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 T-34 대소동
소련군 정치 장교 블라슈크는 보안을 위해 암호 체계를 변경할 것을 상부에 건의했고 이는 받아들여졌다. 암호는 2시간에 한 번씩 바뀌었으며, 먼저 "똥"이라고 암호를 말하면 "오줌"이라고 대답하는 형식으로 암구호를 정해두었다.
또한 정찰을 갔다오는 병사들이 돌아오는 경로와 시간까지 모조리 기록해두었다. 이렇게 하면 독일군이 정찰조인것처럼 속이고 잠입하는 일을 막을 수 있을 것 이었다. 블라슈크가 자신의 부대원들과 암호를 정하기로 했다.
한 병사가 손을 들었다.
"똥!! 하면 오줌!! 은 어떻습니까?"
블라슈크가 말했다.
"그건 지난번에 했으니 다른걸로 하지."
"방구!! 하면 뿡!! 은 어떻습니까? 악!!"
파블리첸코가 그 소련 병사의 허리를 쿡 찔렀다. 블라슈크가 말했다.
"암구호는 서로 연관이 없는 것으로 정해야 하네. 첫번째 암호로 두번째 암호가 유추 가능하면 안되네."
파블리첸코가 제안했다.
"크렘린, 붉은 광장은 어떻습니까?"
지금 독일군이 붉은 광장 근처까지 점령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어떻게던 붉은 광장은 지켜야 할 것 이다. 결국 크렘린과 붉은 광장이 암구호로 정해졌다. 그렇게 나타샤는 안나, 류드밀라와 한 조를 짜고 건물 지붕에 자리를 잡았다. 나타샤는 M1 개런드를 쓰다보니 이게 아주 좋은 총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게 모신나강보다 훨씬 좋잖아?'
어쩌면 나타샤도 이걸로 저격수로서 공을 세울 수도 있을 것 이었다.
한편, 오토가 동료들과 노획한 식량은 한끼 식사밖에 되지 않았다. 결국 오토는 위험을 무릎쓰고 다시 소련군의 진영으로 침투하기로 했다. 엄청나게 위험한 임무였지만 어차피 이대로 여기서 굶어죽는 것 보다는 나을 것 이었다. 오토, 에밀, 마티아스, 알프레트, 요하네스는 소련군 군복을 입고는 야음을 틈타 침투하기로 했다.
'이제 조금있으면 라스푸티차도 끝나고 보급이 재개되어 포위망에서 탈출할 수 있을 것 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그 때까지 살아남는다!!'
소련군은 독일군이 공세를 재개하기 전까지 어떻게던 포위망을 좁혀 만토이펠 대대를 포로로 잡으려고 할 것 이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포로로 잡혀서는 안되는 상황이었다.
마티아스가 비장하게 말했다.
"포로로 잡혀서 독일 제국에 짐이 될 수는 없습니다! 만약 포로로 잡힌다면 저는 수류탄으로 자폭하겠습니다! 악!!!"
오토가 마티아스의 대가리를 때렸다.
"니가 일본군이냐?"
어제 오토는 소대원들에게 자신이 들은 일본군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독일에 유학을 왔던 몇 일본 장교 중에 훈련때 패배하면 할복하겠다고 하는 애들이 종종 있었다. 물론 실제 할복은 하지 않았지만 오토는 호기심에 녀석들과 대화한 적이 있었다. 그 일본 장교들은 포로로 잡히느니 자신의 명예를 위해 할복하는게 당연하다고 이야기를 하고는 했다.
오토의 일본군에 대한 이야기를 다들 듣고, 마티아스는 그것에 깊은 인상을 받은 것 이었다. 오토가 모두를 돌아보며 말했다.
"다들 살아남아라! 알겠냐?"
"네!!"
그렇게 5인방은 야음을 틈타 다시 소련군 진영으로 침투했다. 아군 정찰병들이 발견한 하수구 루트가 있기에 이번엔 하수구로 들어갔다.
'으악!! 냄새!!!'
오랜 장마로 냄새가 그야말로 고약했다. 그렇게 5인방은 어두컴컴한 하수구를 걸어갔다. 우측에서 세차게 물이 흘러가는 소리가 들렸다.
'로스케들이 이 길 막아둔건 아니겠지?'
다행히 이 루트는 아직 막히지 않은 상태였다. 10분 뒤, 오토는 소련군 진영 쪽 하수구 위로 고개를 내밀었다. 다행히 아무도 없었고 5인방은 잽싸게 하수구 밖으로 나와서 골목으로 들어갔다.
은밀하게 골목으로 가는데 소련군의 손전등 불빛이 이리저리 비춰지며 이 쪽으로 오는 발소리가 들었다. 오토 일행은 잽싸게 건물 안으로 숨어들어갔다.
'으아아!!!!'
그 소련군이 외쳤다.
"크렘린!!"
하지만 아무 대답이 없자 소련군은 손전등으로 골목을 샅샅이 살폈다. 오토는 집 안에 숨은 채로 식은 땀을 줄줄 흘렸다.
'암구호 체제가 바꼈나?'
