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막 4장
‘어쩌지…….’
하루에 몇 번씩 울렸던 소리지만 오늘처럼 자신에 존재를 드러내는 위장이 이렇게 원망스러웠던 적은 없었다.
“하아…….”
희민은 지금당장 자신이 할 수 있다는 게 없다 는걸 깨닫고는 한숨을 쉬었다. 몸을 움직이려 해보았지만 지금은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힘들었다. 온갖 곳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움직일 수조차 없었고 설령 고통이 없었다 해도 지금은 몸을 일으킬만한 한 줌 기운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
희민은 옆에 누워 새근새근 자고 있는 희윤 이를 바라보았다. 희윤 이에 귀여운 얼굴은 지금 멍자국으로 도배되어 있었고 그건 조그마한 육체도 마찬가지였다. 희윤 이에 발육상태를 보면 서너 살 정도 되어 보이지만 희윤 이는 사실 이제 다섯 살이 되었다. 희윤 이에 조그마한 몸이 모두 자신이 못 먹여 키운 거 같아 한없이 미안해지는 희민이였다.
“하... 난 이제 진짜 엄마구나”
엄마... 묘한 울림을 일으키는 단어였다. 그 울림이 희민에 마음을 간질였다. 희윤 이는 희민이 도망쳐 처음 정착한 곳에서 만난 아이였다. 남의 잔칫집 일을 도와주고는 삯을 받아 돌아가는 와중에 골목길에서 울음소리가 들려 가보니 그곳에 희윤 이가 있었다. 그것이 희윤과 희민에 인연이었다. 처음엔 어린아이가 있는걸 보고 ‘곧 부모가 찾으러 오겠지’ 싶어 그냥 가려고 했었다. 그래도 아이가 우는 것이 마음에 걸려 아이를 안아 달래주고는 부모를 기다리는데, 한시진이 지나도 두시진이 지나도 아이에 부모는 오지 않았다. 할 수 없이 아이를 집으로 데려오긴 했지만 처음에는 많이 고민했었다. 자신에 몸을 챙기기에도 힘든 이 와중에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에 자식을 맡아 키울 수는 없다. 라고 생각 했던 희민이였지만 아이를 길가에다 내다 버릴 수는 없었다. 그러기에는 그녀에 양심이 허락하지가 않았다. 그래서 한 해 두 해 키우다가 저잣거리에서 ‘그들’을 보고는 희윤 이와 도망쳤다. 그러다가 이곳 소주에서 빚쟁이를 만난 것이다.
“으응...”
신음성을 흘리며 꼼지락 거리는 희윤을 보고는 희민은 웃었다. 그동안은 몰랐다. 이 아이가 있기에 희민은 그래도 하루하루 살아갈 수 있었다 는걸, 희윤 이가 빚쟁이 남자에게 맞을 때 희민은 본능적으로 희윤 에게 몸을 날렸다. 그때 그녀는 깨달았다. 그녀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은 희윤 이를.
“으응...”
그때 희윤 이에 눈꺼풀이 살짝 흔들리더니 희윤 이가 눈을 떴다.
“희윤아, 일어났어?”
“으응... 엄마, 괜찮아?”
희윤은 희민을 보고는 물었다. 그 물음에 그녀는 가슴속에서 올라오는 슬픔을 삼키고는 애써 웃으며 말했다.
“응... 괜찮아 엄마, 희윤 이가 지켜줬잖아?”
그녀에 말에 희민이는 방실 웃으며 말했다.
“헤헤...엄마...”
“응?”
“엄마라고 처음 이야기 해줬네?”
“그러네...”
희민은 그동안 희윤 이에게 자신을 엄마라고 칭한 적이 없었다. 그걸 인정해버리면 왠지 돌이킬 수 없을 것 같았기에... 하지만 그녀는 이제 그런 것을 던져버렸다. 돌이킬 수 없다면 어떠하리. 희윤 이에 엄마로 살아갈 수 있다면 돌이킬 수 없다하여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똑같은 아이일 텐데 왜 하늘은 희윤 이에게 좋은 부모를 내려주지 못했을까? 어째서 희윤 이는 버려져야만 했을까? 어째서 희윤이는 날 원망 하지 않을까? 그녀는 자신을 바라보며 웃고 있는 희윤 이를 보며 대답해주는 이 없는 물음을 끊임없이 던졌다.
“흐윽...희윤아... 엄마가 미안해... ”
“엄마 왜 울어? 울지 마- 응?”
그녀는 희윤 이에 웃는 모습을 보고는 결국 울음을 터트렸다. 너무 미안했기에... 아이가 무얼 잘못했기에 버려졌고, 무얼 잘못했기에 맞았을까. 아이는 잘못한 것이 없는데 세상은 이 어린 아이에게 가혹했다. 그것이 모두 자신에 잘못인 것만 같아 희민은 희윤 이를 안고는 흐느꼈다.
“미안해... 엄마가 미안해...”
그런 그녀를 희윤 이는 꼭 끌어안으며 이야기했다.
“괜찮아, 나는 엄마가 있으니까...하나도 안 미안해도 돼”
“고마워...희윤아, 엄마 힘낼게...”
