심했어.”


“네?”


“이곳에서 조금 더 걸어가면 신사가 나오는 것 알지?”


“네 알고 있습니다만..”


“그리고 가끔씩 등산객들이 지나다니며 이곳을 보거나 하지.”


“그렇군요..”


“너 동아리는 들었을까?”


“아니요.. 아무 곳에도 들지 않았습니다.”


“그런가.. 마음에 드는 동아리는 없었던 것일까?”


“아니요.. 단지..” 그는 나의 말을 끝까지 듣지 않고 계속 말하였다.


“홍보가 부족했던 것일까?”


“그런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용기가 나지 않았던 것일까?” 그 남자는 나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먼저 앞서서 대화를 진행시켰다.


이대로라면 이 남자에게 끌려다니기나 할 뿐이다.


‘복장으로 보니 교사인 것 같지만.. 아마 체육계일까.. 이대로 빠져나갈 수는 없을 것 같고..’


“그런가.. 그러면 좋다.” 그 남자는 혼자 납득하였다. 그리고는 나의 손을 잡았다.


“너에게 좋은 곳이 있어. 꿈이 가득한 곳이야.”


“꿈?” 나는 순간적으로 그 남자에게 유혹되었다.


“그렇다. 어때 너도 꿈이 있는 곳으로 가지 않겠는가?”


“아니요.. 아직 죽기를 원하지는 않습니다.”


“하하핫.. 꽤나 괜찮은 대답이구나. 지금까지 너만큼 재밌는 대답을 한 놈은 없었어. 하하하핫.”


2년전 검도부실

그 남자는 나를 어디론가 끌고가 방안으로 넣었다.


주변에는 수상한 냄새가 가득하였다.


세상에는 여러 가지의 냄새가 있다.


그렇지만 보통 2가지의 종류로 압축이 가능하다.


' 향기로운 냄새.. 지독한 냄새..' 내가 지금까지 맡은 냄새중에서 가장 최악인 냄새가 검도부실을 맴돌았다.


옆에 나와 같이 온 교사는 아무렇지 않은듯 문을 닫았다.


환기는 전혀 되지 않았고 주변에는 연습을 하는 소리만이 감돌았다.


‘어디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꿈..’ 나는 문을 나서려고 하였지만, 그 교사가 나의 앞을 가로막았다.


나는 그를 비키게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는 얌전히 따르기로 하였다.


“자 모두들 모여봐 신입이다.” 그 의 소리에 갑작스레 공기는 변하였다.


연습을 하고 있던 사람들이 재빨리 도구들을 정리하고 그 교사가 있는 곳으로 왔다.


“에~ 신입부원이구나 선생님 이름이 뭐에요?”


“으음.. 이름이 뭐였더라 너 이름이 뭐냐?”


“(... 조금전에 말했을 것이지만.. ) 아오야마 신스케입니다.”


“에.. 아오야마.. 아오야마.. 아는 사람중에 그런 이름은 없는데 그렇지? ”


“응.. 프로 선수들 중에도 없고.. 평범한 지원자가 아닐까..”


“아니 나는 아직 신청...”


“뭐 아무튼 좋잖아. 지금부터 성장을 하면 되는 것이고 그러면 다 우리의 공이 되는거지.” 남자와 같은 숏 컷을 한 여자는 그렇게 말하며 남자 같이 웃었다.


“방금 뭐라고 했어?” 그 여자는 웃다가 말고 정색을 하며 얼굴을 가까이 대었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무서운 사람들 뿐이라고 생각하였다.


‘톡톡..’ 누군가 나의 볼을 꼬집었다.


“어머 얘좀 봐 완전 볼이 탱탱하잖아.”


“어 정말? 나도 나도.” 그렇게 한 명 한 명씩 나의 볼을 집었다.


그리고 그것이 끝났을 때 나의 볼은 빨개져 있었다.


“자자 모두들 이제 연습하자구.” 드디어 나는 그녀들의 손에서 해방될 수 있었다.


‘나름대로 자취가 아깝기는 했지만..’ 그녀들은 재빨리 놓아두었던 장비들을 챙겨 몸에 걸치고는 연습을 시작하였다.


재빠른 기합소리가 들린다.


“어때 할마음이 생겼어?”


“아니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흐음 그런가.. 너 검도는 배워본 적이 있어?”


“네?”


“검도를 TV나 실제로 본 적이 있거나 혹은 배운 적이 있는지에 대해 묻는거야.”


“검도는 한 두 번정도 TV에서 본 적이 있습니다. 그렇게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그런가.. 스미레.”


“네.” 대련을 하던 도중 누군가의 소리가 들리고는 대련이 중지 되었다.


‘조금 전 봤을 때는 몰랐지만 저런 여자도 있었구나..’ 나는 그녀의 행동과 외모에 감탄하였다.


“이놈에게 맞는 장비가 있을까?”


