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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ngo
작품등록일 :
2019.04.01 18:13
최근연재일 :
2021.09.14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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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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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03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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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쪽

8화

DUMMY

현재 보륜당

‘그래.. 그런 날들도 있었지..’


“신스케? 신스케? 듣고 있는거야? ”


“아.. 응..”


“나 참 신스케도 그렇게 한눈 팔다가 당한다구.”


“그렇지만 여기에는 적이 없는걸.”


“시게하야 무슨 일이 있었던거냐?”


“네. 오빠에게 듣기론 신스케가 처음 대회에 출전했던 날 얼빠지게 있다가 한번에 승부가 났나봐요.”


“하하.. 그런가. 신스케에게 그런 면도 있구나. 료타보다 더 바보같은 면이 있네.” 아저씨는 웃으며 술을 마셨다.


“아저씨도 참.. 아저씨가 료타를 과소평가하는 거라구요.”


“음?” 아저씨는 흠칫 나와 시게하를 쳐다보았다.


“아저씨 말이 맞아요. 료타는 우수한 검도부원이었어요.”


“그런가..” 아저씨는 무엇인가 삼키는 듯 보였다.


“제가 3번이었고 늘 료타가 저의 뒤에서 하곤 했었죠. 제가 이기는 승부에선 괜찮았지만.. 만약 제가 지는 날에는 평소보다 배의 실력을 발휘하여 팀의 분위기를 끌어올리기도 했어요.”


“그런가.. 그런 점이 있는 줄 처음 알았군. 더 이야기는 없을까? 오늘은 조금 더 이야기하고 싶구나.”


“아저씨도 참..”


“.... 그래. 이만 잊을 때도 되었지.. 신스케 너의 이야기를 해다오.”


“그래 신스케 너의 입부 순간을 말해줘. 아직 들은 적이 없어.” 시게하는 신난 듯 말하였다.


“그런가.. 그렇지만 딱히 기억에 남을 만한 일은 없는데..”


“뜸 들이지 말고..”


“그래 신스케야 시원하게 말해보거라. 오늘이 아니면 언제 기회가 있겠니. 하하.” 나는 머리를 긁적였다.


그렇게 떠올리곤 싶지 않은 기억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마음 한편으로는 그립기도 하였다.


“.... 그 날은 학교에 청소가 있는 날이었어요. 매달마다 한번씩 있는 큰 청소였는데 돌고 돌다보니 저희반 차례가 된거죠. 그렇게 담당구역을 나눠서 청소를 했어요.. 그러다보니.. 어느샌가 동아리 건물이 있는 곳으로 가게 되었죠. 무엇인가에 끌렸다고 할까.. 그렇게 그 사람과 만나게 되었습니다.”


“과연..”


“그 사람은 저를 억지로 검도부에 대려갔고 연습을 보여주고는 저에게 죽도를 쥐어주었습니다.”


“과연 오빠다운데.”


“저는 난생 처음으로 죽도를 잡았고 눈을 감은 뒤 여러 번 헛스윙을 하였습니다. 처음에는 팔을 흔들었고.. 그 다음에는 발을 내딛으며 조금 전 연습때 보았던 장면을 그대로 재현해보려고 하였습니다. 어느덧 주변은 보이지 않게 되었고 저 혼자만 있게 되어 연습을 하였습니다. 그러다가 그 사람의 말에 깨어났었지요.”


“흐음.. 그건 아마도 무의식과 유체이탈의 중심점.. 그곳이야 말로 모든 것의 중심이 되는 곳이자 가장 냉정하게 바라볼 수 있는 곳이야. 너는 처음부터 소질이 있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네. 최소 20년은 가까이 해야 나타나는데 말이야.”


“아무튼 그렇게 대결이 이어졌고 단 1합만에 모든 것이 끝났습니다.”


“그러면 손의 떨림 같은 것은 없었어?”


“왼손과 오른손이 떨렸어. 두 손을 잡으면 간신히 진정이 될 정도였지 멈추지는 못했어.”


“그러면 그 순간에는 죽도의 모습이 보인거야?”


“그랬었지.. 오래 전의 일이지만 그리고 나는 그 다음날 그 사람에게 입부 신청을 했어.”


