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질대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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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빛의추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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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14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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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6.14 0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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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2부]삽질 대마법사들 이야기 29화

DUMMY

29화





유노는 눈을 떴다. 엄청난 악몽을 꾼 것 같았다. 눈을 비빈 다음 주변을 살폈다. 천막 안이었다. 그래. 전부 다 악몽인 것이다. 페이트의 죽음도. 다른 이들의 죽음이라 추측되는 행방불명 역시.


“하하하.”


“그렇게 웃는 것에는 결과적으로 아무런 의미가 없을 걸세.”


낯설면서도 방금 전까지 들었던 목소리. 유노는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뒤를 돌아봤다. 아무도 없었다. 환청인가. 그래. 역시 몸 상태가 안 좋은 것이다. 푹 쉬어야 될 것이다.


“명백한 사실을 회피하는 건 별로 좋은 습관이 아니라고 판단한다만.”


유노는 고개를 들었다. 눈이 마주쳤다. 천장에 거꾸로 서 있는 남자와. 남자는 천장에서 내려와 유노의 정면에 섰다.


“어디까지고 꿈이고 어디까지가 현실인거지?”


“나에게나 자네에게나 아쉽게도 전부 다 현실일세.”


남자는 유노의 어조에 서린 불안과 적개심과 존대라고는 하나도 섞이지 않은 말에도 아무런 지적을 해오지 않았다. 그것에 오히려 유노는 더 두려워졌다. 자신에게 남은 이들 대다수가 있는 이곳에 뭔가 해를 입힐 작정을 하고 온 것이 아닌지.


‘볼로 게담’인지 ‘켈벤 블랙스태프 아룬선’인지 ‘할라스터 블랙클록’인지 아니면 ‘카서스’인지 진짜 정체를 알 수 없는 이가 눈앞에 있다. 무한서고에서 만났을 때는 일부러 신분증을 만들어 잠입했다는 것에 남자가 무슨 일을 벌일 생각이 없을 거라 판단해서 병력을 이용해 움직임을 막고 정보를 얻으려 했지만 여기의 사람들의 무력은 강하지 않다. 그리고 저 남자가 움직인 그 날 자신은 시공관리국 본국 내부의 가장 끔찍한 비밀을 알게 되었다.


아니, 사실은 더더욱 거대하고 소름끼치는 비밀이 숨어있을지도 모른다. 유노는 그것을 겁내면서도 힘겹게 남자를 쳐다봤다. 남자는 조용히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당신은 누구지요?”


“어떤 이름으로 이야기하고 싶나? 자네는 내가 이름들을 여럿 알고 있는 것 같군.”


유노는 저 말의 정확한 뜻을 고려하며 말했다.


“당연히 본명을 말하는 겁니다.”


“본명이라.”


남자는 잠깐 가만히 있다가 말했다.


“뭐 좋네. 말해주지. 카서스일세.”


다행히도 레티가 말한 ‘할라스터 블랙클록’은 아니었다. 하지만 레티의 말에서는 저 자가 분명히 더 강할 확률이 높다고 했다.


“들어본 적이 있습니다.”


“기쉬 드 그라몬이 가르쳐주던가?”


“거의 그런 셈입니다만.”


유노는 말을 하면서도 시종일관 떨어지지 않는 불안을 힘겹게 뿌리쳤다. 그리고 말했다.


“절 찾아오신 이유를 말해주셨으면 하는군요.”


카서스는 조용히 미소 짓고는 말했다.


“그래.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끝이 없지만 그렇다고 해결해야 할 일들을 처리할 시간이 무한하다는 것은 되지 않네. 그러니까 간단히 설명하도록 하지.”


유노는 정신을 집중해 남자의 다음 말을 들었다.


“나와 거래를 하지 않겠나?”





카서스는 말을 하면서도 동시에 여기에 오게 되기까지의 경과를 회상하고 있었다. 그는 이올라움과의 접촉이 쉽지 않을 거라고 여겼으며 직접 혼자서 나타난다면 이미 자신에 대해 알려진 것에 근거해 이올라움이 공격해 올 확률이 매우 높다고 여겼다.


카서스는 스크라이어 부족의 숲으로 향하기 전에 몇 가지의 할라스터 블랙클록을 쓰러뜨릴 방법들을 생각했고 도박을 하는 심정으로 움직여야 됨을 알았지만 그래도 약간의 대비를 할 필요는 있었다. 이올라움을 어떻게 할 생각은 없었다.


