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짖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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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연어진
작품등록일 :
2020.05.11 11:29
최근연재일 :
2020.06.16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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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30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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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집 잃은 고양이들 4

이 글은 실제 일어난 사건들을 토대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DUMMY

준서가 걱정되어 마나는 회식이 있다는 말에도 참석을 거부하고 퇴근했다. 부서를 옮겨 온 그녀를 위해 준비된 회식이기도 했기에 빠지면 안 되지만, 그녀는 몸이 아프다는 핑계로 자리를 벗어났다.


“욱! 속이... 혹시 임신인가.”


최근 남자가 생겼다는 소문이 퍼졌음을 알기에 그녀는 이 참에 소문을 더 키울 생각이었다.


*


준서 생각에 일도 손에 잡히지 않던 그녀였지만, 집에 가기 전 들린 마트에서는 맛있는 것을 먹여줄 생각에 두 시간이나 쇼핑을 했다. 8시가 넘은 시간까지 혼자 밥도 안 먹고 기다릴 준서를 생각하며 급히 도착한 그녀는 대문을 열려다 말고 안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안 돼. 어디가. 나비야...


‘응?’


말수도 적지만 말을 해도 감정 없이 짧게 말하는 준서의 말투가 달라져 있기에 그녀는 호기심에 대문 안을 살폈다.


‘안 보이네.’


문을 살며시 열고 들어선 그녀는 계단에 올라서 있는 집돌이를 보며 윙크했다.


“조용히 해. 알았지?”


꼬리를 살랑이는 집돌이의 머리를 한차례 쓰다듬고 그녀는 차를 오가며 사온 물품들을 툇마루로 옮겼다.


‘어디...아, 뒤에 있나?’


뒷마당 쪽에 준서가 있다는 것을 깨닫고 그녀는 집을 따라 돌아가 보았다. 모퉁이를 돌기 전 그녀는 준서를 발견했다. 그녀는 준서가 뭐하나 싶어 눈만 내밀고 살폈다.


‘고양이?’


그동안 본 적 없던 고양이들이 준서 주변에 가득했다. 마나는 고양이를 싫어하진 않지만, 키울 생각을 해본 적 없었고 무엇보다 떠돌이 고양이들은 불결하다 여긴다. 그런 생각 때문인지 그녀는 다가가지 않고 지켜보기만 했다.


-맛있어? 냠냠. 꼭꼭 씹어 먹어.


준서는 고양이들에게 사료를 주고 있었다. 사료를 먹던 고양이들은 어째선지 밥그릇을 찾지 못하고 이리저리 돌고 있었다.


-여기에 있잖아. 코로 냄새 맡아야지.


준서는 헤매는 고양이를 계속 들어 사료를 둔 그릇으로 옮겨주곤 했다. 고양이들과 그를 돌보는 준서의 모습을 보는 마나의 입가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본적 없는 밝은 미소가 준서에게 걸려 있었기 때문이다.


‘고양이 좋아하는구나.’


그녀는 준서를 방해하지 않으려 조용히 뒷걸음질 치다 멈췄다. 그리고 자신의 몸을 막고 있는 집돌이를 보고 다시 윙크했다. 집돌이는 고양이들과 다툴 생각이 조금도 없었기에 그녀처럼 숨어서 보던 중이었다.


“가자.”


조용히 말하자 집돌이가 먼저 돌아섰다. 그녀도 마루로 다가가 툇마루에 앉아 조금 전 본 광경을 떠올렸다.


“저렇게 웃는 아이였구나.”


*


격자로 된 유리문은 불투명하지만 빛을 막을 수 없는 재질이다. 눈을 뜨고 시계를 본 그는 1시라는 것을 확인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식탁에 스탠드를 놓고 조용히 와인을 홀짝이는 마나가 그를 보고 미소부터 보낸다.


“나 때문에 깼어요? 조용히 마셨는데.”

“아뇨. 화장실...”


갈 생각이 없었지만 마나를 위해 그는 화장실에 들어갔다. 소변을 누다 밖에 있는 마나를 떠올리며 민망함을 느끼는 그였다. 손을 씻고 나온 그는 가만히 마나의 뒷모습을 보다 방으로 다시 들어가려던 생각을 바꿨다.


“왜 안자고.”


그 말에 대답 없이 미소를 짓고 또 멍하니 잔을 보던 마나의 입이 살며시 열렸다.


“오빠.”

“네...?”


그의 눈은 준서가 잠든 작은방을 한차례 오갔다.


