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질대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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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빛의추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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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14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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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2부]삽질 대마법사들 이야기 16화

DUMMY

16화





카서스는 타인을 겁내지는 않으나, 대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아이들이 뭔가 말하기를 기다렸다. 아이들 중 가장 어린 측은 호기심이 가득한 눈으로 바라봤다. 조금 나이든 아이들은 알지 못하는 이에게 말을 걸고 안내할 책임을 떠넘기려는 듯 눈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이대로 아이들의 움직임을 가장 태초의 음과 양의 대립부터 현대와 그리고 미래까지 이어질 자아들의 싸움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에 참고 사항으로 분류하는 것 역시 나쁘지는 않은 생각 같았지만 이미 미스트릴의 지식을 손에 넣어 거의 전지에 가까운 지식을 가졌기에 참고사항으로 머릿속에 카테고리를 만들어봤자 별도움이 안 될 것을 알고는 먼저 용건을 말하기로 했다.


“부족장되는 분을 뵙고 싶은데 어디로 가면 되지?”


한 아이가 손가락으로 한 방향을 가리켰다. 조금 덩치 크고 지도력이 있어 보이며 제법 나이가 많아 보이는 아이가 방금의 천진난만한 아이를 나무라려다 카서스를 보더니 말을 멈췄다. 카서스는 살며시 가짜 미소를 짓고는 아까 지목된 방향을 향해 걸어갔다. 뒤에서 아이들이 따라오고 있었다.


“저, 저기.”


아까 화를 내려던 아이가 말을 걸었다.


“무슨 용건이신가요?”


어느 정도는 책임감과 사회에 대해서 감으로나마 느낄 정도는 되지 않을까. 하긴 그러니 타인에게 중요정보를 누설하려 하지 않을 정도의 지성과 이미 늦은 것에 대해 체념할 줄 아는 거겠지. 카서스는 그렇게 추측하면서도 시간을 전혀 들이지 않고 간단히 즉석에서 하나의 답변을 말했다.


“그냥 역사의 비밀을 탐구하는 학자 중 한 명이 마침 이곳에 온 것에 불과하지.”


소년은 잠깐 카서스의 말에 신경 쓰다 어설프게나마 이해했는지 다음 말을 했다.


“이름, 아, 아니 성함이 어떻게 되시는가요?”


“볼로, 볼로 게담이라고 하지.”


카서스는 가짜 신분증을 보여주며 말했다.





할라스터는 천천히 눈을 떴다. ‘요람’이라 불리는 이 숨겨진 이동요새-그나 그와 비슷하거나 그 이상의 자들에게는 의미가 흐려지긴 하지만-는 동시에 그 광대한 크기와 뛰어난 시설로 자신의 연구를 계속하기에는 좋은 장소였다.


노란색 금속들로 감싸인 이 별로 재미없어 보이는 균일성을 자랑하는 곳을 살펴보던 그는 옥좌에 묶인 채 멍한 눈으로 앞을 바라보는 소녀에게 잠깐 시선을 돌려 손짓을 했다. 소녀가 뭔가 중얼거렸고 벽들 사이에서 또 다른 벽들이 나타나고 사라지길 몇 번 반복했다. 소녀나 할라스터나 아직은 이 ‘요람’이라는 것에 대해 완벽히 파악은 하지 못하고 있기에.


그 작업을 반복하면서 시간을 보내던 할라스터는 자신의 정신력이 어느 정도 회복되었음을 깨닫고는 전투에 참가하기 전에 챙겨뒀던 실험체들이 담긴 유리관을 꺼냈다. 그리고 이리저리 유리관들을 배치하다가 제일 스칼리에티였던 석상을 한 번 바라봤다. 그리고 스칼리에티가 가져왔던 시험관 중 소녀를 만들고 남은 하나를 떠올렸다.


제일 스칼리에티는 프로젝트 F 즉, 기억을 가진 클론을 이용해 자신을 처리하려고 했던 것 같았다. 그것도 자신의 클론으로. 나쁘지 않은 계획이었지. 실패할 수밖에 없는 것이기는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던 할라스터는 이미 자신의 손 위에 와있는 시험관을 바라봤다. 그는 소녀에게 다가가 말을 몇 번 걸었다. 처음에는 ‘요람’ 안에 탑재된 금속 병기들이 나왔으나 그건 할라스터가 원하는 것이 아니었다. 할라스터는 프로젝트 F의 결과이기에 어느 정도의 지성은 있다고 소녀에 대해 판단하기는 했지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정확하게 파악하지는 못한다고 여겼다. 자신이 걸어둔 정신 제압의 영향도 있겠지만.