어차피 이올라움을 적대하기에는 자신이 저지른 일이 더 컸기 때문에. 비록 그 일을 일으킨 이유가 사실상 이올라움의 잠적 때문이라도. 그걸 수행한 것은, 70년 전 스스로가 봉인한 주문을 사용한 것은 자신이니까.


그리고 네서릴의 마법사들이 날뛰게 하는 게 바보짓이라는 건 지겨울 정도로 알고 있고 마법사들 자신도 알고 있을 것이다. 지금처럼 어둠 너머에서 적당히 움직이는 게 가장 좋다. 네서릴의 남은 자들을 좀 더 살기 좋은 곳으로 이주했다고 배신자로 몰 생각은 없으니까. 하지만 현재 자신을 극단적으로 경계하고 있는 게 분명한 이들과 쉽게 협력하기는 어렵고 그 와중에도 시간은 흘러간다.


할라스터 블랙클록은 자신을 인식했기에 협력의 절차가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그의 군단은 어마어마해질 것이다. 물론 빠르게 협력이 될 확률이 없는 건 아니나 어렵다. 오히려 시도할 경우 협력은커녕 경계를 넘어서 철저한 적대상황이 되어 오히려 이올라움마저 노출이 된다면 할라스터는 대체 얼마나 되는 클론들을 만들어 낼 것인가.


카서스는 최악의 사태를 대비해 하나의 작전을 세웠고 그리고 이곳에 왔다. 그리고 기절한 유노 스크라이어를 향해 움직이는 이들의 생각과 행동을 약간 흔들어놓고는 유노를 침상에 던져 넣고 깨어나기를 기다린 후 갑자기 모습이 보이면 다시 기절할지도 모른다고 판단, 일어난 것을 확인하자 목소리만 들리게 하다 자신을 드러냈다. 이번에도 기절했다면 다른 사람을 찾아야 했겠지만.


이건 정말로 최악의 사태를 대비한 것이다. 부디 이 준비가 사용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카서스는 유노의 반응을 살폈다.


유노는 다소 당황했다. 무엇 때문에 저런 자가 자신에게 거래하자는 것인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분명히 현재 유노의 위치는 별로 좋지 않다. 이 자가 대체 뭘 원하는 건가?


“당황하고 있는 게 뻔히 보이는군.”


카서스가 말하자 유노는 아예 생각을 멈추곤 카서스를 바라봤다. 어차피 현재로서는 뭘 말하려 하는지 모른다. 게다가 저건 상식 밖의 존재. 현재 흘러가고 있는 상황의 주도권은 모조리 저 자에게 있다.


“그래. 이제 좀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된 것 같군. 솔직히 난 많은 인내를 하고 있었다네. 자네의 정신을 제압하고자 하는 욕망까지 들고 있더군.”


유노는 순간 사고가 복잡해졌으나 카서스가 손뼉으로 한 번 박수를 치자 정신이 다시 냉정을 찾기 시작함을 알았다.


“자, 그럼 거래를 할 건가, 말 건가?”


“무슨 거래를 말합니까?”


유노는 그렇게 쏘아붙였지만 카서스는 그저 조용히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카서스가 말했다.


“자네가 할 수 있는 일 이상의 것을 요구할 생각은 없다네. 하지만 그 일을 해준다면 그 대가는 자네로서는 이룰 수 없는 것임을 이해하게.”


자신이 할 수 없는 것을 할 수 있는 자가 어째서 자신에게 뭔가를 요구한다는 건가. 유노는 혹시 앞에 있는 자가 전설 속의 마왕이나 그에 준하는 자로 인간이 알아내지 못한 부분에 대한 것-예를 들어 영혼이나-을 요구하지 않을까 하는 기묘한 생각이 들었다.


“아니, 자네의 영혼 같은 것은 정말로 아무데도 필요 없는데. 그리고 꼭 가져야 할 필요성이 있다면 당장이라도 가져갈 수도 있고.”


“커억.”


유노는 헛기침을 했다. 생각이 읽히고 있다.


“그저 자네는 미드칠더로 돌아가서 일을 하나 해 주면 되는 것뿐이네.”


“무슨 일인 겁니까?”


카서스가 유노의 눈을 직시했다. 순간 번뜩이는 시선에 놀란 유노는 고개를 돌려 눈을 피했다.


