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에 핵이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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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생각.
작품등록일 :
2020.05.16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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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3.28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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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1.25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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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쪽

시장바닥의 대왕들(3)

DUMMY

“지금은···나를 먹는 게 조금 힘들 텐데.”


괴물이 코웃음을 치자 용암 같은 불길이 뿜어져 나왔다.


[그건 두고 봐야 할 일이지.]


예고도 없이 공기가 찢어졌다.


괴물의 팔을 뒤덮던 비늘이 검은색으로 변하는가 싶더니, 음속을 뛰어넘은 속도로 일점을 가격한다.



───────────!



그 충격파만으로 수로가 출렁대 바닥이 보인다. 다리는 무너질 듯 가루를 흘리며 흔들렸다.

교하를 밝히던 전구는 금방이라도 꺼질 듯 깜빡였고, 주위는 온통 흙먼지와 물안개가 뒤섞여 혼탁했다.


그 속에서, 포식왕 카르발네스는 당혹스러움을 느끼고 있었다.


쾌속과 극강을 싣고 내뻗었던 주먹이, 단 한 번도 기대를 배반한 적 없었던 강권을 회수할 수가 없었다.

무언가 단단한 것에 콱 붙잡히기라도 한 것처럼, 주먹이 움직여지지 않는다.


더러운 것들이 가라앉고 보이는 것은, 비들 돋친 거대한 일권을 손바닥 하나로 막아선 검은 머리칼의 사내였다.


[어떻게···.]


믿을 수 없는 광경에 팔을 뒤틀어 빼내려 했으나, 태산에 짓눌리는 것처럼 꿈쩍도 하지 않는다.

오히려 주먹만 점차 아파왔다. 쥐어짜듯 권골을 붙잡고 뒤틀어버리는 힘에 근육과 혈관이 터질 듯 팽창했다. 검은 비늘들이 우수수 떨어져 나갔다.


[크으으으으윽···.]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하나하나가 금강석의 강도를 지닌 비늘들이었다. 저렇게 새 깃털 뽑아내듯 쉽게 뜯겨나가서는 안 되었다.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그러나 포식왕이 현실을 받아들이던 말던, 현실은 냉정했다.

유논은 괴물의 팔을 뒤튼 채로 유유히 허리를 굽혀 바닥에 떨어진 비늘을 주워들었다.


희미한 전구의 빛에 비추자 색이 변화하는 암녹색 투명한 빛의 파충류 표피.


“바실리스크Basilisk의 것이군. 이건 또 어디서 잡아먹은 건지.”


하기야, 십수 년 전에 흡수했던 트롤의 근력을 아직까지 써먹고 있을 리는 없었다.

변종 트롤의 강점은 힘이나 속도보다는 탁월한 재생능력에서 오므로.

단순히 신체 능력만 놓고 보면 그보다 훨씬 우월한 괴수종들이 훨씬 많다. 바실리스크 또한 그 중 하나였다.


바실리스크. 도마뱀류의 괴수들 중 으뜸으로 여겨지는 대형종.

단순히 근력만으로도 산을 부수고 강을 뒤집을 수 있다는 가장 위험한 고대의 괴물이다.

어디서 어떻게 사냥해 포식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과연 대단한 업적이었다.


그런 존재의 힘을 여실히 담아 주먹을 뻗었는데 너무나도 쉽게 가로막혔으니 당황할 법도 했다.


‘당연한 일이지만, 몇 달 전이었다면 막지 못했겠지.’


마정석에서 흡수한 마력으로 신체를 가동하던 시절의 유논이라면 저 일격 한 번에 벽면 깊숙이 파묻혀 죽기 직전까지 갔을 것이다.


물론, 이제는 상황이 많이 달라진 지 오래였다.


같은 마력이라도, 마정석의 마력과 흑색마나를 통해 몸에 공급하는 공간마력 사이 품질의 격차는 천지차이에 가깝다.