“그렇구나. 신스케 나는 너가 지금처럼 그런 성격인줄 알았지만.. 성격이 변한거구나.”


“응 나도 그렇게 생각했지만.. 이것은 오빠가 잘못한걸까..”


“내 성격이 뭐가 어때서.”


“그런 일들이 있었다니 세상을 살고 볼 일이구나.” 시게하와 아저씨는 당분간 웃었다.


방안

그리고 그 다음날..


‘삐비빅.. 삐비빅.. 삐비빅..’


“......”


‘삐비빅.. 삐비비... 틱.’ 의식은 깨어난다.


‘끝없을 것 같은 의식이 차례..’ 차례대로 천장이 보인다.


‘아직 눈이 탁해진 탓일까..’ 주변은 아직 어두워 보인다.


한번 눈을 깜빡이자 서서히 어둠은 걷혀지기 시작한다.


방에 있는 시계를 보자 시간은 오전 10시 30분를 가르키고 있었다.


아직 학교에 갈 시간은 여유롭다.


‘한번 더 잠을 자....’


“......”


“......” 나는 다시 한번 시계를 본다.


“뭐야 10시 30분 밖에 되지 않았잖아. 학교는 12시 등교던가.. 한숨 더 자기로 하자..”


“......”


“...... 정말인가?” 나는 다시 한번 더 시계를 보았다. 틀림없이 10시 30분을 가르키고 있다.


시간은 잘못되지 않은 것 같다.


휴대폰의 시계에서도 10시 30분으로 나온다.


‘ 누군가 나의 방에 잠입하여 자는 틈에 알람시간을 바꾸어 놓았다는 것이 되는데..’ 사실 우리집에 들어올 수 있는 것은 한정된 사람뿐이다.


‘물론 침입을 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어릴적 아버지가 한번 말해준 적이 있었다.


“아버지 이 집은 얼마나 되었어?”


“글쎄.. 나와 너의 어머니가 들어왔을때가 정확히 20년이 되었다고 했던가 .”


“그러면 몇 년이 된거야?”


“지금 신스케의 나이가 몇살이지?”


“아버지도 참.. 6살이야.”


“벌써 그렇게나 되었던가.. 세월이 빠르구나.” 그것은 나에게 있어서 몇 안되는 아버지와의 즐거운 기억이었다.


나는 의식을 깨어나기 위해 두 손으로 뺨을 아프지 않을 정도로 두드리자 의식이 깨어나는 것 같았고 우선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몸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는 것 같다.


어제의 기억을 떠올린다.


어제는 오랜만에 시게하를 만나 아저씨의 식당으로 간 것은 생각난다.


그 아저씨는 료타의 아버지이고.. 이 동네에서 몇 안되게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이기도 하다.


그런 생각을 하니 약간 우울해졌다.


어제는 무슨 이유로 시게하를 만나.. 아저씨의 가게로 갔었다.


그리고 이야기를 하며.. 아저씨는 술을 마셨다.


거기까지는 기억이 났다.


‘도중에 음료수를 가지러 가긴 했지만..’


‘설마..’ 나는 문득 아저씨의 얼굴이 떠올랐다.


' 왜 그렇게 호탕하게 웃었던 것일까..' 어쩌면 아저씨는 나에게 음료가 아닌 술을 주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런가.. 그래서 시게하의 표정이 밝아 보였던 것일까.’


‘나름대로 취하고 있었던 것일까..’ 갑작스레 머리가 아파졌다.


‘이것이 이른바 숙취라는 놈일까..’ 주변이 어지러워 보였다.


'어제 분명히 시게하는 학교에 간다고 했었지만..' 나는 달력과 휴대폰의 날짜를 비교해본다.


오늘은 토요일로 학교를 가지 않는 날이었다.


‘시게하는 착각을 했던 것일까..’ 나는 한숨 더 자기 위해 침대로 돌아왔지만.. 잠은 더 이상 오지 않았다.


방을 나가 거실에 갔지만 아버지는 어디론가 갔는지 보이지 않았고 쇼파 주변은 정리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TV는 주인을 찾지 못한 채 계속 치지직 소리를 내고 있었다.


