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짖는 소리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추리, 공포·미스테리

완결

연어진
작품등록일 :
2020.05.11 11:29
최근연재일 :
2020.06.16 14:07
연재수 :
91 회
조회수 :
3,257
추천수 :
502
글자수 :
841,325

작성
20.06.05 08:19
조회
21
추천
4
글자
30쪽

진실과 거짓말 5

이 글은 실제 일어난 사건들을 토대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DUMMY

“차 한 대 사야겠네요.”


뒤를 돌아보는 인나의 말에 그는 룸미러를 보았다. 마나와 준서가 앉아 있고, 두 아이는 그들에게 안겨 잠들어 있었다. 준서와 마나도 피곤했는지 눈을 감고 있었다. 운전을 하는 그와 그 옆에서 고의성 짙은 접촉을 하는 인나만 깨어 있었다.


“할부로 계약할게요.”

“제가 차 바꾸면 되는데....”

“이 차 마음에 들어 하시잖아요.”

“세금 많이 나와요.”

“전 영업용이라 괜찮습니다. 그리고 제 동생들이 타는 거니까요.”

“칫.”


혀 차는 소리에 흠칫 놀라 본 그가 다시 앞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귀엽다니까.’


“또 그렇게 구분 짓는다. 저도 일정 지분 소유하고 있거든요?”


지분이라는 딱딱한 표현도 살갑게 들린다고 그는 생각했다.


“...네.”

“반응이 왜 그래요? 내 시동생들이잖아요. 설마! 나랑 결혼 안하려고요?”

“결혼...”


운전대를 잡은 손이 절로 힘이 들어간다. 평소의 그라면 가장 이상적인 답을 바로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장난처럼 여길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그는 인나의 눈을 보고 알게 되었다.


“집에서 반대하지 않을까요.”

“왜요?”

“전 가진 것도 없고....”

“왜 가진 것이 없어요? 절 가졌잖아요.”

“허...으.”

“부끄러워하네? 후후.”

“험... 마나씨 안 잤네요?”


그의 말에 인나가 뒤를 돌아보았다.


“왜?”

“누가 뭐래?”

“눈치껏 자는 척 해주지?”

“오글거려서... 절 가져짜나요... 히히. 절 가져짜나요. 아이고... 애들 때문에 크게 웃지도 못하고.”


볼을 붉힌 인나는 아무 말도 못하고 눈으로만 경고를 계속했지만, 마나는 멈추지 않았다.


“절 가져짜나요가 무슨 말이에요?”


키오가 깨어나 묻자 마나도 심했다고 자책했다.


*


그는 모두 잠들면 집으로 돌아간다. 인나의 집에 방범설비가 잘 갖춰져 있었고, 경보가 울리면 그의 전화로도 바로 통보되기 때문만은 아니다. 출근 시간이 이른 그는 다른 이들의 잠을 방해하기 싫기도 하고,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기 위해서다.


사람이 떠난 집은 금세 무너진다. 일 년 동안 그는 주변 집들이 얼마나 빠르게 낡아버리는지 보고 살았다. 그런 점을 잘 알기에 되도록 집에 머물려 한다. 아이들이 만족할 만큼 집을 유지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그도 처음 얻은 안식처에 정이 들어서다.


출근하기 위해 잠을 청했던 그였지만, 두 시간이 지나자 다시 눈을 떠버렸다. 행복한 일상으로 도피할 수 없었다. 그는 노트북을 열고 범인이라 추정되는 물과 카삥의 공개된 정보들을 살폈다. 한참을 보다 그는 문을 열고 나가 다락으로 올라갔다. 그곳은 큰 칠판을 제외한 모든 물품이 꺼내져 비어 있었다. 왜 집에 칠판이 있는지 그는 고민하지 않았다. 시대와 유래를 모르는 물건은 그것만이 아니었으니까. 벽에 기대 놓은 칠판 앞에 앉은 그는 분필대신 펜을 들었다. 메모지에 오늘 찾아낸 정보를 적은 후, 압정을 들어 칠판에 박아 넣었다.


칠판에는 그가 찾아낸 모든 정보가 기록되어 있었다. 그는 정말 그들이 범인인지, 범인이라면 어떻게 범행을 저질렀는지, 영화에서 본 장면을 따라하며 정리하고 있었다.


‘사고 직후 눈깔 부가티의 트렁크에 시신을 넣는다는 추정은 틀렸다.’


물이 타고 다니던 차량은 이인승이다. 트렁크도 크기가 작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되자 그동안의 추리가 모두 들어맞지 않았다.


그는 물과 카삥, 얼탱 세 사람이 차량을 타고 움직이다 사고가 났다고 생각했다. 그 후 트렁크에 사람을 싣고 다니다가 모의한 후 두 사람이 다른 차량을 이용해 사람이 살지 않는 곳에 방치하고 다시 국밥집에서 물과 만났다고 여겼다.


