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짖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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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연어진
작품등록일 :
2020.05.11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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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16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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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9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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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쪽

착오

이 글은 실제 일어난 사건들을 토대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DUMMY

그는 내심 인나 부모님의 극심한 반대가 일어나길 기대했다. 그런 마음과 달리 행동했지만, 그것도 그의 본심이었다. 인나와의 인연이 끝나면 그는 인나와 관계된 모든 이들과 떨어질 수 있게 된다. 그러나 그는 준서와 피노, 키오를 위해 그들이 꼭 필요하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혼자서는 아이들 셋은커녕 준서조차 감당할 수 없음을 잘 안다.


죄를 짊어지고 사는 그였기에 아이들을 위해서라며 현 상황을 유지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아이들을 맡길 곳도 없는 그였기에 인나와 인나로 인해 맺어진 인연을 포기할 수도 없었다. 무엇보다 그는 인나와 헤어지고 싶지 않았다. 그럼 마나와 헤어질 수 있는가하면 그렇지도 않다. 인나가 말했듯 마나는 인나가 채워주지 못하는 부분들을 꽉 채워주는 사람이다.


갈팡질팡 마음을 정하지도, 결심도 못하는 그는 인나의 용기에 감탄한다. 그런 용기가 부럽기도 했다. 그는 늘 스스로 약자라 여기며 무엇이든 가볍게 포기했었다. 욕구까지도. 인성과 다래처럼 모든 것을 포기하고 잡고 싶던 사람도 없었지만, 있다고 해도 포기했을 것을 그는 잘 알고 있다. 자신보다 어리지만 그는 인나와 마나에게서 많은 것을 배우는 중이다. 그가 전혀 생각해보지 못한 삶의 방식이며 태도다.


‘세 사람이 함께하는 삶이라...’


인나가 밝힌 욕구를 떠올리자 그는 여전히 어색함을 느꼈다. 이는 몰랐기 때문이 아니다.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었고 단지 공인되지 않았을 뿐이다. 인나는 그것을 표출해버렸다. 모른 척 넘어가려는 인나 부모님의 태도는 그가 전에 가지고 있던 행동양식이었다. 표출해버리자 불편한 점이 더 많아졌다. 마나를 더 의식하게 되었고, 다른 이들이 있으면 마나에게 행동을 더 조심하게 된다.


‘설마... 그걸 노린 것인가?’


인나의 진심을 의심하다 그는 웃어버렸다. 인나의 저돌적인 성격과 어울리지 않는 음습함이라 여겼다. 직설적 성격을 지닌 인나는 싫고 좋음이 확실하다. 숨기지 않기에 대하기 편하다. 사랑받고 있음을 표정만 봐도 알게 된다.


희미하던 의심이 사라진 후에 그는 마나를 떠올렸다. 복잡한 사람이란 생각이 먼저 든다. 그 생각은 곧 인나와 마나가 닮았다는 것으로 변해갔다. 두 사람이 닮았다는 것을 떠올리며 그는 또 미소 지었다.


‘고민해봐야... 미래를 알 수는 없겠지.’


그는 내일을 위해 잠을 청했다. 두 사람이 슬쩍 다리를 올리고 안길 때 정신이 번쩍 들며 어제와 같은 일이 반복될까 두려워한 것도 잠시. 그는 두 사람의 온기에 쉽게 잠들어버렸다.


*


금요일을 꽉 채워 일하고 돌아온 그는 너무 피곤해 인나의 집에 방문하지 않고 바로 잠이 들었다. 깨어났을 때 곁에는 준서가 있었다. 왜 준서가 옆에 누워있나 생각하며 그는 준서를 흔들어 깨웠다.


“오빠...”

“응, 언제 왔어?”

“아침에... 오늘 나들이 가요.”

“아아...오늘이었지.”

“오빠도 갈 거죠?”


가기 싫었기에 그는 일을 잡으려 했다. 하지만 꼭 필요할 땐 구원의 밧줄은 오지 않았던 것처럼, 할 일을 찾을 수 없었다. 억지로 다른 일을 찾을 수도 있었지만, 동생들에게 미안한 그런 일을 그는 하지 못한다.