‘아버지는 또 TV 끄는 것을 잊어버리고 나간 것일까.’ 의식이 아직 몽롱한 것을 이겨내기 위해 나는 찬물로 샤워를 하였다.


“......” 몸주변이 얼어 붙어서일까 느낌이 흡사 겨울과 같이 느껴졌다.


이상하게 주변의 것들을 당기는 것 같다라고 생각이 될 정도로 몸이 차가웠다.


실제로 그 무엇도 나의 주변을 다가오지 않았지만 이상하게 머리카락을 포함하여 털들이 선채로 굽어지지 않았다.


드라이를 몇번하고 옷을 따뜻하게 입은 뒤에서야 머리카락이 다듬어지기 시작하였고 털들도 그제서야 가라앉았다.


‘어제 그 사람의 이야기가 나와서 말이지만..’ 오늘은 성묘를 가볼까 한다.


덤으로 마트에 들러서 청소도구와 그 사람이 좋아하던 것을 사갈 생각이다.


집에는 방이 2개 있다.


어머니가 살아 계실때는 아버지와 어머니는 그 방에서 주무셨고 나는 내 방에서 자곤 하였다.


그러나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로 아버지는 그 방에 들어가지 않으셨다.


‘두려운 무엇인가 있다는 듯이..’ 아버지는 그렇게 말이 많으신 편도 아니었고 표현을 잘 안하시는 편이긴 하셨지만 그 날 뒤로 더 무뚝뚝해지셨다.


‘여러 번 잔소리를 하긴 하셨지만..’ 아무튼 어머니의 방에는 마지막으로 남기고 간 통장이 있다.


'어머니가 지금까지 벌어왔던 통장..' 그 안에는 작은 편지가 있다.


‘이른바 유언장이라고 해야할까..’ 어머니는 언제 올지 모를 죽음에 대해 대비를 하셨던 것 같다.


취직을 하고 나서부터 어머니는 저금을 하셨고 돌아가시기 전까지 식비를 조금씩 줄이거나 하여 나중에 있을 미래를 생각하시곤 하셨다.


‘유언장의 내용 안에는 그것이 나의 결혼비용이 될 예정이었지만..’ 아버지가 일을 하지 않은 탓에 그럴 여유조차 없어졌다.


‘아버지에게 말을 꺼낸 적이 있지만..’ 아버지는 그것을 알고 계셨다.


‘그래서 일을 하지 않으시는 것일까..’ 아버지의 표정은 괴로워 보였다.


문득 아직까지도 어머니의 방에 들어가면 가끔 뿌리셨던 향수 냄새가 맴돌곤 한다.


‘그 뒤로 나 역시 이 방에 들어간 적은 없지만..’ 지금까지 아버지가 퇴직할 때 받은 돈으로 생활을 하였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그 돈이 부족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며칠 뒤..


거리

밖은 우울하였는데 금방이라도 비가 올 것만 같은 날씨였다.


3월 19일 오늘은 어머니의 기일이었다.


내가 살고 있는 곳은 시골로 시내에 나가야만 무엇을 살 수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기차나 버스를 타고 나가야하는 것은 아니었다.


어느 정도 걸어야 하는 정도의 거리지만 그것마저 귀찮게 느껴졌다.


‘평소라면 가지 않았을 것이지만..’오늘은 어머니의 기일이므로 어쩔 수 없었다.


‘1년에 단 한 번 있는 날이니까.’ 마트로 가는 도중에는 기차가 다니는 길이 있다.


매번이지만 항상 도착할 때 기차가 오곤 한다.


지금 역시 띠잉..띠잉 하는 소리가 점차 급격하게 오른다.


기차는 칙칙 하는 소리와 바람을 가로 지르는 소리로 어느 틈엔가 지나갔다.


역장은 기차가 간 것을 확인하고는 재빨리 문을 열어주었다.


그제서야 서로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은 발길을 옮기기 시작한다.


기찻길에는 자전거나 오토바이를 타는 것이 금지 되어 있다.


그러므로 자전거를 끌고가거나 오토바이도 끌고 가야한다. 차의 경우에는 지나갈 수 있는 공간이 되지 않는다.