만세형을 옮긴 것은 카삥과 얼탱이라고 그는 생각한다. 그들은 벤츠를 이용해 만세형을 옮겼고, 그 동안 물은 국밥집에서 그들을 기다렸다는 가상의 시나리오를 완성했었다.


이 추론에는 어색한 부분이 많다. 물이 국밥집을 약속장소로 삼고 만날 이유가 없다. 그들이 벤츠를 그의 집 앞에서 다른 곳으로 옮긴 후에 다시 국밥집에서 만나려면 두 사람은 차를 두고 걸어서 한참 올라와야 한다. 그가 제일 큰 오류라 여기는 부분은 편의점에서 일어난 세 사람의 만남이다.


“어떻게 셋이 타고 왔을까.”


CCTV영상에는 세 사람이 함께 들어온다. 밖에는 차가 한 대 서 있었다. 카메라 반경 내에 찍힌 차는 한 대뿐이다. 사각지대에 차가 설 수 있는 곳도 아니다. 한 사람은 국밥집에서 편의점까지 걸어왔다는 말이 된다. 당시 살았는지 죽었는지 모르겠지만, 범행을 숨기려는 이들이 걸어 다닐 수 있을까? 여유롭게 국밥을 먹을까? 부잣집에서 나고 자란 물이 어울리지 않는 국밥집에는 왜 온 것일까?


의문은 계속 쌓여만 갔다.


“다시.”


그는 붙여 둔 종이들을 모두 떼어내고, 정보를 다시 나열해 보았다. 허나 아무리해도 빈틈투성이의 결론만 나왔다.


“만세형이 죽었었는지, 살았었는지.... 그것부터 알아봐야 하는 건가?”


기억을 더듬어보았지만 사람의 신체에 대해 아는 지식이 적었던 그다. 거기에 시간이 가며 기억도 흐려져 있었다. 너무나 혼란스러웠기에 자신이 뭘 하는지도 몰랐던 때였다.


“후우... 답답하군.”


다락에서 내려온 그는 다시 잠을 청하지 못했다. 그가 해결해야할 다른 문제들이 있었다. 그는 경찰에서 넘겨받은 물품들이 있는 작은방으로 들어갔다. 준서는 엄마의 유품들 중 비싼 것을 팔자고 그에게 제안했다. 그는 그런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기까지 준서가 얼마나 고민했을까 생각하며 그 뜻을 따르기로 했다. 비싼 명품 가방은 금방 팔려나갔다. 큰 돈이 오가는 일이라 그는 직거래로 큰 이득을 취하려는 준서를 말렸다. 중계업자에게 수수료를 주는 것에 못 마땅해 했지만 준서는 그의 뜻에 따라주었다. 아직 팔리지 않은 물건과 내일 배송한 물건들이 쌓인 그곳에서 그는 비닐에 싸인 핸드폰을 꺼냈다. 핏자국을 닦아냈지만, 아직 흔적이 남은 그것을 들고 나와 그는 출근 준비를 했다.


배송 중 우체국에 들려 택배를 보내고, 그는 체인점과 가까운 핸드폰 전문매장으로 들어갔다. 수리는 하지 않는다는 말에 문의를 하자, 근처 시장에 위치한 대리점에 수리전문가가 있다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고칠 수 있습니까.”

“열어봐야 합니다. 젖었었나요?”

“물에 들어가지는 않았지만... 집 식구가 손을 다쳤는데 피가 들어갔는지... 작동이 안 되더군요.”

“피...아, 정말 핏자국이 있군요.”


초조해하는 그와 달리 머리가 희끗한 중년의 남성은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핸드폰을 분해하기 시작했다.


“음... 중요한 자료가 있나보죠? 웬만하며 새로 사시는 게...”

“애들 영상이 있습니다. 돌아오지 않는 시간입니다.”

“돌아오지 않는 시간이라....”


멍하니 보다 수리기사가 미소 지었다.


“멋진 표현이네요.... 해보겠습니다만 장담은 못합니다. 수리를 못해도 요금은 받는데... 괜찮습니까?”

“예. 얼마가 들어도 꼭...”

“그렇겠죠. 일단 해보죠. 여기에 작성해 주시고.... 대금은 선불로 받아야 하지만 다시 오실 것 같으니 다음에 받겠습니다.”

“대충 얼마나 나올까요.”


수리기사는 소중한 추억도 돈 앞에선 무의미해진다 생각했지만 그는 다른 이유로 물은 것이다.


“제가 현금을 잘 가지고 다니지 않아서.”

“아, 현금 주시면 감사하죠. 가격은 아직 모르겠지만, 보드 갈면.... 대충 이정도... 살리면 대충 이정도...입니다.”

“준비해서 오겠습니다. 언제까지 가능할까요?”

“내일 모레면 되겠네요.”