“가야지.”

“인나언니 엄마랑 김밥 싸다가 오빠 부르려고 왔는데, 졸려서 잠깐 누웠어요.”

‘귀엽다.’


자다 깬 준서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그는 미소 지었다. 준서도 기쁜 듯 미소 지으며 이내 손을 내밀었다.


“오빠, 아.”

“응? 아...?”


김밥이 쏙 들어왔다.


“밥 안 먹고 잤죠?”

“우움.”

“....아아.”


그는 누운 자리에서 김밥 한 줄을 다 먹은 후에야 준서의 강한 구속력에서 풀려날 수 있었다.


“옷 어떤 거 입을 거예요?”

“음? 아무거나?”

“전에 산거 입어요. 산이잖아요.”


산이라 등산복을 입으라는 말에 그는 웃었다.


‘준서는 천재가 아닐까?’


반박할 말을 그는 떠올리지 못했다.


*


첫 가족 야외모임이라며 다래는 가게를 부주방장에게 맡기고 손님을 픽업하는 미니버스를 끌고 나타났다. 차가 많지만 다 함께 탈 수 있는 차가 없었던 차라 다래는 큰 환영을 받았다. 인성은 오늘 부모님에게 결혼이야기를 꺼낼 생각이었기에, 다래의 빠른 판단과 추진력에 미소를 지우지 못했다. 그러나 멋지게 운전하려는 그의 시도는 부모님에 의해 차단되었다.


“카레이서였다고 운전 잘하는 건 아니잖아.”

“엄마, 저 대형 면허도 있어요.”


반대하는 이유는 그가 카레이서이기 때문이다. 운전 실력은 인정하지만 할 수 있는 한 빠르게 다니는 버릇이 있다. 안정적인 운행을 바라는 이들에게 인성은 좋은 드라이버가 아니었다.


“준서 오빠도 대형 있지?”


짐을 싣고 마지막에 올라서려던 그에게 시선이 쏠렸다.


“예? 아... 예. 최근에 따서...”

“큰 차 몰고 다니니 이 녀석보다는 잘 몰겠지.”


그렇게 그가 운전사로 확정되었다.


일차 목표지는 마트였다. 필요한 물품이 집에 있는데, 집은 멀기에 대부분 새 것으로 구입했다. 옥외 공간이 많은 그나 인나의 집에서 활용할 것들이라며, 인나의 모친은 거침없이 사들였다. 너무 과하다는 생각에 참고 있던 인영이 그녀를 말렸다.


“엄마? 우리 거기에서 살 거야?”

“뭐 얼마나 샀다고...”


버스가 가득 찬다는 우려가 아니었다면, 그녀는 텐트를 더 큰 것으로 사고 간이 식탁도 더 크고 튼튼한 것으로 샀을 것이다. 통로까지 꽉 차 있음에도 인나의 집 발코니와 테라스에 놓인 크고 튼튼한 테이블과 의자들을 가져오지 못한 것을 그녀는 연신 후회했다.


살 때는 투덜거렸지만,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꽃놀이를 했던 인나는 준비가 갖춰진 꽃놀이에 누구보다 즐거워했다. 테이블과 의자가 있어 불편한 자세로 앉지 않아도 되었다. 오전이 오후로 변하기 전 도착한 일행은 자유롭게 모였다 흩어지며 휴식을 즐겼다.


“흐으, 날씨.”


운전해야 했기에 술을 마시지 못하는 그는 취한 듯 비틀거리며 다가온 인나와 손을 잡고 산 위로 올라갔다. 눈을 피해 입과 손으로 애정을 나누다 내려오던 두 사람은 위로 올라오던 마나를 만났다.


“좋았어?”

“분위기 좋더라. 갈래?”

“음, 혼자가기 그랬는데...”


