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질대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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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빛의추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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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14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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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6.09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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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2부]삽질 대마법사들 이야기 14화

DUMMY

14화





할라스터는 갑작스럽게 공간의 왜곡이 이루어지는 것을 느꼈다. 아무런 통보도 없이 나타난 그 기척으로 봐서는 분명 악의적인 의도를 가지고 오는 무리들이며 상당한 힘을 가졌을 것이다.


그는 마침 푸른빛을 발하는 유리관들 사이를 거닐며 실험의 성과를 확인하려던 참이었다. 시야를 공유하는 환영을 움직여 왜곡이 이루어진 공간을 살폈으나 보이는 건 없었다. 환영에게 적의 환상을 꿰뚫어 볼 수 있는 주문을 사용하게 지시를 내린 뒤 할라스터는 만약을 대비해 챙겨야 할 것들이 있는 곳으로 1년 전에 깨어야했던 클론 중 일부를 보냈고 또한 환영이 있는 지역으로도 몇몇을 보냈다.


공간이 왜곡된 이 실험실은 수만 명이 서 있어도 될 만큼의 크기와 십 미터가 넘어가는 높이의 천장이 자랑거리였다. 침입자들의 목적은 뭔지 알 수 없고 이 실험실 역시 거의 1년 전에 제작되어 함정이라고 할 만한 것은 별로 없다.


할라스터는 움직이면서 환영이 포착한 적의 모습을 인식했다. 그 순간 자신을 지키기 위해 몇 명의 클론들을 자신의 옆으로 소환했고 힘을 가진 환영들 다수를 적, 아니 ‘적들’이 있는 곳으로 보냈다.


“귀찮게 됐군.”


할라스터는 그렇게 말하며 당장 쓸 수 있는 실험체들의 유리관이 부서지게 조작을 가했다. 상당수의 유리관이 깨져나감과 동시에 실험체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까 전의 공간왜곡이 자신이 쳐둔 방어시스템을 간단히 부순 걸로 봐서는 ‘적들’의 뒤쪽에는 네서릴의 마법사가 있는 게 분명했다.


‘적들’은 강하긴 하나 네서릴의 마법사들이 가진 마법에 대한 비의의 해석과 그 다루는 법에 대한 조예가 많이 떨어졌기에 계속해서 공격해오면 그다지 보강하지 않은 방어 시스템 따위야 뚫릴 것이기는 했지만 좀 더 시간이 걸렸으리라.


“이거……”


아직 상황이 어떤지는 모르나 기습을 당했다. 잠깐 주저하는 사이 환영 중 일부가 이미 힘을 잃었고 클론 상당수가 벌써 살해됐다. 자신만이 포착할 수 있는 전용 공간을 하나 열어두고 전투에서 부서지지 않게 하기 위해 대강 선정해둔 실험체들을 집어넣었다. 그 중에는 수호룡-그게 얼마나 강력한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드래곤이라는 이름에는 상당한 의미가 있다.-을 부를 수 있을 거라던 어린 아이의 뇌수도 있었다.


할라스터는 피상적으로 전해져 오는 정보에 대처하는 것만으로는 사태가 나빠질 것이라는 걸 깨닫고 자신의 옆에 있는 클론들 몇몇에게 하나의 클론을 감싸게 해 만약의 사태를 대비한 주문을 사용하게 한 다음 몸을 움직였다.


자신의 마법으로는 떠오르지 않는 공백. 아마 공격해오는 자들 중에는 그 저주를 내린 자가 분명히 있겠지. 그 생각과 함께 할라스터는 전선에 가담했다.





카서스는 기습을 시작하기 전 시공관리국 근처의 관리외 세계로 가 타이탄들에게 몇 가지의 조처를 취했다. 오거들조차 난쟁이로밖에 보이지 않을 거대하며 그 크기조차 압도하는 절대적인 힘과 크기에 비해서는 날렵한 움직임을 보이는 그들이 빠르게 움직일 수 있게 했으며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하게 만들었고 애더맨틴으로 만들어진 전투용 해머가 더 거대한 충격을 줄 수 있게 만들었다.