혹시라도 고치지 못한다고 포기할까봐 그는 선금으로 오만원을 지불하고 나왔다. 수리기사가 악한 사람이면 고치려다 포기했다며 수리비만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을 그는 안다. 알지만 다른 수단이 없기에 믿어보는 것이다.


*


수리가 되었다는 말을 듣고 그는 실망하는 자신을 보았다. 수리되지 못했다는 핑계로 귀찮고 생각만 해도 분통이 터지는 사건에서 멀어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는 비겁한 자신을 타일렀다.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며 그는 상념을 털어내고 핸드폰을 켜 보았다.


“초기화될까 봐 조심스럽게 작업했는데, 피가 안에서 굳어 있던 것이 원인이었던 것 같습니다. 닦아내고 말리니까 정상작동 되었습니다. 수리비는 전에 주신 금액에서 제하고, 여기 잔금입니다.”

“다 받으셔도 되는데.”

“정찰제입니다. 제 양심을 팔아서 돈을 벌면, 애들에게 당당할 수 없잖아요.”


이런 사람이 아직 있구나, 그는 기분 좋은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감사합니다.”


김율리나는 늘 같은 패턴의 비밀번호를 사용했다. 그녀가 오만했기에 조심하지 않았고, 준서는 그 패턴을 외우고 있었다. 핸드폰이 없었던 준서는 몰래 엄마의 폰을 쓰곤 했었다. 그와 만났을 때 준서가 가지고 있던 핸드폰은 개통되지 않은 공폰이었다. 톡 메시지 등은 보낼 수 있었지만 와이파이가 없으면 기능하지 않는 기계일 뿐이었다. 그 공기계는 김율리나가 새 폰을 마련한 후 준서에게 준 것이다.


-전화번호 알려줘.

-전화 없어요.

-그건?

-공기계인데...


울컥한 그는 준서의 핸드폰부터 사주었었다.


그는 핸드폰을 든 채 그런 기억을 더듬고 있었다. 작은 것 하나에서도 김율리나가 엄마자격이 없는 사람임을 알려준다고 혀를 찼다.


*


일을 마치고 집에 도착한 후, 그는 핸드폰을 충전하며 김율리나의 전화번호부를 살폈다. 기기는 영어가 기본언어로 되어 있었고, 저장된 이름은 한문이 많았다. 그는 통화기록을 살펴보고 가장 많이 있는 사람들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따로 적었다. 그리고 하나씩 전화를 걸어보았다.


“율리나 아십니까. 피노, 키오 아십니까.”


그는 참 다양한 사람들과 김율리나가 교류했음을 알게 되었다. 한국말이 어설픈 이들이 대부분이었고, 몇 마디 하다 각자의 나라말로 떠들었다. 한국인들도 있었지만, 남자의 경우는 전화하지 말라며 화를 내거나, 누군지 되묻는 부류가 많았다. 여자의 경우는 경찰인지 묻는 경우가 많았다. 대체로 태도가 조심스럽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그는 끼리끼리 모인다며 혀를 찼다.


피노와 키오의 친아빠 찾기는 시작부터 발을 헛디디고 있었다. 어디로 뻗을지 모르기에 막막한 상태로 무작정 걷고 있었다. 이렇게는 안 되겠다 생각한 그는 멈춰 섰다. 그리고 마나와 인나를 불렀다.


“애들은 자죠?”

“네. 그 핸드폰이에요?”


인나가 그에게 핸드폰을 받아 이것저것 눌러보더니 앱을 열며 말했다.


“이쪽 사람들 SNS 중독수준이라더니... 알려진 건 다 깔려 있네요. 여기서 교류한 흔적을 찾는 것이 빠를 것 같아요.”

“동영상 있다면서요?”


마나의 말에 인나도 앱을 끄고 사진과 동영상을 살폈다.


‘해변?’


갑자기 두 사람이 해변해변 거려 그는 의아했지만 이내 욕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진짜 못된 여자였네.”


남자와 껴안고 찍은 사진이 가득했다. 마나는 사진을 자신의 노트북으로 보내라고 말했다. 집에 다녀온 그녀는 노트북을 열고 인나에게서 넘겨받은 사진들을 정리했다. 그 후 두 여인은 여러 SNS 앱을 열어 사진 속 주인공들이 누군지 추적하기 시작했다. 그는 끙끙거리며 어렵게 찾아낸 정보들을 그녀들은 너무나 쉽게 찾아내곤 했다.


“저 지금 문화충격 받고 있습니다.”

“은근히 기계치야.... 그치, 마나야?”

“누구? 아, 날씨? 조금 그런 면이 있지. 메시지 보낼 때 답답해 미칠 것 같아서 내가 써주고 싶어진다니까.”

“풋! 나도 그런데.”


