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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Hwan타스틱
작품등록일 :
2020.05.12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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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04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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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1.29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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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제158화 : 그닐

DUMMY

제 158화. 그닐


“큭큭큭, 이렇게 허망하게 끝이 날 줄은 몰랐군.”


붕페는 허탈한 듯, 힘없이 웃었다.

당장 전투가 끝이 난 것은 아니었지만, 서쪽에서 몰려오는 저 함성의 주인공들은 티한의 원군이 분명했다.

고작 네 명도 뚫지 못하는데, 티한의 강군들까지 가세한 모드시를 함락시킬 수는 없었다.


“마지막 말은 그게 전부인가? 지금이라도 후퇴하여 제이프로 돌아가겠다면 목숨만은 살려주도록 하지.”


다델은 한 손으로는 요동치는 그닐을 붙잡고, 나머지 한 손은 죽창을 뽑아들고는 붕페의 목을 향해 겨누었다.

단호한 모습이었지만, 그는 후퇴한다면 정말 목숨을 살려줄 의향이 있었다.

하지만 붕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우리 부족의 마지막 기회였다. 실패하고 돌아간다면 마왕이 절대 우리를 그냥 두지 않을 거야. 차라리 죽는 게 나을 것이다. 어차피 내가 죽으면 내 동족들은 모두 이성을 잃고 날뛰기 시작할거다. 모두 편히 눈감게 해주길 부탁한다. 죽여라.”

- 붕페!


그닐이 슬픈 목소리로 울부짖었다.


“그닐. 수백 년이 넘는 시간동안 고마웠다.”


붕페는 그닐을 향해 웃어보이고는, 다델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푸욱.


다델은 거침없이 붕페의 목에 죽창을 꽂아버렸다.

붕페는 부르르 떨다가, 이내 고개를 숙였다.


- 안 돼! 젠장! 야! 무슨 짓을 저지른 거야?

“원한은 없다. 그저 죽고 죽이는 전쟁일 뿐이야.”


다델은 자신의 손에 들린 그닐을 바라보았다.

그닐은 실컷 성을 내더니 자포자기 했는지, 더 이상 미동이 없었다.


“그나저나 고민이군. 이건 어떻게 하지?”


다델은 그닐을 휘휘 돌려보았다.

귀한 에고지만 굳이 탐이 나지는 않았고, 또 그렇다고 해서 에고를 땅바닥에 버리고 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 생각할 시간을 좀 줘.

“무슨 생각을 말하는 거지?”

- 그것도 나중에 말하지.

“흠······. 일단 챙겨야겠군.”


다델은 입고 있던 후드를 찢어 그닐을 칭칭 감고는 등에 맸다.

그리고 그 때 쯤, 티한의 원군이 마족들을 습격했다.


##


티한의 군대가 마족들을 덮친 이후, 마족과 마물의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들기 시작했고, 긴 시간이 지나지 않아 토벌에 성공했다.

어느 정도 승기가 모드시 쪽으로 넘어오자, 불필요한 접촉을 피하기 위해, 루안과 라흐옌, 타니아는 성문을 닫아버리고는 후방으로 철수했다.

다델도 성문이 닫히는 것을 보고는 비슷한 판단을 내려, 티한의 군대와 따로 어울리지 않고 성벽을 돌아 반대쪽으로 월담하여, 길드로 향했다.

길드의 문을 열고 들어가니, 이미 세 사람은 접견실에 앉아 다과를 먹으며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미리 귀띔을 좀 주지 그랬어요?”

“어머머? 만만한 게 나인가 봐? 전하의 아이디어입니다만?”

“흠흠.”


다델은 라흐옌에게 볼멘소리를 했다가, 본전도 찾지 못하고, 헛기침을 하며 자리에 앉았다.


“미안해요, 다델. 굳이 티한이랑 접촉해서 불필요한 일이 생길까봐, 그냥 철수했어요.”

“아닙니다, 전하. 옳으신 선택을 하셨습니다.”

“그나저나 타니아 양.”

“네?”


타니아는 과자를 한 움큼 입에 넣으려다, 라흐옌의 부름에 깜짝 놀라 입을 닫았다.

그 모습이 어찌나 귀여운지, 루안은 입을 헤벌쭉 벌렸다.


“오늘 전투하는 모습, 아주 잘 봤어요. 강철 부족의 체술! 그거 엄청나던데요?”

“아, 감사합니다!”

