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짖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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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연어진
작품등록일 :
2020.05.11 11:29
최근연재일 :
2020.06.16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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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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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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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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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28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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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8쪽

집 잃은 고양이들 1

이 글은 실제 일어난 사건들을 토대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DUMMY

차가운 그의 말에 고개를 숙이고 있던 아이가 일어났다. 그는 생각보다 더 어려보이는 이목구비를 빤히 보았다. 그 시선에 아이는 눈을 찌푸리며 시선을 피했다.


“아저씨가 뭔데 참견?”


앳된 목소리에 10대 청소년이라 판단한 그는 얽히기 싫어 가볍게 답했다.


“여기 내 집이다.”


그 말에 고개를 든 아이의 그를 보았다. 그는 아이의 흔들리는 눈동자를 보았다. 잠시 마주했던 시선은 아이가 고개를 돌리며 멀어졌다.


“그렇구나... 사는구나... 그래서 담장이 높아졌구나...”


중얼거리며 아이가 그를 피해 움직였다. 돌연 떠오른 생각에 그는 급히 손을 내밀어 잡았다.


“아, 아파요.”


그는 힘주어 잡지 않았다. 의문이 들었던 그는 잡은 팔목을 놓지 않고 가까이 가져와 보았다. 진한 멍 자국이 새겨져 있었다. 귀찮은 일이라 여겼지만, 그는 어째선지 아이를 보낼 수 없었다.


“....들어와.”

“예? 싫어요. 왜 이래요.”


그는 반항하는 아이를 번쩍 들고 대문을 열었다. 아이를 집돌이 앞에 내려두고 다시 올라간 그는 아이가 들고 온 커다란 가방을 들고 다시 내려왔다. 아이는 경계하는 집돌이를 보고 겁을 먹었는지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그는 속으로 혀를 찼다. 아이의 옷차림은 요새 아이들이 입는 형식이 아니었고 낡아 있었다. 사연 많아 보이는 아이를 보며 잠시 갈등했지만, 오래지않아 그는 결정했다.


“들어와.”

“가방 주세요... 갈래요.”

“신고한다.”


그가 가방을 인질로 삼아 안으로 들어가 버리자 아이는 집돌이 눈치를 보며 마루로 올라섰다. 그는 살짝 돌아보고 아이가 툇마루 아래에 신발을 가지런히 놓는 것을 눈여겨보았다.


‘역시.’


“앉아.”


그는 아이를 식탁에 앉혔다.


“밥...”


물으려다 고개를 흔든 그는 냉장고를 열어 먹을 것들을 꺼내 놓았다. 구워도 먹고 튀겨 먹어도 늘 남아 냉동고를 가득 채우는 생선회도 꺼내 밥 위에 얹고, 많다고 그만 주라는 말에도 비닐 가득 넘겨주는 야채도 듬뿍 얹었다. 차린 밥상을 아이가 가만히 보고만 있자 그는 급히 일어나 라면을 끊여 내왔다.


“국이 없으니...”


그제야 젓가락을 든 아이는 말없이 식사를 시작했다. 그도 아침을 먹었지만 먹는 것을 보고만 있으면 민망할까 한 그릇 만들어 회덮밥을 입에 넣었다. 그가 먹는 것을 보고 아이도 밥을 비벼 입에 넣었다.


“양념 모자라면 더 넣어. 난 싱겁게 먹으니까.”


아이는 고개를 끄덕이곤 가만히 양념 통을 보다 다시 밥을 크게 떠 입에 넣고 우물거렸다.


‘고민하는구나.’


밥을 씹으며 아이는 양념 통을 또 한참을 보았다. 그 갈등이 공감되자 긴장감까지 들어 그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귀엽네...아.’


드디어 아이가 양념 통을 들었다. 얼마나 넣을까 그는 눈치 채지 못하게 지켜보았다.


‘별 차이 없겠는데?’


아이는 아주 적은 양을 넣고 밥 위에 붓고 밥알을 굴렸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중 그는 아이가 회를 따로 골라내는 듯해 물었다.