'이전에 누군가 차로 온 적이 있었지만 ..' 그리고 그 길을 따라 내려오면 번화가가 나온다.


그곳에는 나름대로 필요한 물건들을 구할 수 있다.


오는 물량은 한정 되어 있고 필요한 사람들은 더 많으니 늦게 가면 물건이 없어 다음날 혹은 그 다음주까지 기다려야 할지도 모른다.


그정도로 환경은 열약하였다.


‘나의 경우에는 그렇게 필요한 것이 없지만..’ 다른 사람들은 이것저것 많이 필요한 것 같았다.


겐자쿠 마트

겐자쿠 마트는 마을이 생기기 시작할때부터 영업을 했던 마트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곳에서 물건을 구입하곤 한다.


그래서 그런 것인지 오늘 역시 사람이 많았다.


‘아마도 주말인 이유도 있겠지만..’ 마침 오늘은 세일기간이기도 하였다.


“자자 골라보세요 40%세일중입니다. ”


여러 세일을 알리는 소리가 들린다.


이따금 너무 소리가 커서 곤란할 때도 있지만


‘뭐 그만큼 주목을 하기 쉽다고 할까..’


‘여러 번 세일을 받아서 이득을 챙긴 경우도 있고..’


“자자 골라보세요 세일중입니다.”


“어? 너는?” 문득 세일하는 곳을 지나다가 누군가에게 불러세워졌다.


“신스케?”


“에? 마시다 선배?” 마시다 토이치로. 이전 검도부원으로 2년 선배다.


‘분명히 대학교에 갔다고 들었지만..’


“신스케 여긴 어쩐 일이냐?”


“선배야 말로 다른 곳으로 이사간거 아니었어요?”


“그게 사정이 있어서 말이지.. 당분간 여기에 있게 되었다.”


“그렇군요.. 언제부터 일하셨어요?”


“음.. 이번달부터 일하게 되었지. 너는 아직 학교에 다니고 있니?”


“네 뭐.. 여러 가지 일이 있었지만 아직 다니고 있어요.”


“그래.. 그렇구나. 언제 한번 같이 밥이나 먹자.”


“선배가 사는거에요?”


“아아.. 뭐 한번쯤이야 괜찮지.”


“뭐야 마시다. 들어온지 얼마나 되었다고 농땡이냐?” 뒤에서 남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선배. 죄송합니다 학교 후배를 오랜만에 만나서요.”


“아 뭐야 그런건가. 그러면 천천히 이야기 하고 와.”


“네 감사합니다. 신스케 잠시 뒤로 나가자.”


“......?”


“신스케? 뭐해?”


“아 알겠습니다.”


‘그런데 저 남자..’ 나와 선배는 마트 뒤편에 있는 곳으로 나왔다.


“잠시 벤치에 앉아 있어.” 선배는 그렇게 말을 하고는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아왔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어떻게 되신거에요?”


“뭘 어떻게 되긴 말 그대로 학교를 휴학한거지.” 선배는 커피 캔을 따서 마셨다.


“그렇군요..”


“듣자하니 동아리 활동이 금지되었다면서?”


“네. 그렇게 되었습니다.”


“하긴 그 사건이 일어났으니 어쩔 수 없지. 이번에 시게루 선생님을 만나러 가야겠다.”


“아마 선생님도 좋아하시겠지요.”


“뭐 그건 그렇겠지. 그런데 너가 마트에는 왠일이냐? 3월1일부터 일을 하긴 했었는데 통 오지 않더니..”


“뭐 이런 저런 일이 있어서요..”


“아버지와는 또 서먹서먹한 관계냐? ” 그렇게 자세한 내용은 아니지만.. 선배는 나의 집안사정에 대해 알고 있었다.


“네.. 뭐 그렇죠.”


“너도 이제 곧 고등학교 졸업하는데 대학생이 되어서도 아버지와 서먹서먹하게 있을꺼냐? 뭐 이해는 된다만.. 그래도 남은 피붙이라고는 아버지밖에 없지 않겠어?”


“......”


“뭐 언젠가 너도 이해하게 되겠지. 그러고보니 오늘이 너의 어머니 기일이었지?”