마정석을 통해 몸을 움직였던 과거 유논이 사용할 수 있는 힘의 총량이 1이었다면, 지금은 100에 가까운 수준이다.


‘몸이 온전히 받아주지 못해 그 광활한 출력을 전부 활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그 정도만으로도 충분하다.’


충분하다 못해 차고 넘친다.

현재의 유논은, 포식왕 카르발네스는 물론이고 진짜 변종 바실리스크가 눈앞에 떡하니 나타난다 해도 맨손으로 목 졸라 죽일 수 있을 법한 압도적인 신체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유논은 여전히 정신 차리지 못하고 있는 카르발네스에게 말했다.


“바실리스크를 먹어치웠다면, 당연히 그것의 눈도 아낌없이 흡수했겠군?”


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르면, 바실리스크는 눈 마주친 모든 것들을 돌로 만드는 석화石化의 눈초리를 지니고 있었다 한다.

그 사실을 일깨워주자, 신음 흘리며 고통스러워하던 괴물이 눈을 번쩍 치켜뜬다.


‘과거의 치욕을 갚기 위해 정면에서 끝장을 보려 했지만···이대로 흘러갔다가는 정말 그때의 패배를 되풀이할 뿐이겠군. 어쩔 수 없다.’


돌로 만들어 버린다면 먹을 것이 남지 않아 포식할 수 없다는 점은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었다.

지금은 물불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적을 죽이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해야 한다.


[오냐. 눈을 보여주마. 분명 네가 자초한 일이렷다.]


비추는 모든 것들을 석상으로 만드는 섬뜩한 사안邪眼이 마법사의 눈을 비추며 새빨간 빛을 발한다.


‘됐다.’


분명 눈이 마주쳤다. 카르발네스는 이제 눈앞의 상대가 발끝에서부터 서서히 돌로 변해 굳어갈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여태까지 바실리스크의 눈을 마주한 모든 이들이 그리 되었기에, 이번에도 별반 차이가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수백 번도 더 실험해 보았다. 대상마다 변하는 속도에 편차가 있을지언정, 결국 딱딱하게 굳어 결말을 맞이한다는 점은 다르지 않았다. 이제 와서 예외의 사례가 생길 리 없다 확신했다.


[······.]


그러나 유논은 멀쩡했다.


당연한 일이다.

그의 몸은 공간 자체를 조작하는 흑색마나의 장벽이 감싸고 있다. 조금이라도 해로운 영향을 끼칠 수 있을 만한 요소는 침입하지 못한다.

눈을 아무리 정확히, 또 오래 마주치더라도 바실리스크의 안광은 결코 유논에게 닿지 못한다. 갇힌 공간의 사이를 영영 돌다 스러질 뿐이다.


‘예상은 했지만, 전자기파의 일종이군. 가시광선의 영역에 아슬아슬하게 걸쳐 있는 것 같은데···.’


경악하는 카르발네스의 반응 따위는 아랑곳하지도 않고, 유논은 석화의 눈초리를 세세하게 분석하고 있었다.


안광을 잡아둔 지 얼마 되지도 않아, 그 속 물질의 구성 조직을 경화시켜 돌과 비슷하게끔 만드는 종류의 마력을 찾아낸다.

오염되어 변형된 대지마력의 이종형태.


유논은 그 실 한 가닥을 공간 단위로 해부하고 또 채취해서 소환했다. 톡 하고 괴물 쪽으로 날려 보낸다.


카르발네스는 피하려 했지만, 몸이 움직여지지 않았다. 바실리스크의 팔을 붙잡은 유논의 손으로부터 전해지는 무형의 기운이 그를 꼼짝도 못하게 옭아매고 있었다.

고개를 돌리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두 눈 시퍼렇게 뜨고 당할 수밖에 없었다.


이내 눈에 선히 보일 만큼 느릿하게, 갈색과 붉은색의 중간쯤 되어 보이는 실선이 그의 한쪽 눈을 관통했다.


·····················!


