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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Hwan타스틱
작품등록일 :
2020.05.12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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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04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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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1.25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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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4화 : 마물을 막아내라

DUMMY

제 154화. 마물을 막아내라


너무도 깊은 밤.

혹은 너무도 이른 새벽.

무엇이 되었든, 아직 해는 세상을 밝힐 생각이 없어 보였지만, 사람들은 잠들지 못하고 그저 긴장한 표정으로 한 점을 응시하고만 있을 뿐이었다.

그만큼 지금 모드시의 분위기는 심상치 않았다.

교역도시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상점들은 앞 다투어 문을 걸어잠갔고, 도시를 수호하는 경비대대는 없는 살림이었지만, 궁색하게나마 인원을 조율해 성벽에 도열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아래로는 굳게 닫혀도 모자랄 모드시의 외곽 성문이 보란 듯이 열려, 다가오는 무언가를 맞을 준비를 했다.

다만 평소와 다른 점이 있다면, 세 명의 인영이 떡하니 입구를 막고 서 있다는 것이었다.


“전하, 너무 무리하지는 마시옵소서.”

“그래야죠. 크게 걱정하지는 마세요.”

“어머? 둘만 으쌰으쌰 할거예요? 거참, 루시아인은 질투 나서 못살겠네.”

“하하하, 라흐옌 경도 다치지 마세요.”

“아우~ 우리 전하 참 달콤하셔~ 자기야. 이런 것 좀 배워.”

“흠흠, 여보, 긴장을 좀 할 필요가 있지 않겠어요?”

“어휴, 전하, 이것 보세요. 이 사람이 이렇다니까요? 결혼 전에는 그렇게 세상 모든 걸 다 갖다 바칠 것처럼 하더니······.”

“그게 무, 무슨 이야기예요?”

“하하하하하.”


살얼음을 걷는 것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모드시에서 유일하게 이 세 사람에게서만 긴장감을 찾아볼 수 없었다.

물론 이 세 사람은 루안과 다델, 그리고 라흐옌이었다.

그들은 일찌감치, 성문을 틀어막고 다가오고 있을 마물들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다.

그나마 경비 대대원들이 마음을 놓을 수 있는 것은 바로 이 마스터들 덕이었다.

(물론 그들의 마음에 루안은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어찌되었든 세 사람은 여러 이야기를 나누며 웃음 짓다가, 순간 얼굴을 굳히고는 정면을 바라보았다.


“이제 오나 봐요.”

“그렇군요. 경비 대대장 있습니까?”


마물들의 기척을 느낀 루안의 말에 다델 역시 동의하며, 경비 대대장을 찾았다.


“예? 예! 여기 있습니다.”


멍하니 성벽 위에서 허공을 바라보던 대대장은 헐레벌떡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이제 곧 시야에 마물들이 들어올 겁니다. 영주님에게 전하시고, 저희가 요구한 것들을 준비해달라고 해주십시오.”

“예? 마물들이 도착했단 겁니까?”

“머지않았습니다.”

“아, 알겠습니다!”


대대장은 식은땀을 흘리며, 영주성을 향해 달려갔다.

그리고 그 소리를 들은 대대원들도 활을 쥔 손에 힘을 꽉 쥐었다.

사실, 성벽 위에 있는 대대원들에게도 마물은 보이지 않았지만, 용병왕이 엄한 소리를 할 리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성벽 위는 숨소리 하나 나지 않을 만큼, 무거워졌고, 이내 그들의 시야에 마물들의 모습이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했다.


“나, 나타났다!”


망루에서 외침이 터져 나오자, 성문을 가로막은 삼인방은 각자의 무기를 꺼내들었다.

라흐옌의 대검.

다델의 죽창.

그리고 루안의 주먹.

루안은 모처럼의 실전에 피가 끓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흥분은 금물.

루안은 감정을 바로잡은 채, 치우를 천천히 전신에 돌렸다.

그 덕에 안력이 충분히 돋우어져, 아직 마물들이 멀리 있었지만, 그 면면이 또렷이 보이기 시작했다.


“흠······. 정말 숲을 싹 긁어 왔네요?”