그리고 ‘광인’의 마법을 어느 정도 무시할 수 있도록 보호를 해준 채 거의 모든 환상을 소거시키는 비의들조차 자신을 탐지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 다음 기습이 시작되었다. 할라스터의 ‘실험실’은 위는 어두웠으나 밑에는 푸른빛을 발하는 유리관들로 인해 어둠으로 인한 장애를 받을 필요는 없었다.


타이탄들은 스스로의 의지만으로 투명해진 상태로 돌입했다. 즉시 힘을 가진 환영이 나타나 그들의 투명을 풀었으나 이미 몇몇의 타이탄이 환영을 망치로 공격했고 망치의 기운에 환영은 소멸했다.


그 다음 ‘광인’의 클론들이 나타났다. 클론들의 마법의 위력은 분명 한 번의 손짓으로도 드래곤을 떨게 할 정도로 강력했으나 카서스가 걸어둔 보호는 아직 풀리지 않았으며 ‘본체’가 나타나지 않은 이상 그들의 마법은 미리 몇 가지 상황을 상정해둔 카서스의 예상을 넘어서지 못했다. 카서스는 여전히 모습을 숨긴 채 클론들이 스스로에게 걸고 있는 방어를 풀었고 그 순간 타이탄들의 망치가 클론들을 부서뜨렸다.


타이탄들과 카서스가 유리관들 사이로 난 길을 따라 움직이며-카서스는 걷는 것과 동시에 ‘광인’의 움직임을 추적하고 있었다- 주변을 경계했다. 옆에서 유리관이 깨졌다. 푸른 빛으로 쪼개져 가는 유리들의 모습은 순간적으로 파괴의 미학을 생각나게 할 정도의 미가 있었으나 그 안에서 나타난 ‘방해물’들의 모습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대부분이 전투기인들을 합성해 만들어 놓은 여러 개의 목과 여러 개의 팔을 가진 형상이었다. 그리고 네서릴의 실험실에서 자주 보던 몬스터들과의 융합형들이나 몬스터들에 기계 부품을 단 것들도 눈에 들어왔으나 그 자체가 신이라 칭할 만한 자들인 타이탄들이 카서스의 지원을 받고 있는 이상 망치질 한 번에 부서져버리기 시작했을 뿐이었다.


카서스는 유리관들 중 몇 개가 다른 곳으로 이동되는 움직임을 파악했으나 ‘광인’의 ‘본체’가 움직이고 있지는 않음을 알았고 수십에 달하는 클론들이 오고 있음을 깨달았다. 카서스는 여전히 모습을 감춘 채 텔레파시로 타이탄들에게 몇 가지 지시를 날리며 공간도약해오는 클론들의 보호를 깨버린 다음 강풍으로 그들이 스스로에게 새로운 보호주문을 사용하기 전에 한곳으로 밀어붙였고 이미 카서스의 지시대로 대기하고 있던 타이탄이 해머를 내려찍었다.


“이제……”


카서스는 ‘본체’가 직접 움직이기 시작했음을 알아차렸다. 클론들은 기본적으로 ‘본체’의 지식을 갖고 있으며 인격을 가지고 있으나 어디까지나 기본적으로는 ‘본체’의 지시에 따를 수밖에 없으며 ‘본체’가 광기에 휩싸여 클론들이 자의적인 판단을 마음껏 하지 못하게 한다면 그 효율은 떨어진다.


보통 클론 자체가 본체의 육신이 죽어버렸을 때의 대비용으로만 사용하기에 통상적인 경우보다는 전력이 되겠지만.