그렇게 세 사람은 다시 산 정상으로 올라갔다. 볼 것 없이 큰 바위 하나 덩그러니 놓인 그곳에서 세 사람은 많은 말을 나누지 않았다. 손을 잡고 그의 양어깨에 머리를 기댄 채 가만히 저무는 노을을 지켜보기만 했다. 엉덩이가 아프지 않았다면 둘 다 더 오래 그곳에 있고 싶어 했을 것이다.


-결혼하겠습니다.

-여보!

-어...허허허! 이 녀석! 그래, 허락하마!


인성이 다래와의 결혼발표에 부부는 너무 기쁜 나머지 과하게 술을 마시고 일찍 잠들어 버렸다. 날이 춥지 않았다면 텐트를 마음에 들어 하는 아이들을 위해 그는 야영을 했을 것이다. 집으로 오는 길. 운전하는 그를 제외한 모두가 잠들어 있었다. 룸미러에 비친 자신의 가족과 인나의 가족을 보며 그는 결심을 했다.


*


일요일, 그는 인성과 함께 생애 처음 서킷에 들어갔다. 마나와 인나도 오고 싶어 했지만 어제 과음한 탓에 일어나지 못했다. 그는 그 점에 감사했다. 인성의 코치로 직접 차를 몰기도 하고, 인성의 운전 실력에 턱이 빠질 정도로 놀라기도 하며 그는 생소한 경험에 즐거워했다. 즐기러 온 것이 아님을 자각하며 자중하다가 유쾌한 인성 덕에 금세 웃곤 했다. 둘이 서킷에 온 이유는 그가 요구했기 때문이다. 원래의 계획은 조금 다른 것이었는데, 인성이 오늘 서킷에 나간다는 말을 듣고 따라나선 것이다. 이는 인성이 소유한 고가의 슈퍼카를 타보고 싶어서가 아니다. 그는 오래전 물질에 대한 욕구를 버렸다. 갖지 못하는 것이 너무나 많았기에 욕심내지 않는 것이 버릇처럼 굳어버렸다. 많은 것을 가지면 오히려 불편함을 느끼는 그에게 자신의 재량을 넘어선 물품은 없는 것과 동일한 것이다.


“이 차 대단하네요!”


그는 인성이 자신에게 슈퍼카에 대한 동경이 있다고 믿게 의도적으로 행동했다. 양심의 가책을 느끼며 그는 자신을 옹호하거나 변명하지 않았다. 대신 미움을 범인들에게 전가해 괴로움을 이겨내고 있다. 증오를 키워 자괴감을 누르던 그의 연극은 성공적이었다.


“빌려줄까? 주행 해볼래?”

“형님은 어쩌시려고요.”


말이 나오지 않았다면 그가 요구했을 것이다.


“나 오늘은 다래씨 집에서 자기로 했어. 다래씨 가게에 데려다주고 차는 가져가서 집에 둬. 내일 찾으러 갈게. 키는 인나 집에 두면 되잖아.”

“으음.”


즉답하지 않는 이유는 양심 때문이다. 이용하는 것이 미안해 주저할 때 인성이 말했다.


“괜찮아. 과속하지 말고. 종종 빌려줄게 타고 다녀.”

“아뇨. 그냥... 오늘만 타볼게요.”


거짓말도 자주하니 쉬워진다며 그는 쓰린 속을 감췄다.


“그러던가. 생각할 게 많아지면 일을 하거나 운전하는 것이 좋더라고. 접촉사고 정도는 형이 알아서 해결해줄 테니까 겁먹지 말고.”


배려해주는 진심에 그는 감격했다. 찌르듯 아픈 속을 참아내며 그는 어색하게 미소 지었다.


“허... 절대 사고 안 낼 겁니다.”

“알았어.”


저녁을 먹고 가라는 다래의 말에 그는 고개를 저었다. 돌아가 먹는다고 말했지만, 그는 집에 늦게 도착한다는 메시지를 인나와 준서에게 보낸 후였다.


‘미안...’


