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사고
라스푸티차로 인하여 보급이 개판이 되어서 슐레프 중대는 가족으로부터 편지도 물자도 받지 못한지 오래였다. 다들 빗방울이 뚝뚝 떨어지는 건물에서 나자빠져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오토는 건물 측면에 놓아둔 사다리를 타고 3층으로 올라와서 침대에 털썩 드러누웠다. 스테판이 사다리를 타고 뒤따라 올라오면 말했다.
"자네 페비틴 남는거 있나?"
"없네."
"젠장..."
오토가 말했다.
"그거 먹으면 심장 병신되는 것 같아. 가능하면 먹지 말라고."
스테판이 말했다.
"그러면 조만간 장성들부터 심장 마비로 다 가겠네."
그렇게 나자빠져서 잠시 기절해있는데, 누군가 외쳤다.
"보급수송부대다!!!"
보급수송부대는 만토이펠의 501 중전차 대대를 위하여 휘발유, 식량, 탄약, 고향으로부터 온 소포 등을 수송해온 것 이었다. 누군가 기절해있는 마르틴 히틀러에게도 소포를 던져줬다.
"히틀러! 자네 꺼네!"
마르틴은 눈을 뜬 다음 소포를 뜯었다. 역시나 어머니 에바 히틀러와 누나 밀리나 히틀러에게서 온 편지와 소포, 부식이 들어 있었다. 밀리나는 마르틴을 많이 걱정했던 것 이다. 하지만 마르틴은 어머니와 누나로부터 온 편지를 읽지 않았다. 읽을 힘도 없었고 기분도 엿 같았다.
마르틴은 좋은 부모 밑에서 자랐음에도 불구하고 어릴때부터 기를 펴지 못했다. 언제나 총리의 아들이라는 후광 밑에서 자랐던 것 이다. 마르틴은 추상 미술을 좋아했지만 아돌프 히틀러는 마르틴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았다. 마르틴은 미술에 대한 자신의 견해에 대해 아돌프 히틀러에게 제대로 이야기한 적이 없었다.
마르틴은 자신이 군에서 적응을 잘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장전수로서의 일은 잘했지만 군대에서는 확실히 그 외에 잘해야할 것들이 있었다. 마르틴이 받은 소포에는 달달한 초콜릿이 들어있었다. 마르틴은 초콜릿을 가지고 소련 여군 포로 율리야가 있는 5층으로 밧줄을 타고는 올라갔다.
'빨리 포로로 이송되는게 차라리 안전할텐데...'
지금 전투에서 쓸 수 있는 차량도 부족했기 때문에 율리야 등 포로들을 후방으로 이송하는 것 또한 힘들었다. 그나마 율리야는 상황이 나았다. 남자 포로들은 대충 독일군이 밧줄을 이용해서 만들어 놓은 경계 안에 갇혀 있거나, 아니면 임시로 만들어진 포로 수용소로 쓰이는 건물 안에 갇혀 있어야 했다. 포로를 관리하는 병사들은 감시가 귀찮아서 포로들이 탈출 못하도록 널빤지로 못질을 해두고는 했다.
율리야는 커튼 위에 널부러져서 자다가 마르틴이 오는 것을 보고는 벌떡 일어났다. 마르틴이 율리야에게 초콜릿을 건넸다. 율리야는 의심스러운 눈으로 마르틴이 건네준 것을 뜯어보았다.
"초...초콜렛!!!"
율리야는 초콜릿을 한 조각 꺼내어 입에 넣었다.
'맛있어!!!'
율리야는 허겁지겁 초콜릿을 먹기 시작했다. 마르틴은 율리야에게 우유가 들어있는 병을 내밀었다. 율리야는 그렇게 서둘러 초콜릿을 먹었다.
마르틴은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율리야가 물었다.
"너도 먹을거 부족하지 않아?"
마르틴이 말했다.
"난 먹을거 많이 있어."
율리야가 마르틴을 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생긴건 좆밥 같은데 빽이 있어서 다들 이 새끼 눈치를 보는건가?'
잠시 뒤 마르틴은 율리야가 있는 방에서 나왔다. 그 때, 같이 대피소를 쓰고 있는 기갑척탄병 베커가 마르틴에게 물었다.
