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질대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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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빛의추적자
작품등록일 :
2008.06.14 03:08
최근연재일 :
2008.06.14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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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6.08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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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2부]삽질 대마법사들 이야기 12화

DUMMY

12화





제일 스칼리에티는 두개의 작은 시험관을 자신의 우측에 띄워둔 채 주변을 둘러봤다. 아직은 조명이 들어오게 조작하지 않았고 조작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것이……”


모든 것이 금속질로 된 벽밖에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밖에서 본다면 현대인들 다수가 터무니없이 거대한 하나의 전함으로 여길 것이다.


“그래. 이것이……”


자신의 유일한 희망. 남아있는 마지막 생명줄. 스스로의 이상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작업. 가장 강력한 적을 상대할 유일한 방법.


“휴우……”


스칼리에티는 자리에 주저앉았다. 이 장소를 가동시키려면 앞으로 몇 년은 걸릴 것이다. 아마 그 ‘괴물’이라면 당장이라도 가동시킬 수 있을지도 모르나 그건 목적과 완벽하게 상충되는 일.


‘요람’을 가동시킨다고 해서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중요한 것은 ‘요람’안에 있는 연구 시설과 재료. 그리고 비밀리에 사용할 수 있다는 은밀성.


스칼리에티는 두 개의 시험관을 하나씩 살펴봤다. 예전에 1년 전까지만 해도 자신의 오리지널 전투기인을 비밀리에 투입해 확보하려 했던 성왕의 유전자가 담긴 게 하나. 비록 지금은 그런 귀찮은 작업을 하지 않아도 손에 넣을 수 있었기야 하지만 그런 건 무의미.


스칼리에티는 다른 하나의 시험관을 보았다. ‘괴물’을 쓰러뜨릴 수 있는 건 인간이나 끽해야 개조인간인 전투기인이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괴물’을 쓰러뜨릴 수 있는 건 그것 역시 ‘괴물’이겠지.


일단 보존액들이 있는 두 개의 시험관을 놔둔다. 조금 있으면 대충 제작한 로봇들이 작업을 도우러 올 것이다.


“후후후.”


그래. 프로젝트 F. 전투기인으로서는 당해낼 수 없고 이 ‘요람’자체로도 당해낼 수는 없지만 승리의 가능성은 아직 남아 있다. 스칼리에티는 웃었다.


“하하하.”


“그것 참 좋은 웃음이군.”


빈정거리는 목소리. 스칼리에티의 몸이 경직되었다. 코에서 맡아지는 피비린내. 스칼리에티는 힘겹게 몸을 고개를 돌리기 시작했다.


“이 새로운 ‘연구시설’의 위치와 그걸 사용하기 위한 정보는 예전부터 알고 있었지. 그쪽을 적당히 건드려주면 알아서 가동시켜 줄 거라는 것도 너무나 쉽게 보였지. 원래 계획대로라면 몇 년 있다 완성되기 직전에 가져갈 생각이었지만……”


스칼리에티는 이제야 고개를 완전히 돌려 ‘괴물’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괴물’ 뒤에 부서져 있는 로봇들과……


갈기갈기 찢겨진 전투기인들이, 자신의 딸들이나 다름없는 아이들의 시신들이 있었다.


“할라스터.”


“이거 참 고맙군. 마침 예상 밖의 일이 있어서 말이지.”


‘괴물’, 아니 할라스터의 몸은 피에 젖어 있었고 왠지 지쳐있는 인상이었다. 그 피들 중에 할라스터 자신의 피도 있는 것 같았다. 지금이라면 가능할지도 모른다. 자신 역시 개조된 자.


“감사의 표시로 말이지.”


제일 스칼리에티는 몸을 움직여 했다. 그래서 할라스터를 공격하려 했다. 팔을 움직이려 했다. 다리를 움직이려 했다. 손가락을 움직이려 했다. 그러나 아무것도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앞으로 내가 할 일을 보게 해주겠네. 뭐 몸은 못 움직이겠지만. 아 돌이 된 상태에서는 주변의 상황을 볼 수 있던가?”