할라스터는 오랜만에 인내심을 나타내기로 했다. 그는 여러 번 소녀에게 명령을 내렸고 소녀가 원하는 것을 내놓지 않음에도 징벌하지 않았다. 그는 지금 당장 소녀를 죽이고자 싶은 마음과 소녀의 영혼을 파괴 시 나타날 현상에 대한 광기와 같은 아니 이미 광기인 탐구욕을 자제하며 계속 지시를 내렸다. 마침내 실험체들을 보관할만한 보존액들과 유리관들이 놓여있는 시설을 할라스터의 눈앞에 끌고 오는데 성공했다.


“나쁘지 않군.”


할라스터는 유리관들을 살펴봤다. 아까의 금속 병기들 자체는 아무런 쓸모가 없다. 당장은. 물질 자체의 구성을 바꾼다면 모를까. 그런다 해도 클론이 제법 있어야 할 법한 일들. 할라스터는 다시 제일 스칼리에티였던 석상을 한 번 봤다.


프로젝트 F의 성과를 보이는 것은 여기 있는 시설들만으로도 어떻게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기에 제일 스칼리에티가 이곳을 찾아왔던 것이겠지만. 할라스터는 제일 스칼리에티가 생각하던 이론을 이미 파악하고 오히려 자신의 마법으로 보완할 방도까지 알고 있었다.


그는 소녀에게 다시 말을 걸었다. 유리관들과 보존액들이 더 많이 나타났다. 할라스터는 조용히 웃었다.


“자. 내가 보여준다고 선언했던가? 석상? 그래. 자네는 자네의 계획이 이루어지는 것을 볼 걸세. 그 끝은 다르겠지만.”


할라스터는 그렇게 말하고는 필요한 재료들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역시 가장 간단하고 빠른 방법을 위해 선택할 만한 재료는 살아있는 인간이었다. 하지만 지금 당장 행동할 수는 없다. 일부러 추적을 피하기 위해 한 번 자살했고 클론들을 잃었다. 일처리는 조용히 해야했다.


“일단 변경에서……”


한두 명 정도를 잡아와 실험해 본 다음 결과를 내자. 결과에 만족할 만하다면 일부러 혼란을 일으켜 그 틈을 타 납치를 시작하자. 혼란을 일으킬 패는 마침 하나 있다. 수호룡을 부른다는 소녀의 뇌수. 그것에 마법을 걸어 수호룡이 날뛰며 시선을 끄는 동안 계획을 밀고 나가도록 하자.





벨러드는 앞에 뜬 영상을 바라봤다. 아직 기동 6과에 복귀하기 위해서는 약간의 시간이 있었다. 자신을 그렇게 요주의로 보는 건지 아니면 일이 너무 많아져서 불러들일 생각도 안 하고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자청해서 휴가를 반납할 생각은 들지 않았고 지금 나오는 영상의 주제도 신경을 끄기가 어려운 것이니까.


-아, 그러니까 박사님께서는 DTMM에서 주도하는 이 디멘션 게이트(Dimension Gate)프로젝트, 통칭 ‘링’ 프로젝트에 주의를 기울여야 할 때라고 생각하는 건가요?-


상당한 미모를 갖춘 여자-아마도 진행자-의 질문에 나이가 들어 보이는 노인이 말을 받았다.


-모든 관리차원을 긴밀하게 연결하며 외견이 반지 같다고 ‘링(Ring)’이라고 불리는 이 대규모의 프로젝트가 고작 1년 만에 완공되려고 하고 있습니다. 시공관리국의 불상사가 많은 세계의 사람들에게 주목을 받고 있는 이 시점에서-


반지라, 하긴 자신은 도넛 모양 같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벨러드는 잠시 웃었다.


-분명 모든 관리차원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이 시공관리국의 불상사로 인해 일어날 일들은 역사적으로도 중요한 일이겠지만 이런 때일수록 다른 곳에서 조용히 모습을 드러내는 일에 대해서……-


노인의 말은 길었고 처음에는 잘 듣던 이들 다수가 어느새 어떻게 그의 논리가 진행되고 있는지를 잊기 시작했다.


-자, 그럼 다른 분의 의견을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 말과 함께 다소 젊어 보이는 남자가 무표정한 얼굴로 일어섰고 벨러드는 웃음을 터뜨렸다.


“‘비숍’이잖아. 저런 데서 뭐하는 거……”


벨러드는 말을 하면서도 그 이유를 알고 있다는 것을 떠올리고 다시 영상에 집중했다.


-저는 DTMM에서 파견된……-


어떤 이름을 댔으나 그것이 거짓이라는 것을 벨러드는 잘 알고 있었다.