"저 포로 니 여자친구냐?"
마르틴이 말했다.
"아니? 왜?"
베커는 실실 웃으면서 마르틴에게 물었다.
"왜 자꾸 먹을걸 줘?"
"불쌍하잖아."
말은 그렇게 했지만 마르틴은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율리야가 내 여자친구로 보이나?'
한편, 기갑척탄병 베커는 마르틴 히틀러를 아니꼽게 보았다.
'저 낙하산 새끼...'
그 때, 베커와 같은 부대인 파울이 임무를 마치고 들어왔다. 베커는 다른 병사들이랑 율리야에 대해 시시덕거리며 말하고 있었다. 파울이 그 광경을 보고 속으로 생각했다.
'저...저 새끼들!!!'
베커는 부대 내에서 질이 좋지 않은 녀석이었다. 다른 녀석이 베커에게 말했다.
"아무래도 안 건드리는게 좋을 것 같은데?"
"여자친구도 아니래! 괜찮아!"
파울은 이걸 상관한테 보고해야할까 말까 고민했다. 하지만 괜히 부대 내에서 척을 질 일은 만들지 않는 것이 좋을 것 이다. 파울은 잠이나 자기로 했다.
'포로 감시 임무도 힘들군!!!'
오토 소대는 또 다시 시가지 내에서 힘든 전투를 벌이고 복귀했다. 전차 내부 파편에 맞아서 몇 소대원이 경상을 입었다. 그 중 한 명은 팔에 중요한 혈관을 스쳐서 출혈이 심각한 상태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슐레프 중대장은 어지간하면 경상자들은 야전 병원으로 이송을 허가하지 않았다. 결국 부상자들은 모두 임시 치료소에서 치료를 받아야 했다.
다들 자신의 부상 부위가 썩어들어가서 죽는 것은 아닌가 우려했다.
'이거 곪으면 절단해야할텐데...'
솔직히 오토라도 자신의 소대원들을 야전 병원으로 이송하는 것에 동의하는 서류를 작성해주면 될 터였다. 하지만 오토로서는 우수한 자신의 소대원들을 계속 부려먹고 싶었던 것 이다. 오토는 임시 치료소에 가서 부상을 입은 자신의 소대원들을 격려했다.
"귀관을 철십자 훈장 수훈자로 내가 추천하겠네!!"
그 때, 발에서 피를 철철 흘리는 공병이 들것에 실려오고 있었다.
"내 발뒤꿈치가 날아갔어!! 시발!!!! 으아악!! 아아아악!!!"
그 공병은 대인지뢰를 밟고는 발뒤꿈치가 날아간 것 이었다. 노이만 공병 소대장이 달려와서 위생병에게 외쳤다.
"모르핀 주게!! 빨리!!!"
오토는 찝찝한 심정으로 임시 치료소 밖으로 나왔다. 자신의 소대원들은 그 정도 심한 부상을 입지 않은 것이 다행이었다.
'좀 있으면 다시 전투 가능하겠지?'
오토는 동료들과 마르틴과 함께 중대 대피소로 걸어갔다. 오토는 마르틴을 포수로 키우기로 결심하고는 걸어가면서 말했다.
"이보게 마르틴! 게오르크가 자네를 칭찬하네! 조만간 포수 될 생각은 없나?"
오토는 마르틴에게 전차병으로서의 꿀팁을 전수해주기 시작했다.
"왜 몽골군이 강했는지 알고 있나?"
"몽골군은 말을 자유자재로 탔다고 들었습니다."
"그것도 이유 중에 하나겠지만 그것뿐만이 아닐세! 놈들은 시야가 넓어서 짧은 시간에 많은 것들을 관찰할 수 있네. 앞으로 전차가 기동불가되면 백병전을 해야할 수도 있어. 건물에 들어서면 좌우 측면뿐만이 아니라 모든 모서리, 천장, 바닥을 눈으로 한 번에 스캔해야 하네. 적은 어디서 튀어나올지 알 수 없네!"
실제로 소련군 보병들은 천장에 뚫린 구멍으로 뛰어내리기도 했고 바닥에서 수류탄을 던지기도 했다. 오토가 말을 이었다.