스칼리에티는 힘겹게 고개를 숙여 밑을 바라봤다. 목 아래로 전부다 돌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돌로 된 부분이 넓어져가고 있었다. 그리고 시험관들이 어느새 할라스터의 옆에 떠 있었다.


“할라스터 블랙클록!”


“그래, 그래. 유언 정도는 들어주지.”


“너, 너……”


더 이상 말이 나오지 않았다. 시야의 반 이상이 어둠에 가려졌다. 그리고 스칼리에티의 사고가 멈췄다.


할라스터는 스칼리에티가 했던 것처럼 주변을 돌아보기 시작했다.


“일단 추적은 피한 것 같군.”


할라스터가 손짓을 하자 시험관 중 하나가 그의 손에 잡혔다. 그가 몇 개의 기이한 단어들을 외치자 시험관이 깨지고 뭔가가 커져서 어떤 살덩어리가 되었다. 살덩어리는 이윽고 노란 색 머리에 붉은 눈과 녹색 눈을 가진 알몸의 소녀의 형상으로 바꿨다.


할라스터가 다시 손짓을 하자 하나의 의자가 튀어나왔고 알몸의 소녀는 거기에 앉혀졌다.


“조금 주의를 해서.”


그 말과 함께 소녀의 몸을 검은색 밧줄이 칭칭 감았다. 소녀가 비명을 질렀다. 소녀의 다리와 팔과 어깨의 뼈가 전부다 부서졌을 테니까. 할라스터는 손가락을 튀겼고 소녀는 비명을 그친 채 눈빛이 멍해지더니 움직이지 않았다. 검은색 밧줄이 약간씩 움직인다는 점 외에는 소녀가 살아있다는 증거는 없었다.


할라스터는 소녀에게 다가가서 소녀의 귀에다 몇 마디를 중얼거렸다. 그러자 벽이 움직이며 무수한 개수의 유리관들이 튀어나왔다.


“예상대로군.”


할라스터는 힘겹게 웃었다. 출혈은 막고 몸의 부상도 치료는 해뒀으나 정신이 지쳐 있는 것 같았다. 할라스터는 다른 하나의 시험관을 땅에 놓고는 아까 전에 벌어진 전투를 생각했다.





유노 스크라이어는 레티를 의무실로 이송시킨 직후-다행인지 불행인지 무한서고에서 과로로 쓰러지는 이들을 위해 무한서고 바로 옆에는 무한서고 전용의 의무실이 하나 신설된 상태이다.- 방금 전 무한 서고를 이탈하는 게 확인된 남자가 움직이는 것을 감시 카메라를 이용 추적하기 시작했다.


레티 제독은 영웅 대접을 받으나 실제적으로 권력과는 멀어져 현장에서 일할 때보다는 기력이 떨어져 있었겠지만 누군가를 보자마자 기절할 정도일 리는 없었다. 어지간한 사정이 아니고서는.


그리고 레티는 자신이 준 기밀급 서류에 의한 정보에 놀라있었다. 마음에 깊이 담아두고 있는-그것이 좋은 쪽이건 나쁜 쪽이건- 뭔가가 나타나지 않고서야 다른 이의 얼굴 정도는 웬만해서는 무시해야 할 만한 정보였다.


그 남자. 스스로를 켈벤 ‘블랙스태프’ 아룬선이라고 밝힌 남자는 분명 자신이 본 적이 없는 얼굴이다. 레티 제독과 연관이 있는 정도라면 프로필 자료 정도는 찾아낼 수 있었을 것이다. 현재 상층부에서 레지어스 중장에 대해 재평가를 고려하고 있는 이 때였기에 최대한 레티의 장점을 부각할 수 있도록 얼마 전부터 레티 본인도 모르게 조사를 해놨으니까.