아무튼 ‘본체’가 직접 움직이기 시작한 이상 조금은 난이도가 높아질 것임을 카서스는 파악했다. 그리고 실험실의 저 끝에서 클론 몇이 어떤 주문을 사용하고 있음을 알아차렸으나 타이탄이나 자신에게 해가 되는 부류의 마법이 아님을 판단, 본체가 가담한 수십의 클론과 어디선가 나타난 본체보다 조금 약한 정도의 힘을 가진 환영들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유리관들의 사이사이에 포진한 ‘광인’의 클론은 서서히 진형을 갖추기 시작해 주문을 읊조렸으나 카서스는 텔레파시로 모든 타이탄에게 지시를 내려 그들이 인간의 크기로 스스로의 몸을 순간적으로 축소시키게 만들어 클론들의 주문이 빗나가게 만들었다. 그 주문들에 깃든 힘은 넓은 범위로 사용한다면 당장에 시공관리국의 사람들을 전멸시키기에 충분했으나 방금 전에 발한 형태로는 유리관들이나 여러 개 부수는 정도였을 뿐이었다.


카서스는 자신의 발과 그 주변에 침묵의 주문을 걸어 자신이 움직이는 것을 눈치 채지 못하게 한 다음 타이탄들이 스스로 자연스럽게 알고 있는 힘을 발휘할 것을 요청함과 동시에 클론들의 포진 뒤쪽으로 움직였다. 타이탄들이 내뿜는 전격과 동시에 카서스 스스로의 은폐 주문에 의해 클론들 뒤로 접근하는데 성공했으며 클론 중 하나가 자신들에게 강력한 보호의 주문을 거는 것에 간섭에 성공, 그 주문을 저주로 바꿔 클론들에게 퍼지게 만들었다. 클론들의 움직임이 굼떠졌으며 ‘본체’가 카서스가 있는 위치로 시선을 돌렸다.


클론들 중 일부가 이동을 해 자신이 있을만한 곳으로 움직이려하는 것을 본 카서스는 미리 주문을 준비해 클론 중 몇몇이 이동하다 그다지 거리가 떨어지지 않았을 때 돌을 용암으로 변질시키는 레드 드래곤의 브레스조차 따라잡지 못할 정도의 화염으로 수 명의 클론들을 재도 남기지 않게 만들었다.


그 사이 카서스가 주문을 사용한 위치를 파악한 ‘본체’는 몇몇의 클론들에게 그 방향을 향해 주문을 사용하게 만들었으나 여전히 카서스의 은폐는 풀리지 않았으며 공격을 한 클론들은 자신의 주문을 반사당해 스스로를 지키는 마법의 보호가 풀렸고 타이탄들은 그걸 놓치지 않았다.


“이런!”


‘광인’이 짜증을 내며 말한 말로 말에 권능을 부여해 적을 살해하는 주문 즉 파워 워드 킬이라는 불리는 것이 효력을 발휘, 카서스 자신이 클론들을 쓰러뜨리는 사이 부상을 입은 타이탄 중 한 명을 쓰러뜨리고 말았다.


“죽어!”


‘광인’의 욕과 함께 발동한 두 번 째 파워 워드 킬은 여전히 강력함을 과시하는 타이탄을 향해 날려졌기에 공격을 당한 타이탄은 잠시 주춤했을 뿐이었다.


카서스는 ‘광인’에게 삿대질을 했고 ‘광인’은 순간 피를 흘리며 쓰러졌으나 바로 일어나 클론들의 뒤로 공간도약을 했다. 카서스가 ‘본체’를 끝장내려 움직이려는 순간 카서스에게 여러 개의 주문들이 날아왔다. 하나하나가 성인이 된 드래곤을 죽이기에 충분한 위력이었으나 카서스가 스스로에게 건 보호를 뚫지는 못했다. 허나 근처에 있던 타이탄 하나가 세포 하나조차 남기지 않은 채 증발했다.


지금 당장이라도 적을 전멸시키는 것은 쉬운 일이기는 하나.