"추후에 마르틴 자네도 전차장이 될 수 있겠지. 늘 해치 위로 머리를 내밀고 다니면서 풀 숲과 엄폐물, 키가 큰 농작물들 어디서 로스케 야포가 불을 뿜을지 모르니 시야를 넓게 보아야 하네."
에밀이 말했다.
"그러고보니 정글전은 어떨까요?"
마티아스가 말했다.
"막 구더기 달라붙고 지옥일 것 같습니다!"
스테판이 말했다.
"사관학교 시절에 들은건데 동남아 쪽에서 살던 녀석들이 시야가 넓어서 더 빨리 적을 발견한다더군! 놈들이 체구는 작지만 시야가 좋기 때문에 절대 만만하게 봐서는 안되네!"
"정글전도 재밌겠네요!"
"재밌긴 무슨! 군화에서 뱀이나 독 전갈이 나온다더군!"
오토는 동료들과 함께 중대 대피소로 돌아온 다음에 사다리를 타고 3층으로 올라갔다. 참고로 벽면이 다 무너져내렸기 때문에 1층과 2층에 있는 녀석들도 훤히 보였다. 녀석들은 추웠기에 건물에 있는 카페트, 커튼 등을 이불로 쓰고 있었다. 한 녀석이 말했다.
"여자 브라자다!!"
병사들 사이에서는 희한한 징크스가 있었다. 여자 속옷을 갖고 있어야 전투 때 생존한다는 것 이었다. 참고로 슐레프 중대에서는 손톱 발톱을 깎지 않아야 오래 산다는 희한한 미신이 있었다. 병사들은 그래서 중요한 임무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중대에 복귀해야만 손톱을 깎았다.
오토가 속으로 생각했다.
'미신이나 믿는 한심한 녀석들...'
그렇게 오토는 사다리를 타고 3층으로 올라가서 기절하듯이 잠을 자다가 일어났다. 꿈 속에서도 총소리와 박격포 소리가 들렸다.
쉬잇! 쉬잇!!
쿠광!!
콰과광!!!
불과 150m 떨어진 곳에서 독일군 박격포반이 박격포를 발사하고 있었다.
"발사 준비!!"
박격포병들이 포탄을 양손으로 쥐고 있었다. 손에서 식은 땀이 나오면 좆된다.
"발사!!"
박격포병들이 포탄을 손에서 놓았다.
스르르
그와 동시에 박격포병들은 고개를 돌리고 귀를 막았다.
펑!! 펑!!!
다들 고개를 들고 포탄이 제대로 날아갔나 확인했다. 박격포탄은 목표로 하는 소련군 건물 지붕에 정확히 착탄했다.
펑!! 쿠구궁!!
여러 갈래로 뿌연 연기가 나왔고, 박격포병들은 계속해서 박격포탄을 발사했다. 박격포병이 손에서 포탄을 놓았다.
스르륵
포탄이 내려갔다.
푸슉! 푸슈!!
쿠과광!! 콰광!!!
그렇게 모스크바의 평범한 일상이 이어졌다. 잠시 뒤, 오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목말라...'
오토는 얼마 전 긴빠이친 우유를 벌컥벌컥 마셨다. 그 때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뭐야?'
오토는 밧줄을 타고는 5층으로 올라가보았다.
'!!!'
소련 여군 포로 율리야는 코뼈가 가라앉고 여기저기 뼈가 부러진 채로 죽어 있었다.
'이럴수가...'
건물을 같이 쓰던 우크라이나군들의 얼굴에는 혐오감이 가득 담겨 있었다. 오토가 속으로 생각했다.
'우크라이나 녀석들인가?'
"어떤 녀석들이야!!"
에밀이 말했다.
"기...기갑 척탄병 새끼들이..."
오토는 이마에서 식은 땀이 줄줄 흘렀다. 어떻게던 슐레프 중대에 피해는 없어야 했다.
마침 베커가 소속된 부대의 소대장이 와서 이 광경을 보았다. 오토는 녀석과 함께 이 시신을 대충 어디 묻어버리고 없었던 일로 하기로 협의를 보았다. 이 곳으로부터 머지 않은 구역에 기열 SS들이 있었고 괜히 슐레프 중대까지 귀찮은 일을 겪는 것은 좋지 않을 것 이었다.
오토가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어떤 새끼래? 우리 중대는 관련없지?"