“회 못 먹어?”


대답이 없었다. 밥 먹던 행동도 멈추고 있어 그는 괜히 물었다 싶었다. 머뭇거리던 아이는 한쪽에 밀어둔 회를 숟가락 위에 얹고 가만히 보다 입에 넣었다. 싫어하는 것을 억지로 먹게 한 것은 아닐까, 그가 긴장하며 볼 때 아이의 표정이 슬며시 밝아졌다. 흐뭇하게 보던 그는 자신과 눈이 마주치자 사라지는 그 표정이 무척이나 안타까웠다.


‘좋아하는구나.’


그도 좋아하는 것을 뒤로 미루는 버릇이 있다. 자신과 닮은 모습에 그는 작게 감동하는 중이었다. 그는 아이에게서 시선을 뗄 수 없었다. 자신도 모르게 밥을 먹다말고 멍하니 보곤 했다.


“흐윽...크으...”


밥이 반쯤 사라질 즈음 아이가 돌연 울음을 터트렸다. 그는 가만히 지켜보다 차를 타왔다. 차를 즐겨 마시기 시작한 것은 인나가 들어오고 난 이후다. 뭐든 과하게 샀던 인나 덕에 집에는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인스턴트 블랙티도 많이 남아 있다. 그는 타피오카 펄이라는 것도 인나 덕에 처음 먹어보았다. 물에 부푼 타피오카 알갱이를 컵에 넣으며 너무 많은가 생각하던 그는 조금 덜어내고 차를 부었다.


“밀크티인지 뭔지다. 마셔.”


마나에게서 요즘 밀크티를 즐겨마신다는 말을 들어 만들어낸 것이다. 그는 커피잔을 들고 아이 곁에 앉았다.


“이름... 네가 준서... 맞지?”


고개를 들며 놀라는 모습에 그는 미소를 지었다.


“내가 네 형이야.”


그의 말에 아이가 더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렇겠지.’


그도 처음엔 못 알아보았다. 집에 있는 사진액자와 앨범 속 아버지의 아이들은 모두 어린 시절의 모습만 남아 있었으니까. 알아보지 못한 시간은 잠시뿐이다. 동생임을 짐작했기에 그는 아이들 덥석 들고 집으로 들어온 것이다. 그때까지도 혹시 전혀 관계없는 가출한 아이가 아닐까 싶었지만, 익숙하게 툇마루 아래에 신발을 정돈하는 것을 보고 확신을 가진 것이다.


“저 여잔데요?”

“....어?”


그의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미안.”


사망신고를 할 때 자세히 보지 않았던 것을 그는 크게 후회했다. 연관되기 싫어 보지 않았던 것이다. 짧은 단발머리와 차림새를 보고 오해한 점도 있었다.


“오빠...구나. 그럼.”

“오빠...?”

“몰랐나? 어... 너, 아닌가? 맞지?”


혹시 이름만 같은 집나온 가출 청소년을 다짜고짜 끌고 들어온 것은 아닐까 그는 다시 불안해졌다.


“너... 여기 살았었지?”


아동유괴범으로 몰리기 싫었던 그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네.”

“후우, 다행이다.”


그가 말이 없자 준서는 연신 그의 눈치를 보았다. 그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당황한 상태였다. 나타날 것 같지 않던 새어머니의 가족. 이복동생과의 만남은 예상하지 못한 일이다. 무슨 말을 해야 할까, 고민하던 그의 눈에 드러난 아이의 팔목이 보였다. 그가 보고 있음을 깨달았는지 준서는 소매를 내려 팔목을 감췄다.


“...말하고 싶을 때 말해. 방은... 저 두 개는 우리가 쓰고 있고... 안방은 정리중이고... 창고... 부엌 옆방을 우선 써....가 아니라. 거긴 추운데.”

“추운 건 괜찮아요. 전기장판 있으...면.”

“전기장판? 아... 안방에서 본 것 같다. 아니면, 혀으...오빠가 쓰던 방 네가 써. 내가 그 방에서 자고... 그래 그게 좋겠다. 짐은 저게 다야?”