짐작할 만한 것은 그 두 ‘괴인’. 그들이 가진 터무니없는 마법능력 그 자체가 로스트 로기아라고 말할 만했다. 상층부는 집단 패닉이나 마인드 플레이어들과의 충돌로 인한 여파로 생긴 정신이상 정도로 취급했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분명히 상식적이다.


하지만 상식적이기에 더더욱 이상하다.


처음부터 1년 전 그 12일간의 악몽은 시작부터 처음 보는 외계생명체와의 조우. 마지막에는 이해 불가능한 전함 25척의 행동 및 자폭에 가까운 알칸쉘 사용으로 인한 한 세계의 파멸. 상식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상식을 걸고넘어지고 있다는 것이 가장 수상했다.


제일 스칼리에티는 블랙, 이라는 단어를 내뱉었다. 두 괴인의 이름으로 추정되는 것은 ‘할라스터 블랙클록,’ ‘카서스’이다. 하지만 그 정보 자체가 잘못된 것인지도 모른다. ‘할라스터 블랙클록’이라는 이름은 레티에게서 확인했지만 그게 본명인지 아닌 지 알 수 없다. ‘카서스’ 역시. 제일 스칼리에티가 말한 블랙이라는 단어가 사람을 의미한다면 지금 추적하고 있는 남자도 포함되고 만다.


켈벤 ‘블랙스태프’ 아룬선. 분명히 블랙이라는 단어가 들어간다. 그리고 어지간해선 얻기 어려운 허가증을 갖고 들어왔다. 로스트 로기아 관련 정보는 빈말로도 쉽게 딸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리고 자신이 아는 정보 내에서 저런 이름은 들어본 적이 없다. 분명히 요주의해야 할 대상.


“아무튼.”


유노는 여러 개의 화면을 띄웠다. 자신의 입김이 닿는 부서가 몇 개가 있었더라. 카메라에 잡히는 켈벤 ‘블랙스태프’ 아룬선의 모습을 보며 움직이는 경로를 예상. 시간 내에 행동가능하고 시간을 지연시킬 수 있는 부서를 생각해내며 동시에 만약을 대비해 켈벤 ‘블랙스태프’ 아룬선이 제시했던 신분증을 이용한 위치추적을 위해 곳곳에 놓인 신분증 제시대에 조작을 가했다.


“그냥 공사 관련이라거나 건물 수리 쪽으로 움직임을 방해해 주세요. 무력은 사용하지 말아주시고요.”


어쩌면 자신이 찾아내지 못한 레티의 전 추억이나 악연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괴인’일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더 높다. 만약 ‘괴인’이라면. 무력을 사용하는 것은 희생만을 부를 것이다.


화면을 하나 더 띄웠다. 의무실과의 연락.


“레티 제독의 상태는 어떻습니까?”


-기절임이 분명합니다만 곧 깨어날 걸로 보입니다.-


“감사합니다.”


다행이다. 시공관리국의 가장 상층부는 함부로 움직일 수 없다. 세 제독이나 세 원로는 너무 큰 의미이기에 이런 자잘해 보이는-그러나 실제로는 가장 중요한- 일들에 관여하기가 어렵다. 그들은 거의 언제나 주목당하고 있으니까. 이제는 자신도 마찬가지일지도.


이번 일로 인해 레티의 상태가 급변한다면 플랜의 변경이 시급하며 그건 많은 허점을 노출할 테다. 유노는 생각을 이어가며 켈벤 ‘블랙스태프’ 아룬선의 진로를 확인했다. 켈벤 ‘블랙스태프’ 아룬선이 멈춰 섰다. 그리고 감시카메라를 보았다. 그가 웃었다.


영상이 꺼졌다. 동시에 확신했다. 이 남자는 분명 ‘괴인’ 중 한 명이다.


“이런.”


유노는 몸을 움직였다. 감시 카메라가 있는 위치를 확인함과 동시에. 움직이면서 무한서고에 있는 모든 사서들에게 연락이 되는 통신망을 열어 말했다.


“시공관리국 30구역에 일이 있어서 잠시 갔다 올게.”