“근데 아주 조금, 딱 요만큼이 모자라단 말이지.”


라흐옌은 손가락 두 개를 겹쳐 보이며, 바늘 구멍만한 틈을 만들었다.

타니아는 그 틈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굉장히 작은 모자람이네요?”

“맞아요. 아주 작아요. 근데 요것만 딱 채우면, 타니아 양의 실력이 월등히 좋아질 것 같단 말이죠.”


라흐옌의 능글맞은 표정에 타니아는 들었던 과자를 내려놓고는 손가락을 톡톡 두드리기 시작했다.

무언가 말하고 싶지만, 용기가 안 날 때, 보이는 타니아의 습관이었다.

그것을 본 루안이 미소를 지으며 말을 붙였다.


“타니아,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편하게 하면 돼.”

“어머나? 우리 어여쁜 아가씨가, 무슨 말이 하고 싶을까?”


라흐옌은 짐짓 모르겠다는 듯, 천천히 차를 들이켰다.

물론, 눈은 타니아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저······. 혹시 라흐옌 경께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실례요? 내게 무슨 실례를 하려고 그럴까?”

“죄, 죄송합니다.”

“으음, 아녜요. 어디 한 번 들어보죠.”


수줍음이 많은 타니아는 당장에라도 눈물을 쏟을 것만 같았기에, 라흐옌은 장난은 그만두고 귀를 기울였다.


“······ 알려주시면 안 될까요? 그······. 모자라다는 것을요.”




타니아의 말이 끝나자마자, 라흐옌은 손가락을 튕기며 미소를 지었다.


“물론이죠. 우리 한 번 잘해 보자고요. 틈틈이 시간 날 때마다, 봐줄 테니까.”

“아! 가, 감사합니다!”

“그럼 직접 수련을 시작하기에 앞서, 오늘 본 동작에 대해 간단히 풀어보고 갑시다.”

“네!”


두 사람은 그렇게 체술의 관한 대화를 시작했고, 루안과 다델도 첨언을 곁들이며 오랜 시간 대화를 지속했다.

지금까지 피와 살이 튀기는 전장에 있던 사람들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렇게 그들의 대화는 끝이 날 줄 모르다, 다시 밤이 되고, 초리스가 길드에 들고 나서야 멈추었다.

초리스는 영주성에서 전투의 결과와 추후 진행되어야 할 일은 논의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총관님, 고생 많으셨습니다.”

“내가 한 거라곤, 탁상머리에 앉아서 펜대나 굴리는 것뿐인데 뭘, 고생은 단장이랑 이 친구들이 했지.”


초리스는 손을 휘휘 젓고는 다델의 옆에 털썩 주저앉았다.

말은 저렇게 했지만, 노구의 몸으로 하루 종일 머리를 굴리고 왔다는 것은, 체력적으로 보통 힘든 일이 아니었다.


“저희가 알아야 할 특별한 내용이 있습니까?”

“아닐세. 곧 친나 대륙을 향해서 출발하면 되겠어. 그러니 어서들 돌아가서 좀 쉬게.”

“예, 그럼 알겠습니다. 저흰 이만 숙소로 가보겠습니다.”


일행들은 분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때, 초리스가 자신의 이마를 탁 쳤다.


“아! 이런, 내 정신이 요즘 이래. 이보게들. 내일 오전 중에 영주성에 들러줘야 할 것 같으이.”

“영주가 호출한 것입니까? 그러면 그냥 받지 않겠다고 얘기를 전해주십시오.”


다델은 영주가 포상이나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호출한다고 어림짐작하여 대답했다.

하지만 초리스는 고개를 저었다.


“그건 내가 이미 그렇게 해놓았네. 자네들을 보고 싶다고 한 것은, 티한 군의 지휘관이야.”

“티한의 지휘관이요? 누굽니까?”

“나도 모르는 자였네. 신임인 것 같던데, 뭐가 그리 잘났는지 이름도 얘기해주지 않더군.”


다델은 루안을 바라보았다.

의견을 묻는 것이었다.


“뭐, 별다른 일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 그럼 얼굴만 보고 오죠.”

“알겠습니다. 그럼 숙소로 드시지요.”


오전 중에 만날 시간을 대충 정한 뒤, 일행들은 길드를 벗어났다.


##


다델은 자신의 방, 테이블 위에 천에 칭칭 감긴 그닐을 내려놓았다.

라흐옌은 호기심 어린 눈으로 다델에게 물었다.


