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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빛의추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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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14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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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14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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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6.07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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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2부]삽질 대마법사들 이야기 7화

DUMMY

7화





하야테는 공중에서 천천히 땅에 내려앉았다. 시공항행선에서 전송된 위치는 늘 그렇듯이 공중이었다. 그게 안전하고 또한 자신의 실력을 믿고 있다는 증거임은 알지만 이 황사투성이의 대기에다 던져 주는 건 기분이 찝찝하지 않은가. 배리어재킷이 어느 정도의 여과를 해준다해도.


뒤에서 여럿의 기척이 느껴졌다. 볼텐리터겠지.


“그나저나 이렇게 출동해봐야 이미 건질 것 같은 건 없지 않을까?”


하야테는 긴장하지 않았음에도 자신의 말에 특유의 사투리가 사라진 것을 알아차렸다. 나노하나 페이트를 면회하러 갈 때 담당이 사투리를 전혀 못 알아들은 탓일까? 아니면 레지어스 중장이라는 거물이 직접 관리하기에 실수를 보이지 말자라고 생각한 게 이런 데도 반영된 걸까?


“그냥 기동6과가 설립되었고 부지런히 활동을 한다는 선전효과정도가 아닐까요?”


샤멀의 의견. 그녀는 맹한 데가 제법 있다. 특히 음식을 조리할 때는. 그러나 기본적으로 그녀는 볼켄리터의 정보 수집 및 보조주문과 통신을 담당했고 그런 과정상 유사 상황에서는 믿을 만한 참모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단 며칠 정도는 이 중국에 있어야 하니까 관광이나 하는 셈 칠까?”


농담이라는 거야 알겠지.


“무슨 소리이십니까! 우리 볼켄리터는……”


설마 아직도 농담에 적응을…… 하야테가 시그넘의 반응에 고민을 하자 시그넘이 무안한 표정으로 말했다.


“적절한 태클을 넣어달라고 한 적이 있지 않으셨습니까?”


아니, 내용이야 그래도 분위기가 너무 진지했어.


“우선 조사반에 가서 자료를 입수해야겠지? 나노하는 좀 있다 전송될……”


전원의 디바이스에 신호가 들렸다. 잠깐 전투 준비를 하던 볼켄리터들은 배리어재킷을 해제했다.


“하아”


하야테는 기력이 빠져나가고 있음을 체감했다.


“중국에 온지 이제 3분쯤 되지 않았나?”


고개를 끄덕이는 시그넘. 표정을 찌푸리는 비타. 미소 속에 표정과는 다른 감정을 담은 샤멀. 예나 지금이나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무표정의 화신 자피라.


“자.”


힘없는 목소리로 하야테는 말했다.


“미드칠더로 돌아가볼까나.”





“그럼 이제 어쩔까?”


옆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앞에는 뛰어가다 엎어진 채 굳어버린 몇 명의 승객들. 좌석에 앉은 채 기절한 승객들. 실수로 죽인 김에 식사나 하자며 두개골을 부숴서 뇌를 먹어치운 마법사 한 명.


“그 디바이스가 경고를 발함과 동시에 어딘가의 지부나 본부에 연락을 취한 것 같습니다.”


그 점을 알아채기 전까지만 해도 파라곤 일리시드는 정신지배로 몇 명의 인간에게 무장을 시키고 범행성명을 발표, 인질극을 벌이는 척해 그 틈을 노려 자취를 감춘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으나 이제는 무리.


“미드칠더에 완전히 도착한 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현재 이곳은 미드칠더에 도착하기 직전의 차원과 차원의 틈. 아까 전의 미드칠더에 도착했다는 안내방송도 혹시나 미드칠더에 잠입할 테러집단의 경계를 늦추기 위한 것일 것이다. 또한 유전자 검사를 한 것 역시 만약 테러가 일어난다면 빠른 역추적을 하기 위해서였을 테고.


“운이 없군요.”


“아니, 일단 여기가 미드칠더가 아니면 저놈들이 타고 온 경비행정이 있을 텐데?”