그리고 무한서고를 나섰다. 이걸로 자신이 어디 있을지는 다들 알게 될 것이다. 위험도는 대폭 감소. 분명 상대는 강력한 자겠지만 시공관리국 본국 내에서 함부로 움직이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 자의 이동경로에 있을 부서원들 중 전투대원들도 나름대로의 실력을 갖추고 있으며 이곳은 시공관리국 본국. 즉 자신들이 가진 최고의 전장이다.


상대는 어느 것이 가짜인지는 모르겠지만 하나 이상의 신분을 갖추고 있는 게 확실하다. 두 괴인의 이름을 떠올리며 유노는 확신했다. 그리고 레티의 증언대로 저 남자가 ‘할라스터 블랙클록’이라면 반드시 적이거나 체포 내지는 사살을 해야 할 대상일 것이다. 하지만 레티가 말한 다른 ‘괴인’의 행동은 적인지 아군인지 구별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오히려 도와주는 느낌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때의 일을 회상할 때의 레티는 분명……


공포에 질려 있었다.


그 ‘괴인’들은 분명 지능적이다. 아직 자신은 딱히 증거를 갖고 있지 않다. 본국 내에서 소란을 피우는 짓을 해서 전차원적인 수배를 당하는 일을 벌일 거라고 예상하기는 어렵다. 아예 비밀리에 본국을 지배하고 있다면 모를까.


그러나 아까의 남자는 자신이 직접 움직여서 무한서고에 왔다. 어느 정도의 인맥은 있으나 본국에서 소란을 피운다면 덮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주변에 연락해 둔 것들도 포함하면 자신이 움직인다고 위험에 처할 확률은 줄어든다.


허나 상대는 분명 비상식의 완성체.


다시 떠오르는 불안감이 수많은 이유를 생각해내 안전할 거라고 행동하게 만들던 믿음을 흔들리게 했다. 유노는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세게 깨물어서 피가 흐른다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자신은 기본적으로 지적능력으로 움직이는 자. 육체적으로 강력한 충격을 줘서 행동하는 계열과는 다른 부류. 적당할 정도의 자극을 줘서 스스로를 움직이게 하는 데는 무한서고의 노역이 도움이 되었다.


주변을 지나쳐가는 사람들이 손을 흔든다. 대충 흔들어주며 계속 움직인다. 마력에 반응하는 레이더의 측정범위를 이미 알고 있기에 가장 적절할 정도로 마력을 사용해 이동 속도를 향상. 체력 소모를 줄이고 레이더에도 걸리지 않는다.


이제 30구역이다. 앞을 보자 ‘괴인’의 뒷모습이 지나가는 것이 보였다.


“잠시만요.”


말함과 동시에 불러 세울 이유를 생각했다. 좀 더 최근의 디바이스 관련 정보나 로스트 로기아 정보가 있다느니, 같은 내용. 그러나 감시 카메라의 작동을 멈추게 했다는 것이 생각이 나서 기각. 그보다 출동했을 대원들은 지금 어디에 있지?


예상 경로대로 상대는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어째서 대원들은 보이지 않는 거지? 시간은 충분했단 말이다! 유노는 전신을 감싸기 시작한 긴장감에 무릎 꿇지 않으려 하며 계속 움직였다. 앞을 보았다. 팻말이 있었다.


31구역


팻말에 적힌 말이었다. 오늘 다시 떠올렸던 기억. 그리고 지금 강조되어버린 기억. 뭔가가 미처리되었을 곳. 아니면 그냥 제일 스칼리에티의 헛소리였을지 모르는 이야기.


만약 뭔가가, 정말로 31구역에서 어떤 음모가 있다고 해도 시공관리국의, 그것도 본국의 31구역에서 일어날 리는 없지 않은가. 유노는 그렇게 의혹을 가라앉히며 ‘괴인’을 찾았다. 보이지 않았다.