“... 어떻게 아셨어요?”


“뭘 어떻게 알긴.. 너의 얼굴을 보니 왠지 모르게 그런 느낌이 들더라. 게다가 날씨도 흐리고 이 날은 항상 이런 날씨였던 것 같은데..”


“어머니는 흐린 날씨를 좋아하셨으니까요.”


“그러냐.. 검도부에 있을 때 나는 흐린 날씨가 싫었어. 냄새가 많이 나잖아?” 선배는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아침에 나올 때보다 날씨는 더 흐려져 있었다.


‘마치 금방이라도 비가 올 것처럼..’


“이제 들어가자. 너도 물건을 사고 성묘를 하러 가야겠지?”


“네 그래야겠습니다.” 나와 선배는 마트 안으로 들어갔다.


“마시다.” 큰 키를 한 남자가 불렀다.


“이야기는 다 끝났는가?”


“네. 다 끝났습니다.”


“그런가.. 그렇다면 비가 올 것에 대비해서 준비를 해주고..”


“네.” 선배는 어디론가 걸어갔다.


마트 안에는 사람이 북적 북적하였다.


중간 중간에 직원들이 물품을 다시 넣거나 정리하는 모습들이 보였다.


아줌마들은 모여서 수다를 떨거나.. 시식코너에서 무엇인가를 주워먹기도 하였다.


나는 그들 틈에 섞여서 청소를 하는데 필요한 것들을 이것 저것 사들고는 계산대로 갔다.


계산을 마치고 마트를 나올 쯤.. 누군가 나를 불렀다.


“신스케!” 나는 고개를 돌렸다.


“하..하.. 늦지 않았구나.” 선배는 많이 뛰어왔는지 숨을 헐떡이며 말하였다.


“이거 빌려줄게.” 선배는 나에게 우산을 건내었다.


“에? 하지만 선배 써야하지 않아요 ?” 나는 선배에게 다시 돌려주려고 하였다.


“괜찮아. 어차피 마트이고 하나쯤 사도 상관없으니까. 그리고 오랜만에 만날 후배를 비맞게 둘 수도 없는 노릇이잖아?”


“그건 그렇지만.. 아직 비도 오지 않고..”


“뭐 그건 그렇지만.. 다음에 돌려줘 . 나는 일이 바빠서 이만..” 선배는 마트 안으로 뛰어갔다.


광장

짐이 늘었다는 것에 기쁘지는 않았지만 선배의 마음을 감사하게 받도록 하였다.


마트를 나와 이전까지와 온 곳의 반대방향으로 걸어간다.


도중에는 사람들이 많이 몰려 있는 광장을 지나친다. 이곳 주변에서는 데뷔를 하지 않은 싱어송 라이터들이 자주 공연을 하는 곳이다.


오늘도 몇 명의 사람들이 공연을 하고 있었고 많은 관중들이 마음을 졸이며 보고 있었다.


나는 그 노래들을 흥얼거리며 길을 걸었다.


그리고 조금 길을 걷자 번화가를 나왔다. 그리고 이어진 평야를 보았다.


놀랍게도 번화가와는 정반대의 모습으로 주변에는 들판과 절벽이 있었다.


이곳은 우리 지역에서 도시화가 진행되지 않은 곳으로 관광객들이 놀러오곤 하는 명소였다.


버스는 산을 한바퀴 돌아 다시 이곳으로 오곤 한다.


배차시간은 1시간 간격으로 타기란 쉽지 않다.


게다가 관광객도 있기 때문에 앉아서 가기란 힘들었다.


그러나 오늘은 이상하게도 버스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조금 전 싱어송 라이터가 공연을 하는 곳에서 관광객 같은 사람들이 많이 보였지만.. 그런 이유가 있었던 것인가..’ 그러고보니 평일에 자주 가곤 하였지 주말에는 간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요금을 지불하고 빈자리에 앉는다.


‘집에 가서 무엇인가를 더 가지고 오고 싶었지만..’ 날씨를 보니 그럴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마침 우산도 빌렸고 이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였다.


산은 맑았다.


금방이라도 비가 올 것 같았지만 치유되는 기분이 들었다.