두 여인은 그에게 커피심부름도 시키며 즐겁게 작업을 이어나갔다. 그리고 1시간 40분이 지나기 전, 피노와 키오의 아버지로 추정되는 인물을 특정해냈다. 그녀들은 그것으로 그치지 않고, 그의 SNS계정을 찾아내 그 안에서 한 장의 사진을 찾아냈다. 자전거 두 대와 함께 찍은 사진이었다.


“맞네요. 그 자전거들...”

“이 남자 진짜 웃기네요? 자신의 아이들에게 줄 선물이라고 당당히 적었어요.”

‘프레...아아.’


영어였지만 선물이라는 단어는 그도 알아볼 수 있었다.


“그렇군요.”


그때 마나가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와...! 그 여자랑 이 남자... 원래 부부였네?”

“예?”


놀란 그와 인나가 급히 고개를 돌리자 마나가 노트북을 돌려 보여주었다. 그곳에는 어려보이지만 김율리나가 분명한 여인과 사진 속 남자가 예복을 입고 서 있었다. 마나는 필리핀 전통의상과 결혼식 사진들을 찾아내 번갈아 보여주었다. 충격을 받은 그의 입에서 날선 소리가 낮게 흘러나왔다.


“어떻게... 뻐꾸기도 아니고.”

“뻐꾸기?”


인나가 되묻자 그는 아픈 기억을 떠올렸다.


-저 뻐꾸기 새끼! 남의 새끼 데려다 길러줬으면 고마운 줄 알아야지. 내 새끼를 때려?!


한두 살 차이나는 사촌들과 다투다 그가 넘어트린 이유는, 그 아이들이 그를 놀렸기 때문이다. 거지. 미친놈. 애미애비 없는 놈. 그런 말들에 화를 참지 못해 한 행동을 금세 후회했지만, 당연히 그 이야기는 아이들의 부모에게 전해졌다. 그날 그는 팔이 부러질 정도로 맞았다. 곁에 있던 이모도 말려주지 않았었다. 이모는 그를 병원에 데려다주고 원인을 묻는 의사에게 넘어졌다고 담담히 말했다.


-애가 극성스러워요.


그날 본 이모의 눈과 소름끼치는 말투를 그는 아직도 기억한다.


“뻐꾸기는... 다른 새의 둥지에 알을 낳는다는군요. 뻐꾸기 새끼는 먼저 깨어나서 다른 알들을 밀어낸다고 합니다.”


‘난 독점하지 않았어! 나도 당신들 필요 없다고!’ 당시 말하지 못한 그 말이 여전히 가슴에 남아 있다는 것에 그는 작게 놀랐다.


“날씨?”

“아... 어미새는 제 새끼라 생각하고 정성껏 키우지요. 자신과 깃털색도 크기도 다른데도... 신기한 것은 그렇게 자란 뻐꾸기도 다른 둥지에 알을 낳는다는 겁니다. 배우지도 않았는데, 유전자에 각인된 생존법이라고 하네요.”


쓴 차가 입에 남은 기분이 되어 그는 입술을 핥았다.


“마나씨, 전화번호는 있나요?”

“네? 아... 있어요. 이름이 같네요. 비터... 이 사람이네요.”


그는 이름을 듣고 쓴 웃음을 지었다.


-나 몰라요. 한국말도 몰라요. 전화 잘못 했어요.


이미 통화했던 상대였다.


‘찾아내주지.’


어떻게 찾아낼까 고민할 때, 계속 탐문 중이던 마나가 답을 알려주었다.


“안산에 있는 공장에 다니고 있네요. 여기 회사명하고 주소.”


그는 마나의 빠른 대처에 작게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러자 마나가 손을 뻗어 그의 턱을 슬며시 올리며 눈웃음을 지었다. 그 순간 그와 마나가 인나의 눈치를 보았다. 인나는 두 사람을 그저 흐뭇하게 보고 있었다.


“우리 계약했잖아.”

“응...”

“괜찮아. 내가 말한 선만 넘지 않으면.”

“넘으면?”

“....고민은 되겠는데. 아직 모르겠어. 네가 그러면 그건 놀랄 일이니까. 그보다는 둘이 친하게 지내는 게 난 좋아. 내가 사랑하는 남자와 여자니까.”


‘어...?’


그는 인나의 의중을 보려 눈을 마주했지만, 인나는 자연스럽게 그 시선을 피했다.


“여기 온 김에... 잘까?”

“애들 걱정되니 넘어가서 자요. 저도 오늘은 그쪽에서 잘 테니.”


다시 눈을 마주치려 했지만, 인나는 급히 돌아섰다.


“내일 일 없어요?”

“날 보고 말해요.”


인나는 핸드폰을 꺼내 카메라기능을 켰다. 그리고 영상에 잡힌 그를 보며 윙크했다.


“....있지만, 조금 늦게 나가고. 빨리 끝나요.”

“그럼 어서 가요. 마나 서둘러!”

“너야 할 일이 있겠지만 난 아니야. 천천히 갈게.”