“자기야, 이건 뭐야? 아까부터 매고 있더니?”

“마족 지휘관이 들고 있던 창이에요.”

“근데 이걸 왜 가져왔어?”

“하······. 직접 보는 게, 아마 이해가 빠를 것 같군요.”


다델은 그닐의 천을 풀었다.

그러자 예의 그 볼품없는 창이 모습을 보였다.


“투박하네?”


라흐옌의 짧은 감상평.

물론, 이 모습만 보면 가장 잘 표현한 한마디이긴 했다.


“이제 생각을 정리했나?”

“응? 나한테 한 얘기야?”

“아니에요.”

“그럼 누구······.”

- 대충.


라흐옌은 벌떡 일어났다.

자신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어디선가 말소리가 들렸기 때문이다.

라흐옌은 방 내부를 둘러보다 다델이 들고 있는 창을 향해 시선을 옮겼다.


“설마······?”

“맞아요, 여보. 이 친구는 ‘그닐’. 에고 스피어예요.”

“에고?!”

“그래요. 그러니 그냥 두고 올 수는 없지 않겠어요?”

“······ 그렇긴 하네.”


라흐옌이 수긍하자, 다델은 다시 그닐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자, 그럼 이제 이야기해보게. 자네를 어떻게 처분하면 좋겠는가?”

- 하나만 물어보자. 너희들은 마왕과 계속 싸울 건가?

“우리가 좋아서 싸우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들이 우리의 터전을 짓밟으려 하니 응수하는 것일 뿐이지. 마왕이 그것을 멈추지 않는다면, 우린 계속 싸워 나갈 거야.”

- 그럼 좋아. 다델이라고 했던가?

“그래.”

- 널 내 새로운 주인으로 인정하지.


에고의 주인이 되라는 파격적인 제안.

하지만 다델은 고개를 저었다.


“고마운 제안이지만, 난 필요 없다.”

- 뭐? 세상에 에고를 거절하는 사람은 처음 봤네. 고작 그 대나무들 때문이야?

“손에 익은 무기가 좋을 뿐이지. 그나저나 너는 왜 갑자기 나에게 이런 소리를 하는 거지?”

- 마왕에게 원한이 있기 때문이야.

“아니, 왜?”

- 하······. 너희들 에고가 어떻게 만들어지는 지 알아?


그닐의 질문에 다델은 라흐옌을 바라보았다.

라흐옌은 어깨를 으쓱하며 고개를 저었다.

없어진지 천년이나 된 에고의 제조 여부를 그들이 알 턱이 없었다.

대답이 없자, 그닐은 알아서 이야기를 이어갔다.


- 에고를 만들기 위해서는 세 가지가 필요하다. 첫 번째, 드래곤 스케일에 버금가는 강도를 자랑하는 광물. 두 번째, 엄청난 양의 마나. 세 번째. 죽음을 거부하지 않는 생명체의 영혼. 이 모든 것이 조합이 되어야 하나의 에고 웨폰이 만들어지지.

“우리에게 이런 얘길 왜 하는 거지?

- 그냥 들어봐, 좀!


다델이 근본적인 질문을 했지만 그닐은 역정을 낼뿐이었다.


“그래, 좋아. 그럼 계속해보게.”

- 아까 네 손에 죽은 붕페와 그 휘하 마족들은 창의 부족이라 불리던 이형족이다. 사실 마족이 아니지, 약 천 년 전, 마왕에게 짓밟힘을 당해 마족에 편입된 불쌍한 종족들이야. 그리고 나는 붕페의 소꿉친구였지. 우리는 마왕의 마수에서 벗어나기 위해, 열심히 싸웠지만 그들의 힘을 이겨낼 수는 없었어. 결국 나는 나의 영혼을 바쳐 에고가 되면서까지, 그들을 막아내려 했지만 이미 동포들이 모두 마왕에 의해 구금이 되었던 상태였기에, 붕페와 나는 하는 수 없이 마족으로 편입이 되게 되었다. 그리고 그 뒤로는 우리 부족에게 존재하는 이성을 마왕이 없애버렸고, 붕페만 이성을 유지하게끔 하여, 우리 종족의 삶을 유지하게 한 거야. 그렇기 때문에 붕페는 어쩔 수 없이 천 년간 마왕에게 충성하는 척 하며, 지금껏 살아 온 거지.

“그럼 에고를 만드는 세 번째 조건인 죽음을 거부하지 않는 생명체의 영혼이란 것이······. 자네란 말인가?”