“준서가 오빠라고 부르니 좋아하던데요? 저에게도 오빠잖아요.”

“아...그렇죠.”


그는 가끔 그 사실을 잊곤한다.


“싫어요?”

“아니, 그건 아닌데... 음, 설명하기 복잡한 기분이네요.”

“전 날씨 목소리 좋아해요.”


눈을 반짝이며 보는 마나를 보며 그는 탁자에 팔을 괴고 턱을 올렸다.


“오래전에 듣긴 했어요. 아버지에게 다른 아이들... 제 형제들이 있다고... 만나면 어떨까, 그런 상상을 했었어요.”

“어땠어요...?”

“으음... 처음에는 어색했는데, 계속 그럴 것 같았는데... 저 작은 아이가 내 동생이구나 싶으니, 그냥 다 귀엽다고 할까. 눈치 보는 것은 안타깝지만, 그럴 때마다 발 동동 구르며 초조해하는 것도 귀엽고, 말투도 귀엽고. 손도 작고, 눈 동그랗게 뜨며 놀랄 때도 귀엽고...”

“꾸미지 않아서 그렇지 준서 예뻐요.”

“흐으. 그쵸?”

“풋! 그렇게 좋아요?”

“아... 그런 것 같아요. 전에는...”

“네.”


마나가 가까이 다가오자 그는 의식하지 않으려 했지만, 팔에 힘이 들어갔다.


“상상만 했을 때는 부담스럽겠다고 생각했어요. 내가 나이가 많으니까 이것저것 사줘야 하는데... 난 그런 능력이 없으니까. 그게 싫으니까 만나지 말아야지... 뭐 그런 생각. 지금은 그때의 어린 생각들이 참 바보 같다 느껴요. 물질적인 것도 필요하지만, 그보다 큰 것들이 있다는 것을 요새 느껴요. 내가 돌본다고 하지만, 저 아이가 제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무언가를 주는 느낌... 아니, 확신도 들고요. 가족이란 거... 혈육이라는 것... 제겐 먼 그런 이야기였는데...”


멍하니 듣는 마나의 눈동자를 보고 그가 물었다.


“마나씨는 어땠어요.”

“저요? 아... 내 동생. 음... 늦게 낳았어요. 날씨하고 준서처럼 나이차이가 많이 나요. 마마가 한참 낳지 못하다가 제가 집에서 멀어져도 될 즈음에.... 마마는 제게 동생이 자라는 사진을 보내줬어요. 신기하기도 하고... 아주 어릴 때는 안아주기도 하고 그랬는데, 지금은 음... 생각해보니 준서랑 동갑이겠네요.”

“남동생이라고 했죠?”

“네... 아빠 닮아서 무뚝뚝해요. 물어도 답도 잘 안하고. 사춘기라... 집에 갈 맛이 안나요. 어릴 때는 누나라고 부르면서 졸졸 따라다니더니. 다 컸다 이거죠... 한잔할래요?”


묻기 전 잔부터 챙겨오는 마나를 향해 그는 가볍게 웃어주었다.


“짠.”

“네, 짠.”


잔을 부딪친 둘은 이내 서로에게서 눈을 피했다. 내려온 침묵에는 이유가 있었다.


“이 녀...석은 왜 연락도 없을까요.”


그간 피하던 주제를 마나가 꺼내자 그는 신음을 삼키며 애써 미소를 지으려 했다.


“바쁘겠죠. 입국한지 얼마 안 되었으니.”

“바빠도 손가락 몇 번 못 움직일까.”


예감했었던 그였지만 비어버린 마음은 와인 한잔으론 채워지지 않았다. 돌아올 것이라 기대했다는 것을 그는 느끼는 중이다. 기대했기에 실망이 커졌다며 그는 자신을 자책했다.


“출근도 했을 텐데. 부서가 달라도 오가며 볼 수 있는데... 일부러 피하는 건지.”


그는 아무 말도 꺼낼 수 없었다. 말하면 그것이 사실이 되어버릴 것 같았다. 그가 말없이 술을 마시자, 마나도 계속 잔을 채워나갔다. 마나가 사둔 두병의 와인을 다 마시고 두 사람은 아쉬워 서로를 보았다.


“나가서 한잔할까요.”

“그러고 싶지만... 저 출근해야 해서.”

“아. 그랬지. 미안해요.”

“네? 아니, 제가 마신 건데요.”

“미안해요... 제가... 저 때문에... 다 미안해요.”