대답이 없었다. 그는 인내하며 기다려 주었다.


“저... 집 나왔어요.”

“보면 알아.”

“저어...여기서 며칠 있어도 되나요.”

“물론.... 네 마음이 원하는 동안엔 계속 있어도 돼.”


그 말에 준서의 눈에 다시 눈물이 차올랐다.


“남자가 쉽게 울...아, 여자지.”

“크헤. 흐윽.”


웃다 울며 준서는 고개를 숙였다. 그는 가만히 보다 용기 내 손을 내밀었다. 어깨에 손이 닿는 순간 준서가 놀라며 고개를 들었다. 그 표정에서 그는 많은 것을 깨달았다.


“방 쓰고... 씻을래? 수건은 있어? 혀으...오빠는 잠깐 나갔다 올게.”


가슴이 답답해져 밖으로 나온 그는 마나에게 전화를 걸었다. 사정을 들은 마나는 20분이 지나지 않아 집 앞에 차를 세웠다.


“어떻게...?”

“출근 지 바뀌었잖아요. 잠시 외근 나온다고 나왔어요. 가까우니까 너무 좋아요.”


그게 오늘이었구나. 전부터 들었는데 잊고 있던 그는 미안해졌다. 허나 말은 내심과 다른 것이었다.


“그러다 짤려요.”

“푸후, 들어가기 전에 협력사에 들리면 되요.... 안에 있어요?”

“네... 그런데... 아무래도 아이가...”

“제가 살펴볼게요.”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마나를 데리고 들어갔다. 준서는 그때까지 식탁에 앉아 있었다.


“안녕?”

“아, 안녕하세요...”

“난 날씨의 동거인이자 가까운 사람. 친구이상 애인미만? 아직은 그렇게 이해하면 돼.”

“....네.”


준서는 두 사람을 번갈아 보며 어울리지 않는다 생각했다.


“왜 내가 너무 예뻐서 놀랬어?”

“허. 대박...아, 예뻐요. 언니.”

“언니... 흐으. 어감 좋다. 그래, 앞으로도 언니라고 불러. 내 이름은 마나야. 가명 아니고 본명이고. 반쯤 일본인? 몸매는 서양인?”

“허...네에.”

“날씨, 장 좀 봐와요.”

“아, 네.”


그는 눈치껏 빠져주었다. 집돌이를 데리고 가려 했으나, 집돌이는 어째선지 좋아하는 산책을 거부했다. 낯선 이가 있어 경계하는 것이지만 그는 그 행동에 크게 서운함을 느꼈다.


그가 장을 보고 온 후 마나는 회사에 들렸다 온다며 나갔다. 씻고 머리를 넘기고 앉아있는 준서를 그는 가만히 바라보았다.


‘안 씻어서 그랬구나.’


하얀 피부가 뽀얗고 발그레해져 있는 준서를 보며 그는 여지없는 소녀라 느꼈다. 준서는 그런 그의 눈을 피해 핸드폰을 만지작거렸다.


“머리 넘기니까 여자 같다.”

“허...”

“혀으... 적응이 안 되네. 오빠는 안방 정리해야하니까, 방에 들어가서 쉬어. 이불 깔아줄까?”

“아니에요. 제가 할 수 있어요.”

“음... 아냐, 내가 해줄게.”


그는 이불을 깔고 식탁에 못이 박힌 듯 앉아 있는 준서를 안아 들었다.


“허으...”

“자야지. 피곤해 보여.”

“....네.”


이불위에 눕혀주고 토닥여줘야 하나 고민하던 그는 멀뚱히 보는 눈에 가득한 두려움을 보았다. 그는 급히 일어나 문을 닫고 나왔다. 문 밖에서 멀어지지 않은 채 그는 기다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준서의 고른 숨이 들려왔다. 그제야 그는 안도하며 미소지었다.


안방으로 들어간 그는 상자 하나에 넣어 둔 앨범을 꺼냈다. 그곳에는 준서의 어린 시절이 있었다. 보기 전에는 낯설던 그 사진이 이제 더는 낯설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는 앨범을 버릴 생각이었지만,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며 안도했다.


