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3막 17장
건협맹 본단에서 빠져나온 윤휘랑과 연상화는 기분이 좋아진 듯 했다. 그는 본인 특유의 쾌활한 미소를 지으며 연상화에게 말했다.
“이제 가볼까?”
그러나 연상화는 윤휘랑의 물음에도 무언가 골똘히 생각에 잠긴 듯 대답 없이 얼굴을 살짝 찌푸리고 있었다.
“이상한데...”
그녀의 중얼거림을 들은 윤휘랑이 물었다.
“뭐가?”
윤휘랑의 물음에 연상화가 고개를 들고는 대답햇다.
“너무 쉽게 빠져나왔어요. 저래도 고수가 꽤 많은 집단인데 우리를 이렇게 쉽게 보내 주는게 말이 되요? 거기다가 추격자의 기운도 느껴지지 않아요. 객주님은 이상하지 않으세요?”
연상화의 물음에 윤휘랑이 피식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이상하지.”
“예...? 근데 그렇게 태연하세요?” 연상화의 물음에 윤휘랑이 빙글빙글 웃으며 대답했다.
“그럼 어쩔건데?”
“예?”
윤휘랑의 물음에 연상화가 의아하단 표정으로 되물었다. 윤휘랑이 팔짱을 끼고는 말했다.
“그래서 어쩔건데? 물론 저 녀석들 꿍꿍이는 있겠지. 근데 다시 돌아가서 강현 그 놈한테 따질거야? 왜 이렇게 쉽게 우리를 포기하냐고?”
윤휘랑의 물음에 연상화가 살짝 난처하단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그건 아니죠.”
연상화의 대답에 윤휘랑이 말했다.
“그치? 그럼 가자고.”
윤휘랑의 말에 연상화가 말했다.
“하지만 그 꿍꿍이 속이 뭔지 모르잖아요.”
연상화의 말에 윤휘랑이 물었다.
“그걸 내가 왜 알아야 하는데?”
윤휘랑의 물음에 연상화가 말했다.
“저 녀석들이 무슨 꿍꿍이를 가진 줄 알아야 저희도 대비를...”
“그럼 다시 돌아가.”
윤휘랑은 연상화의 말을 자르며 말했다.
“예?”
연상화가 어이없단 듯 보자 윤휘랑이 말했다.
“그럼 다시 돌아가라고. 난 할 일 다했어. 정도맹의 군사가 내게 의뢰한게 뭐지?”
윤휘랑의 물음에 연상화가 말했다.
“거...건협맹의 본단이 여기인지 확인해달라는...”
연상화의 말에 윤휘랑이 말했다.
“여기 있는거 확인했지?”
“그...그렇죠.”
윤휘랑의 물음에 연상화가 대답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졌다. 윤휘랑이 물었다.
“난 의뢰 받은 것 다했어. 그럼 내 할 일은 여기서 끝이야.”
윤휘랑의 말에 연상화가 고개를 숙였다. 그의 말이 맞았다. 그가 장현백에게 의뢰받은 것은 ‘건협맹 본단이 우리가 알아낸 곳과 맞는지 확인해달라.’ 였다. 확인한 이상 그에게 더 이상 일 할 의무는 없었다.
윤휘랑이 말했다.
“군사께 전해. 난 일개 평범한 객잔의 객주이자 숙수일 뿐이니 이런 의뢰는 더 이상 하지 말아 달라고. 그리고 약속 지켜달라고.”
윤휘랑의 말에 연상화는 대답 없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윤휘랑이 그런 그녀를 보며 한숨을 쉬고는 말했다.
“뭐가 문제야?”
윤휘랑의 물음에 연상화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객주님은...객주님은 강호의 정의가 어떻게 되든 상관없는 건가요?”
연상화의 물음에 윤휘랑은 재고할 가치도 없다는 듯 단호하게 말했다.
“어.”
그런 그의 대답에 연상화가 말했다.
“어...어떻게 그럴 수 있죠?”
연상화의 물음에 윤휘랑이 말했다.
“난 객주이자 숙수야. 내겐 정도맹이든, 사도련이든, 건협맹이든 하물며 저기 있는 천마신교든. 내겐 그저 손님이상 손님이하도 아니야. 그들이 어떤 이념을 가졌든, 어떤 이상을 가졌든. 그건 나랑 상관없어.”
윤휘랑의 말에 연상화가 고개를 숙였다. 그녀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죠... 하긴 그렇겠네요.”
연상화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고개를 쳐들었다. 그녀는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객주님. 군사께서 말씀하신 것은 지켜질 것입니다.”
그녀의 입에서 나오는 목소리는 지금까지 들어왔던 친근한 목소리가 아니었다. 타인을 상대하는 목소리. 그녀의 말투에 윤휘랑이 한숨을 쉬며 머리를 긁적였다.
윤휘랑이 말했다.
“그래. 그동안 고생했다.”
어차피 타인이었다. 윤휘랑에게 그녀의 기분을 풀어줄 의무 따윈 없었다. 윤휘랑의 말에 그녀의 몸이 살짝 떨렸다. 연상화가 말했다.