갑자기 울먹이는 그녀를 그는 어떻게 달래야할까 고민했다.


“저 꼭 고양이 같아요.”

“으음...?”


와인잔을 핥는 모습을 보고 고양이보다는 개과가 아닐까 그는 생각했지만 입 밖으로 내지는 않았다.


“준서도 고양이야... 나도 고양이. 집 없는 고양이들... 준서 불쌍해. 히이...이이... 울 것 같아...”

“취하셨네요.”

“응. 나 취했어요. 날씨... 날오빠. 히히....히잉... 준서랑 나랑만 집 없어... 우리 집 없어요.”


달라붙은 마나를 그는 당겨 안아 토닥였다.


“여기가 집이잖아요.”

“.... 나 여기 계속 살아도 돼?”

“으...으음, 물론.”

“오빠 고마워... 히이잉... 나 집 생겼다.”


목소리가 점점 커졌기에 그는 급히 마나의 입을 막았다.


“나 졸려...”

“네네, 방에 데려다 줄게요.”

“재워주세요. 부탁입니다.”


일본어와 영어를 번갈아 말하고 마나는 그의 목에 매달렸다.


“술만 먹으면 애가 되어버리네.”

“외동인데 어리광을 못 부려서 그래요. 나 싫어?”

“아...니니까, 쉿. 준서 자잖아요.”

“응, 쉬잇.”


마나를 침대에 데리고 가 투정어린 어리광을 받아주고, 그녀가 잠든 후 그도 지쳐 잠시 잠이 들어버렸다. 깨어난 그는 시간을 확인하고 급히 나왔다가 화장실에서 나오는 준서와 눈이 마주쳤다.


“어...준서야. 이건...”


준서는 얼굴을 붉히며 서 있다가 고개를 들었다.


“오빠, 시간.”

“응? 아. 그렇지. 그런데 준서야, 어제 마나씨가 취해서.”

“오빠, 밥...먹고 가세요.”

“밥?”


고개를 돌린 그는 식탁이 정리되어 있고, 그곳에 밥과 반찬이 꺼내져 있음을 보았다.


“네가 차린 거야?”

“국은... 시끄러울까봐. 국 데워줄게요.”

“아, 아냐. 오빠 가다가 뭐 사먹고 그러니까 다음부터는 이렇게 일찍 일어나지 않아도 돼.”

“낮에 많이 자서 잠 안 왔어요.”

“어... 어, 그렇구나. 차린 거니 먹을게.”


밥을 먹는 모습을 구경하듯 서 있는 준서에게 그는 앉으라고 눈짓했다.


“할 말 있어?”

“정말 저 여기에...”

“응, 살아도 돼.”

“....감사합니다.”

“그 말 하려고?”

“저 학교 안 다녀도 되요.”

“다녀. 다음?”

“그... 저 기술학교 가면.”

“배우고 싶은 건 따로 배워. 학교에는 다녀. 뭐 배우려고?”

“엄마처럼 재봉하는 거 배우면 돈도 벌수 있고....”

“돈은 오빠가 벌게. 넌 공부해.”


고개를 숙이고 손을 만지작거리다 준서가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오빠... 기둥서방이에요....?”


그는 충격으로 밥을 흘릴 뻔했다.


“왜 그런 생각을 했을까.”

“아니에요...?”

“응, 아냐. 오빠 저 큰 차 몰고 다니잖아.”

“...오빠 차에요?”

“어, 몰랐어?”

“아... 언니 차타고 다녀서...”

“큰 차 끌고 다니기 불편해서... 곧 살 거야. 너 등하교 시키고, 데리고 놀러 다닐 때 쓰는 용도로 한 대 살게.”

“저 때문에 사지는 마세요. 전 걸어 다녀도 돼요.”

“학교 멀어. 왜 걸어 다녀? 오토바이 사줄까? 아, 위험한가? 면허는...아직 못 따나. 퀵보드...이것도 위험한데. 자전거는 허벅지 굵어지고.... 이제야 웃는구나.”

“저 자전거 잘 타요. 알바 할 때 바쁘면 제가 자전거타고 배달도 했어요.”

“...아르바이트 했어?”


미소가 사라지고 굳은 표정이 나오자 그가 급히 손을 내밀어 준서의 얼굴을 잡았다. 그는 겁먹은 준서를 보고 급히 손을 내렸다.


“미안. 네 얼굴이 너무 귀여운데 자꾸 보고 싶어져서.”

“...풋! 저 하나도 안 귀여워요.”