“응! 엄마 힘내!”
희윤 이를 끌어안고는 힘낸다고 하는 그녀에게 희윤 이는 웃으며 알았다고 했다. 그런 희윤 이를 바라보며 그녀는 다시 한 번 희윤 이를 꼬옥 안아주었다.
“들어가도 되나요?”
그때 방밖에서 말소리가 들려왔다. 휘랑에 목소리였다. 그 목소리에 희민은 황급히 몸을 추스르고는 들어오라 했다.
“예, 대인 들어오셔도 됩니다.”
스르륵
“오? 너도 일어났구나?”
목소리는 휘랑만 있었지만 뒤에는 현찬도 같이 있었다. 휘랑과 현찬은 기름을 스륵 열리는 방문을 열고는 일어나 있는 희윤 이를 보고는 빙긋 웃으며 들어왔다. 휘랑에 손에는 죽이 담긴 그릇 두 개가 쟁반에 놓여 들려있었는데, 휘랑은 그걸 희민과 희윤 이에게 건넸다.
“드세요. 기운이 좀 날거에요”
그런 휘랑에 말에 희민은 어쩔 줄 몰라 했다. 사실 희민은 휘랑에 친절이 달갑지 많은 않았다. 그녀가 희윤과 단 둘이 살던 시절, 그녀에게 과도한 친절을 베풀던 남자들이 많았다. 처음에는 그런 친절이 고마웠지만 이윽고 그들에 친절에는 목적이 있단 걸 깨닫고는 다른 사람에 친절을 달갑게 받아들일 수많은 없었다. 하지만 휘랑은 자신과 희윤 이에 목숨을 구해준 은인, 무례하게 군수는 없었다. 그렇기에 희민은 어찌할 줄 모르고 고민하고 있었다. 그때
“와! 엄마 이거 진짜 맛있다!”
희민이 어찌할 줄 모르고 있을 때, 자다 일어나 배가 고팠던 희윤은 자신에 죽을 받아들어 한 숟갈 떠먹어 보고는 탄성을 지르고는 죽을 먹기 시작했다. 그런 희윤 이를 보고는 어쩔 수없이 수저를 들어 죽을 입에 넣은 그녀는 희윤과 같이 탄성을 질렀다.
“와! 맛있다!”
휘랑이 건네준 죽은 정말 맛있었다. 곡기를 먹지 못한지 꽤 오래된 자신과 희윤에 위에도 부담 없이 담백했고, 싱거운 듯 하면서 간이 충분히 돼 있었다.
달그락
순식간에 죽을 비운 두 모자(母子)는 그릇을 내려놓았다. 희민은 아쉬웠지만 휘랑에 앞이라 내색하지 않았지만 희윤은 다먹어버린 죽이 못내 아쉬웠는지 다 먹은 죽그릇을 만지작거리며 희민에게 이야기했다.
“이정도면 객잔 차려도 되겠다. 그치 엄마?”
“그러게?”
두 사람에 대화에 휘랑이 의아한 듯 물었다.
“객잔?”
“우리 엄마 꿈이 객잔 차리는거에요”
“그래?”
“네! 하지만 우리엄마, 사실 요리 잘 못하거든요. 헤헤”
휘랑은 희윤에 말에 웃었고 희민은 희윤에 말에 얼굴이 빨개지고는 희윤 이를 흘겼다. 그 눈에 희윤이는 찔끔하고는 뒤로 물러서서는 다시 아쉬웠던 죽그릇을 만지작거렸다. 그 모습에 휘랑은 웃으며 이야기 했다.
“형, 요리가 맛있었니? 나중에 더 가져다주마.
“와! 감사합니다!”
그에 말에 희윤에 표정이 대번에 밝아졌고, 희윤에 모습에 방안에 있는 사람들 모두가 빙긋이 웃었다. 그리고 희민은 웃고 있는 희랑을 보고는 고개 숙여 인사했다. 그 모습에 희윤도 덩달아 따라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대인, 저희를 구해주신 은혜도 모자라 이렇게 음식까지 손수 챙겨주시고... 그 은혜 꼭 갚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별 어렵지도 않은 일에 은혜까지야... 고개 드세요”
아직까지 그런 인사치레가 거북했던 휘랑은 서둘러 두 사람에게 고개를 들라했고 그에 말에 두 사람은 고개를 들었다. 그때 뒤에 앉아 가만히 세 사람을 지켜보던 현찬이 입을 열었다.
“흐음... 그건 그렇고 이제 어쩔건가?”
“네?”
“앞으로 어쩔 거냐는 물음이네.
현찬에 현실적인 물음에 휘랑과 희민은 침묵을 지킬 수밖에 없었다.
- 작가의말
제 소설은 주인공이 강호를 다 때려부시면서 적이랑 싸우는 소설과는 거리가 쪼오끔! 멉니다.
따라서 그런 소설을 바라고 들어오셨다면 재미없을수도 있어요... 그러나 욕은 말아 주세요 ㅠㅠ
작가는 선작과 댓글, 추천을 먹고 삽니다. 간식은 조회수죠 하하.
그러니 밥좀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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