소중한 사람들을 속이고 그가 도착한 곳은 카센터였다. 들어서는 그의 차를 보고 한참 신나게 떠들던 DJ가 조용해질 정도로 인성의 차는 희귀한 차량이다. 국내에 몇 대 없는 차가 들어오자, 세차하며 음악과 음식을 즐기던 이들도 멍하니 차를 쫓아 눈을 돌렸다.


-어서 오세요!


‘카삥...’


큰 소리로 달려오는 이를 보며 그는 크게 심호흡했다. 차 문을 열고 나갈 때, 그는 어색함을 느꼈다. 좋은 차라고 꼭 편한 것은 아니라 생각하면서.


“어떻게...우와! 이걸 보다니.”

“엔진오일 교환해주세요.”


그의 말에 카삥의 눈이 빠르게 그를 훑었다.


“엔진오일을.... 왜 가시려고요?”

“아, 갈 때가 된 것 같아서.... 어렵습니까?”

“글쎄요...”


왜 뜸을 들일까. 그는 생각처럼 되지 않자 급히 작전을 바꿨다.


“차에 이상 없나 봐주세요, 그럼. 엔진소리가 이상한 것 같아서.”


그의 말에 카삥이 또 그를 빠르게 훑었다. 기분이 상했고 위화감도 느낀 그는 괜히 왔나 싶었다. 큰 결심을 하고 오긴 했지만 준비가 부족하다고 그는 후회했다. 오는 길에 차에서 할 말을 연습해본 것이 전부였다. 그가 주저하고 있을 때 카삥이 말했다.


“제가 안쪽으로 움직여도 되겠습니까?”


‘됐다!’


기뻐하는 마음과 달리 그는 굳은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예. 음... 어디 쉴 자리는 없나요. 밖은 시끄럽군요.”

“아, 사무실에 들어가시죠. 안에 대기실도 있습니다.”


그는 작업복 차림의 카삥의 뒷모습을 가만히 담았다.


“그 옷 입고 타시려는 건 아닐 테죠.”


차 안으로 들어가려던 카삥이 그의 말에 멈춰 섰다.


“....아하하. 당연히 아니죠.”


기름때가 묻은 작업복을 그 자리에서 벗으며 카삥은 웃었다.


-손님 대기실로 모셔라!

-예, 보스!


돌아서며 그는 카삥이 자신을 욕하고 있을 것이라 짐작했다. 사무실과 연결된 대기실에 들어간 그는 다리를 꼬고 앉았다. 스스로 생각한 거만한 태도와 표정을 지었다. 긴장했기에 꼬인 다리가 더 불편했지만 그는 좋은 차에 걸맞은 사람을 연기하기 위해 참아냈다.


“뭐 마실 거라도...”


카삥이 들어와 묻자 그는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그때, 카삥이 그의 전신을 또 훑었다.


‘왜 자꾸... 버릇인가?’


그는 내심 자신이 있었다. 그는 인나가 사준 정장을 입고 있었다. 사람들이 얼마나 쉽게 외모로 사람을 판단하는지 그는 알고 있다. 꾸미고 나갔을 때 사람들이 대하는 태도가 달라짐을 느껴 잘 안다. 신발까지 바꿔 신을 수 없었지만, 당당하면 어떤 옷을 입어도 사람들이 무시 못 한다는 인성의 조언을 믿었다.


“생긴 지 얼마나 되었습니까.”

“아, 오픈한지는 이년 조금 안됩니다.”

“젊어 보이시는데... 능력 있으시군요.”

“하이고. 그래봐야...”


카삥을 마음에 없는 말로 띄워주며 그는 자연스레 주변을 둘러보았다. 집기의 위치들을 확인하고 기억했다.


“음... 여기 저런 차들 많이 오는 곳인가요? 급해서 오긴 했지만.... 엔진소리가 튀더군요.”

“잘 오셨습니다. 잠시 몰아봤는데 문제가 있어 보이더군요.”


‘문제?’


그걸 인성이 몰랐을까. 그는 내심 인성이 모르던 문제를 찾아주는 것도 괜찮다 생각했다.


