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풍운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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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송담(松潭)
작품등록일 :
2007.06.26 18:12
최근연재일 :
2007.06.26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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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17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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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강호풍운록(의기 義氣 4)

DUMMY

어린 소녀가 울부짖고 있었다. 느닷없는 횡액에 어찌할 바를 모른 채, 굳어버린 노인의 몸뚱이를 부여잡고 하염없이 울부짖는 것이다.

악충역시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노인의 죽음 따위야 사실 크게 문제될 것은 아니었지만, 한순간 이나마 흑심을 품고 있었던 소녀의 지인이기에 당황하는 것이다. 소녀를 달래기도 그렇고, 나 몰라라 자리로 돌아가기에도 뭔가 걸렸다. 어정쩡한 상태로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악충이다. 진퇴양난이라는 표현이 적당하다고 볼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의 일행 중 하나가 슬며시 일어나더니 현장으로 다가가고 있었다. 악충의 눈에 비친 그의 모습은 감로수와 같았다. 그만큼 절박한 상황이었던 것이다.

“손형, 늙은이가 그만 뻗어버렸지 뭐요. 점소이 놈이 힘도 좋은가 봅니다. 살짝 부딪친 것뿐인데 죽어버렸으니...”

“재수가 없는 것이지요.”

손형이라 불린 자가 노인에게로 가더니 죽음을 확인 하고는 혀를 차며 악충을 쳐다본다.

“그만하고 술이나 마십시다. 공자께서도 곧 오실 것인데 점소이들 보고 정리하라 하고...”

“이 나쁜 놈들아! 네 놈들이 사람이냐! 사람을 죽여 놓고, 흑흑”

소녀의 원통함이 가득한 울부짖음이 장내를 가득 메웠다. 악충이 그래도 미안했던 지 시선을 고정하지 못하고 안절부절 하는데, 손형이라는 자가 품에서 전낭을 꺼내더니 노인의 시체위에 던져 놓았다.

“열 냥쯤 들어 있을 것이다. 장례비용으로 쓰기에 부족 하지 않을 것이니 더 이상 소란 피우지 마라.”

“이익! 흑흑. 나쁜 놈들, 흑흑 연노.....!”

소녀를 뒤로 하고 자리로 돌아가는 그들에게 소녀는 이제 귀찮은 존재일 수밖에 없었다. 중요한 손님을 맞이해야 하는 자리인데, 더 이상 노인의 죽음을 붙들고 있을 수는 없는 것이다.


진여송이 뜻밖의 상황에 어찌해야 할 지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그의 눈앞에 있던 연휘가 사라져 버렸다. 행적을 쫓을 수 없는 빠른 몸짓으로 자리를 박차고 튀어 나간 것이다.

순간, “퍼벅!” 소리가 들리며 자리로 돌아가던 악충과 동료가 고꾸라졌다. 어느새 연휘의 모습이 쓰러진 그들의 머리를 밟고 서 있는 것이다. 영문도 모르고 엎어진 채, 자신을 쓰러뜨린 자의 발에 밟혀 악충은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연휘의 서늘한 눈길이 악충의 일해들에게 향했다. ‘까불면 죽인다.’라고 엄포라도 하는 것처럼, 무서운 눈길이다. 전혀 생각도 못했던 일이 일어나자 그들도 잠시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네 놈은 누구냐! 뭣 하는 놈인데 이리 행패를 부리는 것이냐!”

갸름한 얼굴에 찢어진 눈을 하고 있는 사내가 벌떡 일어나더니, 연휘를 가리키며 손가락질을 한다.

“버러지 같은 놈들. 그냥 두기에는 너무 더러운 행태에 도저히 참을 수가 없구나.”

“이런 겁 대가리를 상실한 놈을 봤나. 우리가 누군지 알고.....!”

상대의 말을 끊고 연휘가 일갈을 토한다.

“적반하장도 유분수라 했다. 네놈들 같은 쓰레기들을 그냥 뒀다가는, 많은 사람들이 다치게 될 것 같아서 안 되겠다.”

말이 끝남과 동시에 인정사정 볼 것도 없이, 연휘의 발이 악충과 손씨 성을 가진 놈의 허리를 밟았다.