반사적으로 눈을 깜빡였다. 아무런 느낌도 없었다. 이전처럼 그저 멀쩡할 따름이었다. 그래서 더욱 불길했다.


까끌한 파충류의 손으로 눈꺼풀을 더듬는다. 눈구멍을 벌려 앞을 보았다. 여전히 잘 보인다.

안도하려던 찰나, 초점이 흐트러졌다.


물이라도 뿌린 듯 뿌옇게 변하는 시야.

세상이 회색빛으로 물들어간다.


[···나에게 무슨 짓을 한 거지.]


포식왕은 눈을 질끈 감으며 물었다.


유논은 친절히 대답해 주었다.


“네가 나에게 하려던 짓.”


카르발네스는 말없이 눈꺼풀을 들어올렸다.

무거운 장막을 치웠을 때, 그의 시계視界는 절반이 사라져 있었다.


딱딱하게 굳어 돌이 되어버린 스스로의 한쪽 눈을 매만진다.

비늘 돋은 손가락으로 제대로 만져질지나 의심스럽지만, 지대한 충격을 받은 듯 그렇게 불구가 되어버린 제 눈을 한참이나 더듬었다.


그리고.


[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분노인지 고통인지 모를 포효와 함께 붙잡히지 않은 다른 쪽 팔을 힘겹게 들어올린다.

공간 단위에서의 구속을 순전히 신체의 폭발적인 각성만으로 깨뜨리는 모습에 유논의 눈썹이 꿈틀했다.


과연 방사능의 아이들의 세 대왕 중 하나.

벼랑 끝까지 밀린 위기의 상황에서 오히려 더욱 강해지는 모습만 봐도 만만히 여길 상대는 아니었다.


터질 듯 부풀어 오른 녹색 근육과 달아오른 채 김을 뿜는 혈관. 비늘이 터져나갈 지경으로 힘을 분출하며 솟구친 괴수의 수지手指에서 손톱이 칼처럼 튀었다.


스릉-


강철로 벼린 칼날보다 배는 날카로운 괴수의 손톱이 빛살처럼 내리친다.

어느 때보다 무겁게 느껴지는 허공을 베고, 한계를 넘어 적의 목을 베어낸다고 생각했을 즈음.


빛이 번쩍였다.


‘베었나?’


무언가를 가른다고 생각했던 저항감이 손톱 끝에서 분명히 느껴졌었다.

목을 베었을 것이라, 머리를 베었을 것이라 굳게 믿고 싶지만 이 지경에 놓이고도 그따위 싸구려 희망을 품을 리 없다.


카르발네스는 감각 느껴지지 않는 제 손에는 눈길도 주지 않고 곧바로 다음 공격을 준비했다.


현명한 판단이었다.

그의 손톱과 손은 유논이 휘두른 은빛 칼날에 싸늘히 절단되어 바닥을 구르고 있었으니.

벴다고 생각했던 절삭의 감각은 손톱이 잘려 나가고 손이 뜯기는 순간이 스친 것에 불과했다.


콰드드드득─


준비하는 동작만으로도 바닥이 짓눌러 뭉개졌다. 뱃속에서부터 끓어오르는 열기에 목덜미가 화끈하다.

기도를 불태우고 입안을 녹이는 화마를 발산한다.


인지보다도 빠른 속도로 발도手指한 후 곧바로 검을 수납한 유논을 향해 불을 뿜었다.

화산 드레이크의 발열기관을 먹어치운 후 따라할 수 있게 된 숨결Breath.


뭐든지 녹이는 푸른 불길이 일직선으로 뻗어 보이는 모든 것을 불살랐다. 그 열기 때문에 바닥을 보이던 수로에서 수증기가 펄펄 끓어오른다.


그러나.


‘부족하다.’


짧은 충돌만으로도 검은 머리칼 사내에 대한 두려움이 각인되기에는 충분했다.

과거 습지에서의 기억이 이걸로는 불충분하다고, 승리를 거머쥐고 적의 피와 살을 삼키기에는 부족하다 말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끊어질 듯한 몸을 가동시켜 한 걸음 더 움직였다.