“그런가요. 제가 차는 잘 몰라서...”


대기실은 한쪽 벽과 문까지 유리로 되어 있다. 공장의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구조였기에 그는 인성의 차에 나쁜 장난을 치는지 지켜볼 수 있었다. 함부로 손댔다가 역으로 큰 시련을 맞게 되는 것을 알기에 장난치는 곳이 없다고 인성은 말했지만, 그는 혹시 모를 사태에 긴장을 늦추지 못했다. 자신의 소유물이 아니었고, 염탐을 위해 사용 중이라 더 조심하는 중이다. 한편으론 범인이라 생각한 카삥을 눈앞에 뒀기에 긴장감은 더해져 있었다.


“이 동네 사십니까?”


카삥이 물었다.


“아뇨. 지나가는 길에 검색하니 나오더군요.”

“잘 찾으셨네요. 외각에 있지만, 저희 기술자들 모두 외제차만 이삼십년 다루던 분들이라 지역은 물론이고, 전국에서도 최고일 겁니다.”

“음... 사장님도 기술자시죠?”

“저야 아직 배우는 단계죠. 그래도 도색방면에선 국내 탑급이라는 소리를 종종 듣습니다.”


‘웃기고 있네.’


그는 카삥이 운영하는 카센터가 욕먹는 이유를 안다. 경력기술자를 채용해 쓰고 있다 말하지만, 명의만 빌려주고 출근도 하지 않는 명장이 등록만 되어있을 뿐이다. 실제 차를 봐주는 이들은 사장인 카삥을 포함한 젊은 기술자들이다. 거기에 잘 모르는 여성고객이 오면 폭리를 취하기 일쑤인 곳으로도 유명하다. 그 문제가 SNS상으로도 전해지는데 카센터의 투자자인 물은 그럴 때마다 모르는 곳이라 말하며 발뺌을 한다. 그런 후 얼마안가 아무렇지 않게 카센터와 셀프세차장을 홍보한다. 그런 행태에 분노한 이들이 욕이라도 써두면 비아냥거리거나 고소한다는 소리를 써둔다. 발뺌하기 힘든 일이면 댓글을 지워버리기도 한다. 인성이 드러나는 행태였다. 그는 물과 카삥에게 그래서 감사한다. 이들이 선했다면 그는 더는 접근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탈리아에 명차 만드는 공장도 견학을 했었고요....”


카삥도 자신을 내세우기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그는 들어주는 척 굴었다.


그가 인성의 차를 이곳에 가지고 온 것은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카삥과 카센터를 살피기 위해서다. 그러다 혹시라도 사고차량에 대한 정보를 얻게 된다면 그는 다음 단계로 진행을 할 예정이었다. 두 번째는 카삥이 실수하길 원해서다. 만약 카삥이 소문대로 실력도 없으면서 인성의 차에 손을 대면 문제가 생길 것이다. 자가 수리가 가능한 인성은 바로 알아차릴 것이고, 카센터 주인과 변호사군단을 거느린 회사 오너의 후계자의 싸움이 된다면 누가 승리할지는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일일 것이다. 뒤에 국회의원을 아버지로 둔 물이 있다고 해도 결과는 마찬가지일 것이라 그는 확신한다.


허나, 두 번째 이유는 한편으론 일어나지 않길 바라는 것이기도 했다. 그는 인성이 믿고 맡긴 차에 흠집도 내기 싫었다. 인나와의 관계를 떠나 개인적으로 마음을 주고 있는 인성에게 조금의 해도 가지 않게 만들고 싶었다. 지금도 그런 이유로 가책을 느끼고 있었다.


그의 주된 목적은 첫 번째 카삥과 카센터를 살피는 것이다. 그의 주머니에서 슬쩍 나온 핸드폰 카메라가 주변을 세밀히 촬영 중이다.


“얼마나 걸립니까.”


그는 일부러 말을 걸었다. 대화를 통해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파악해보려는 것이다.


“한 시간 안에는 진단이 끝납니다.”