“전하, 저들이 보이십니까?”

“네. 오우거에다 웨어울프까지······. 바글바글해요.”

“그렇습니까? 하······. 그런 것들이 바글거린다면, 송구하옵게도 제가 전투 중 전하께 신경 써드리긴 어려울 듯합니다.”

“바라던 바예요. 제가 먼저 갈게요.”


루안은 깃살품을 밟으며 순식간에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저, 전하!”

“에헤이. 내버려둬. 전하도 얼마나 피가 끓으시겠어? 내가 직접 칼 맞대본 결과, 전하는 자기한테도 안 지니까 걱정 말고.”

“아니 그래도······.”

“자기야. 이것도 제왕이 되기 위한 길 중 하나야.”

“음······.”


라흐옌의 말에 다델은 별다른 반박을 하지는 못하였다.

늘 자신이 입버릇처럼 해왔던 말이었으니, 어쩌겠는가?

그러나 4년 만에 다시 만나게 된 어린 주군이 걱정스러운 건 어쩔 수가 없었다.


##


‘깃살품의 진정한 모습은 다리를 빨리 놀리는 것이 아닌, 대지를 줄이는 것에 있으니, 그것을 바로 축지라 하느니라.’


깃살품에 대해 새롭게 익힐 때, 윤봉창 장사가 가장 처음 해준 말이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이해되는 것은 지금이 처음인 것 같았다.

태껸이나 씨름의 다른 초식들은 좁은 지하에서도 충분히 구현할 수 있는 반면, 품의 여러 초식들은 제대로 구현해 볼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게 진짜 깃살품이구나.”


루안은 주위를 스쳐 지나가는 풍경에 드디어 윤봉창 장사의 말이 또렷이 이해되었다.

불과 몇 걸음 내걷지도 않았는데, 다리에 가득 담긴 치우는, 적은 걸음으로도 움직일 수 있는 거리를 대폭 상승시켜주었다.

그러다보니, 굉장히 먼 거리였음에도 불구하고, 금방 마물들에게 닿을 수 있었고, 발걸음은 가장 정면에서 달려오던, 오우거 앞에서 멈춰 섰다.


“꾸어어어억!”


오우거는 갑작스레 나타난 루안을 향해 괴성을 지르며 육중한 팔뚝을 휘둘렀다.

루안은 위로 뛰어오르며 간단하게 오우거의 공격을 피해내고는, 오우거의 목덜미를 붙잡았다.

3미터가 넘는 거대한 괴물인 오우거와 눈높이가 맞춰지자, 루안은 씩 미소 지었다.


“우리 천하장사님이 나에게 가장 처음 보여주셨던 거다. 영광으로 알아라.”


오우거는 마치 알아들은 것처럼 크게 화를 내려다, 순간 자신의 시야가 180도 돌아가 있는 것을 깨달았다.

루안이 가슴팍을 차올려, 오우거를 공중에서 뒤집어버렸기 때문이다.

그러고는 오우거의 머리통을 그대로 지면에 꽂아 버렸다.


“천하, 매다 꽂기!”


여덟 살의 루안을 구하기 위해, 노영학 천하장사가 오우거에게 시전 했던, ‘씨름’의 살인기 ‘천하’ 중 하나인 ‘매다 꽂기’.

십이 년이 흘러, 그 기술은, 그 때 목숨을 구한 루안에게서 다시 세상에 강림했다.


꽝!


단 한 번의 공격이었지만, 오우거가 졸도하기에는 충분했다.


“크아아아아악!”


그 때부터, 난전이 시작되었다.

수많은 마물과 몬스터들은 초점이 없어진 눈으로 미친 듯이 루안을 향해 달려들었다.

하지만 그 무엇도 루안의 품을 뚫고 공격에 성공하는 것들이 없었다.

그렇다보니 멀리서 지켜보는 루안의 무위는 가히 말로 형언할 수 없을 정도였다.


“쳇, 쉽지 않군.”


그러나 루안의 입에서는 좋은 말이 나오진 않았다.

사실, 저들의 공격뿐만이 아니라, 루안의 공격도 쉬이 마물들에게 닿지는 않았다.