인간에게는 존재하지 않는 신체 기관, 새빨갛고 날카로운 꼬리가 섬전처럼 짓쳐든다.

지방의 원주민들이 신으로 여기며 숭배하던 붉은 악마의 모습을 한 괴물을 포식한 후 얻은 필살의 비수였다.


일점을 향하는 붉은 창의 쇄도.


불길에 지글지글 익어가는 고통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꼬리로 찌르고, 내리꽂고, 가르고, 짓이기고···그렇게 얼마나 반복했을까.


더는 지쳐 움직이기도 힘들 지경이 되었을 때.


살아있는 듯 꿈틀대는 붉은 꼬리의 창날을 붙잡고 선 검은 머리 사내가 있었다.


털끝 하나 상하지 않고 그대로인 채, 유논이 그를 검은 눈빛으로 올려다보고 있었다.


사람이 아니라 자연재해를 보는 것 같다. 산이나 바다, 혹은 거대한 벽을 상대한다면 이런 느낌일까.


마법사가 입을 열었다.


“그게 전부인가.”


당연히 전부는 아니었다.

지난 세월 동안 그가 잡아먹은 갖가지 괴수종의 숫자만 수만 가지에 달한다.


지금 이 순간에조차, 그 패배자들, 피식자들의 형질 하나하나가 그의 유전자 속에 섞여 날뛰고 있다.


그러나 그것들 중 방금 선보인 능력들만큼의 위력을 낼 수 있는 것들은 얼마 존재하지 않는다.

스스로 행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필살기들이 전부 가로막혔는데, 그 밖의 다른 능력들을 사용한다 한들 승산이 얼마나 되겠는가.


옛 방사능 습지에서의 기억이 뇌리를 휘감았다.

그때도 이랬었다. 포식한 모든 능력을 발휘하고도 저 멀찍이 떨어져 있는 검은 머리 사내의 털끝 하나 건드리지 못했었다.


[내가···졌다.]


포식왕 카르발네스는 무릎을 꿇었다.


쿵-하는 소음과 함께 박살이 나 있었던 지반이 한 번 더 무너져 내렸다.


[패배를 인정한다. 너는 나보다 강하다. 정말로···과거가 되풀이되었군. 약속을 지키지 못한 건 나였어. 이제 날 죽일 건가?]


거대한 괴물의 육신은 허리 숙이고 머리를 늘어뜨렸음에도 서있는 유논과 높이가 비슷했다.

유논은 고개 숙인 그 모습에 피식 웃었다.


저 자의식으로 가득찬 괴물이 저리 쉽게 스스로의 패배를 인정할 리 없었다.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하고 있군.”

[······!]


들켰다는 사실을 깨닫자마자 곧바로 낮췄던 머리를 꼿꼿이 들어 올려 돌진한다.

황소가 달려들듯 쏘아지는 정수리의 거대한 검은빛 뿔 두 개. 금방이라도 심장을 쑤시고 머리를 찢어 뇌수를 뽑아낼 듯 다가온다.


유논은 빈틈을 노린 날카로운 기습에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다. 반응할 필요조차 없었다.


금방이라도 몸을 관통할 듯 내찔러지던 검은 뿔이 허공에 멈춘 채 덜덜 떨린다. 눈에 보이지 않는 투명한 장벽이 가로막고 있는 것만 같았다.


앞으로 나아가고자 필사적으로 발을 굴러도 대지만 밀려난다. 찌르는 힘이 다시 밀쳐내는 힘이 되어 돌아왔다. 자기 능력에 자기가 당하고 있는 꼴.


도저히 견뎌낼 수 없는 미증유의 압력이 두 뿔과 머리로 쏟아졌다.


항거할 수 없는 중력에 처박혀, 간신히 버티고 있던 머리가 땅에 꽂힌다.