-그러고 보면 DTMM의 뜻이 뭔가요?-


일단의 소개가 끝나자 여자가 물었다.


-저희는 기본적으로 재단으로서 이 DTMM이라는 말은 저희 재단 창립자이신 분의 이름의 약자입니다. 그리고 우리 DTMM재단은 시공관리국 창설과 거의 동시부터……-


‘그분’의 이름의 이니셜이다. ‘그분’의 이름을 질문하지 못하도록 다른 쪽으로 주제를 돌렸군.


-이 ‘링’ 프로젝트라는 거대한 작업을 하기 위해서 나온 자금의 출처는 뭐요?-


노인이 말했다. ‘비숍은 곤란한 척하며 눈을 손으로 잠깐 가린 채 얼굴을 노인에게 향했다.


-직접적이고 경솔한 질문은 하지 말아주셨으면 하군요. 저는 그저 DTMM이 미래를 생각하는 진보적인 성향을 가졌다는 것만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비숍’은 손에서 눈을 뗐지만 벨러드는 알 수 있었다. 손가락 사이를 통해 노인의 눈에다 능력을 사용했다는 것을.


-음……어쨌든 곧 완공될 ‘링’에 의해 모든 관리차원으로 실시간 이동이 가능해지면서 많은 여파가 생길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노인의 이야기는 어떤 생각으로, 노인 자신의 논리로 전개하려 할 때 마다 할 말을 잃은 것처럼 멍하게 있는 경우가 많아졌으며 그것은 실제로는 노인보다도 늙고 교활한 ‘비숍’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었다. 노인의 지위는 높은 듯 답답해져가는 그의 말에도 한동안 참견하는 사람은 없었으나 이윽고 불만이 가득해 보이는 이가 일어서서 ‘비숍’을 향해 말을 걸었다.


-‘링’으로 인해 관리차원들의 무한한 거리가 0이 되는 것의 위험성에 관해서 질문하고 싶습니다.-


그 답은 ‘비숍’이 능력을 사용해 유도할 필요도 없이 명백한 것이었으며 학계의 유명 인사들이나 전문가들 사이만이 아니라 대중들 사이에도 알려진 사실이었다.


- ‘링’의 안전장치는 남아있는 모든 쥬얼시드에 마력을 부여해 폭주시켜도 안전하다는 것은 이미 아는 사람은 다 알고 있습니다만.-


벨러드는 영상을 껐다. 자신의 디바이스에 통신이 하나 연결되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DTMM의 인지도는 20여년, 이미 죽은 ‘나이트’의 말대로라면 211년 전처럼 올라만 가고 있다.


“무능한 시공 관리국 같으니라고.”


벨러드는 그렇게 말하곤 디바이스를 눌렀다. ‘킹’이었다.


“용건이 뭔지 빠르게 이야기해주셨으면 하군요?”


-자네는 더 이상 나에게 존칭을 붙일 필요는 없다네. ‘폰’이 승급해 ‘퀸’이 된 이상 말이지. 또한 ‘나이트’에 대한 일은 넘어가겠네. 그가 더 이상 엘콰이어 제국에 대한 원한을 갖고 있지 않았음을 추측할 만큼의 정보도 모였지만.-


벨러드는 등골이 오랜만에 등골이 오싹해졌으나 곧 그 얼어붙은 기분을 녹이는 데 성공했다.


“단순한 확인 같은 걸로 연락하기에는 지금이 제일 바쁠 때 같습니다만. 마무리 단계니까요.”


- ‘링’의 술식이 완성되었네. 이제 어떤 상황에서든 ‘그분’의 뜻대로 ‘링’은 움직이겠지. 일단 관리차원에서 다른 관리차원으로 이동하기 위해 일반적인 상황에서 사용될 프로그램 역시 완성되었네. 하지만 아직 우리들 외에는 아는 이가 없어. -


“그렇다면 일단 앞으로의 관리차원의 상권에 대한 대부분의 권리가 우리 손에 들어오겠군요.”


이미 ‘킹’이 알고 있는 말을 떠들어댔지만 ‘킹’은 그걸 지적하기보다는 다른 것을 우선시 할 것 같았다.


-시공관리국이 저 모양이 된 이상 우리가 대중을 압박할 무력은 사실상 사용할 수가 없다고 생각했지. 그런데 ‘비숍’이 심어둔 ‘씨앗’들이 좋은 정보를 포착했네. 하나하나만 봐서는 알 수가 없었지만 단편적인 사실들을 조합했다네. 시공관리국 내부에서 부패한 걸로 보이는 불우한 이들, 그러니까 세 제독, 아니 지금은 두 제독을 축출할 움직임이 있어.-


“쿠데타라는 거군요.”