“뚜둑!”

“끄으!”

척추 뼈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리더니 이어서 고통스런 신음이 흘러나온다. 비명을 지를 기력도 없는 것이다.

“진총관! 쓰레기들을 청소해서 내 앞에 데려와라! 일각을 주겠다.”

“예, 알겠습니다.”

명령을 받은 진여송이 대답과 함께 잽싸게 장내를 누비기 시작했다. 어설픈 실력으로 거들먹대던 그들의 상대가 아니었다. 변변한 반항 한 번 제대로 못하고 연휘 앞에 무릎을 꿇리고 만 것이다.

이해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자신들이 비록 실력은 없을지라도, 이렇게 순식간에 당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들 모두 불안해하지는 않았다. 자신들의 배경을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앞에 있는 놈들은 자신들이 누군지 몰랐기 때문에 이렇게 무모하게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곧 공자님이 오시면 이놈들은 땅을 치며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믿었다. 그때가 되면 지금 받은 수모를 몇 배로 돌려줄 수 있을 것이다. 자신들을 건드린 것에 대해 뼛속까지 후회하도록 만들어 주겠다고 다짐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너무 이른 생각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기다리던 공자가 오더라도, 이미 회복할 수 없는 상태가 될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할 수 없었던 것이다.

연휘의 몽둥이질이 시작되었다. 말도 없었다. 신분이 무엇인지 묻지도 않았다. 그저 몽둥이를 휘둘러 댈 뿐이다.

제일먼저 악충의 발이 부서졌다. 이어서 손가의 발이 부서졌다. 그리고 차례대로 일행들의 발이 부서져 버렸다. 네 번째인가 있던 놈이 뭐라 말하려고 입을 열자 몽둥이가 입을 부숴버렸다. 이빨이 몽땅 부러져나갔다. 그리고는 그의 발을 부쉈다.

그들은 말도 할 수 없었다. 입을 열게 되면 이빨이 하나도 남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공포가 가득 찼다. 오줌을 지렸다. 그러나 그것은 시작일 뿐이었다.

발부터 부숴버린 몽둥이는 정강이뼈를 부수고 허벅지를 다져놓았다. 엉덩이뼈가 박살났다. 척추는 힘을 잃었고 손가락부터 어깨까지 제대로 붙어있는 뼈는 없었다.

목뼈와 머리만이 온전했다. 이미 그들은 척추로 몽둥이가 올 때 정신을 놓아버리려 했었다. 도저히 견딜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것도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어떻게 했는지 정신이 더욱 또릿해 졌던 것이다. 그만큼 고통은 더욱 심했다. 이젠 앉아 있을 수도 없었다. 뼈가 다 부서져 버렸기 때문이다. 죽고 싶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입이 움직이지 않았다. 그마저도 할 수 없게끔 만들어 놓은 것이다.


소녀는 혼절해 있었다. 진여송이 그들을 제압하고 연휘 앞에 무릎을 꿇렸을 때 소녀는 너무 기뻤다. 연노의 원수 놈들이 당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시원했다. 그리고 후련했다. 그들의 뼈가 부러지기 시작하자, 슬픔도 잠시 잊고 춤이라도 추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그러다가 정신을 잃었다.

그녀가 정신을 차렸을 때에는 상황이 끝나 있었다. 그들은 벌레처럼 꿈틀대고 있었는데 그것마저도 제대로 되지 않는 것 같았다. 가서 침이라도 뱉어주고 싶었다. 하지만 기운이 없었다. 일어나려 했는데 다리에 힘이 없었다. 그게 분했다. 연노의 원수들에게 자신이 직접 고통을 주지 못하는 것이 분했다. 하지만 그런대로 만족 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 때 무서운 기운이 느껴졌다. 객잔이 지하로 꺼져 들어가는 것처럼 무서워졌다. 그러면서 또 다시 정신을 잃었다.

무거운 발소리가 계단을 울리고 있었다. 압력을 이기지 못한 나무계단이 “끽끽” 대며 신음을 뱉어냈다.

그리고 그가 들어섰다. 그들이 그렇게 기다리고 있었던 그가 나타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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