“다 부엌방으로 빼두고 준서에게 고르라고 해야겠어.”


준서. 불러본 적 없던 이름인데 평생 부른 사람처럼 입에 착착 감기는 것이 그는 신기하게 느껴졌다. 오빠라는 말도 서슴없이 나왔다는 것도 그에게 기이한 감흥을 주고 있었다. 준서만 찍혀 있었다면 그는 앨범을 계속 보았겠지만, 그곳엔 그의 아버지도 늘 한 자리를 차지한 채 존재했다.


“일해야지.”


며칠 전 그는 과거에 얽매어 살지 않기로 결심했다. 결심하며 가장 크게 변한 것은 집에 대한 생각이다. 그는 더 이상 집을 낯선 곳으로 여기지 않기로 했다. 이젠 그도 이 집에서 기억하고 싶은 추억들이 만들어져 쌓여 있었기에.


낡은 옷장과 이불장은 버리기로 했다. 손때 가득한 TV장도. 정리하던 중 그는 장에서 꺼낸 통장을 보았다.


“허... 어쩐지.”


통장을 보고서야 그는 왜 집에 고지서가 오지 않는지를 깨달았었다. 자동이체가 되고 있었던 것이다. 1년 넘게 우체부를 한 번도 보지 못한 것을 이상하다 여기며 그는 무디게 지냈다. 또 다른 이유도 있다.


그에겐 우편물을 받는 주소가 따로 있었다. 이사해 들어오며 그는 새어머니의 가족이 나타나면 떠날 생각에 우편물들의 주소지변경을 하지 않았다. 우편물들은 그가 잠시 머물던 고시원으로 전달되고 있다. 한 달에 한번 그는 고시원을 찾아가 자신에게 온 고지서들과 우편물들을 수거해오곤 한다. 문제가 생겨 현재는 운영되지 않는 곳이라, 우편물을 찾으러 가면 가득 쌓여있는 우편물들 속에서 자신의 것만 찾아오곤 했다. 그것이 귀찮아 몇 달 전에 그는 대부분의 고지서를 이메일로 받게 전환했다. 그런 방법이 있다는 것을 몇 달 전에 알게 된 것이다.


“통장은... 돈이 다 나간 후에... 그냥 두는 것이 좋겠어. 얼마 남았나, 정리만 해보고.”


사망한 사람의 통장은 신고해 상속하거나 해약해야 한다. 그 절차가 복잡하고, 까다롭다는 것을 마나를 통해 들은 그는 어째서 그녀가 그런 것을 알고 있는지 의문을 품었었다. 그 표정을 보고 마나는 경험이 있음을 알려주었다. 마나는 일찍 친모를 잃었다고 한다.


-친엄마에 대한 기억은 그리 없어요. 지금 마마가 제겐 진짜 엄마나 마찬가지죠.


이복동생이 있다는 것도 이야기도중 그는 알게 되었다.


창문을 뜯고 장을 밖으로 내놓는 동안 준서가 깨었는지 밖으로 나와 서 있었다.


“아, 깼어?”

“장농... 버리나요.”


낡고 곰팡이도 생겼고, 리폼 할 만큼 좋은 목재도 아니라는 마나의 말에 그도 버릴 생각을 한

것이다. 준서가 원한다면 그냥 둘 생각도 있었다.


“응, 공간만 차지하고. 아... 왜, 쓸래?”

“아뇨. 저도 그 장롱 싫었어요. 칙칙하고.”


그는 준서가 마음에 없는 소리를 하나 가만히 보았다. 준서는 그의 시선을 받자 고개를 돌렸다.


“담은 왜 높였어요.”


질문을 던지고 준서는 창턱에 걸친 이불장 끝을 잡았다.

“으..담? 아아, 들지 마. 손 다쳐.”

“괜찮아요. 도와드릴게요.”