“자네가 정말로 묻고자 하는 것은 그 일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그리고 그 일로 인해 세상이나 자네의 소중한 이들에게 어떤 피해가 돌아가거나 하는 것이겠지.”


유노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히려 이것은 자네나 다른 이들이 살아남기 위해서 해야 할 일일세. 거대한 힘을 가진 재앙이 우주선 내부에서 더더욱 강력해지고 있으며 그것은 수많은 악의적인 행동을 취할 걸세. 그 자가 우주선, 그래 자네들이 생각하기로는 ‘요람’이라는 로스트 로기아에서 무수한 파멸과 고통의 씨앗들을 이 세상에 나타나게 만들고 있네. 그것들이 풀려난다면 판도라의 상자는 그나마 희망이라도 있었지만……”


카서스의 눈이 먼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유노 자신이 현재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전망들을 보는 것 같았고 그것을 혐오하고 있는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가 진정으로 상대를 증오하고 있다고 유노는 생각했으나 동시에 자신이 그렇게 생각하도록 정신이 현혹되고 있는지도 염려스러웠다. 진실이라고 느끼고 있는 이 감각 자체가 속여지고 있는지 확인할 수 없는 이 상황에서 어째야 한단 말인가.


“자네는 제법 상대를 경계하고 조심스럽게 움직일 줄 아는 것 같군. 허나 그가. 그래. 자네도 잘 하면 그 이름을 알고 있겠군. 할라스터 블랙클록이라는 이름말이지. 만약 그가 자네를 죽이지 않아도 자네에게 남겨진 제법 많은 시간은 그저 살아남아 있는 상태로 걸어가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없는 걸로 변화되어 버리고 말걸세.”


유노는 자신이 들은 이름이 튀어나오자 더더욱 경계했다. 그가 자신의 기억을 읽고 일부러 자신이 반응할 만한 말들을 던져 함정을 파고 몰아넣고 있는지 두려웠다.


“자네는 이미 나와의 첫 만남에서 내가 그 끔찍한 실험들을 하지 않았을 거라고 추론할 충분한 증거를 얻었을 걸세. 그리고 할라스터 블랙클록이 순수한 광기로 가득하며 또한 스칼리에티를 기만하기 위한 실험을 반복하는 것을 무너뜨린 것 역시 나일세. 자네가 식견이 있다면 거기서 발견된 파괴의 흔적이 자네들의 상식으로는 일어날 수 없다는 것도 알았을 거야.”


분명 그 ‘실험실’에서 발견된 몇몇 흔적은 아주 거대한 기계들을 동원하지 않고는 나타날 수 없는 현상들이 있었던 걸로 보고되었다. 그러나 그 유리관들 사이에 기계들을 사용하는 것은 무리. 로스트 로기아나 기록상으로도 존재한 적이 없는 강력한 마법들만으로 가능한 것이라고 판명되었다.


“허나.”


카서스가 갑자기 말을 끊었다.


“이런 식으로 자네를 설득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촉박하군. 자네가 나를 돕는 것이 지금까지 시공관리국에서 일어난 가장 거대한 악행의 범인을 막는다는 것만 알아두게. 이 이상 넉넉하게 시간을 들여서 의심을 없애기에는 사건의 움직임이 빠르네. 그리고 자네는 조심성이 상당하나 그것이 단순한 주저로 나타나고 있군.”


카서스가 갑자기 손을 움직였다. 주변이 새까맣게 변했다. 어둠이 천막 내부를 감쌌으나 카서스와 자신의 몸은 시야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차가운 냉기가 감싸서 몸의 온기를 빼앗아가는 것 같았고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둠은 그저 불길하기만 했다.


“자네는 내 뜻대로 행동할 걸세. 그러나 나는 자네의 정신이나 육신에 나의 흔적을 남길 수가 없다네. 그건 미련한 짓이지. 내가 개입하고 있음을 알리는 바니까. 그래서 여기에서 먼저 자네가 할 일의 대가 중 하나를 지불하겠네.”


“어떻게 내가 하겠다고 생각하는 거지!”


유노는 순간 외쳤으나 카서스는 그저 유노의 근처에 다가왔을 뿐이었다. 순간 얼어붙을 것 같은 냉기는 사라지고 다시 몸에 온기가 돌아와 약간의 여유가 생겼다. 그리고 어둠 속에서 희미한 빛이 자신들 앞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 빛은 인간 형태였는데 머리가 있을 부분이 금빛이라는 것 말고는 알아보기 어렵게 뿌옇고 흐릿했다. 그러나 기묘한 익숙함에 유노는 전율과 공포를 느끼며 카서스를 돌아봤으나 카서스는 그저 웃고 있다 그 빛 쪽으로 걸어갔다. 카서스가 떨어지자 다시 엄습하는 냉기에 유노는 카서스의 옆으로 뛰어갔다.