소련군의 손전등 불빛이 건물 안을 비추었다. 오토 일행은 최대한 낮게 엎드렸다. 소련군이 다시 멀어져가는 발소리가 들렸다. 그렇게 5분 정도 수그려있다가 오토 일행은 반대편 창문으로 나왔다.
'허억!!!'
이번에 오토는 소대원들을 이끌고 큰 대로변으로 갔다. 아까처럼 숨지도 않고 당당하게 소련군처럼 걸었다.
마티아스, 알프레트, 요하네스, 에밀은 식은 땀을 흘리며 오토를 따라갔다.
'도대체 무슨 생각이야!!!'
오토는 완벽하게 소련군의 걸음거리를 흉내내었고 마티아스, 알프레트, 요하네스, 에밀 또한 그렇게 걸었다. 손은 가볍게 쥐고, 가슴 높이까지 오도록 흔들며, 한쪽 발은 15~20센치까지 들어올린다. 또한 마티아스, 알프레트, 요하네스, 에밀은 정확히 오토와 간격을 2~3미터로 두었다. 이것이 소련군이 상관과 두어야하는 적정 간격이었다.
참고로 나타샤는 지붕에서 이 광경을 보고 있었다. 안나가 오토를 보며 말했다.
"저 정치 장교 새끼 봐라."
류드밀라 또한 얼굴을 찌푸리고 말했다.
"무슨 최전선에서 저렇게까지 하냐?"
"저런 놈들 밥맛이야."
나타샤, 류드밀라, 안나 모두 오토 파이퍼의 얼굴은 알고 있었지만 밤이었고, 오토 일행은 소련 군복을 입고 소련군의 걸음걸이와 자세를 완벽히 따라하고 있었다. 누구나 이런걸 보면 소련군으로 인식하게 된다.
잠시 뒤, 오토는 한 얼빠진 소련군 병사를 보고 외쳤다.
"크렘린!!!"
그 병사가 머뭇거리자 오토는 M1 개런드를 겨누며 외쳤다.
"다시 묻는다!! 크렘린!!"
"붉은 광장!! 붉은 광장!!!"
오토가 총을 내리고 외쳤다.
"암구호는 한 번에 대답하지 못하면 바로 사격이 원칙이다!!! 제대로 했다면 동무의 머리는 지금쯤 구멍이 났을거다!!"
그 소련 병사는 식은 땀을 질질 흘렸다. 오토가 말했다.
"괜찮다! 실수할 수도 있지! 이 근처에 식량 창고가 어느 쪽인가? 민간인들에게 보급할 식량이 필요하다!"
그렇게 오토 일행은 식량과 무기를 긴빠이치는 것에 성공했다. PPSh-40의 드럼 탄창은 교전 중에 찌그러져서 탄이 발사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 이번엔 바나나형 탄창을 많이 챙겼다.
'좋았어!!!'
오토 일행은 그렇게 팬티 속에까지 음식과 드럼 탄창을 챙겼다. 창고를 지키던 병사에게 오토가 외쳤다.
"경계를 철저히 하게!! 스탈린 동지는 언제나 보고 계신다!"
오토는 소련군식 경례를 하며 완벽한 소련군 정치 장교처럼 보였다. 그렇게 오토 일행은 돌아가기 시작했다. 잡낭은 물론, 팬티 속의 앞, 뒤 모두 식량 통조림과 탄창으로 가득찬 상태였다.
그 때, 소련군 전차병 표도르가 파벨, 글리에르, 드미트리와 함께 중대 지휘소에서 보고를 하고 돌아오다가 오토 일행을 보고 외쳤다.
"민스크!!"
이는 방금 전에 바뀐 두 번째 암구호였다. 오토가 인상을 쓰며 외쳤다.
"크렘린!!!"
표도르가 외쳤다.
"붉은 광장!! 그건 아까 전 암구호요!"
오토가 말했다.
"그렇군! 지금 이고르 동지에게 보고를 하고 오는 길이라 바뀐 암구호를 못 들었소!!"
표도르는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오토 일행을 바라보았다.
"원칙상 암구호를 바로 대답 못하면 신원을 확인해야 합니다!"
오토는 소련군 정치 장교 포로에게서 빼앗은 당원증을 표도르에게 보여주고는 말했다.
"아주 좋은 자세야! 확실히 경계해야지!"
표도르가 물었다.
"바뀐 암구호를 말씀드릴까요?"
오토가 엄한 표정으로 외쳤다.
"암구호를 누설하는 것은 군 보안법에 저촉되어 즉결 처형 대상이네!!!"
표도르가 말했다.
"알고 있습니다."
오토가 웃음을 터트리며 외쳤다.
"정말 철저하군! 내가 직접 가서 정치 장교 동지에게 보고하고 새 암구호를 들을걸세!"
그렇게 말하고 오토 일행은 식은 땀을 줄줄 흘리며 소련군의 대대 지휘소 쪽으로 걸어갔다. 오토는 아까 전에 한 건물에서 소련군 정치 장교가 나오는 것을 보고는, 그 건물이 소련군의 지휘소라고 추정하고 있었던 것 이다.