“아유! 날씨가 문 닫고 집돌이도 챙겨가고 해야 하잖아. 어서 움직여!”

“네네... 발정 난 고양이 같으니까 진정해.”


*


여러 차례 전화를 하고 메시지를 보냈지만 비터라는 남자는 답장도 보내지 않았다. 그러다 그가 경찰이라는 단어를 담아 메시지를 보내자 즉시 반응을 보였다.


“내일 안산으로 갈 테니. 어디 가지 말고 기다리십시오.”


일을 핑계로 그와의 약속을 미루려하던 남자는 그가 다시 경찰을 말하자 시간을 내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뭘 바라는 건지...”


이대로 묻어두고 잊고 싶은 마음인데, 왜 상처를 다시 들추려 할까. 마음속에서 커져버린 증오가 남자에게 향하는 것인지 그는 생각해보아야 했다.


*


허름한 옷차림에 굳은살 가득한 손. 그런 공장 근로자의 모습을 상상했지만, 약속장소에 나타난 남자는 브랜드 운동복에 비싼 운동화를 신고 나타났다. 고급시계와 금목걸이 귀걸이를 한 남자는 키는 작지만 체격도 좋았다. 깔끔한 헤어스타일과 목과 손목 등 드러난 살에는 문신이 새겨져 있었다. 그는 오늘 차려입은 것이 아님을 한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다행이군.’


그는 남자의 모습에 마음에 남은 무거운 짐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그는 부지런히 사는 불쌍한 외국인 노동자의 모습을 떠올렸었고, 어쩔 수 없이 부인과 생이별한 채 남의 여자로 살아가는 것을 보는 그런 가여운 남자를 생각했었다. 눈에 힘을 주고 자신의 강함을 내세우려는 모습에 그는 안도하고 있었다.


“날 왜 찾았어?”

“한국말 잘 하는 거 아니 똑바로 말해. 존중받고 싶으면.... 서로 존중하자고.”

“알았습니다.”

그가 강하게 나가자 비터는 주눅이 들었는지 금세 말투를 바꿨다.


“당신이 피오와 키오의 친아버지인가.”


처음에 부인하던 비터는 그가 결혼사진을 꺼내 보이자 실토하기 시작했다.


17살, 15살에 결혼한 두 사람은 필리핀에선 여전히 법적인 부부사이다. 19살에 친인척의 도움으로 한국에 온 비터는 2년 뒤 비자를 갱신하지 못해 필리핀으로 돌아가야 했다. 2년간 번 돈으로 시골집을 새로 짓고, 부모님에게 오토바이도 사주었었다. 2년간 생이별했던 부부는 다시 만나 이전보다 더 가까워졌다. 비터는 한국생활을 그리워했고, 부인도 그가 동경하는 한국에 가보고 싶어 했다. 두 사람은 함께 한국어 공부를 하며 한국행을 준비했었다고 한다. 그리고 로자나(김율리나)만 한국행 비행기에 올라탈 수 있었다. 그도 함께 가려 했으나 고용하기로 한 업체가 취소하며 이별을 하게 된 것이다.


사랑을 잃지 않은 두 사람은 1년간은 굳건히 서로를 그리워하며 버텼다. 자주 전화나 메시지를 주고받으면서..... 그 사랑은 영원하지 못했다. 로자나가 문물에 심취된 것이 문제였다. 시골에서 한적한 삶을 누리던 로자나에게 한국의 생활은 처음엔 두렵고 어색한 것이었다. 그러나 함께 일하는 공장 근로자들과 어울리며 차츰 삶이 변해갔다. 비터가 그렇듯 돈 맛을 알게 되자, 자신을 꾸미느라 집으로 송금도 하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다. 비터는 로자나가 연락을 끊은 이후에도 한국으로 가기 위해 노력했다.


로자나는 평생 시골마을에서 자랐다. 함께 자라다 친해진 비터와 결혼했고, 평생 그렇게 살 줄 알았던 여자다. 한국에 와서 절대적이던 관념이 깨져버렸다. 평균이상의 미모를 가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남자들을 유혹하는 방법들도 배워갔다. 쉽고 빠르게 돈을 버는 방법도 배운 그녀는 점점 화려함에 물들어갔다.


“그러다 남자 만났어요. 잠깐 만난 손님이었어요. 아이 가졌어요. 겁먹어서 내게 전화했어요. 나 싫었어요. 이혼 말했어요.”


낙태라는 단어를 떠올렸던 그는 비터의 목에 걸린 십자가를 보았다. 그리고 필리핀의 국교가 무엇인지 떠올릴 수 있었다. 준서는 엄마가 성당에 나가는 것을 본 적 없다 말했다. 자신의 신분과 국적을 감추려 나가지 않은 것이라 그는 생각했다. 그래도 그녀의 교리 덕분에 준서와 아이들이 태어날 수 있던 것에 그는 감사한다. 자신에겐 고마운 일이지만, 그녀를 믿었던 이들에겐 최악의 상황이라는 것도 그는 유념했다.