카서스는 잠깐 다른 곳으로 정신이 움직이려는 것을 참은 뒤 아직 타이탄들 중 상당수가 남아있음을 확인했다. 네서릴의 마법사가 한 명 관계되었다는 것과 네서릴의 카서스가 관련되었다는 것의 차이는 너무나도 명백하다.


아직 다른 곳에 있는 적인지 아닌지 어떻게 나올지 알 수 없는 자가 있는 한 일부러 자극할 필요는 없다.


카서스는 이미 타이탄의 애더맨틴 해머가 내려쳐지고 있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보호를 신뢰한 채 주문을 사용할 준비를 하고 있는 클론을 봤다. 카서스는 내려치기 위해 막 자세를 잡은 타이탄의 애더맨틴 해머에 생각함과 동시에 힘을 부여했고 원래라면 깨질리 없던 클론의 방어는 깨졌으며 클론의 몸통 역시 으깨져버렸다.


그리고 옆을 보자 클론 둘이서 서로 호흡을 맞춰 강력한 주문의 의식을 치르려는 것을 보고는 어느새 전장과 떨어진 위치에 있는 타이탄을 그 위로 전송시켰다. 갑작스레 자신들 위로 추락하는 거인의 모습에 클론의 호흡은 무너졌고 주문은 실패해 그 힘의 역류로 두 클론은 몸이 폭발해 죽었다.


“큭.”


‘본체’의 신음소리. ‘광인’의 힘을 가진 환영들이 스스로를 보호하며 ‘본체’를 향해 다가가려고 하고 있었다. 카서스는 스스로가 가진 환상을 무력화시키는 주문 중 가장 강력한 것의 범위에 자신이 포함되지 않도록 세밀히 조절해 환영들을 대상으로 주문을 날렸고 그 순간 전황은 완벽하게 기울었다. ‘본체’보다 어느 정도 약한 정도의 힘을 지닌 환영들 거의 대부분이 소멸했고 클론들 역시 제일 처음의 기습과 카서스와 타이탄의 협조 체제에 의해 희생된 수가 결코 적지 않았다.


‘본체’가 어딘가로 공간이동을 하려했으나 카서스는 손에서 녹색의 빛을 내뿜어 ‘본체’의 몸에 결계를 쳐 어떠한 차원도약도 공간이동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그와 함께 ‘본체’는 넘어졌고 클론 두 명이 ‘본체’의 앞을 가로 막았다. 카서스는 그 셋을 내버려두고 저기서 여전히 뭔가의 의식을 치루는 클론들에게 잠깐 정신을 기울였다.


“이거.”


‘광인’이 말을 걸었다. 권능이 담긴 언어, 파워 워드라 칭해지는 말은 아니었다. 어떤 주문의 키워드도 아니었다.


“거기에 있는 제법 실력 좋은 마법사 양반. 당신 누구지? 아마도 내가 가진 기억의 공백의 원인 역시 그대일 것 같은데.”


알려줄 생각은 없었다. 타이탄들에게도 비밀로 했다. 카서스는 침묵을 지켰다.


“뭐. 좋아.”


‘본체’는 일어섰다. 클론들도 주문을 읊조렸다. 최후의 저항은 아니다. 분명 저기서 뭔가 하고 있는 클론들은 대체 뭘 하려는 거지? ‘광인’의 ‘본체’가 웃었고 순간 ‘본체’의 몸이 찢겨져 나갔다.


“하아.”


카서스는 순간 어이가 없었다. 분명 ‘광인’임이 틀림없었지만 자신을 일부러 죽여 다른 클론으로 영혼을 옮기다니. 그 순간 여기에 남은 둘의 클론이 공격을 주문을 퍼부었지만 카서스는 손짓을 하는 것만으로 그들이 사용한 주문이 역으로 그들을 공격하게 만들어 살해하고는 저편을 향했다. 저들의 의식이 끝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클론들의 중앙에 있는 곳에 새로운 ‘본체’가 있을 것이다.