창문을 열자 바람이 들어왔다.


중간 중간에는 솔잎이 휘날렸고 나는 손으로 그것을 잡은 뒤 엄지와 검지로 만졌다.


가도 가도 나오는 풀숲.. 나무들.. 모두 똑같은 모습은 아니었지만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들이 보기에는 어느 것하나 다를바 없었다.


나는 나무나 식물에 대한 지식은 전무하였다.


유치원때나 초등학생때 과학시간이나 우연히 밖에 견학을 나가는 날에 설명을 듣곤 하였지만 그것보다 다른 것에 열중을 하거나 하였다.


그래서 나의 과학점수가 안 좋은 것인지도 모른다.


지금와서 후회하여도 별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어느덧 산 정상에 도착하였다. 버스는 도중에 서는 것도 없었다.


물론 정류장이 없기는 하였지만.. 버스 안에 엔진은 기존 버스 엔진보다 열을 더 빨리 식히게 만들어 졌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산의 높이는 높았고 오르막길이 계속 이어져 도중에 쉴틈도 없었다.


산정상

산정상에는 버스 기사 아저씨들이 쉴 수 있는 공간과 먹을 것을 파는 슈퍼와 음식점 같은 곳이 있는데 버스기사들의 경우 무료로 제공된다.


올라가는데 약 20분정도 소요되니 왕복을 하게 되면 대략 20분 정도의 휴식시간이 생긴다.


근처에는 기사들이 쉴 수 있는 휴게소 같은 곳이 있는데 교대로 내려간다.


그만큼 산위로 오르는데는 많은 정신력과 힘이 든다.


그리고 차 역시 그대로 운전을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차를 사용한다.


올해 산 위로 올라가는 버스 운행을 중단할 예정이었다고 한다.


그렇게 관광객이 많았던 것도 아니고.. 이것을 유지하는데 많은 돈이 필요로 하다는 것이 시리하라 시장의 입장이었다.


그러나 주민들의 반발과 관광객들이 늘어나면서부터 계속하여 유치를 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나는 근처에 있는 슈퍼에 들렀다.


작은 슈퍼에는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예전부터 운영을 하고 있었다.


“신스케?”


“네 할머니 오랜만이에요.” 나는 할머니를 껴안았다.


“신스케 왔구나.” 할아버지는 혼자 바둑을 두고 계셨다.


“오늘 기일인가보구나.”


“네.. 물좀 사갈게요.” 나는 커다란 패트병을 샀다.


많이 무거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


나는 돈을 건내고는 산 위로 올라가기로 하였다.


“잘 다녀오거라. 신스케.”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나에게 그렇게 말을 하셨는데 왠지 모르게 어머니의 얼굴이 보였다.


등 뒤에는 가방과 한 손에는 우산을 들고서 산을 올라간다.


가방은 할아버지가 나오면서 나에게 빌려주셨다.


‘그 정도로 애처러워 보였던 것일까.. 혹은 기특해보였던 것일까..’ 어떤 것이라도 상관이 없었다.


날씨는 계속 흐려졌다.


산 위를 계속 오른다.


정확히 말하자면 버스가 도착한 곳은 산의 정상중에서 낮은 곳이었다.


이 산에는 정상이 2군데나 있다.


특이하게도 산 한 개에서 그 다음 산으로 이어지는 그렇다고 해서 산이 2개인 것이 아닌 마치 산 2개가 연결되어 보였다.


그러므로 산을 1개가 아닌 2개를 넘는 것과 같다.


다른 산 1개는 아직 개발되지 않아서 아는 등산객들만 이용을 하고 있다.


올라가는 코스가 험난하기도 하여서 마을 주민이나 혹은 경험이 많은 등산객이 아닌 이상 도전을 하지 않는 것을 산 입구에 표시해둘 정도로 난이도가 높은 산이었다.


그 산을 오를 수는 있지만 도저히 내려갈 체력은 없을 것 같았다.


중간에 있는 쉼터에 걸터 앉아 공기를 마신다.


‘물방울이 돌아다니는 것 같은 날씨..’ 호흡을 할 때마다 물방울이 들여 마셔졌다.