“로자나 다시 연락 안했어요. 저 한국 왔어요. 열심히 일했어요. 일하면서 로자나 찾아봤어요. 로자나 남자랑 살고 있었어요. 나도 여자 만나서 살았어요.”

“그 남자가... 정씨입니까.”

“예. 정기....”


아버지의 이름을 듣고 그는 피씩 웃어버렸다. 만나도 그런 여자들만 만날까 싶어서다.


비터와 로자나는 서로 다른 사람의 동반자로 살면서도 연락을 주고받았었다. 그러다 비터가 함께 살던 한국여자와 헤어지고 난 후, 로자나에게 만나자고 제의했다. 다시 만나서 함께 필리핀으로 돌아가 살자고 말하려 했다고 한다. 당시 로자나는 그의 아버지 눈을 피해 여러 남자를 만나고 있었다. 서씨도 그 중 한명이었다. 비터도 그 중 한명이 되었다. 다른 이들과 다른 점은 로자나도 아직 비터에 대한 애정을 지니고 있었다는 것이다.


“내 아이 가졌어요. 그때 나 어려웠어요. 비자 없어서 숨어 다녔어요. 로자나 기다려 달라 말했어요.”


‘계속 들어야하나...’


듣고 싶지 않지만 그는 아이들을 생각하며 비터의 말을 귀담아 들었다.


로자나는 이년 터울로 피노와 키오를 낳았다. 둘의 이름을 지어준 것도 비터였다.


“돌아가려 했어요. 그때 그 여자 다시 날 찾아왔어요. 신고하겠다고 협박했어요.”

“그 여자라니..?”

“최...”


통장주인의 이름이 나오자 그는 아찔함을 느꼈다.


“그럼... 그 여자가 당신하고 동거하던...?”

“나이 많았어요. 만나기 싫었지만 결혼하면 비자걱정 안 해도 되요. 신혼부부 정착자금만 받고 나랑은 상관없는 사람이라고 했어요.”

“이건 뭐....”


토하는 사람을 피했더니 똥 싸는 사람을 만난 기분이 된 그는 문득 비터가 가엾게까지 느껴졌다.


“그래서요...?”


로자나는 비터가 자신을 데려가주지 않자, 다른 방법을 찾아버렸다. 그녀의 욕망을 충족해주지 못한 그의 부친을 떠나, 서씨를 찾아가 두 아이의 친부라고 우기고 눌러 산 것이다.


“서로 잊고 살자고 말했어요. 나도 그러겠다고 말했어요.... 그런데 또 연락 왔어요. 로자, 고향에 가고 싶다고 말했어요. 나 아이들 보고 싶다고 말했어요. 사진 보내줬어요. 예뻤어요. 내 아이 없었어요. 그래서 더 예뻤어요.”

“하아...”


속이 답답해져 그는 긴 한숨을 내뱉었다.


“당신들 전부 바보야? 아니, 왜들 그러는 건데?”

“화 내지 마요.”


주변 눈치를 보는 비터를 보다 그는 물 컵을 들어 마셨다.


“후우...비터씨. 그 최뭐라는 여자가 로자나... 김율리나씨와 연락을 주고받은 사실은 아십니까?”

“알아요. 지금은 알아요. 그 여자 로자나에게 다른 남자 만나는 방법 알려줬어요. 대신 돈 받았어요. 통장 빌려줬어요. 또 물건 사서 비싸게 팔아요.”

“....그 여자 어디 있습니까.”

“경찰이 데려갔어요.”


그는 그런 사실을 전해 듣지 못했다.


“경찰이... 당신은 왜...? 아아...! 크큭. 그랬군.”


왜 비터는 잡혀가지 않았을가. 그는 곧 최씨가 자신이 지은 죄가 더 많이 밝혀질까 봐 비터가 누구인지 밝히지 않은 것이라 판단했다.


“나 죄 없어요. 로자나 내 부인. 나 남편.”


“그걸 속였잖아.... 한두 사람도 아니고. 간통법 폐지되었다고 그냥 넘어갈 것 같아? 당신들 사기로 고소당할 수도 있었어. 그 여자가 그 짓하고 있으면, 당신이 말려야지? 남편이잖아?”


“오이! 나 힘없어요. 나 필리핀 사람. 한국 사람들 내 말 무시해요.”


비터의 말에 그는 대꾸할 말을 찾지 못했다.


“아니지... 말이라도 해봤어? 당신이 로자나에게 농락당한 남자들 중 한명에게라도 그 사실을 전했냐고.”


이번엔 비터가 입을 열지 못했다.


“친자라 속이고 키운 사람의 심정을 알기나 해? 로자나가 왜 죽었는지 이해를 못해? 당신...”