카서스는 ‘본체’가 있을 곳으로 의식을 옮기며 이번에는 제법 강력한 주문을 사용했으나 클론들과 ‘본체’의 방어에 의해 살해하지는 못했음을 깨달았다. 타이탄들은 아직 저쪽에 다른 클론이 있는지도 모르는 것 같았다.


클론들이 갑자기 매우 빠르게 하나의 동일한 주문을 사용했다. 그 순간 접혀진 공간이 다시 열리려 하고 있었다. 카서스는 접혀진 공간이 펼쳐지는 순간 이곳이 속한 시공관리국 본국의 모든 민간인들이 죽게 될 것임을 눈치 챘다. 카서스는 유리관들의 푸른빛들 사이에서 최대한 빨리 주문을 사용해 남은 클론들 중 다수를 살해하고 아직도 공간의 접힘을 펼치려는 자들의 주문을 무효화시켰다. 그 사이 ‘본체’는 이미 달아나있었다. 아까 전의 주문으로 생과 사를 오락가락하겠지만. 그럼에도 달아나버렸다.


카서스는 타이탄들을 앞세워 클론들을 향하게 하고는 ‘광인’을 추적하려 했으나……클론들이 스스로를 자폭시켜 타이탄들 중 일부를 살해하는 것을 보고는 추적을 그만하기로 했다. 클론들은 자폭함과 동시에 클론 스스로의 유전자적과 지적 동질성을 제물로 ‘광인’을 추적하게 어렵게 만들게 하는 주문을 사용했고 또 그 탈출용으로 내정된 ‘클론’-지금의 광인의 ‘본체’-에는 추적을 어렵게 만드는 아티팩트의 힘이 있는 것 같았다.


정말로 작정한다면 무시하고 찾아낼 수는 있으나 그 정도의 힘을 발휘하면 자신이 누군지 널리 알리는 거나 다름이 없으니까.


“일은 끝난 건가?”


동포의 시신을 수습하며 여러 가지 감정이 섞인 눈으로 타이탄 무리의 리더가 말을 걸어왔다.


“마지막 최후의 수단도 사용한 것 같군요.”


카서스는 그렇게 속이기로 했다. 거인들에게는 안 됐지만 ‘본체’가 살아있음을 알린다면 카서스 자신은 타이탄 종족과 척을 질 생각이 없기에 결국 추적할 수밖에 없을 것이며 스스로를 드러내게 될 테니까.


“그래. 공간을 뒤엎으려 하다니……”


원래 이곳에 온 시점에서 일그러져 있었고 원상 복귀시키려는 거였다고 말하고 싶은 충동은 들었으나 저 자존심 강한 종족을 일부러 건드릴 필요는 없었다. 전에도 다소 시비조로 첫 마디를 시작한 것은 그를 하루 종일 기다리게 한 이유 때문이었을 뿐. 일부러 스스로를 드높일 생각은 당장은 없으니까.


“뭐, 뭐지?”


먼 곳에서 소리가 들렸다. 타이탄들을 바라봤지만 그들은 몸짓으로-그들의 신장과 근육을 제외하고는 외견이나 의사소통의 수단이 인간과 유사하기에 카서스는 충분히 알아챘다.- 자신이 아님을 어필했다.


“할 일도 다 끝난 것 같고, 저기 저 인간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으니……”


기본적으로 타이탄은 선한 자들이다. 그렇기에 지금 놀라서 달려오는 이들에게 해를 끼치지는 않을 것이다.


“좀 아쉬운 감이 있지만 가봐야겠군.”


타이탄의 리더는 그렇게 말하며 공간을 일그러뜨렸고 다른 타이탄도 따라서 행동했다. 그렇게 그들은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갔다.