바로 웨어울프들 때문이었다.

오우거에 필적할 만큼의 고위 마물로 치부되는 웨어울프는, 워낙 재빠른 몸놀림을 자랑하기에, 루안이 무언가를 하려 할 때마다, 빈틈을 비집고 들어와 루안의 공격이 성공하지 못하게 했다.


“아무래도 이 짜증나는 개대가리들을 먼저 치워버려야겠네.”


루안은 짓쳐들어오는 웨어울프의 공격을 몸을 틀어 피한 다음, 치우를 끌어올렸다.


“샅바.”


그러자 루안의 허리춤에 오러로 이뤄진 붉은 색의 띠가 생겨나면서 그 주위로 마치 모래알 같은 것들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치우천왕이 이를 수 있는 씨름의 신기원, 샅바였다.

샅바가 보여주는 영험함은 인력과 척력을 조절하는 데에 있었다.

허리에 생긴 오러 띠의 색상이 붉을 때는 척력을 만들어내고, 푸를 때는 인력을 만들어냈다.

현재 띠의 색상은 붉은 색.

고로, 루안의 펼쳐진 손에서는 강한 충격파가 발생하며 그 앞에 모든 것들을 밀어냈다.

그렇다보니 호시탐탐 루안의 목덜미를 노리던 웨어울프들은 그 강력한 기운을 이겨내지 못하고, 뒤로 쭉 밀려났다.

목표를 달성한 띠는 이번에는 푸른색으로 변했다.

루안은 손을 맞잡았다.

그러자 거대한 오우거 몇 마리가 마치 빨려 들어가듯, 루안을 향해 날아왔다.


“수없이 많은 파도도 잠잠하게 만드는 울림. 만파식적(萬波息笛).”


루안은 씨름의 옛법 중 오의에 달하는 기술을 사용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들이 단체로 숲을 벗어난 원인은 제이프의 술법일 터였다.

그렇다면 이들이 술법을 이겨내게 하려면 본능을 자극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일 것이라는 루안의 판단.

약육강식만큼 확실한 야생의 섭리는 존재치 않았다.

그러므로 큰 기술로 순식간에 강자들을 때려눕힌다면, 영세한 마물들은 알아서 도망칠 수도 있었다.


삐이이이익


오의가 시전 되자, 묘한 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루안 주위의 모래알 같은 오러들이 뭉치며 수십 그루의 대나무들을 만들어냈다.

그 대나무들은 날아오는 오우거들은 단숨에 짓이겨버리며, 그 위용을 뽐냈다.


“크아아아아악!”


지상에서는 감히 대적할 존재가 없다는 최강의 마물 오우거.

그 오우거들 다수가 끔찍한 비명을 지르며 순식간에 절명해버리자, 주위는 순간 조용해졌다.

수천에 달하는 무수한 마물들이 모두 루안만을 바라보았다.


“어······. 씁, 이게 아닌데?”


그제야 루안은 무언가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꼈다.

루안의 예상대로라면, 지금 마물의 눈은 두려움에 물들어야만 했다.

하지만 여전히 그들의 눈에는 초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고, 오직 모드시만을 바라보며 전진하려던 마물들도 이제는 모두 루안을 바라보았다.


“쿠와아악!”


누구 하나가 괴성을 지르자, 일제히 울음을 뱉은 마물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루안에게 달려들었다.

그때부터, 루안은 띠를 붉은 색과 푸른색으로 계속 바꿔가며, 밀려드는 마물들을 처리해갔다.


“한라, 차돌리기.”


씨름의 타격기인 ‘한라’.

그 중 ‘차돌리기’는 다리만을 이용하여 상대의 균형을 무너뜨리며 쓰러뜨리는 기술로, 웨어울프 한 마리의 안쪽 다리를 바깥으로 돌리며 차버리자, 웨어울프는 마치 바나나껍질을 밟은 것처럼 미끄러지며 붕 떠올랐다.

그리고 그런 웨어울프에게 샅바의 척력이 쏟아졌고, 웨어울프는 마치 탄환처럼 쏘아지며 다른 마물들을 휩쓸었다.