-그렇네. 그리고 그 명분이 있는 ‘증거’가 움직이고 있는 경로를 최대한 빨리 보내주겠네. ‘증거’는 가방 안에 있는 것 같으며 시공관리국 본국 안에 놔두기에는 위험하다고 그 모의자들이 판단했는지 당장은 위치를 알 수가 없다네.-


“어떻게 행동할 것을 요구하시는 겁니까?”


-상황이 더 나빠지지 않는다면 그들의 쿠데타가 성공하도록 돕게. 자네의 능력들은 분명 비숍과 룩의 것일 테니 충분한 조력이 될 걸세. 곧 휴가도 끝나는 걸로 알고 있으니. 하지만 만약……-


벨러드는 그 다음에 나올 말을 이미 알고 있었다. ‘킹’은 참 오랜만에 다소 주저하고 있었다.


- 상황이 더 나빠진다면 ‘증거’를 가져오게. 그 이유는……-


벨러드는 답답해졌기에 ‘킹’이 할 말을 대신했다. 벨러드의 생각에 ‘킹’은 동의했다.


- 물론이네. -


실제로 시공관리국을 설립하고 200년 이상 지켜본 ‘킹’인 이상 다소의 아쉬움 정도는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자네는 예전처럼 행동하면 된다네.-


“그림자에서 그림자로. 세상에 퍼지지 않도록 말이군요.”


‘킹’은 그 말을 듣고는 일방적으로 통신을 끊었다. 벨러드는 디바이스를 창의 모습으로 바꿔봤다가 일어섰다. 이제 할 일은 많아졌으니까.





울리사리드의 소서러는 자신의 모습을 인간들에게서 감춘 채 하나의 빌딩을 바라봤다. 저 안에 목표가 있다. 엘더브레인의 상태를 좋은 쪽으로 바꿀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며 그 가진 바 재능을 제대로 쓰지 않아 분노하게 만들던 ‘완벽한 자’ 중 하나가 있다.


현재 이 미드칠더라는 곳의 치안 체계를 주도하는 단체는 인간들에게 불신 받고 있는 상태이기에 엘더브레인과 어리석고 나약한 일리시드들에 대한 염려는 조금이나마 덜해져 있었다. 그는 ‘완벽한 자’ 파라곤 일리시드가 나타난 위치를 알아차리자마자 여러 가지 전략을 구상하며 파라곤 일리시드 옆에 있는 붉은 머리의 인간 소서러를 주의했다.


인간 소서러와 파라곤 일리시드의 관계는 주종관계가 아니었다. 파라곤 일리시드는 오히려 그 인간 소서러를 주의하는 듯했으며 가능한 인간 소서러의 뜻을 따르는 뜻했다. 그 인간 소서러의 마법적 힘은 자신보다 그다지 강해보이지 않고 비슷한 정도였기 때문에 울리사리드의 소서러는 그가 인간이 아닐 거라는 추측을 하고 있었다.


단순한 인간이었다면 망설이지 않고 파라곤 일리시드를 사냥했겠지만 현재 정체를 가늠하기 어려운 사냥감의 협력자를 떼놓을 수단이 필요했다. 뭔가 일이 터지면 좋겠지만 그런 걸 기대할 상황은 아니다. 전술을 보강할 준비를 하고 상대의 움직임을 계속 살펴야 한다.


그래. 이 미드칠더에 대혼란이 벌어지지만 않는다면.





생명장치가 꺼진 우주선 내부에서도 그들은 전혀 움직임에 지장을 받지 않고 있었다. 와이트의 리더는 이제 일반적인 인간과는 완벽하게 구별이 가는 자신의 모습을 거울의 파편을 통해 바라봤다.


피부는 말랐고 뼈와 가죽 사이에 있어야 할 근육과 살점이 소진된 것 같았다. 그럼에도 근력은 전혀 줄지 않았다. 오히려 더 강해졌다. 이제 알 사람은 다 아는 인간의 잠재적 힘이 이미 죽어버린 자신의 몸에게는 더 이상 데미지를 주지 않기 때문인지도 모르지만.