“아냐. 오빠 힘 세. 훠이. 집돌아, 아, 소개 안 해줬구나? 집돌이야, 그 녀석. 암놈이고. 집돌아 내 동생이다. 인사해.”

“...동생.”


준서는 돌아서서 집돌이를 보았다.


“...안녕, 집돌아.”


준서의 말에 집돌이가 천천히 다가왔다. 그는 이불장을 든 채 유심히 집돌이를 보았다. 혹시 물까봐. 허나, 집돌이는 그를 제외한 모든 사람에겐 친근한 개였다.


“아.”

“저...쯧!”


살갑게 손을 핥고 이내 몸을 비비는 집돌이를 보며 그는 이불장을 번쩍 들어 마당에 놓았다.


“음... 그냥 못 나르겠네. 부숴야겠어.”


혼자 나를 수 없는 무게였고, 계단을 오르고 대문을 넘기기도 어려워 보였다. 그는 잘게 조각내 버리기로 했다.


“도와드릴게요.”

“아냐. 다쳐. 떨어져 있어.”


그는 톱으로 꺼낸 장과 농을 썰고, 지렛대와 망치로 분해해 작은 조각으로 만들었다. 잘린 조각은 가만히 볼 수 없던지 준서가 대문 밖으로 옮겼다. 그는 손수레를 밖으로 빼내 그 위에 묶은 장롱 조각을 싣고 삼거리 야적장에 두었다.


“우선 두고 딱지 사와야겠네.”

“다락에도 버릴 거 많은데.”

“아... 그렇지.”

“저기...”


땀을 닦으며 보자 주저하며 준서가 입을 열었다.


“저, 다락에서 살아도 돼요... 아, 안되겠죠...? 저 밥은 별로 많이 안 먹는데. 일도 할게요. 청소도 빨래도 제가 다 할게요.”


울컥한 그는 급히 하늘을 보았다.


“준서야.”

“네...”

“오빠라고 불러봐.”

“네? 네...오빠...”

“그래, 내가 네 오빠야. 원래 형제나... 오누이는 그런 부탁 하지 않아도 돼. 아, 나중에 시집갈 때는 무리한 부탁하면 안 되지만... 지금은 괜찮아.”


말이 없기에 고개를 내린 그는 울먹이는 준서를 보았다. 다시 용기를 내 다가서서 살짝 안아주자 준서가 그의 옷자락을 잡고 울음을 터트렸다. 십분 정도는 감정에 휩싸여 괜찮았던 그였지만, 시간이 지나자 지나가는 이들이 신경 쓰였다.


“준서야.. 그만 울고 들어가자.”

“눼에...크흑...”

“뚝... 계속 이렇게 서 있으니까... 미성년자랑 이상한 아저씨랑... 아무튼 눈초리들이 이상해.”

“....푸훗!”


콧물이 흘러나오는 것을 본 그는 미소를 지으며 주머니에 있던 티슈를 꺼내 눈물과 콧물로 범벅이 된 준서의 얼굴을 조심스레 닦아 주었다.


‘내... 동생인가. 동생, 어감이 좋은 단어였구나.’


*


저녁을 먹고 마나는 준서를 방으로 끌고 들어갔다. 그가 살짝 잠이 들 무렵, 방문이 열리고 눈물을 글썽이는 마나가 그에게 달려와 안겼다. 숨죽여 울던 마나는 작은 목소리로 준서가 잠들었다 말하며 아이의 이야기를 전해주었다.


준서는 그가 예상한 일들을 겪고 있었다. 그는 속에서 들끓는 분노를 가라앉히려 애썼다.


“울면서 동생들 걱정하는데... 미치겠어요. 어떻게 해요?”

“제가 알아서 할게요. 제가...”


일을 나가지 않는 선택을 그는 하지 않았다. 그건 현실을 부정하는 이들이 하는 행동이기에.


-어디 아파요?

-감기 걸렸어요?

-오빠, 유자차에요. 드세요.


