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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ngo
작품등록일 :
2019.04.01 18:13
최근연재일 :
2021.09.14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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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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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1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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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화

DUMMY

자리에서 일어나 한참을 걷다보니 어느덧 호수가 보였다.


호수에는 죽을 때까지 마시더라도 혼자 다 못 먹을 정도의 물이 있었다.


나는 살며시 이곳 저곳을 살피다가 호숫가로 갔다.


호숫가 주변에는 많은 새들이 있었다 .


‘호수 안에 물고기라도 많은 것일까 ..’ 나는 호수를 가까이 들여다 보았다.


호숫가에는 나의 얼굴이 비추어 졌다.


이곳 저곳 꿰매어진 나의 얼굴은 사람이기보다는 오히려 인형에 가까웠다.


나는 살며시 볼을 만졌다.


그러자 호숫가에도 볼을 만지는 나의 모습이 보였다.


금방이라도 뜯어질 것 같은 나의 모습은 호수 위로 물고기가 뛰어오른 탓에 금방 사라졌다.


새들이 움직였고 물고기들은 영문도 모른채 뛰어오르고만 있었다.


나는 그 풍경들을 잠시 구경하고 있었다

.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그렇게 난리가 났던 호숫가는 아무것도 없었다는 듯 다시 고요해졌다.


나는 목을 축이고는 다시 길을 걸었는데 목적지는 정해져 있지 않았다.


길을 따라 걸으면 호수가 나오듯.. 이대로 따라가면 무엇인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와 자신감.. 그리고 불안함을 가지고 있었다.


숲으로 시작된 길은 계속 숲으로 이어졌다.


끝없이 이어진 숲.. 나는 그 숲을 계속 걸었다.


‘얼마나 걸었을까..’ 나는 지쳐서 쉬기로 하였다.


무엇인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단지 차가운 그늘만 있으면 좋았다.


나무는 나에게 그늘을 주었고 나는 나무에게 아무것도 주지 못하였지만 나무는 내가 잠시 쉬었다 가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운 것 같았다.


슬슬 눈이 어두워 지기 시작하였다.


‘밤이라도 된 것일까..’ 갑작스레 나른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


........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눈보다 먼저 귀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숲을 걸어다니는 스르륵.. 스르륵.. 하는 소리와 함께 무엇인가가 나를 향해 다가오는 느낌이 들었다.


소리는 점점 가까워졌다.


나는 놀란 나머지 눈을 떴다.


조금 전 기대어 쉬었던 그 나무 밑이었다.


아직 밤이 되지는 않았지만 어느덧 노을이 지고 있었다.


“요이치?” 익숙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무엇인가 말을 하려고 하였지만 입부분이 잘 꿰매어져 있었기 때문에 입을 벌릴 수 없었다.


그래서 목소리가 들리는 곳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수풀에서 부스럭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나와 비슷한 키의 소녀가 나왔다.


“괜찮아?” 나는 소녀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우선 고개를 끄덕이기로 하였다.


“미안 생각보다 일이 오래 걸려서 말이야.” 소녀에게 무엇인가 사정이 있었던 것 같다.


나는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집으로 갈래?” 소녀의 말에 나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평소에는 집에 가기 싫어하더니 내가 없는 사이 많이 힘들었나 보구나. 어서 가자.” 소녀는 나의 손을 잡았다.


소녀의 손은 따뜻하였고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움직였다.


소녀는 나의 앞에 섰고 나는 소녀의 손에 의지하며 걸었다.


나와 비슷한 몸임에도 불구하고 소녀의 힘은 강하였다.


어느정도 걸어가자 숲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해가 곧 질 것 같아서인지 소녀의 걸음은 더욱 빨라졌다.


그래서 나는 하마터면 넘어질뻔 했지만, 어떻게든 균형을 잡았다.


“괜찮아?” 소녀는 내가 걱정되는듯 나의 몸을 쓰다듬어 주었다.