휴식을 취한 뒤 다시 길을 걸었다.


그렇게 해서 도착한 정상에서 나는 그대로 경치를 구경하였다.


예전 왔을때는 끝없는 바다가 보였지만 안개가 껴 있는 탓에 무엇인가 보이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리고는 나는 어머니가 계신 곳으로 갔다.


그곳에는 작은 묘비가 세워져 있었고 잔디가 어느정도 자라고 있었다.


나는 가방에서 잔디를 깎는 기계를 꺼내었는데 기계라고 해봐야 그렇게 크지도 않았다


'큰 기계보다 시간이 걸리지만..' 그정도의 시간은 있었다.


‘그렇게 잔디를 밀어버리고..’ 세제와 솔을 꺼내어 어머니의 묘비에 뿌린다.


그리고 솔로 천천히 문지른다.


‘아주 천천히.. 더러운 것이 날라갈 수 있도록..’ 그리고는 슈퍼에서 사온 생수를 내려갈 때 필요한 양을 제외한 나머지를 들이붓는다.


거품이 잔디를 타고 벼랑 끝으로 흘러들어갔다.


나는 무릎을 꿇고 앉아서는 기도를 하였다. 눈을 감자마자 의식이 흐려졌다.


꿈속

보고 있었던 들판은 온데 간데 없이 하얀 곳만이 남아 있었다.


‘마치 어느 누구도 있을 것 같지 않은..’ 끝 없는 하얀 곳이 보였다.


나는 그 길을 걸었다.


‘끝없고.. 끝없이 이어진.. 그 길.. 언제 끝날지 모르는 길..’ 나는 계속 걸었다.


그러다가 무엇인가를 발견하였다.


‘나무다..’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나무.. 바로 앞에는 절벽이 보였다.


그리고 다시 나무가 있는 곳을 바라보았을 때.. 어느샌가 하얀색이 사라지고.. 금방이라도 질 것 같은 노을과.. 한 명의 남자아이가 서있는 것이 보였다.


“거기서 뭐하고 있는거야?” 나무에 기대어 있는 남자가 말을 하였다


“......”


“아 참 너는 말을 할 수 없었지. 그래 이제 생각났어. 누구를 찾고 있는거야?” 나는 왠지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누구를 찾고 있는지는 기억나지 않았다.


“그래.. 그러면 같이 가자.” 그 남자는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 그러나 무엇인가가 보이기 시작하였다.


‘하얗고 둥근.. 작은 빛..’ 나는 그것을 움켜쥐었다.


그리고 그 빛은 점점 커져갔고 이윽고 세상을 삼키는 듯 하였다.


그렇게 나는 의식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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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30화 19.04.23 49 0 11쪽
29 29화 19.04.22 50 0 11쪽
28 28화 19.04.19 54 0 12쪽
27 27화 19.04.18 45 0 9쪽
26 26화 19.04.17 46 0 10쪽
25 25화 19.04.16 48 0 10쪽
24 24화 19.04.15 37 0 7쪽
23 23화 19.04.15 26 0 8쪽
22 22화 19.04.12 20 0 8쪽
21 21화 19.04.12 19 0 7쪽
20 20화 19.04.11 23 0 7쪽
19 19화 19.04.11 19 0 8쪽
18 18화 19.04.10 24 0 8쪽
17 17화 19.04.10 22 0 7쪽
16 16화 19.04.09 21 0 10쪽
15 15화 19.04.09 20 0 9쪽
14 14화 19.04.08 21 0 8쪽
13 13화 19.04.08 22 0 7쪽
12 12화 19.04.05 17 0 13쪽
11 11화 19.04.05 29 0 9쪽
10 10화 19.04.04 24 0 9쪽
9 9화 19.04.04 21 0 10쪽
» 8화 19.04.03 28 0 23쪽
7 7화 19.04.03 23 0 28쪽
6 6화 19.04.02 40 0 30쪽
5 5화 19.04.02 51 0 23쪽
4 4화 19.04.01 57 0 14쪽
3 3화 19.04.01 63 0 8쪽
2 2화 19.04.01 81 0 10쪽
1 1화 19.04.01 266 0 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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