그가 평소와 다른 굳은 표정이었음을 그에게 관심 있는 이들은 금세 눈치 채곤 했다. 그는 그로 인해 자신이 얼마나 많은 이들에게 관심을 받는지 깨달았다. 그는 인나와 마나의 영향아래 자신이 많이 변했다는 것을 느꼈다. 그게 어쩌면 만세형 때문인지도 모르겠다며 고마워했다.


*


준서는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곳에 살고 있었다.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다. 결혼 후 별다른 일을 하지 않던 준서의 엄마가 바람을 피울 수 있는 대상이라면 아주 먼 곳에 살지 않았을 테니까. 그는 준서가 같은 도시 안에 머물고 있었음을, 자주 지나갔던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보이는 학교 앞 거리를 보며 어쩌면 자신이 모른 채 준서를 지나쳤겠다 싶었다.


하루 뒤 쉬는 날, 그는 너무 이르지 않은 아침에 집을 나섰다. 준서의 집을 찾아간 그가 본 것은 집 앞에 앉아 있는 두 아이였다.


‘확실히...’


준서와 달리 피부색이 어둡고, 생김새도 많이 달랐다. 바람을 피워 낳은 아이라는 말을 증명하듯 뚜렷한 다름을 보여주는 아이들이었다. 그는 자신을 보는 아이들을 지나쳐 문을 열었다. 소리가 제대로 차단되지 않는 반 지하 두 칸짜리 집의 문 닫힌 방 안에선 날선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죽여! 죽이라고!

-이 미친년이! 칼 치워!

-너 때문에 준서가 집을 나갔잖아!

-그게 왜 내 탓이야! 니 년도 때렸잖아! 칼 내려! 이 미친년아!

-개 같은 놈아! 너 때문에! 너 때문에!!


싸우는 두 사람은 그가 볼 생각이 없던 새어머니와 새어머니의 새로운 남편이며 두 아이의 친아빠였다.




이 글은 픽션입니다. 등장인물의 이름과 단체등은 사실과 같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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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퀵보드를 타고 온 단서 1 20.06.09 15 1 17쪽
61 착오 20.06.09 19 3 24쪽
60 용기내어 얻는 것 7 20.06.08 23 2 22쪽
59 용기내어 얻는 것 6 20.06.08 23 5 21쪽
58 용기내어 얻는 것 5 20.06.07 25 3 9쪽
57 용기내어 얻는 것 4 20.06.07 22 4 22쪽
56 용기내어 얻는 것 3 +2 20.06.06 23 3 23쪽
55 용기내어 얻는 것 2 20.06.06 20 3 25쪽
54 용기내어 얻는 것 1 +4 20.06.05 27 4 24쪽
53 진실과 거짓말 5 +4 20.06.05 21 4 30쪽
52 진실과 거짓말 4 +2 20.06.04 27 6 21쪽
51 진실과 거짓말 3 +2 20.06.04 22 6 20쪽
50 진실과 거짓말 2 +6 20.06.03 26 5 22쪽
49 진실과 거짓말 1 +2 20.06.03 20 5 20쪽
48 복덩이효과 2 +2 20.06.02 24 4 20쪽
47 복덩이효과 1 +2 20.06.02 20 4 18쪽
46 옆집의 마녀 3 +2 20.06.01 19 5 21쪽
45 옆집의 마녀 2 +2 20.05.31 27 8 21쪽
44 옆집의 마녀 1 +2 20.05.31 25 4 25쪽
43 집 잃은 고양이들 5 +2 20.05.30 25 5 23쪽
42 집 잃은 고양이들 4 20.05.30 21 3 13쪽
41 집 잃은 고양이들 3 20.05.29 19 3 13쪽
40 집 잃은 고양이들 2 20.05.29 25 5 14쪽
» 집 잃은 고양이들 1 +5 20.05.28 26 6 18쪽
38 동호회 4 20.05.28 25 6 18쪽
37 동호회 3 20.05.27 26 5 20쪽
36 동호회 2 20.05.27 22 4 23쪽
35 동호회 1 20.05.26 23 3 21쪽
34 카센터 3 +1 20.05.26 27 5 17쪽
33 카센터 2 +2 20.05.25 24 8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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