“그래요... 그런데 정말 젊어 보이시는군요. 서른... 넘으셨습니까?”

“아뇨. 스물여덟입니다.”


그가 검색을 통해 알게 된 물의 나이는 스물아홉이었다. 친구는 아닌가 싶으며 그는 다시 물었다.


“....대단하시네. 여기 땅값도 만만치 않을 테고, 저런 장비들도 비싸겠죠?”

“하, 별거 아닙니다. 주변에서 도움을 받았고, 부모님에게도 손을 벌렸죠.”


‘카삥도 잘 사는 집 아들인가...’


그렇다면 굳이 사서 고생하고 있을까란 생각을 하며 그는 고개를 돌렸다.


“끝났나...?”

“아직 기다리셔야 합니다.”


그가 일어나자 카삥이 밖으로 나가보고 다시 들어왔다.


“조금 더 걸리겠군요.”


“내일 맡기는 센터로 들여보내긴 할 텐데. 제가 차에서 조금만 이상한 소리가 나도 운전할 때 신경이 쓰이는 사람이라서. 괜한 짓을 했나 싶지만...”


자신 딴에는 그럴듯하다 여기며 그가 말하자 카삥이 기분 나빠지는 표정을 지었다. 금세 사라졌지만 그는 분명 그 의미심장한 미소를 보았다.


‘뭐지...?’


“잘하신 겁니다. 저런 차는 세밀하게 다뤄야 하는 법이죠.”


이어진 말에 착각인가 싶어 그는 다시 정보탐색을 이어나갔다.


“그렇습니까. 젊은 사장님이 차에 대해 박식해 보이는군요.”

“하하. 이 일로 먹고 사는데요.”

“음... 이쪽 수준은 어떤지...? 아, 그러니까 이쪽으로 올 때 눈에 띄는 차는 없어서 말이죠. 장소가 애매하지 않나요? 차들이 오지 않으면 사장님도...”

“수입의 대부분은 저쪽 셀프세차장에서 벌어들입니다. 이쪽은 제 취미나 다름없죠.”


물이 타고 다니는 차에 대해 알아보려 물은 것이지만 카삥은 쉽게 빠져나가버렸다. 그는 급해지려는 마음을 연신 누르고 자신을 달랬다.


“오호. 그렇군요. 셀프세차장에 디제이까지 쓰시고.... 저희 동네에도 이런 곳 하나 있으면 괜찮을 것 같군요. 그래도 외제차 전문이라 써 붙였으니 차들이 오긴 하겠죠?”


“.....물론이죠. 오랜 단골들이 많습니다.”


본인의 입으로 오픈한지 이년이 안 되었다고 말한 것을 잊은 듯 카삥은 자랑을 늘어놓았다. 그도 잘 모르는 슈퍼카들의 이름을 줄줄이 대는 카삥을 보며 그는 속으로 비웃음을 날려주었다. 그는 카삥이 일부러 흔히 알려지지 않은 모델명을 말하는 단계에서 말을 멈추게 했다.


“저는 차는 잘 모릅니다. 아는 것은 부가티 정도... 아, 그 비싼 차 이름이 뭐더라.”

“....어떤 모델을 말하시는지.”

“전에 본 것 같더군요. 지나가다가 검은색이었는데.”

“이 근처에서요?”

“시내 쪽이었던 것 같군요.”


어떻게 그 모델명을 말하게 할까 생각하며 그는 말했다.


“제 차는 어딘지 뭉툭해 보인다고 할까. 그 차는 날렵해서 스포츠카 느낌이 강하던데.”


“....그러시군요.”


고개를 돌리던 그는 카삥의 미소를 또 보았다. 카삥은 이번엔 고개를 완전히 돌린 채 웃음을 감추고 있었다. 왜 웃을까. 그는 의아했지만 캐묻는다면 시비조가 될 말이라 다시 본래의 목적에 집중하려 했다. 그때, 카삥이 말했다.


“아벤타도르를 보셨나...?”


그가 듣고 싶던 단어였다.