그러다가 얼굴을 보더니 꿰맨 자국이 있는 곳을 어루만졌다.


나와 달리 소녀의 손은 부드럽고 따뜻하였다.


‘이것이 사람이라는 것인가..’ 소녀가 나의 전체를 보는 것처럼 나 역시 소녀를 쳐다보았다.


소녀는 나를 보며 웃고 있는 것 같았다.


그렇게 우리가 도착한 곳은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폐가였다.


그런 폐가임에도 불구하고 소녀는 당당히 들어갔다.


‘이곳에 와본 적이 있는 것일까..’ 폐가에는 빛이 들어오지 않아 어두컴컴하였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은 어둠 속에서 무엇인가 움직이는 느낌이 들었다.


빠르다기보다는 아주 천천히 움직였다.


“미츠루?” 남성적인 목소리가 어디선가 들렸는데 적어도 내가 아는 소녀의 목소리는 아니었다.


“오빠 아직도 자고 있었어?”


“아.. 응 피곤해서 말이야. 잘 놀다왔어?”


“응.. 하마터면 요이치를 잃어버릴 뻔 했어.”


“그래.. 안 잃어버렸으니 다행..” 소년은 무엇인가 걸리는 듯 말을 멈추었다.


“왜 그래 오빠?”


“착각인지 모르겠는데.. 아마 오늘 요이치는 나랑 있지 않았어?”


“아.. 그러고보니 그렇네. 그런데 왜 요이치가 밖에 나와 있는거야 오빠?” 소녀의 말에 소년은 말을 멈추었다.


나의 눈에 보기에도 무엇인가 고뇌에 가득차 있는 표정이었다.


“글쎄.. 내가 자고 있는 사이에 나간 것일까..”


“에? 설마.. 문을 열기 얼마나 힘든데. 게다가 요이치는 그럴만한 힘도 없어.” 소녀의 당당한 말에 나는 왠지 모르게 상처를 입었다.


“그렇지만.. 생각해보면 너가 문을 조금 열어놓고 간거라면 어때?”


“내가?”


“응. 나갈 때 우연히 너가 문을 완전히 닫은 것이 아니라 조금 열어놓은 채 나갔고 이곳은 어두웠으니 마침 눈을 뜬 요이치는 그대로 문 밖으로 나간거야. 어때?”


“음.. 그럴 수도 있을거 같은데.. 나의 잘못도 있으니 다음엔 서로 조심하자.” 소녀의 말에 소년은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


..........


삐비빅... 삐비빅..


삐비빅.... 삐...




“흐으으으음..” 알람의 소리에 오늘의 하루가 시작된다는 것은 알 수 있었지만 왠지 모르게 일어나기가 싫었다.


그대로 잠을 자고 싶었지만 곧 시즈카가 집에 찾아올 것 같아서 침대에서 일어났다.


오래 전 일을 꿈으로 꾸었던 것 같은데 이상하게도 꿈의 내용은 기억 나지 않았다.


계절상 봄인데도 불구하고 아침은 겨울과 같이 쌀쌀 하였다.


방 밖으로 나오자 쌀쌀한 바람이 불었다.


이대로 잘 생각도 하였지만 찬바람에 그만 잠이 깨서 하는 수 없이 씻기로 하였다.


시간이 조금 걸리지만 온수버튼을 누르고 잠시 냉장고에 물을 마시러 갔다.


냉장고 안에는 물 이외에 음식 혹은 야채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말그대로 빈칸이었다.


냉장고를 연 적도 거의 없으니 청소를 한 기억이 없었다.


‘이따금 시즈카가 잠시 와서 청소를 해주는 정도일까..’ 화장실 안으로 들어가서 양치질을 하고 몸을 씻었다.


머리를 말리며 화장실을 나올 쯤 밖에서 벨소리가 들려서 인터폰을 쳐다보니 시즈카가 서 있는 것이 보였다.


“암호는?” 나는 기계식으로 대답을 하였다.