“글쎄요.. 지금 남자부원은 합숙을 나갔으니까.. 찾기 힘들지 않을까요..”


“그런가..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죽도 2개를 다오.”


“네? 하지만 이 아이는 아직 검도를 배우지 않았고.. 게다가 입부조차 하지...”


“그러니 필요한 것이다.” 교사의 말에 스미레라는 여성은 납득을 하지 못하였지만 결국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죽도 2개를 가져왔다


. 처음에는 교사에게 주었고 마지막으로 나에게 주었다.


“미안해. 제멋대로인 사람이라.. 그런데 돌보기는 나름대로 상냥한 편이니까.. 너의 힘을 보여줘.” 그 사람은 나에게 조심스레 속삭였다.


‘죽도라..’ 실제로 처음 만져보는 것이다. 조금 전 검도부 사람들이 하였던 것처럼 휘둘러 본다.


주변은 어두워 진다.


이 공간에 허락된 사람은 나 혼자였다.


‘탁.. 휙’ 발이 먼저 나가고.. 죽도가 흔들어 진다.. 그것을 반복한다.


‘이번에는 뒤로 움직여보자..’ 발자세를 바꾸고.. 나는 뒤로 움직여 죽도를 흔들었다.


‘휙.. 휙..’ 그것을 계속하여 반복한다.. 그러다가 문득 앞에 있는 사람이 보였다.


“아 죄송합니다.. 죽도는 처음 만져봐서요.”


“됐다. 어서 들거라.” 나는 조금 전 했던 대로 죽도를 쥐었다.


“죽도의 자세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제일 첫 번째로 상단.. 머리를 보호할 순 있지만 여러 약점 요소들이 노출될 수도 있다. 그리고 중단.. 가장 적당한 자세로 어느 상대건 간에 보통 정도는 할 수 있다.” 교사는 상단을 들었다.


나는 그와 반대로 중단을 들었다.


“있지 신스케. 너는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을까?”


“아니요..”


“그렇다. 나도 그런 것은 할 수 없다. 하지만 이것만큼은 말할 수 있다. 검을 섞어보면 그 사람이 보인다. 그렇다고해서 모든 것이 보이는 것은 아니다. 대략적으로 그 사람에 대해서 알 수 있는 것이다. 너도 그것을 느껴봤으면 좋겠다.” 교사는 잠시 기다리더니 자세를 잡고 앞발을 내딛으며 나에게 검을 보내었다.


나는 빠듯이 그것을 부딪치려고 하였다.


그러나 교사가 노리는 곳은 그런 곳이 아닌 나의 머리를 노리고 있었다.


그렇게 당하고 있을 찰나.. 교사는 공격위치를 바꿔 나의 죽도를 향해 내리쳤다.


나는 간신히 그것을 막았지만 너무 큰 힘으로 죽도는 팅겨져 나갔다.


그리고 그 부딪치는 순간.. 무엇인가가 보였다. 나의 손에는 어느샌가 죽도가 쥐어져 있었다.


“너 생각보다 소질이 있구나.” 옆에 있던 부장이 말하였다.


“그렇군. 센스는 나쁘지 않은데.” 교사는 들고 있던 죽도를 부장에게 건내주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이게 다다. 이곳에 있을 필요가 없다면 가도 좋다. 손님이 왔으니 배웅을 해야겠지만 너는 우리 부원이 아니므로 배웅을 할 이유는 없다. 만약 모두의 배웅이 받고 싶다면 부에 입부하는 것이 좋아 .” 교사는 나에게 입부종이를 건내주었다.


“선생님 그래도..”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이 좋다.” 교사는 매몰차게 대답하였다.


나는 입부 신청서 종이를 찢어버리고 싶었지만 우선 들고 있기로 하고는 동아리 건물을 나왔다. 밖은 어느샌가 어두컴컴해져 있었다.


눈을 감자 아까의 풍경이 떠올랐다.


‘죽도가 흔들리는 모습..’


‘그리고 사람 대 사람으로서 죽도끼리 부딪치며 느끼는 전율..’ 그런 것들이 나를 바꾸게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아직까지도 오른손과 왼손에는 진동이 있었다.


그 교사는 굉장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아마 손대중을 많이 한 거겠지..’ 그 당시의 나는 지금에 비하면 소극적이었고 그렇기에 남들과 같은 것을 경험할 수 없었다고 생각한다.


어머니는 계시지 않았고.. 아버지는 집에 잘 들어오지 않았으니 나에게 있어서 놀거리라면 공부 혹은 TV만이 전부였다.


공부를 하고 싶어서 하는게 아닌 그럴 수 밖에 없어서 하는 그 상황은 나에게 있어서 암울하기만 하였다.


‘게다가 마음에 드는 여자가 생겼다.’


‘나보다 높은 학년이었던 것 같지만.. 아무튼 좋은가..’


“......” 의식이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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