일단 좀비보다는 상황이 좋았다. 일단 처음에는 사실상 다룰 수 없었던 디바이스를 사용해 마력탄을 조금 둔한 상대에게는 정확히 맞출 정도의 능력 정도는 쌓을 수 있었다. 하지만 서서히 가슴 속에서 쌓여만 가는 절망과 살아있는 자들에 대한 분노가 정신을 침식해가고 있었고 제법 많은 이들을 죽여 동포로 만든 자신은 그나마 자제력을 발휘할 수 있었으나 자신이 동포로 만든 부하들은 자신의 지시에 의해 간신히 광기에 따라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증오가 이런 존재가 되기 전에 자신이 가졌던 시공관리국 국원이란 직책에 대한 자긍심을 이미 없애버렸다. 이성이 아직은 남아있지만. 물론 그 자긍심이 ‘신참’이 가져온 정보에 의해 깨졌을 가능성도 있다. 그게 뭐 어쨌단 말인가.


“미드칠더로 정말 귀환하실 겁니까?”


한때는 자신의 상관이 말을 했다. 그것에 긍정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어떻게?”


분명 시공관리국 국원들 내부에도 어느 정도 혼란이 있겠지만 그것이 원래 전함도 아닌 배의 침입을 허용한다고 생각하기는 어렵다만. 와이트의 리더는 ‘신참’을 바라봤다. 특히 그들의 눈에 서린 증오를.


“일단 그대의 지위라면 ‘신참’들의 소형 우주선을 시공관리국의 일 때문에 임시로 대여했다고 우길 수 있지. 소형에 시공관리국이라는 명분이 있다면.”


상관이었던 자는 그 정도 말로도 뒷일을 전부 예측한 것 같았다.


“하지만 ‘신참’들이.”


상관이었던 자가 말하려는 가로막으며 리더는 웃었다. 그리고 ‘신참’들에게 다가갔다.


“그대들은 참을 수 있나?”


“뭘?”


‘신참’ 중 하나가 반문해왔다.


“우리가 갖고 있지도 않은 생명이란 위대한 것을 그 육신에 담은 자들을?”


‘신참’들의 증오서린 눈빛이 더더욱 강해졌다. 그 눈빛만으로도 보통의 인간은 공포에 질린 채 도망치거나 주저앉거나 기절해버릴 지도 모른다. 또한 그것은 답이었다.


“일단 명령을 입력하는 속도는 느려도 저 소형 우주선들 분명 조종할 수 있다고 했지?”


‘신참’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따라라. 내 말을 따라라. 우리의 이성을 넘어선 이 분노를, 이 증오를 더 이상 감내할 수가 없지. 내 말을 전폭적으로 따른다면……”


일부러 말을 끊었다. 누군가가 침을 삼키려 했으나 생전의 움직임이 이미 죽어버린 몸에서 재현될 리가 없었다.


“아주 거대한 복수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수많은 이들이 비명을 지르겠지.”


말을 하면서도 이성의 편린이 자신이 복수를 할 자격은 없음을 외치고 있었으나 고조된 감정이 그 외침을 지워버렸다. 적의가 자신들을 지배하고 있었다.


“자 설명해주게.”


그 말과 동시에 상관이었던 자가 시공관리국에서도 일급 정보를 띄우며 몇 가지 정보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신참’들은 그 일을 행할 때 스스로의 존재가 말소됨을 알면서도 기뻐하기 시작했다.


미쳐있군. 와이트의 리더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그 계획의 발안자인 자신 역시 미쳤다고 확신했다. 뭐 그럼 어떤가.


“자, 제군들. 우리가 일으킬 일은 정말로 적절한 타이밍일세. 우리는 시공관리국의 이름으로 일을 저지를 것이고 이것은 불안을 마음속에 내포한 이들에게 강력한 혼란을 불러일으킬 것이야.”


그리고 그 혼란은 스스로의 기회이다.


“우리는 마음껏 살육할 걸세. 바보들의 피가 우리들의 손에 있을 것이며 바보들은 우리를 찬양할 걸세. 새로운 영원한 시간을 부여해준 우리들의 뜻에 불만을 품어도 거역하지 못할 것일세.”


리더는 이미 자신이 동포로 만든 자들에게 강력한 지배권이 있음을 더 이상 의심할 것도 없다고 믿었다.


“자 움직이세. 몸이 뻣뻣한 것에도 익숙해졌으니 빨리 움직일 수 있을 거야. 우리는 저 살아 있는 배신자들에게 마땅한 복수를 하면서 동시에 은총을 베푸는 걸세. 또한 열심히 배신자들에게 응징을 가한 자는 우리에게 주어진 능력을 사용해, 그래. 두 번째 설명이 되는군. 우리의 뜻에 거역하지 못하게 될 걸세.”


“오오!”


누군가 환호했다. 소리를 지른 자는 한 명이었지만 눈빛을 봐서는 모두 다 그 뜻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그렇게 증오와 권력욕이라는 욕망을 강렬히 퍼뜨리며 미친 죽은 자들의 배가 움직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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