비터가 눈물을 보였다.


“뭘 잘했다고. 쯧!”


“로자나 집에 데리고 가고 싶어요. 사장님, 도와주세요. 전 아무것도 없어요. 로자나 죽었고, 아이들도 만나지 못해요.”


-저기다!


문이 열리며 사람들이 우르르 뛰어 들어왔다. 그는 그들이 자신을 향해 오는 것을 보고 놀라 아무행동도 하지 못했다.


“비터...! 정날씨?”


수갑을 채우려던 형사가 그를 알아보았다.


“뭐... 뭡니까?”

“그건 제가 묻고 싶군요. 어떻게...? 하, 이것 참. 같이 가주셔야겠습니다.”

“그래야겠군요. 그런데 진짜 뭡니까? 왜 이 사람을?”

“최씨가 실토했습니다. 자잘한 것들이 많지만 금융사기, 혼인빙자... 뭐 많이 걸려 있습니다. 거기에 이 자는 불법체류자이기도 합니다. 이런 놈은 필리핀으로 보내면 즉시 교도소로 갈 겁니다.”

“노오! 안 돼! 나 여기 감옥 갈래!”


악명 높은 필리핀 교도소에 가기 싫어하며 발버둥 쳤지만, 비터는 형사들에 의해 금세 제압당했다. 만약 그를 아는 형사가 없었다면, 그도 형사들에게 거칠게 잡혔을 것이다.


*


“핸드폰을 살려서 거기에 나온 정보를 토대로 비터를 찾아내셨다... 정말... 왜 저희에게 연락하지 않으셨습니까.”


“뭐라고 연락을 할까요? 애들 친부 찾았다? 그러니 애들 데려가라? 애들 피부색이 그러니 필리핀이 더 행복할 거라는 말이라도 하실 겁니까? 이곳에서 태어나 자란 아이들인데.... 따갈로어는 한마디도 못하고, 영어도 못하는데?”


“그런 말이 아니지 않습니까.... 만나서 뭘 하실 생각이었습니까?”


“애들 아빠가 맞는지 확인하는 것이 첫째 목적입니다.”


“확인은 왜...”


“나중에 애들이 커서 친아빠 누군지 물으면 답해줘야 하잖아요?”


당연한 것을 묻는다며 그가 중얼거리자 조사관은 헛웃음을 흘렸다.


“누가 보면 평생 애들 키운 분인 줄 알겠습니다.”


“저도 몰랐네요. 제가 이렇게까지 할 줄은.”


빈말이 아니라 그는 매일 스스로에게 놀라고 있었다.


“흠... 뭐, 저도 그런 심정이었으니. 그것도 잠시입니다. 고마운 줄 모르고 대들기나 하고.... 맡겨놓은 것처럼 돈 달라고 하고... 크! 그래도 웃을 때가 더 많았지만... 흠. 그럼 두 번째는 뭡니까?”


“두번째? 아, 목적... 궁금했습니다. 그 여자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살았는지. 그리고 서씨는 왜 그랬는지... 아버지는 얼마나 알고 계셨는지... 그런 모든 것들보다... 앞서 말한 이유 때문입니다. 그 여자가 비터에겐 준서 친아빠에 대해 말하지 않았을까... 예, 지금 생각해보니 그 때문에 만난 것 같네요.”


“그래서 알게 되셨습니까?”


“알아내려던 차에 형사분들이 들어와서...”


조사관은 그를 보다 안경을 치켜 올렸다.


“왜 마음이 변하셨습니까?”


“아시네요....”


쓴 웃음이 그의 입가에 걸렸다.


“진실... 알아봐야, 누가 좋아하나 싶네요. 준서에게 숨겼는데, 알더군요. 알면서 모른 척... 작은데, 어린데... 어른처럼 그런 생각도 하는구나 싶었습니다. 내가 알면... 준서도 알게 될 것 같네요. 네... 그냥 평생 모르고 살아야겠습니다. 이제 와서 양육비 달라고 할 생각도 없으니. 준서는 제 동생이고, 아버지의 딸이니... 네, 그게 좋겠네요.”


조사관의 손이 멈춰 있어 그는 조사가 끝났는지 물었다.


“조사는 벌써 끝났지요. 아참. 그 핸드폰 넘겨주시면 좋겠습니다.”

“왜....? 증거품으로 가지고 있을 때 확인 안하시고.”

“기술팀에서 수리 불가라고 했습니다.... 정신 빠진 놈들이죠.”

“그랬군요. 실망스러운 일이지만, 조사관님 같은 분도 계시니... 그냥은 못 드립니다.”

“허허... 저희는 금품을 제공하거나...”

“무슨 소리를 하십니까? 그 안에 애들 사진하고 동영상 있습니다. 그거 옮긴다는 것을 깜빡했네요.”

“아! 그 정도야 해드려야지요. 지금 당장 만들어 오겠습니다.”