- 그래. 맞아. 그러니 부탁해. 내가 우리 종족을 위해 마왕에게 복수할 수 있게 도와줘.


짝짝짝


라흐옌이 갑자기 박수를 쳤다.

다델은 라흐옌을 바라보았다.


“여보?”

“아, 얘기 중에 미안. 근데, 자기야. 그 멋들어진 에고 웨폰의 말을 들으니까 꼭 누가 생각나지 않아?”

“누가 말이에요?”

“자신의 종족을 위해 목숨을 다하잖아. 꼭 자신의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쳐 지금까지 활동해온 누가 생각나서.”

“······.”


라흐옌은 분명 다델을 가리켜 말하는 것일 테고, 다델 역시 라흐옌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알아들은 것 같았다.

다델은 그닐을 다시 한 번, 휘둘러보았다.

굉장히 가벼웠으나, 허공을 가르는 날의 예리함은 그 어떤 보도보다도 날카로웠다.


“미리 하나만 말하지.”

- 뭔데?

“나는 죽창 역시 포기할 수 없네. 같이 사용해도 괜찮겠지?”

- 큭큭. 대단하군. 좋아. 바라던 바다. 그럼 우리의 계약이 체결되었음을 선포한다.


그닐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다델은 그닐을 들고 있는 팔을 통해 무언가 거대한 기운이 자신의 몸에 몰려드는 것을 느꼈다.

그 기운은 다델의 몸에 녹아들 듯, 세포 하나하나에 사르르 스며들었다.

다델은 그것이 그닐과의 계약이 진행된 것임을 알아챘다.


“그럼, 잘 부탁하지. 그닐.”

- 나 역시. 다델.


다델은 그렇게 에고 웨폰, 그닐을 얻게 되었다.


작가의말

이번 한주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다음주에 또 만나요 ㅎㅎ


읽어주시는 모든분들 감사드립니다!

추천, 선작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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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 제173화 : 재룡과의 대화 +2 21.02.23 206 7 12쪽
201 제172화 : 재룡을 만나다 +2 21.02.22 204 7 12쪽
200 제171화 : 국경에 다다라서 +2 21.02.19 204 7 11쪽
199 제170화 : 발표 +2 21.02.18 210 7 12쪽
198 제169화 : 수장의 귀족 +2 21.02.17 209 7 12쪽
197 제168화 : 등극 +2 21.02.16 205 7 13쪽
196 제167화 : 다시 겨레로 +2 21.02.15 205 7 13쪽
195 제166화 : 자각 +2 21.02.11 201 7 13쪽
194 제165화 : 처단 +2 21.02.10 197 8 11쪽
193 제164화 : 공략법 +2 21.02.09 200 7 10쪽
192 제163화 : 무적 +2 21.02.08 194 7 12쪽
191 제162화 : 조우 +2 21.02.05 195 8 12쪽
190 제161화 : 다가온다. +4 21.02.03 196 9 12쪽
189 제160화 : 군사지역 +4 21.02.02 209 8 13쪽
188 제159화 : 소식 +4 21.02.01 202 9 13쪽
» 제158화 : 그닐 +4 21.01.29 196 9 12쪽
186 제157화 : 붕페의 무기 +4 21.01.28 207 9 12쪽
185 제156화 : 마족의 출현 +4 21.01.27 216 10 12쪽
184 제155화 : 새로운 마스터 +4 21.01.26 209 9 14쪽
183 제154화 : 마물을 막아내라 +4 21.01.25 210 9 11쪽
182 제153화 : 모드시의 위기 +4 21.01.22 210 9 13쪽
181 제152화 : 다시 찾은 모드시 +4 21.01.21 206 9 13쪽
180 제151화 : 안나의 행방 +4 21.01.20 206 9 14쪽
179 제150화 : 마스터 +4 21.01.19 216 9 15쪽
178 제149화 : 4년 +4 21.01.18 207 9 16쪽
177 제148화 : 다시, 세상으로 +4 21.01.15 207 9 12쪽
176 외전 : 재룡의 다른 이름 - 6 [완] +2 21.01.13 197 9 14쪽
175 외전 : 재룡의 다른 이름 - 5 +4 21.01.11 215 8 12쪽
174 외전 : 재룡의 다른 이름 - 4 +4 21.01.08 225 7 13쪽
173 외전 : 재룡의 다른 이름 - 3 +4 21.01.07 199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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