그래. 한 명 남긴 자를 실수로 죽이지만 않았다면 사용이 가능했을지도 모르지.


“우선 조종법을 파악하지 못했고 파악했다해도 이들이 미리 예정했던 행위를 수행한 걸로 속이지 않으면 바로 들통이 나겠지요. 그리고 지금쯤 미드칠더에서 인간들의 군대가 오고 있을 테고요.”


그렇다고 탈출할 수도 없다. 미드칠더에 아예 도착했다거나 생명체가 살아갈 수 있는 공간이라면 벌써 행동에 취했겠지만.


“차라리 마법사들이 남아있었다면……”


파라곤 일리시드는 잠깐 전의 일을 생각했다. 자신의 몸에 직격하는 마력탄들은 말 그대로 가렵지도 않았고 정신파 공격으로 대부분의 적들을 기절시킨 다음 작전을 짜려고 했으나 저 레드 드래곤답게 성격 급한 그레이트웜이 문제였다.


파라곤 일리시드는 뒤를 돌아보았다. 레드 드래곤답게 화염의 마법으로 통구이로 만들어버린 마법사들의 시체들이 있었다. 그래, 그 때 동료가 불꽃에 휩싸인 걸 보고 돌진해오던 녀석을 반사적으로 촉수로 내려쳐버렸고 그 녀석은 그 얄팍한 배리어재킷이라하는 갑옷과 몸이 두 쪽으로 찢어져 버렸다. 그 녀석 하나는 살려뒀어야 했는데.


“혹시나 묻지만 좌표만으로 공간도약을 할 수……”


“그런 건 드래곤 중에서 상 변태나 네서릴의 완벽주의에 미친 작자들이나 하는 거다. 한 번 가본 데라면 갈 수 있지만 난 못해.”


당신 그레이트 웜이잖아! 그 에인션트보다 두 단계 위인! 아, 그러고 보니 자신이 정련해서 만들어준 이미지를 통해 하르케기니아에서 지구로 갔던가.


일리시드는 분노하려는 정신을 가라앉혔다. 지구로 돌아가 봤자 사태의 변이는 없을 테고. 아니, 더 악화되겠지. 생명의 위기까지는 가지 않겠지만 제일 처음에 먹잇감이 넉넉하고 문명화된 곳에서 자유롭게 산다는 목표와는 한없이 동떨어진 게 되고 말겠지.


그리고 저 드래곤은 아무리 레드라지만 나이에 비해 너무 성격이 급하다. 아마 할라스터의 오랜 정신지배의 부작용이라고 생각은 하나.


“생각하신 것은 있습니까?”


“없지는 않아.”


머리는 상당히 돌아가기는 할 테니, 그래도 레드 드래곤의 그레이트 웜인 이상.


“역시 당근과 채찍을 사용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아아, 그렇군.”


답변을 들음과 동시에 파라곤 일리시드는 기절시킨 사람 중 일부를 깨워 하나의 영상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계산된 행동을.





카서스는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펜던트 모양의 물건들과 시계 모양의 물건들과 안경 모양의 물건들이 둘러싸인 곳에서. 그 물건들은 생김새와 같은 기능을 갖고 있지만 그것이 주된 기능인 것은 아니었다.


“미스터 엘민스터. 그렇다면 이건 어떻습니까?”


거짓 신분증에 기재된 이름에 그대로 속아 넘어간 점주가 한 방향을 가리킨다.


“이 제품은……”


마법사용의 프로그램이 담긴 디바이스부터 일상생활의 편의를 위한 보조형 디바이스까지 수많은 종류의 디바이스들을 활기차게 설명하는 점주.


“아, 그럼 이걸로 하신다는 거군요. 미스터 엘민스터.”


일상적인 기능에 도움을 주는 제품을 적당히 고른 카서스는 조용히 디바이스 전문점에서 벗어났다. 마법사용 디바이스는 특정한 허가를 받아야 사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하나 어차피 의미는 없다.