“에? 암호? 그게 뭐야 요이치?” 시즈카는 나의 개그를 이해 못한 듯 고개를 갸우뚱 거렸다.


“암호는?” 나는 다시 한번 시즈카에게 물었다.


“5월 28일?” 5월 28일은 나의 생일었다.


나는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문을 열어주었는데 더 이상 시즈카를 괴롭히고 싶지 않았다.


시즈카는 놀렸음에도 나를 한번이라도 때려줄만 하거나 혹은 말로도 나에게 뭐라고 하지도 않는다.


그런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나와 시즈카가 잘 맞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때로는 그런면이 무섭기도 하였다.


“씻었어?”


“응.. 조금 전에.”


“오늘은 내가 생각보다 늦었나보구나.” 시즈카는 가방에서 음식들을 꺼냈다.


학교에 같이 입학을 하고 나서 아침식사는 쭉 나의 집에서 밥을 먹었다.


시즈카에게는 아버지와 할머니 그리고 할아버지가 있지만 왜인지 모르게 나의 집에서 밥을 먹었다.


한번은 왜라고 물어볼 생각도 하였지만 왠지 그 말을 하게 되면 시즈카와 멀어질 것만 같았다.


“아 생각보다 사람이 많아서 말이야 . 에헤헤.” 시즈카는 웃었다.


기차라면 어릴적 아버지와 타본 적이 있었다.


그때 나의 나이는 초등학생 정도였고 아침이었지만 출근시간과 겹쳐서 많은 사람들이 탔던 기억이 나에게도 있었다.


서로 밀착하여 금방이라도 얼굴이 닿을 것 같은 거리감을 아직도 기억한다.


'그때의 나는 아버지의 몸에 매달려 있었지만..' 시즈카의 경우 여자인데다가 모르는 남자가 근처에 있다면 불쾌할 것 같았지만 그래도 시즈카는 괜찮다며 웃어줄 것만 같았다.


그리고 그렇게 힘들게 기차를 탄 뒤 바로 학교에 가도 되지만 나의 집에 와서 밥을 차려준다.


자기의 집에서 밥을 먹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시즈카는 굳이 나의 집에 와서 밥을 먹는다.


나로써는 이해할 수 없었다.


‘나와 시즈카는 그렇게 깊은 인연이 있는 것일까..’


‘혹은 이전에 만난 적이 있는 것일까..’ 나는 이런 저런 생각을 가지며 아침식사를 하였다.


시즈카가 식기들을 씻을 동안 나는 방으로 가서 옷을 갈아입고 오늘 들은 과목들을 보며 교과서를 가방 안에 넣었다.


몇몇 학생들은 사물함에 놔두고 다니지만 나는 왠지 모르게 그런 것들이 못 믿음직스러웠다.


그래서 초, 중학교때부터 다들 검도 도구들을 캐비넷에 넣고 다녔지만 나는 매번 힘들게 그것을 들고 다니곤 하였다.


이따금씩 누군가 나에게 궁금하여 물어보면 집에 가서 연습을 한다고 하였고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다.


나의 검도 실력은 그렇게 뛰어난 편도 아니었는데 약한 편도 아닌 정확히 말해서 검도부 내에 중간정도였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해서 집에 돌아가서 연습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다.


자기 전, 씻기 전에 미약하게 나마 몇 번씩 휘두르며 마음을 다스리곤 하였다.


나의 아버지는 검도부와는 전혀 관련 없는 샐러리맨이시고, 아버지에게 듣기론 어머니는 회사원이셨다고 하였다.


그런 평범한 가정에서 검도를 하겠다는 사람이 나오는 건 드물고 드문 경우였다.


‘그래서일까..’ 나에게 재능이 없다는 것은 일찍 파악하고 있었다.


대회에 못 나간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성적이 좋은 것도 아니었다.


누군가에게 명함을 내놓을 수는 없지만.. 누군가에게 무시당할 정도의 수준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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