시공관리국 본국 최고의 기밀지역, 전설의 세 제독과 본국 최고의장만이 알아야 할 정보도 어떻게든 입수했다. 전부 다 입수한 거는 아니다. 유노나 다른 이들의 능력으로도 손에 넣을 수 없는 치밀한 프로텍트-통상의 마법으로 된 프로그램이 아닌 로스트 로기아에서 얻어온 것으로 만들어진 방어막이 아닐까 추측했던-가 걸린 것을 제외하고는 거의 다 파악하고 있는 자신이다.


분명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경로가 없다. 여기는. 그러니까 자신이 ‘괴인’을 발견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만약 공간도약 계통-예를 들어 전송-의 주문을 사용했다고 하면 경고가 울림과 동시에 경비원들이 몰려 올 것이다. 완전히 다른 형태의, 너무나 뛰어나서 마력이 움직였는지 안 움직였는지 레이더가 판단할 수 없을 정도의 능력이라면 모를까.


“환영?”


말과 함께 유노는 잠시 주변의 레이더의 마력량 탐지 수치를 변동시켰다. 그와 함께 결계 형태의 탐지마법을 발동. 최소한 복도에 인간은 없다. 뭔가 닫혀 있는 문이 파악되었을 뿐.


그 문은 자신의 정보에는 없는 것이었다. 소위 최고기밀이라는 건가. 호기심이 들었다. ‘괴인’은 보이지 않았다. 문으로 다가섰다. 시공관리국의 배치도에는 없는 문. 전자식으로 암호를 입력하면 열리는 문. 현재 자신은 수상한 자를 추적하고 있다는 명분이 있다. 레티가 깨어나서 이야기를 맞추면 충분할 정도의 명분. 만약 어느 정도 이상의 비밀이라도 이제 막 정상화된 시공관리국 무한서고의 사서장을 축출할 정도의 것은 없으리라.


커져만 가는 수수께끼에 대해 유노는 자제심을 지우고는 간단히 전자식 문을 해킹해 열었다. 금속제 문이 열렸다.


“이거……”


유노는 신음했다.


두 개의 머리가 붙어있는 전투기인이 묶여 있었다. 그 두 머리 중 하나는 머리가 아래위로 두 조각나 옆의 머리가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오거라는 생명체에 금속이 붙어 있는 것이 있었다. 분명 사체임이 틀림없지만 다가가고 싶지는 않았다.


근처를 둘러봤다. 잘 보지 못한 문자가 적혀 있었다. 억지로 해석했다. ‘폐기물 처리장’이라는 내용이었다. 어떤 실험의 탈락된 것들을 놔두는 곳인가. 유노는 비명을 지르려는 몸을 간신히 꼿꼿이 세운 뒤 구석구석을 살펴봤다.


인간의 살점들이 실같은 걸로 묶여 거대한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는 것이 있었다. 피냄새와 시체 섞는 냄새가 머리를 어지럽혔다. 옆에는 그 살의 주인들의 뼈들로 조각을 해놓은 거대한 인간과 유사한 뭔가가 있었다.


끼익 거리는 소리에 위를 바라봤다. 사지가 잘리고 장기가 적출당하다 만 채 죽어있는 남자가 천장에 묶인 채 흔들거리고 있었다. 뒷걸음 칠하다 뭔가 밟히는 기척에 발 부근을 보았다. 머리만 남은 전투기인이 있었다. 뭔가 속삭이고 있었다.


“제발 부서뜨려줘.”


언젠가 배운 독순술이 후회가 되었다. 유노는 들어와서는 안 되는 곳에 왔음을 확실히 깨달았다. 이제 어쩔까. 갑자기 입구 쪽에서 뭔가가 넘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빠르게, 조용히 다가가자 디바이스를 겨누다 기절한 두 명의 국원들이 있었다.


그래선가. 이런 걸 지키기 위해 그들은 자신의 요청에 오지 않았던 건가? 유노는 생각했다, 그리고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이들을 기절시킨 건 누구인가. 기절을 시켜서 자신이 무사히 빠져나가게 했다는 말은 결국 시공관리국 외부로 이 사실을 알리라는 건가. 아니면 입을 다물고 일에 충실히 몰두하라는 건가. 유노는 어느새 신발에 묻은 피를 기절한 대원의 배리어재킷에 닦은 뒤 움직였다.