“아닌데? 너무 귀여운데. 아, 오빠랑 사진찍자. 일하다 보게.”

“네에? 싫어요.”


정색한 준서의 말에 그는 또 상처받았다. 그런 그를 살피며 준서는 화장 한 다음에 찍는다고 작게 말했다.


“화장도 하는구나.”

“요새 애들 다해요. 전 비비살돈 없어서 자주 못하지만.”

“오빠가 용돈 줬잖아.”

“....아직 안 썼어요.”

“음. 마나씨에게 사주라고 할게.”


나가기 싫어서 그런가 싶어 말했던 그는 준서의 눈빛이 변하는 것을 보았다.


“왜 그걸 언니가 사줘요. 제가 살래요.”

“어...그래.”

“오빠, 기둥서방 아니라면서요.”

“어...그런 단어는 어디서 배웠을까... 아니야.”

“언니랑 무슨 관계에요?”

“음... 동거인?”

“사겨요?”

“아니. 오빠 애인은... 음, 조금 복잡한데... 늦겠다. 오빠, 씻을게.”

“그냥 두세요. 제가 치울게요.”

“...응. 부탁할게.”


머리를 쓰다듬으려 손을 뻗으려다 그는 그런 동작에 겁먹던 모습을 떠올리며 스스로 손을 움츠렸다. 그 순간 준서가 그의 손을 잡고 자신의 머리에 문질렀다.


‘...귀여워. 그런데 머리 안 감았구나.’


손에 남은 기름기를 감추고 화장실로 들어간 그는 평소처럼 꼼꼼히 몸을 닦았다. 세탁해둔 운동복을 꺼내 입고 땀에 젖으면 갈아 신을 양말도 챙긴 그는 칫솔과 치약, 수건도 챙긴 후에 밖으로 나왔다.


“다녀올게.”

“다녀오세요. 오빠.”

“어, 흐.”


‘오빠... 마법의 언어인가. 왜 이렇게 힘이 나지. 왜 이렇게 기분이 좋아질까.’


마루에 선 준서를 꼭 안고 빙글빙글 돌고 싶은 기분이지만 그는 꾹 참고 집을 나섰다. 그가 나가자 뒤따라 나온 집돌이는 그가 기분 좋게 내민 손을 피해 뒤로 물러났다.


“....정 없는 녀석.”




이 글은 픽션입니다. 등장인물의 이름과 단체등은 사실과 같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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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착오 20.06.09 18 3 24쪽
60 용기내어 얻는 것 7 20.06.08 23 2 22쪽
59 용기내어 얻는 것 6 20.06.08 23 5 21쪽
58 용기내어 얻는 것 5 20.06.07 24 3 9쪽
57 용기내어 얻는 것 4 20.06.07 22 4 22쪽
56 용기내어 얻는 것 3 +2 20.06.06 23 3 23쪽
55 용기내어 얻는 것 2 20.06.06 19 3 25쪽
54 용기내어 얻는 것 1 +4 20.06.05 27 4 24쪽
53 진실과 거짓말 5 +4 20.06.05 21 4 30쪽
52 진실과 거짓말 4 +2 20.06.04 27 6 21쪽
51 진실과 거짓말 3 +2 20.06.04 21 6 20쪽
50 진실과 거짓말 2 +6 20.06.03 25 5 22쪽
49 진실과 거짓말 1 +2 20.06.03 19 5 20쪽
48 복덩이효과 2 +2 20.06.02 23 4 20쪽
47 복덩이효과 1 +2 20.06.02 20 4 18쪽
46 옆집의 마녀 3 +2 20.06.01 19 5 21쪽
45 옆집의 마녀 2 +2 20.05.31 27 8 21쪽
44 옆집의 마녀 1 +2 20.05.31 24 4 25쪽
43 집 잃은 고양이들 5 +2 20.05.30 25 5 23쪽
» 집 잃은 고양이들 4 20.05.30 21 3 13쪽
41 집 잃은 고양이들 3 20.05.29 19 3 13쪽
40 집 잃은 고양이들 2 20.05.29 25 5 14쪽
39 집 잃은 고양이들 1 +5 20.05.28 25 6 18쪽
38 동호회 4 20.05.28 24 6 18쪽
37 동호회 3 20.05.27 26 5 20쪽
36 동호회 2 20.05.27 22 4 23쪽
35 동호회 1 20.05.26 23 3 21쪽
34 카센터 3 +1 20.05.26 27 5 17쪽
33 카센터 2 +2 20.05.25 24 8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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