“여기에 옵니까? 그 부가티?”

“오냐고요...? 부가티... 큭.”


그가 몰고 온 차를 보던 카삥이 천천히 몸을 돌렸다. 카삥은 입 꼬리를 씰룩이고 있었다. 그 표정에 위화감을 느낀 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손님? 뭘 알고 싶으십니까?”

“....알고 싶은 것은 없습니다. 왜 그런 질문을 하시죠?”


그는 당황한 속내를 감추며 카삥을 주의 깊게 살폈다.


“차에 관심이 많으신 것 같군요.”

“...당연한 소리를.”

“그런데 차는 잘 모르시고?”


말투가 달라졌다. 그는 위험하다는 느낌이 들어 말했다.


“가야겠군요.”

“계산은 하셔야지요?”


건들거리는 말투에 그가 노려보자 카삥도 피하지 않고 그를 보았다.


“잠시 기다리시면 계산서 가져다 드리겠습니다.”


사무실로 카삥이 들어가는 동안 그는 도망치고 싶은 충동과 싸우며 서 있었다.


‘뭐지... 뭐가 잘못된 거지?’


카삥의 태도는 일반적인 것이 아니었다. 그가 고민하고 있을 때, 리프트에 올라가 있던 차가 내려왔다. 원반이 회전하며 차의 앞뒤 방향이 바뀌는 동안 카삥이 대기실로 들어왔다.


“여기 있습니다, 손님.”


다시 정중한 태도로 변한 카삥이 내민 계산서를 받으며 그는 겁을 먹었었나 싶었다. 계산서를 준 카삥은 대기실의 출입문으로 움직여 섰다. 입구를 막고 선 카삥을 보던 그의 눈이 계산서에 닿았을 때, 그는 동요하고 말았다.


“왜? 많습니까?”

“이게...”


계산서에는 사백만원이라는 거금이 적혀 있었다. 기막혀 보자 카삥이 오히려 황당하다는 듯 그를 보았다.


“아니 왜 놀라십니까? 진단비 보통 그 정도 합니다.”

“무슨... 엔진오일은 갈았습니까? 여기 내역에 없군요.”

“엔진오일...? 아, 미치겠네.”


카삥은 웃음을 참지 못하고 키득거렸다.


“아... 어쩔까... 음, 그래... 저기 손님? 제가 좋은 말로 할 때 밝히시지요? 이거... 서로 안 좋습니다.”


들켰나. 무엇을? 그는 당황했지만 냉정하게 만세형을 떠올렸다.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군요.”


그의 말에 카삥이 빤히 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나오고 싶다...? 뭐, 그렇다면야. 결제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결제란 말에 그는 다시 현실을 자각했다. 그는 먼저 인성을 떠올렸다. 그를 부른다면 이 말도 안 되는 금액에 대해 항의할 수 있을 것이다.


“아, 참. 차주시지? 그럼 보험사 불러야겠군요. 그렇죠?”


‘보험...’


인성이 오는 것과 다른 상황을 그는 예상했다.


“왜요? 차주가 아니신가?”


밝힐까. 그는 망설이다 카삥을 보았다. 카삥은 노골적으로 그를 비웃듯 보고 있었다. 그러더니 돌연 그에게 다가와 청구서를 빼앗았다.


“이봐....”


말투도 달라졌다. 그는 카삥과 어느새 몰려와 대기실 문 뒤에 선 직원들을 보았다. 그들은 유리문을 열고 카삥처럼 그를 비웃고 있었다.


“장난 칠 사람에게 장난을 쳐.”

“왜 이러시는지 모르겠군요.”

“큭! 끝까지.... 에이, 불쌍해서 봐줬다!”


거만을 떨며 카삥은 청구서를 천천히 찢었다. 그리고 그 조각을 그에게 뿌렸다.


“....뭐하는 짓이지?”


굳은 표정으로 보자 카삥이 기막힌 듯 헛웃음을 터트렸다.