카서스는 자신을 쫓아오던 소년이 완전히 시야에서 사라지자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스스로가 기절시킨 두 국원은 아직까지는 계속 기절해 있을 것이다. 추적해 오기에 놀이 삼아 움직이다 할라스터 블랙클록이 있을 곳이 아니면서도 마력이 느껴지는 곳 쪽으로 왔는데.


카서스는 눈앞의 참상을 보았다. 그리고 그 이상의 것들도 확신했다.


“영혼을 갖고 놀았군.”


카서스 자신도 몇몇의 인물이 자신을 리치로 만들어 달라고 부탁해 그들의 영혼을 움직여 리치가 되는데 도움을 준 적이 있으나 이건 영혼을 잡았다거나 움직였다가 아니라……


“파괴했군.”


네서릴의 탐구자들은 수많은 방면으로 마법을 탐구하나 이렇게 하지는 않는다. 네서릴은 인간의 집단. 아무리 지식에 대한 광기가 있다고 해도 인간을 실험동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물론 만약 실험이 여기의 있는 이게 다라면 지금 상태의 자신이 넘어가겠지만 이건 그냥 일부에 지나지 않으리라는 것은 확실하니까. 카서스는 조용히 주변을 둘러봤다.


그리고 이 실험들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갔는지 분석했다. 만약 이런 실험들로 뭔가 새로운 지식을 얻을 수 있다면 그 명목으로라도 넘어가려고 했지만 이건 그저 미친 짓 뿐. 이래서는 어쩔 수 없다.


“이건 모욕이군.”


네서릴에 유망하며 인정받는 마법사들의 격을 낮추는 행위다. 위대한 힘을 사용하는 그만큼의 책무가 있다. 그렇기에 자신은 네서릴의 일들을 돌보고 돌봐서 해결사라고 불리게 됐으며 수많은 과중한 업무들을 헤쳐 나갔다.


사람들이 다 자신 같지 않기 때문에 태만하거나 다른 방면으로 힘을 사용하는 것에 이견을 제시하는지 않겠지만 이건 아니다. 이건 정말로 모욕이다. 1년 전의 할라스터의 다른 요새에 침입했을 때의 광경은 그 요새가 설립된 게 수백 년 이상 되었던 것이기에 자신이 생각하지 못한 사연으로 인해 그렇게 됐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분명 이 참상과 위쪽에서 하고 있는 실험은 길어야 1년. 목적은 결국 광기에 빠져버린 미친 마법사의 미쳤기에 이해할 수 없는 것. 이래서는……


“손을 쓸 수밖에 없군.”


카서스는 조용히 말했다.



















오늘도 좋은 밤 보내시길 바랍니다.

안녕히 주무세요.

* 정규마스터님에 의해서 문피아 - 정규 - 미정 (bn_794) 에서 문피아 - 하 - 연재 완결(etc_fine) 으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8-06-20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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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7

  • 작성자
    Lv.85 아디오르
    작성일
    08.06.08 07:20
    No. 1

    ..인재부터 손을쓰기시작하는거군요.. 제발 삽질로는끝나지말아야...
    뭐 삽질군의삽질을 보는건 저희들의 즐거움이지만 .. 잘읽고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sydm
    작성일
    08.06.08 11:21
    No. 2

    오우 드디어 시작인가.. 또삽질이려나??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조수니
    작성일
    08.06.08 12:49
    No. 3

    드디어 손을 쓰시는군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 Artist
    작성일
    08.06.08 14:07
    No. 4

    이제 슬슬 움직이기 시작하는군요! 기대됩니다 건필하세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1 키리샤
    작성일
    08.06.08 14:15
    No. 5

    킹왕짱 만세!!!! 감사히 읽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5 d나누기s
    작성일
    08.06.08 15:44
    No. 6