표도르는 찜찜한 생각이 들었지만 오토 일행이 대대 지휘소 쪽으로 가는 것을 바라보았다.
'파시스트면 대대 지휘소 위치는 몰랐겠지?'
글리에르가 말했다.
"못 보던 정치 장교인데 새로 온 걸까요?"
파벨, 글리에르는 저녁을 못 먹었기 때문에 빨리 밥 먹으러 가고 싶었다.
'뭘 저렇게까지 의심하시지?'
표도르 또한 배가 고팠기에 빨리 가서 밥 먹고 쉬기로 했다.
"빨리 가게나."
그렇게 걸어가다가 표도르는 찜찜함에 한 번 더 뒤를 돌아보았다. 오토 일행은 대대 지휘소 건물이 아니라 다른 골목길로 들어가고 있었다.
'뭐지?'
표도르는 결국 빠른 걸음으로 오토 일행의 뒤를 따라갔다.
"대대 지휘소는 이 쪽입니다!!"
하지만 표도르 일행이 골목으로 달려가자 오토 일행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표도르 이마에서 식은 땀이 흘렀다. 그 때 블라슈크가 와서 외쳤다.
"무슨 일인가?"
표도르가 상황을 설명했다.
"정치 장교 복장을 한 자가, 바뀐 암구호를 제대로 말하지 못했는데 &%@$@"
블라슈크는 표도르가 말해준 정보에 의해, 정치 장교 복장을 한 5인조가 보이면 검문을 하라고 명령을 내렸다. 그리고 블라슈크는 직접 토카레프 권총을 들고는 오토 일행을 찾으러 다녔다.
한편, 오토 일행은 식은 땀을 흘리며 빠른 속도로 걸어가고 있었다. 광장 쪽에서는 소련군의 T-34/85 전차들에 정비사들이 시동을 걸어둔 상태였다. 오토가 정비사에게 외쳤다.
"전차 기동률은 어떠한가?"
"70~80프로 정도 됩니다!"
"기존 전차의 단점과 앞으로 보완해야 하는 점들을 보고해야 하는데 잠깐만 탑승하겠네!"
정비사가 얼굴을 찌푸렸다.
"그것이...중대장님께 허락을 받아야 하는데..."
"그 친구에게 이미 말은 해둔 참이네! 그럼 들어가겠네!!"
그렇게 오토는 서둘러 에밀, 마티아스, 알프레트, 요하네스와 함께 T-34/85 안으로 들어갔다. 연료도 가득 채워진 상태에 포탄도 듬뿍 있었다. 오토가 전차장 해치 위로 고개를 내밀고 정비사에게 말했다.
"이거 궤도는 잘 돌아가나?"
"문제 없습니다! 오늘까지도 잘 돌아갔습니다!"
"조만간 겨울철이 되면 땅이 얼어붙어서 동계용 장비가 필요하다고 해서 시범적으로 주행해보겠네! 전진해!!"
그렇게 오토는 태연하게 전차장 해치 위로 머리를 내밀었고, 마티아스는 T-34/85를 앞으로 전진시키기 시작했다. 정비사는 불편한 심정으로 이 광경을 보았다.
'뭔가 이상한데?'
그렇게 오토가 타고 있는 T-34/85는 광장 반대편으로 갔다.
트드등 트드드드등 트드등
오토가 일부러 정비사를 안심시키고자 해치 위로 상체를 내밀고 크게 손을 흔들었다. 그 때, 블라슈크와 표도르 일행이 이 쪽으로 오는 것을 오토가 발견했다. 오토는 잽싸게 전차장 해치 밑으로 고개를 숙였다. 표도르가 정비사에게 달려가서 무슨 일인지 물어보고 있었다. 오토가 외쳤다.
"해치 닫고 빨리 튀어!!!"
블라슈크가 정비사에게 이야기를 듣고는 펄펄 뛰며 외쳤다.
"저 새끼들 파시스트다!!!"
표도르는 파벨, 글리에르, 드미트리와 함께 잽싸게 T-34에 탑승했다. 하지만 이미 오토가 타고 있는 T-34는 좌측 길로 들어간 상태였다. 표도르가 외쳤다.
"빨리!! 빨리!!!"
블라슈크가 외쳤다.
"빨리 전차 부대원들 집합하라고 해!! 절대 놓치면 안된다!!!"
한편, 오토는 그렇게 다른 방향 도로로 튄 다음에 해치를 열고 소련군에게 러시아어로 외쳤다.
"파시스트 놈들이 T-34를 노획했다!! 앞으로 모든 T-34는 무조건 해치를 열고 검문한다!!"
잠시 뒤, 표도르의 T-34가 광장을 가로질러 길을 가는데, 멍청한 소련 병사들이 전차를 두드리고 표도르를 총으로 겨누었다.
"민스트!!!"
표도르가 분통을 터트리며 외쳤다.
"드네프르강!!! 방금 지나간게 파시스트 전차야!!! 빨리 그 새끼들 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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