어떻게 보면, 굉장히 수월하게 마물들을 상대하는 것처럼 보이는 루안.

물론, 지금은 수월하게 상대하는 것이 맞긴 했다.

하지만 문제는 상대가 많아도 너무 많다는 것이었다.

이대로 가다간 언젠가 루안의 기운은 떨어질 게 자명했고, 다시 돌아가자니, 이 놈의 마물들이 미친 것처럼 달려드니 떨쳐내기도 쉽지 않았다.


“쳇.”


괜한 호승심에 일이 귀찮아졌다는 생각에 루안을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


쉭, 퍽!


“꾸웨에에에엑!”


그 때, 몸통만한 검 하나가 날아와 루안 옆에 늘어져있던 마물들을 꿰어버렸다.

라흐옌의 검이었다.


“이제 저도 좀 놀아도 되죠?”

“휴, 물론이죠, 라흐옌 경.”


라흐옌은 마물의 시체에서 검을 다시 뽑아들고는 루안의 옆에 섰다.


“다델 경은요?”

“혹시나 새어나올 것들을 대비해서 성문을 계속 지키고 있기로 했어요.”

“네. 그럼 조금씩 후퇴해가면서 저들을 상대할까요?”

“그게 체력 안배에는 좋을 것 같네요.”


루안은 라흐옌의 등장으로 한결 편하게 마물들을 상대할 수 있었다.


작가의말

또 새로운 한주가 시작되었습니다!

여러분의 한주가 행복하시길 바랄게요 ^_^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 감사드립니다!

추천, 선작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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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 제173화 : 재룡과의 대화 +2 21.02.23 206 7 12쪽
201 제172화 : 재룡을 만나다 +2 21.02.22 203 7 12쪽
200 제171화 : 국경에 다다라서 +2 21.02.19 204 7 11쪽
199 제170화 : 발표 +2 21.02.18 210 7 12쪽
198 제169화 : 수장의 귀족 +2 21.02.17 209 7 12쪽
197 제168화 : 등극 +2 21.02.16 205 7 13쪽
196 제167화 : 다시 겨레로 +2 21.02.15 205 7 13쪽
195 제166화 : 자각 +2 21.02.11 201 7 13쪽
194 제165화 : 처단 +2 21.02.10 197 8 11쪽
193 제164화 : 공략법 +2 21.02.09 199 7 10쪽
192 제163화 : 무적 +2 21.02.08 194 7 12쪽
191 제162화 : 조우 +2 21.02.05 195 8 12쪽
190 제161화 : 다가온다. +4 21.02.03 196 9 12쪽
189 제160화 : 군사지역 +4 21.02.02 209 8 13쪽
188 제159화 : 소식 +4 21.02.01 202 9 13쪽
187 제158화 : 그닐 +4 21.01.29 195 9 12쪽
186 제157화 : 붕페의 무기 +4 21.01.28 206 9 12쪽
185 제156화 : 마족의 출현 +4 21.01.27 216 10 12쪽
184 제155화 : 새로운 마스터 +4 21.01.26 208 9 14쪽
» 제154화 : 마물을 막아내라 +4 21.01.25 210 9 11쪽
182 제153화 : 모드시의 위기 +4 21.01.22 210 9 13쪽
181 제152화 : 다시 찾은 모드시 +4 21.01.21 206 9 13쪽
180 제151화 : 안나의 행방 +4 21.01.20 206 9 14쪽
179 제150화 : 마스터 +4 21.01.19 216 9 15쪽
178 제149화 : 4년 +4 21.01.18 207 9 16쪽
177 제148화 : 다시, 세상으로 +4 21.01.15 207 9 12쪽
176 외전 : 재룡의 다른 이름 - 6 [완] +2 21.01.13 197 9 14쪽
175 외전 : 재룡의 다른 이름 - 5 +4 21.01.11 215 8 12쪽
174 외전 : 재룡의 다른 이름 - 4 +4 21.01.08 224 7 13쪽
173 외전 : 재룡의 다른 이름 - 3 +4 21.01.07 199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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