“그럼 이만.”
연상화는 그 말을 남기고 수풀 너머로 사라졌다. 경신술을 밟아 사라지는 그녀의 뒷모습에 윤휘랑은 한숨을 쉬었다. 윤휘랑은 몸을 날렸다. 그리고 그가 향하는 곳은 지금까지 그가 뛰어왔던 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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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이렇게 다시 오실 줄은 몰랐는데요.”
건협맹 맹주의 방. 강현은 자리에 앉아 서책을 읽으며 말했다. 그리고 그 물음에 대상은 방금 전 건협맹을 잠시 소란스럽게 만든 주인공이었다.
“그러게나 말입니다.”
윤휘랑은 콧잔등을 긁으며 말했다.
“그러게 말입니다.”
강현은 고개를 들어 윤휘랑을 바라보며 말했다.
“일단 앉으시지요. 주인된 자로써 객을 그렇게 세워두는 것은 예의에 어긋나지 않겠습니까.”
강현의 권유에 윤휘랑은 아니란 듯 고개를 살짝 저으며 말했다.
“아닙니다. 어차피 짧게 끝날 용무니까요.”
“흠... 그렇습니까? 그럼 그러시지요.”
윤휘랑의 말에 강현은 피식 웃었다. 그는 일던 서책을 덮고 그에게 물었다.
“그래. 그렇다면 그 용무는 무엇입니까?”
강현의 물음에 윤휘랑은 잠시 고심하더니 말했다.
“건협맹의 꿍꿍이 속이 무엇입니까?”
윤휘랑의 물음에 강현은 잠시 멍한 눈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그러다가 피식 웃으며 말햇다.
“단도직입 적 이시군요.”
강현의 말에 윤휘랑이 볼을 긁으며 말했다.
“자주 듣는 이야기입니다.”
“그런가요?”
강현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는 잠시 고민하는 것 같더니 말했다.
“꿍꿍이라... 솔직히 저희에게 꿍꿍이란 것이 있겠습니까? 저희가 원하는 것은 정도맹의 몰락.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검신 천상화의 몰락이지요.”
강현의 대답에 윤휘랑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그것을 묻는 것이 아닌줄 아실텐데요.”
윤휘랑의 말에 강현이 미소를 지었다. 미소 뒤에 숨겨져 있는 미묘한 예기. 강현이 말했다/
“그럼 그것을 가르쳐 드릴 수 없다는 것도 아실텐데요.”
강현의 말에 윤휘랑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하긴 그렇겠군요.”
가르쳐 줄 리 있을 리가 없었다. 강현이 물었다.
“그럼 그 사실을 알면서 어째서 다시 돌아오신 겁니까?”
강현의 물음에 윤휘랑이 말했다.
“그 녀석이 궁금해 하니까요. 다른 용무도 있고.”
윤휘랑의 말에 강현이 물었다.
“그 녀석이라면 연상화. 그 아이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예.”
윤휘랑의 말에 강현이 잠시 생각하고는 물었다.
“안주인 자리라도 내주려고 하시는겁니까?”
강현의 물음에 윤휘랑이 어이가 없다는 듯이 물었다.
“그렇게 보이십니까?”
“저로썬 달리 생각할 것이 없군요.”
“아닙니다.”
“그럼 어째서?”
윤휘랑은 잠시 떨고 있던 연상화를 생각하며 말했다.
“단골에...대한 예랄까요.”
“하하... 저로썬 알 수 없는 이유군요.”
윤휘랑의 대답에 강현이 웃으며 말했다. 윤휘랑이 물었다.
“그런데 전혀 경계하지 않으시는 겁니까?‘
윤휘랑의 물음에 강현이 말했다.
“무엇을요?”
강현의 물음에 윤휘랑이 말했다.
“전 맹주께 적이 아닙니까? 제가 맹주를 해치기라도 하면 어쩌실려고 하십니까.”
윤휘랑의 물음에 강현이 말했다.
“그러실 겁니까?”
강현의 물음에 윤휘랑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 모습에 강현이 말했다.
“그렇다면 그걸로 된 것 아니겠습니까.”
“흠...”
강현의 대답에 윤휘랑이 낮은 신음소리를 흘렸다.
“대담하시군요.”
윤휘랑이 입을 열자 강현이 말했다.
“이곳에 다시 오신 객주님보다 더 대담하겠습니까.”
“...그렇군요.”
“예.”
강현은 옆에있는 다구를 꺼내들었다. 강현이 물었다.
“차라도 한 잔 하시겠습니까?”
“아쉽지만 사양하겠습니다.”
강현의 물음에 윤휘랑이 손을 들어 내저으며 말했다. 그런 그의 반응에 강현이 아쉬운 듯 말했다.
“아쉽군요. 귀한 차인데 말입니다.”
“다른 용무가 있어서 말입니다.”
윤휘랑의 말에 강현이 의아해 하며 물었다.
“다른 용무가 무엇입니까?”
강현의 물음에 윤휘랑이 대답했다.
“사하현. 그 아이는 어디 있습니까?”
윤휘랑의 이야기에 강현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
-꼐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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