“큭! 그 새끼 참... 이봐, 구라를 치려면 연구라도 해. 차도 좆도 모르는 놈이... 어쩌다 손님 차 몰고 나온 거냐? 뭐, 저런 차라면 이해는 간다만... 그래도 이거 기분 나빠. 자랑하고 싶은 기분은 이해하는데.... 여기에 오면 안 되지. 내 자존심이 좆도 짜증나버리잖아? 쯧...좋게 말할 때 차 돌려주고 집에 가서 딸이나 쳐라. 니가 저런 차 존나 타보고 싶어서 뭔 지랄을 하던 나는 상관없는데, 네가 잡혀서 괜히 우리 가게까지 문제에 얽히게 하지 말라고.”


카삥은 곧 고개를 돌려 직원들에게 큰 소리로 물었다.


“차 손 안댔지?”

-예!

“CCTV 있으니 괜찮을 거야. 괜히 손대면 좆되지... 저게 얼마짜린데, 큭.”


다시 그를 보며 카삥은 노골적으로 비웃음을 지었다.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모르지만 들켰다는 자각은 하던 그는 부끄러워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그렇지만 그는 당당함을 잃지 않았다. 그렇기에 카삥도 그에게 더 험하게 대하지 못하고 있었다.


“꺼지라고.”


그는 말없이 카삥을 지나쳤다. 문 앞을 막은 직원들을 보고 그는 천천히 그들에게 시선을 맞췄다. 굳은 그의 표정을 보고 비웃던 이들이 급히 고개를 돌리거나 물러났다.


-눈빛 졸라 살벌하네.

-저...조폭 아냐?

-시발, 그럼 우리 사장 좆 되겠네.


불안해하는 직원들의 태도에도 그가 느낀 모멸감은 조금도 해소되지 않았다.




이 글은 픽션입니다. 등장인물의 이름과 단체등은 사실과 같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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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짖는 소리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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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퀵보드를 타고 온 단서 1 20.06.09 15 1 17쪽
» 착오 20.06.09 19 3 24쪽
60 용기내어 얻는 것 7 20.06.08 23 2 22쪽
59 용기내어 얻는 것 6 20.06.08 23 5 21쪽
58 용기내어 얻는 것 5 20.06.07 25 3 9쪽
57 용기내어 얻는 것 4 20.06.07 22 4 22쪽
56 용기내어 얻는 것 3 +2 20.06.06 23 3 23쪽
55 용기내어 얻는 것 2 20.06.06 20 3 25쪽
54 용기내어 얻는 것 1 +4 20.06.05 27 4 24쪽
53 진실과 거짓말 5 +4 20.06.05 21 4 30쪽
52 진실과 거짓말 4 +2 20.06.04 27 6 21쪽
51 진실과 거짓말 3 +2 20.06.04 22 6 20쪽
50 진실과 거짓말 2 +6 20.06.03 26 5 22쪽
49 진실과 거짓말 1 +2 20.06.03 19 5 20쪽
48 복덩이효과 2 +2 20.06.02 24 4 20쪽
47 복덩이효과 1 +2 20.06.02 20 4 18쪽
46 옆집의 마녀 3 +2 20.06.01 19 5 21쪽
45 옆집의 마녀 2 +2 20.05.31 27 8 21쪽
44 옆집의 마녀 1 +2 20.05.31 25 4 25쪽
43 집 잃은 고양이들 5 +2 20.05.30 25 5 23쪽
42 집 잃은 고양이들 4 20.05.30 21 3 13쪽
41 집 잃은 고양이들 3 20.05.29 19 3 13쪽
40 집 잃은 고양이들 2 20.05.29 25 5 14쪽
39 집 잃은 고양이들 1 +5 20.05.28 25 6 18쪽
38 동호회 4 20.05.28 25 6 18쪽
37 동호회 3 20.05.27 26 5 20쪽
36 동호회 2 20.05.27 22 4 23쪽
35 동호회 1 20.05.26 23 3 21쪽
34 카센터 3 +1 20.05.26 27 5 17쪽
33 카센터 2 +2 20.05.25 24 8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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