“역시 예상대로인가.”


그 ‘구조물’을 본 순간부터 의혹이 들었다. 그리고 디바이스 전문점에서 모든 디바이스를 완벽하게 조사-점주의 눈에는 훑어보는 걸로밖에 보이지 않았겠지만-한 그는 이 사회가 ‘누군가’ 또는 ‘누군가들’에 의해 굴러가고 있음을 확신하기 시작했다.


시공관리국 측의 일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그건 그저 시선을 돌리기 위한 수단일 뿐.


“하지만 그 은거자가, 국가 관련 일에는 전혀 신경을 안 쓰던 그 자가 이런 일을 할 것 같지는 않은데.”


옛 기억은 그렇게 말하고 있다.


“조금 더 확실히 알아봐야겠군.”


카서스는 그렇게 말한 뒤 뭔가 소란스럽게 떠드는 인파들을 잠시 살펴보다 시공관리국 본국 행 티켓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일단 볼켄리터와 나노하 대원이 돌아올 때까지는 이 멤버밖에 없군요.”


풀숲이 우거진 곳 사이에 만들어진 공터. 잔디만이 깔려진 곳에 집합한 기동 6과의 대원들. 페이트는 잠시 요주의 대상을 쳐다보았다.


기쉬 드 그라몬.


자신의 양오빠인 크로노는 어둠의 서 사건 멤버이며 ‘1년 전 사건 멤버’이기도 한 자신과 다른 이들에게 그에 대해 조사해 줄 것을 요청했다. 레지어스 중장이 기동6과를 직접 지휘하러 온 이상 크로노 본인이 영향을 미칠 수는 없었으니까.


그렇지만 자신이 할 수 있으려나. 페이트는 고민을 했다. 중국에 파견된 멤버를 제외하고 크로노 측은 자신밖에 남지 않았으니 어떻게든 정보를 손에 넣기는 해야 할 텐데.


볼 때마다 수련에 열중하는 사람에게 뭐라고 하기는 그렇다.


“자. 자. 페이트양. 지금은 임무랍니다. 훈련 중이 아닙니다.”


재훈련을 맡아준 교관 벨러드의 말.


“전에 패배한 기억은 쓰라리겠고 그걸 이길 방법을 생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기를 놓칠 수는 없지 않습니까?”


벨러드는 크게 손을 벌리며 주변의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다가오기 시작한 자들은 경계해 둘 필요가 있는 제스트 그란가이츠와 어떤 전투법을 사용할 지 모르는 신기술이 도입된 전투기인 긴가.


“일단 다른 일이 오거나 볼켄리터가 오기 전까지 포메이션이라도 연습해보자고 온 거 아니었나요?”


교관 출신이라선가, 아니면 이 남자의 천성인가. 사태를 주도하는 데 능숙하다.


“그럼 우리 전원이 일정한 적을 상대로 포메이션을 짜는 게 어떨까 싶긴 한데. 어찌된 건지 절대 다수가 근접전형이군요.”


벨러드는 곤란한 표정을 짓다 제스트를 향해 시선을 돌렸지만 제스트의 침묵은 깨어지지 않았다.


“일단 나름대로 팀워크가 되는 쪽끼리 나눠보는 게 어떨까요?”


페이트는 자신을 가리키는 벨러드의 손에 고개를 끄덕였다. 약 반 년에 가까운 훈련 중에 이 남자의 공격 타입은 잘 알고 있다. 나노하와 둘이서 협공을 해서 단 한 번도 이긴 적이 없긴 해도.


“자네 말이지.”


툭하니 튀어나온 말이었다. 누구의 목소린지 처음에는 알아듣지 못했다.


“왠지 실력에 비해 이름을 들어본 기억이 없는 것 같은데.”


잠시 뒤에야 제스트의 목소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후진 양성의 즐거움을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누군가가 강해져서 뭔가를 해나가는 걸 보면 성취감이 느껴지지 않습니까?”


약간의 주저도 없는 답변. 그렇기에 느껴지는 미미한 위화감.