-당신은 누구?-


그건 머릿속 아니 가슴속에 직접 울리는 것 같았다. 영적인 교감을 나누는 것 같은 처음 느끼는 감각이었다.


“그것보다는 내 옆에 있는 이에 반가워하는 게 낫지 않을까?”


-유노? 유노야?-


흐릿하고 잘 들리지 않는 목소리였지만 자주 들었던 목소리. 예전에 잠시나마 집무관을 해보겠다고 공부하러 온 그녀를 도와줄 때, 만약 그녀가 아니고 다른 험악한 인상의 사람이었다면 지겹게 느껴질 정도로 들은 목소리. 1년 전 사건 후 집무관보다는 스스로의 공포를 넘어서려던 것 같았지만.


“페이트야?”


-그래.-


유노의 질문에 답해왔다. 유노는 다시 카서스를 돌아봤다. 공포와 희열이 섞인 채 정신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어놓고 있었다.


“자, 페이트 테스탈로사 하라오운 양. 자네가 평온하고 영원한 안식에 만족한다면 상관은 하지 않겠다만 자네는 어떤 결정을 내리겠는가?”


카서스는 다른 많은 것들을 물으려는 유노를 제지하고 말했다.


-제가 무슨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건가요?-


“다시 생을 구가할 것인지 아니면 다시 평온하고 영원할 안식으로 돌아갈 것인지를 묻고 있네.”


유노는 멍하니 서 있었다. 이 자는 지금 죽은 자를 부활시킬 수 있다는 건가? 시체도 뭣도 남지 않은 상태의 존재를? 그 프레시아 테스탈로사조차 아리시아 테스탈로사의 육신만큼은 보존하고 있었는데?


하지만 이미 자신은 눈앞에 있는 이해할 수 없는 뭔가가 페이트라고 인정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게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카서스라는 자가 자신의 상식 밖의 것을 해주겠다고 말한 것을 분명히 기억하고 있었으며 ‘괴인’들이 이해 불가능한 일들을 저질렀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하하하.”


유노는 힘없이 웃었다.


-하지만 전 도움이 되지 못했어요. 아무 것도 하지 못했어요. 전 약해요.-


“강하다고 해서 도움이 안 되는 경우가 더 많네. 아니 강하기에 도움은커녕 민폐나 끼치는 인간들이 훨씬 많지. 그러나 약함에도 불구하고 자네는 누군가를 도우려는 선의가 있네. 그렇다면 그 뜻을 이루기 위해 다시 한 번 세상으로 나오는 게 어떤가?”


-그러나 전, 전 태어나면서부터 저의 두 어머니 중 한 명에게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했어요. 그리고 일 년 전에는 짐이 되어버렸고요. 그리고 마지막 순간에도 주변을 경계하다 그냥…… 아무것도 못하고……-


목소리는 주저와 염려와 자기혐오가 가득했다. 유노는 페이트의 환영에게 손을 뻗었으나 오싹한 냉기에 다시 카서스의 옆으로 돌아서버렸다. 순간 자기혐오가 치밀어 오른 유노는 이번에는 작정하고 페이트의 환영에게 다가갔다. 몸 전체가 얼어붙어가고 생명력이 빠져나가는 것 같았고 시야가 흐려지고 힘은 빠졌으나 조금이나마 손을 뻗었다. 카서스는 그걸 쳐다보다 말했다.


“어린 아이들의 무지와 어린 아이들의 만용에 찬미를 던져야 할 지 격렬한 비난의 불길을 던져야 할 지 고민하게 만드는군. 자네들은.”


카서스는 유노에게 다가와 그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유노는 다시 온기가 전신을 돌고 생기가 올라옴을 느꼈다.


“거기 자네. 어린 소녀여. 자네는 자네가 직접 도움이 되는 것을 찾고 있어. 그러나 그것은 상관이 없네. 인간이 스스로 도움이 되는 현장을 확인하는 것에는 한계가 많다네. 허나 단지 거기에 있는 것만으로 사람들이 안심할 수 있는 존재가 있네. 그리고 사라져버리면 사람들을 혼란에 빠뜨리는 존재가 있네. 자네 역시 지금 당장 자네에게 다가가려하는 이 소년의 무모한 행동을 본다면 자네가 스스로 생각하는 것만큼 초라한 존재가 아님을 알 걸세.”