마티아스가 속삭였다.
"베커가 동료들이랑 강간하고 뼈 부러뜨리고 옷장 속에 쳐박아두었답니다."
"저 망할 기갑척탄병 새끼들...
그 때, 마르틴이 들어왔다.
'???'
마르틴은 기갑 척탄병들이 율리야의 시신을 커튼으로 감싸는 것을 보았다.
"이게 무슨??"
다들 마르틴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마르틴이 물었다.
"우리 중대입니까?"
"우리 중대하고 관련없네!"
"그럼 누구입니까?"
다들 머뭇거렸다. 마르틴이 다시 물었다.
"누가 이렇게 했습니까?"
오토가 마르틴에게 말했다.
"우리 중대하고는 진짜 상관없네! 기갑 척탄병에 베커랑 그 똘마니들이 저지른 짓일세!! 하지만 이 일이 커지면 우리 중대도 엮이니까 입 다물고 있게."
다른 전차병들 또한 마르틴의 눈치를 보았다. 게오르크가 마르틴에게 말했다.
"조만간 후방으로 가게 되면 위안소나 가게! 내가 쏘겠네!"
마르틴은 조용히 3소대원들이 쉬는 방으로 들어갔다. 다들 안심했다.
"좆되는줄 알았네.."
오토는 이마에서 식은 땀이 줄줄 흘렀다. 조만간 슐레프 중대장이 이 일을 알게 되면 노발대발하고 오토의 귀를 잡아당기는걸 넘어서서 정강이를 갈 것이었다. 슐레프 중대장은 자신의 인사 고과를 무척이나 신경썼던 것 이다.
'내 소대와는 안 엮여서 다행이..."
탕!! 탕! 탕!! 탕!! 탕!!!
"으아악!!!"
마르틴이 들고 있는 MP40의 총구에서 연기가 흘러나왔다. 마르틴이 베커와 그 동료들에게 MP40를 긁은 것 이었다. 베커와 동료들이 총알을 맞은 부위에서 연기가 흘러나왔다.
다들 소총으로 마르틴을 겨누었다. 게오르크가 말했다.
"마르틴...총 내려놓게..."
마르틴은 MP40를 내려놓지 않은 상태로 천천히 율리야의 시신으로 걸어갔다. 율리야의 시신을 운반하던 녀석들은 차마 시신을 더 옮기지 못하고 바닥에 내려놓고는 자리를 피했다.
"으아악!!"
"우린 아니야!!"
파울은 식은 땀을 줄줄 흘리며 소총으로 마르틴을 겨누고 있었다.
'시...시발!!!'
밖에서는 계속해서 박격포 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쉬잇!! 쿠과광!! 쿠과광!!
탕!! 타앙!! 타다당!!
따다닥!! 따닥!! 따다다닥!!!
오토가 마르틴에게 물었다.
"이봐!! 마르틴!!!"
마르틴은 아무 대답이 없었다. 오토는 마르틴에게 한 발자국도 더 걸어가지 않고 식은 땀을 줄줄 흘리며 말을 이었다.
"이 일이 커지면 외교적으로도 문제가 생길 수 있네..독일 제국은 유럽을 수호하고 러시아인을 해방하기 위해 성전을 하고 있는데 이게 알려지면 파르티잔들이 온갖 프로파간다로 이 일을 이용할게 분명하네!! 왜 놈들에게 빌미를 주나?"
마르틴은 여전히 아무 말이 없이 율리야의 시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오토가 말했다.
"자네 어머니가 걱정하실걸세! 그리고 밀리나를 생각하게! 그리고 자네 아버지 지지율에도..."
마르틴이 초점 없는 눈빛으로 오토를 바라보았다.
'!!!'
오토는 마르틴의 표정에 흠칫했다. 하지만 어떻게던 이 일이 수습되어야 추후에 오토가 중대장으로 진급할 수 있을 것 이었다. 안 그래도 집행유예 갔다온 것 때문에 진급이 막히고 있는데 이런 일까지 생기면 안된다. 오토는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마르틴, 그만 총 내려놓지 않겠나?"
"내려놓을게. 그만해."
마르틴이 오토를 보고 씨익 웃었다. 그리고는 MP40로 자신의 얼굴을 겨누었다.
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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