    배후가 자유농민들의 D모 메이지/소서러라면 그 아저씨가 저정도였던가..라는 의문이 생기는데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 빛의추적자
    작성일
    08.06.08 22:09
    No. 7

    D모 메이지/소서러 씨는 레벨이 30넘어가는데다 저기는 토릴이 아닙니다. 토릴에서 위저드가 메모라이즈를 해야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거나 10레벨 스펠을 사용하는 게 불가능해진 건 카서스의 삽질 이후 미스트라가 개정해서지만. 여기는 토릴이 아니기에 10레벨 스펠을 그대로 쓸 수 있고 메모라이즈도 필요없습니다. 여기서 소서러와 위저드의 차이는 사실상 공부해서 익힌 건지 아니면 몸으로 느꼈는지이지요....... 뭐 위저드가 압도적으로 유리할 수밖에 없습니다만....... 거기다 미살라 파워면 주문량이......그러니 평소에 보는 설정들보다 마법사들의 힘이 훨씬 강력한 상황입니다. 토릴로 돌아가면 여러분이 아시는대로 약화되어버릴 운명입니다만.... 그리고 d모씨가 움직였을 이유가 뭔지 카서스는 이미 알고 있지만 일부러 부정하려 들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러니 그 부정할 만한 이유가 될 법한 것을 생각하셔야 합니다.

    할라스터가 스칼리에티에게 간 상황에서 전투를 회상하고 있으니 할라스터가 살아남았다는 의미가 되지요....... 그게 무슨 의미인지 다들 아실 거라 믿습니다.

    격려의 리플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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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팬픽 2부]삽질 대마법사들 이야기 23화 08.06.12 472 3 19쪽
70 [팬픽 2부]삽질 대마법사들 이야기 22화 +1 08.06.12 470 3 20쪽
69 [팬픽 2부]삽질 대마법사들 이야기 21화 +5 08.06.11 587 2 20쪽
68 [팬픽 2부]삽질 대마법사들 이야기 20화 08.06.11 345 2 19쪽
67 [팬픽 2부]삽질 대마법사들 이야기 19화 08.06.11 392 2 19쪽
66 [팬픽 2부]삽질 대마법사들 이야기 18화 +5 08.06.10 584 2 19쪽
65 [팬픽 2부]삽질 대마법사들 이야기 17화 08.06.10 410 2 19쪽
64 [팬픽 2부]삽질 대마법사들 이야기 16화 08.06.10 556 2 20쪽
63 [팬픽 2부]삽질 대마법사들 이야기 15화 +5 08.06.09 597 2 19쪽
62 [팬픽 2부]삽질 대마법사들 이야기 14화 08.06.09 425 2 19쪽
61 [팬픽 2부]삽질 대마법사들 이야기 13화 08.06.09 462 2 19쪽
» [팬픽 2부]삽질 대마법사들 이야기 12화 +7 08.06.08 529 2 19쪽
59 [팬픽 2부]삽질 대마법사들 이야기 11화 +1 08.06.08 511 2 19쪽
58 [팬픽 2부]삽질 대마법사들 이야기 10화 08.06.08 441 2 19쪽
57 [팬픽 2부]삽질 대마법사들 이야기 9화 +8 08.06.07 493 2 20쪽
56 [팬픽 2부]삽질 대마법사들 이야기 8화 +2 08.06.07 389 3 19쪽
55 [팬픽 2부]삽질 대마법사들 이야기 7화 +2 08.06.07 546 2 19쪽
54 [팬픽 2부]삽질 대마법사들 이야기 6화 +6 08.06.06 478 3 19쪽
53 [팬픽 2부]삽질 대마법사들 이야기 5화 08.06.06 468 2 19쪽
52 [팬픽 2부]삽질 대마법사들 이야기 4화 +5 08.06.06 544 3 19쪽
51 [팬픽 2부]삽질 대마법사들 이야기 3화 +2 08.06.05 479 3 19쪽
50 [팬픽 2부]삽질 대마법사들 이야기 2화 +4 08.06.05 635 2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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