카서스 역시 ‘광인’의 실험실에서 나왔다. 타이탄들은 텔레파시로 알려줬기에 자신의 위치를 알았지만 지금 자신의 옆을 지나치고 있는 시공관리국의 국원들이 그를 알아챌 리는 없었다.


‘광인’이 공간의 왜곡을 풀려하면서 여기에 있던 ‘광인’이 남겨놓은 보안시스템들은 모두 사라진 것 같았다. 그러나 저 무수한 유리관들은 아직 남아있다.


카서스는 어둠 속에서 푸른빛을 유리관을 향해 손을 뻗으려다 그 손을 주머니에 넣었다. 저 희생자들의 처분은 이제 이 세계의 사회 시스템이 알아서 할 것이다. 이번에 드러날 것들이 진정 이 수많은 차원들과 그만큼의 세력들이 얽힌 곳에, 그리고 이 시공관리국에 유익이 될 지 파멸이 될지는 알 수가 없다.


이 실험들의 주모자를 대강 아는 세력이 있겠으나 그들이 책임을 질까?


“헛소리군.”


어떤 국원이 잠깐 멈칫하다 귀를 파고 있었다.


누가 책임을 받게 될 것인가. 분명 가장 많은 책임을 질자는 다른 이겠지만 이것을 허용한 이 역시 있을 것이다. 그는 이해할 만한 강압에 무릎을 꿇은 불운한 자려나 그런 것까지 자신을 돌볼 이유는 없다.


지금까지 희생된 자들의 수와 자신이 내버려 뒀다면 앞으로 희생될 자들의 수를 카서스는 잠시 계산해봤다. 아마 어지간한 일이 없다면 이 일은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키겠지만 깊은 어둠을 도려내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믿도록 하자. 카서스는 그렇게 생각하며 계속 걸었다.


자 이제, 다시 원래의 목적을 따라 행동하도록 하자. 이건 그저 호기심을 충족시키려는 행동일지도 모르지만 호기심만큼 인간의 의욕을 끌어당기는 것은 얼마나 있는가. 그 호기심이 분명 믿고 싶지 않은 현실을 보여줄 것임을 알면서도 자신은 걸어가고 있지 않은가.


그리고 그걸 확인해봤자 자신의 추론과 조금이라도 다를 것인가?


카서스는 몰려드는 사람들 사이로 걸어갔다. 약간의 주의를 기울이자 사람들이 갈라졌다. 카서스를 중심으로. 그러나 사람들을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음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 세계를 둘러싼……”


누군가 자신의 말을 들은 듯 멈칫거렸지만 주변 사람들의 소리라고 생각했는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최소 수 백년의 시간이 걸린 음모라……”


카서스는 또 다시 확실한, 그렇기에 믿고 싶지 않은 답이 떠오르는 것을 고개를 저어 떨쳐내곤 아까의 일을 생각했다. ‘광인’의 일을.


“껄끄럽군.”


‘본체’가 달아났음을 알고 있는 입장에서는 그럴 수밖에.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지 않긴 했기에 후환이 두렵지는 않다. 마법의 조예가 자신과 그의 격차는 정말로 격이 다르다고 말할 수 있기는 하나 그렇다고 그의 마법이 사람을 못 죽이는 것도 아니다.


‘광인’은 이제 분노에 떨면서 복수나 아니면 새로운 힘을 손에 넣으려 들 것이다. 자신이나 아니면 ‘은둔자’와 맞설 수 있는 힘이 손에 들어오기까지. 카서스는 그 방면으로 생각하다 피식 웃었다. 어이가 없군.


그럴 수 있을 리가 없다.


이제 한동안은 그 ‘광인’은 아무것도 하지 못할 것이다. 비록 ‘광인’이 살아남았지만 스스로 한 번 몸을 찢어 죽였기에 지금쯤 몸의 부상을 회복시켰다한들 정신적 타격은 심대할 것이다. 그리고 이제 그의 세력은 없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제 그가 힘을 쌓을 요새나 연구시설은 없을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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