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막 2장
“어때?”
“네...?”
소년, 소녀 아니 야민과 아민은 멍한 표정을 짓고는 되묻자 휘랑은 의아한 표정으로 이야기했다..
“왜? 너희 입장에선 나쁜 제안은 아닐 텐데?”
“그런 게 아니라...”
확실히 은자 두 냥에 숙식제공이란 건 그들 입장에선 매력적인 제안이였다. 하지만 왜? 왜 지금 이 앞에있는 남자는 우리들에게 그런 제안을 하는걸까? 하고 아민은 생각했다. 야민이 우물쭈물 하며 대답을 하지 못하자 옆에서 듣고 있던 아민이 휘랑 에게 물었다.
“왜 저희를 도와주시려는 겁니까? 나리께 저희는 그저 소매치기일 텐데요.”
당돌하지만 뼈가 있는 아이에 물음에 휘랑은 묘한 감정이 들었다. 무엇이 이 아이들에게 이런 불신을 심어주었을까? 하지만 이해도 갔다. 어린 나이에 이런 일을 당하고 있는 아이들에 경우는 대게 두 가지였다. 부모가 버렸거나? 아니면 부모가 죽었거나. 지금 이 아이들이 어떤 경우에 해당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오랜 길거리 생활이 이 아이들에게 ‘불신’이라는 것을 심어 준 듯 했다. 휘랑은 그런 아이들 뒤로 자신에 옛날 모습이 겹쳐 보이는 듯 했다. 스승들을 온몸으로 거부했던 자신이. 그렇기에 아민에 물음이 썩 기분 나쁘게 들리지만은 않았다. 휘랑은 자신에 대답을 기다리고 있는 아민에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왜 너희를 도와주려는 거냐고?”
“예, 나리께 저희는 그저...”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나는 그저 너희들에 노동력을 얻고 싶은 거다. 그리고 월봉은 그 노동력에 대한 대가일뿐이야. 그러니 너희를 도와주려는게 아니다.”
“예...?”
휘랑의 대답에 아민은 당황했다. 그리고 얼마후 웃었다. 말이 되지 않는 소리다. 고작 아이 둘에게 숙식을 제공하고 거기다가 월봉으로 은자를 두 냥 이나 주는 곳이 어디 있겠는가? 아마 이대로 빈민촌, 아니 지금 길거리로 나가 일이 없는 사람들을 붙잡아도 같은 조건으로 숙련된 일꾼을 부릴 수 있을 것이다. 하물며 아이로 구한다면 둘이 아니라 서넛은 가능 할 것인데 그런데 지금 자신 앞에 있는 이 남자는 지금 그걸 정당한 거래라고 이야기 하고 있다. 그렇기에 웃음이 났다. 아민은 아마 남자에 입에서 온갖 미사여구가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옛날 생각이 났다, 너희가 귀여워서 그랬다 등등’ 하지만 만약 그랬다면 오히려 신뢰가 가지 않고 거절했겠지만, 솔직한 남자의 말은 미사여구가 붙은 달콤한 제안들보다 신뢰가 갔다.
“하하... 재밌는 분이시네요 나리는...”
“내 말이 재밌었냐? 그건 좀 기분이 나쁜데?”
아민에 말에 그는 살짝 얼굴을 찌푸렸지만 그 모습에 아민이 웃고는 말했다.
“예, 설마 그런 말씀을 하실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습니다.”
“그러냐?”
휘랑은 아민의 말에 볼을 긁적이고는 다시 말했다.
“아무튼 다시 제안하지. 숙식을 제공하지, 최소 하루에 두 끼 이상은 먹을 수 있을 거고 잠자리는 그다지 나쁘진 않을거다. 그리고 그와는 별도로 월봉으로 둘이 합쳐 은자 두 냥을 주마. 우리 객잔에서 일하지 않겠냐?”
휘랑의 제안에 아민이 공손히 고개를 숙이고는 말했다.
“예, 잘 부탁드립니다. 객주님.”
“아! 저도 잘 부탁드립니다.”
아민이 고개 숙여 공손히 인사하자 옆에 있던 야민도 따라 공손히 인사했다. 그 모습에 휘랑은 웃고는 두 아이에 머리를 쓰다듬었다. 두 아이는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혔지만 머리를 빼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 모습에 휘랑은 웃고는 말했다.
“자, 이제 가볼까? 근데 너희 멀미는 안하냐?”
“예...? 멀미가 뭐...”
휘랑은 대답을 듣기도 전에 아이들을 번쩍 들어 옆구리에 끼고는 객잔으로 내달렸다. 옆구리에서 들리는 비명소리는 무시하고 말이다.
--
“그러니까...무슨 일이라고요?”
희민은 생글생글 웃으며 휘랑 에게 이야기했다. 그 모습에 앞에서 무릎을 꿇고 듣고 있는 휘랑은 식은땀을 흘렸다. 그는 오늘 처음 알았다. 웃고있는 여자가 무서울수도 있다는걸... 희윤이는 이미 멀리 도망친 지 오래였다.
“그... 그러니까 애들이 맞고 있기에...”
휘랑은 식은땀을 흘려가며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그에 자초지종을 들은 그녀는 한숨을 쉬고는 생각했다. ‘객주님은 바보인걸까 착한걸까...?’ 아마도 후자겠지만 이렇게 덥썩 일을 벌이는 그의 모습을 보면 왠지 앞쪽도 영 틀리지만은 아닌거 같았다. 그녀는 한숨을 다시 포옥 쉬고는 말했다.
“하아... 무슨 이야기인지는 알겠어요.”
“그럼...?”
휘랑은 기대에 찬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다큰 사내가 기대에 찬 눈빛으로 바라보는게 부담스러울 법도 했지만 더한 눈빛과 더한 말도 들어본 그녀는 이미 어느정도 적응이 되었다. 그녀는 그 눈빛을 보며 말했다.
“어차피 이렇게 된 거 아이들 데리고 열심히 해봐야죠.”
“와아!”
사실 야민과 아민을 데려오면서 불안 불안했던 그였다. 일단 제안을 하긴 했는데 뒤늦게 숙련된 일꾼을 데려오라고 했던 그녀에 말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래도 ‘내가 객주인데...’ 라는 생각으로 데려왔는데, 그녀가 생글생글 웃으며 일목조연하게 하나하나 그것도 뼈가 있는 말을 던지니 할 말이 없어졌다. 그래도 마지막에 와서는 허락해주는 그녀의 말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만약 그녀가 허락해주지 않았도 객주라는 직위를 이용해 강제로 행했으리라. 자신의 말은 책임을 지킨다. 그게 휘랑에 신조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아이들은 어디 있죠?”
“아... 어디 있냐면...”
그녀의 물음에 휘랑은 멈칫하고는 기름칠 안한 인형같이 뒤돌아서서는 우물쭈물 했다. 그 모습에 희민이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자 어느새 옆에 와있는 희윤이가 이야기 해주었다.
“형아랑 누나랑 토하고 있어!”
그 말에 그녀는 마치 ‘무슨짓을 했기에 애들이 토하고 있을까? 응? 얼른 말해봐 어?’ 라는듯한 표정을 짓고는 휘랑을 쳐다보았다. 그 시선에 그는 휘파람을 불면서 딴청을 피웠다.
Comment '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