조사관이 손을 내밀자 그는 김율리나의 핸드폰을 망설이지 않고 전해주었다.


*


위장결혼, 혼인빙자 사기, 금융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고 기소된 최씨의 죄명에는 성매매 알선도 포함되어 있었다. 외국인 근로자 남성들을 여성에게 소개해준 정황이 포착되어 조사범위가 커졌던 것이다. 비터도 그녀의 일을 도우며 깊이 관련되어 있었기에 재판이 끝나면 추방되어 필리핀의 교도소에 수감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었다. 아이들을 위해 정상참작 해달라는 탄원서를 넣는 것이 그가 해준 최소의 배려였다. 형량이 줄어들어 아이들이 만나고 싶어 할 때 한번은 만날 수 있게 해주고 싶은 마음에서 나온 행위였다.


준서가 상속받을 서씨의 토지가 먼 거리에 위치해 있고, 관리비가 많이 나오기에 그는 땅을 팔기로 했다. 서씨의 집 전세보증금은 집주인이 다른 말없이 순순히 내주어 골치 아픈 일은 피할 수 있었다. 사람은 겉보기와 다르다는 것을 그는 새삼 느꼈다.


서씨가 소유한 차량은 그가 구입하려던 SUV지만, 명의를 바꾼 후 팔아야했다. 다인승 차량이라 쓸모가 있었지만, 준서나 아이들이 그 차를 보는 것도 싫었기에.


인나가 소개해준 변호사의 도움을 받고 있지만, 그는 그들이 얼마나 비싼 몸값으로 움직이는지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그는 시간을 쪼개 법원과 경찰서를 오가며 직접 모든 일을 해결하는 중이다.


지친 몸을 끌고 집의 대문을 연 그는 휘청거리며 계단을 내려와 마루에 걸터앉았다.


“에구구... 죽겠다.”


잠시만 쉬자며 그는 뒤로 누웠다. 눈이 자꾸 감겨와 버티려던 그는 그대로 잠들어 버렸다.


‘인나씨... 무거워... 무겁다고!’


눈을 뜬 그는 자신에게 머리를 기대고 잠든 세 동생을 보다 다시 눈을 감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일찍 찾아볼걸...’


지나간 시간을 그는 너무나 아쉬워했다. 그러나 아쉬움에 뒤만 돌아보며 사는 멍청한 짓은 하지 않겠다고 그는 결심했다. 가까이 온 행복들을 꽉 쥐고 지금처럼 미소 짓고 살 것이라 맹세했다. 그를 위해서는 뭐든지 하겠다고......




이 글은 픽션입니다. 등장인물의 이름과 단체등은 사실과 같지 않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개 짖는 소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62 퀵보드를 타고 온 단서 1 20.06.09 15 1 17쪽
61 착오 20.06.09 19 3 24쪽
60 용기내어 얻는 것 7 20.06.08 23 2 22쪽
59 용기내어 얻는 것 6 20.06.08 23 5 21쪽
58 용기내어 얻는 것 5 20.06.07 25 3 9쪽
57 용기내어 얻는 것 4 20.06.07 22 4 22쪽
56 용기내어 얻는 것 3 +2 20.06.06 23 3 23쪽
55 용기내어 얻는 것 2 20.06.06 20 3 25쪽
54 용기내어 얻는 것 1 +4 20.06.05 27 4 24쪽
» 진실과 거짓말 5 +4 20.06.05 22 4 30쪽
52 진실과 거짓말 4 +2 20.06.04 27 6 21쪽
51 진실과 거짓말 3 +2 20.06.04 22 6 20쪽
50 진실과 거짓말 2 +6 20.06.03 26 5 22쪽
49 진실과 거짓말 1 +2 20.06.03 20 5 20쪽
48 복덩이효과 2 +2 20.06.02 24 4 20쪽
47 복덩이효과 1 +2 20.06.02 20 4 18쪽
46 옆집의 마녀 3 +2 20.06.01 19 5 21쪽
45 옆집의 마녀 2 +2 20.05.31 27 8 21쪽
44 옆집의 마녀 1 +2 20.05.31 25 4 25쪽
43 집 잃은 고양이들 5 +2 20.05.30 25 5 23쪽
42 집 잃은 고양이들 4 20.05.30 21 3 13쪽
41 집 잃은 고양이들 3 20.05.29 19 3 13쪽
40 집 잃은 고양이들 2 20.05.29 25 5 14쪽
39 집 잃은 고양이들 1 +5 20.05.28 26 6 18쪽
38 동호회 4 20.05.28 25 6 18쪽
37 동호회 3 20.05.27 26 5 20쪽
36 동호회 2 20.05.27 22 4 23쪽
35 동호회 1 20.05.26 23 3 21쪽
34 카센터 3 +1 20.05.26 27 5 17쪽
33 카센터 2 +2 20.05.25 24 8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