순간 유노의 눈에는 페이트의 환영이 뚜렷해지고 선명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자, 어쩔 건가?”


-전 그저……-


“답답한 아이로군. 자 결정을 하게. 자네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바로 앞에도 있지 않은가. 변명을 하려면 제대로 되고 설득력이 있는 걸 떠올리게. 시간이 무한하다고 해도 기회가 무한할 리 없지 않은가.”


-알겠습니다.-


순간 어둠이 물러가고 환하나 눈을 자극하지 않는 빛이 천막 내부를 감쌌다.


“천을 하나 주겠나?”


유노는 잠시 멍하니 서 있다 그것이 자신에게 하는 말임을 알았다.


“뭐 저 아이의 나신을 구경하려한다면 상관은 없겠지만.”


유노는 당황하면서 모포를 꺼내왔고 카서스는 빛의 중심부에 모포를 던졌다. 그리고 빛이 사라지고 모포를 둘러싼 페이트가 있었다. 유노가 수많은 감정을 가지고 그녀를 쳐다보았다. 묻고 싶은 말들이 많았으며 또한 미지의 세계에 대해 호기심이 생겼다. 그래서 그녀에게 다가가려 할 때였다.


“자, 이건 거래 전의 선물이네. 어쩌겠는가? 자네는 스스로 방도를 얻을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간절히 구하길 원하는 이들이 더 있을 텐데?”


유노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도저히 어쩔 수 없었다. 이 거래가 어떠한 파멸을 불러도 자신은 절대로 이것을 거부하지 못할 것이다. 유노는 말했다.


“거래하겠습니다. 그게 뭘 요구하든지!”





카서스는 몇 가지의 지시 사항과 주의할 점들을 언급하고는 천막 밖으로 나왔다. 그는 하늘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한숨을 내뱉었다.


“알고는 있었지만.”


시간은 그다지 없었다. 그리고 이 소년을 이용한 계략은 정말로 최악의 상황에서나 사용해야만 한다. 그러나 이미 모든 것은 최악으로 흘러가고 있는 게 눈에 보이는 것 같다. 그래도 움직이는 수밖에.


“그나저나.”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혼자서 행동한 적은 많았으나 그가 부탁을 하면 들어주는 이가 많았고 그가 말하면 대부분이 믿었다. 실제로 이올라움을 뜻에 따르는 이들 중 한 명이라도 자신에게 손을 뻗어 그들이 쌓아둔 것들을 사용할 수 있었다면 이런 시간 낭비를 할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아이를 설득하기 위해 죽은 자를 되살리는 위업을 보여야하고 다른 것들을 해줄 것을 제시해야만 하다니. 물론 그들의 정신을 조종하는 것은 간단하나 그래서야 계획에 문제가 생긴다. 옛날에는 자신을 위해 도와줄 세력을 구하는 것은 오히려 상대측이 바라는 일이었다. 그것이 이해타산이 맞는 일인 경우가 많아도 진심으로 하나의 이득을 취하지 않고도 자신을 따라 움직여주는 이들이 있었다.


지금은 그저 혼자일 뿐. 아무도 도와줄 이는 없었다. 그저 상대와 스스로의 거래가 서로에게 이득이 된다는 것을 증명하거나 상대에게 마법을 사용하거나 긴 시간과 준비를 해서 설득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되지 않고 있다.


“몰락했군.”


스스로에게 그런 말을 던진 후 카서스는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확실히 위대한 마법사는 몰락했다. 분명 자신의 마법은 더 강해졌으나 적은 더 위협적이 되었으며 도와줄 만한 가능성이 있는 자는 자신을 경계하고 있으며 그를 설득하기에는 아무리 봐도 시간이 부족해 보인다.


“그래도.”


움직이기는 해야겠지. 사태는 이미 어찌될지 모르겠지만, 이대로 가만히 절망에 빠져 있다가 더 큰 절망으로 굴러 떨어져 진정으로 아무것도 못하게 되기에는 자신은 너무나 현명했고 너무나 강하니까. 카서스는 한숨을 내뱉고는 주변을 살폈다. 그리고 저 먼 곳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이제 이올라움과 만나야 할 시간이 되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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