일전에는 기회를 노리기 위해 꿇었던 무릎이, 이제는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타의에 의해 구부러졌다.


그 절하듯 엎드린 상태로도 끝내 포기하지 않는다. 포식왕이라 불리는 괴물, 이 세상 모든 강력한 존재들을 제 뱃속에 우겨 넣겠다 결의한 대왕답게 스러지지 않는다.


마지막 순간까지 솟은 뿔을 공간 장벽에 대고 버텨내는 그 모습은 유논조차 놀라게 만들었다.


하지만 결국 그뿐이었다.


의지만으로 세상을 바꾸고 공간의 법칙을 뒤틀 수 있을 리 없다.

그게 가능했더라면 유논은 한참도 더 전에 의지 충만했던 제국의 기사들에게 수천 번은 족히 패하고도 남았을 것이다.


저 불굴의 저항 의지는 경탄할 만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유논의 마법을 이기기에 역부족이다.


우드드드드득─


마법사가 손을 휘젓자 그것만으로도 흉측하고 또 예리하게 솟아 있던 새카만 뿔에 금이 새겨진다.


한 번 더 까딱이자 그게 끝이었다.


빠각 하는 소음과 함께 양쪽 각질이 함께 가루 되어 부서진다.


이내.


쿵──────!


전신의 모든 기력을 쏟아낸 탓에 더는 움직이지도 못하고 파묻혀 버린다.


그리 흙더미 속에, 세상의 밑바닥에 내리꽂힌 최강의 돌연변이.

포식왕 카르발네스가 망연자실해 알아듣기 힘든 메마른 목소리로 내뱉었다.


[너는···도대체 정체가 뭐냐. 신이라도 되는 거냐. 그게 아니고서야, 어떻게.]


어떻게 매번 나에게 패배를 안길 수 있는 것이냐. 어떻게 나의 모든 힘을 그리 쉽게 봉쇄할 수 있는 것이냐. 어떻게 나를 굴복시킬 수 있는 것이냐.

신에게 닿고자 했던 괴물의 마지막 포효가 아스라이 울려 퍼졌다.


핵이 떨어진 환상세계 최강의 인간종 중 하나라 불리던 괴물을 간단히 제압한 뒤, 유논은 입을 열었다.


"나는 신이 아니다."


한때는 신에게 닿고자 한 적도 있었다.

세상의 파멸과 재생, 그 모든 것이 자신에게 있다 믿고 그에 걸맞은 책임과 죄의식을 짊어졌던 적도 있었다.


이제는 아니었다.


신이라는 자리는 인간에게 어울리지 않았다. 세상은 한 인간이 책임지기에 너무나도 거대했고, 감당하지 못할 비대한 자의식은 스스로를 갉아먹을 뿐이었다.


스스로가 그저 인간일 뿐이라는 사실을 깨달았기에, 끝내 신이 되지 못했던 스스로를 용서하고 자신의 한계를 인정했기에 잃어버렸던 것들을 되찾을 수 있었다.


반면 저 괴물은 어떠한가.


신이 되고자 세상을 집어삼키려던 괴물은, 정작 제 자신의 출발선이었던 평범한 사람으로도 되돌아가지 못한 채 비루하게 널브러져 있었다.

한때 만물을 먹어치우던 포식의 대왕이, 지금은 흙을 입에 삼키는 벌레의 꼴을 하고 있었다.


한 사람이 괴물을 바라본다.

지저의 끄트머리, 희미한 전구 불빛 비추는 진흙탕에 발을 담구고 그것을 감정 없이 내려다본다.


유논은 몸부림치는 괴물을 향해 말했다.


"나는 네가 되지 못한 인간일 뿐이다."


작가의말

늦었군요...죄송합니다.

그나저나 이번에도 유논은 제대로 된 마법 하나 쓰지 않았군요. 이러다가 저 녀석 밑천이 드러나는 날이 오기는 할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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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 유논(8) +7 21.01.01 780 45 14쪽
112 유논(7) +9 20.12.31 807 46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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