“그런가.”


제스트는 다시 입을 닫았다.


“뭐, 그럼 일단 나름대로 팀워크가 맞는 저와 페이트양이 팀을 이루고 다른 분들끼리 포메이션을 짜서 훈련을 시작해보는 게 어떻겠습니까?”


팀워크라는 것은 중요한 것이지만 숫자 차이가 너무 크다. 그리고 저 제스트 그란가이츠는 역전의 영웅. 베르카의 기사다.


“아, 다들 표정이 굳어지셨군요. 그렇다고 여러분을 만만히 봤을 리야 없지요. 다만 지금 딱히 떠오르는 포메이션이 없는 것은 사실이잖습니까? 멍하니 시간만 축내기도 그렇고 말이죠.”


조금은 주변인들의 인상이 완화되었다.


“뭐 일단 마음에 안 드는 일이야 많겠고 훈련도 안 될 것 같으면 친목이라도 다져봅시다.”


상당히 정론적인 말. 상황에 적합한 정석적인 행동. 그야말로 교관의 행동이다.


“아, 저, 저기.”


긴가가 손을 들었다. 뭔가 말하려 했다. 떨리는 손이었다. 전투기인이라는 사실이 부담을 주고 있는 걸까. 순간 자신 역시 별 다를 바 없는, 그저 운이 더 좋았을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페이트는 간신히 눈이 흔들리는 것을 막았다.


“무슨 일이라도 있니?”


호감과 동정과 동질감이 섞인 목소리에 긴가의 손의 떨림이 멈췄다. 긴가가 다시 입을 열려고 했다.


그 때, 하필이면 그 때 사이렌 소리가 울려 퍼졌고 레지어스 중장의 지시가 전달되었다. 전투요원 전부가 브리핑 룸으로 향하는 걸 보고는 아쉬움을 삼킨 채 페이트 역시 건물로 달려 들어갔다.


조항 때문에 마법은 쓰지 않고 브리핑 룸까지 도달. 숨이 차오른다. 스스로가 말하고 싶지는 않지만 아직은 어린 나이. 전력 질주는 조금 무리였는지도.


“비상사태다.”


“무슨 일입니까?”


레지어스 중장과의 친분이 뚜렷한 제스트가 먼저 질문했다.


“테러가 있었네. 희생자는 한 명이지만.”


기동6과의 설립목적은 테러와의 전쟁이 아닐 텐데?


“의아하게 생각하겠지만 희생자가 전설의 세 제독 중 한 분이라는 게 문제일세.”


순간 숨이 멎는 듯했다. 그 세 제독이?


“또한 이에 맞춰 리더급의 마인드 플레이어가 하나의 영상을 우리 쪽으로 수신했네.”


레지어스 중장은 우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러나 저 표정이 과연 진정으로 그의 마음을 대변하고 있는 것일까.


“일단 이번 문제도 지구에서 일어났다네. 아니 정확하게는 지구인들에게 문제가 일어났다네. 제독 중 한 분이 돌아가시자마자 긴급히 대테러대책을 시행한 우리는 또 하나의 역경에 도달했다네.”


또 뭐가 있는 거지?


“자네들은 다 알고 있겠지. 보라색의 마인드 플레이어. 그래. 그 리더급이라고 부르던가.”


단신으로 볼켄리터와 타카마치 시로를 농락한 터무니없는 괴물.


“그것이 출현했네. 미드칠더로 오고 있던 우주선에서.”


대테러대책이라면 공항에 도달하기 전 차원공간이나 우주공간에서 불심검문을 했으리라. 기업 단위건 국가 단위건 우주선의 항로는 정해져 있으니까.


“그리고 그것이 지금……”


레지어스 중장을 설명을 계속 하려다 그냥 하나의 화면을 띄웠다.


우선 눈에 들어오는 것은 불타 죽은 마법사들의 사체. 그 다음 기절해 있는 사람들. 그리고 리더급 마인드 플레이어. 그 앞에 묶여있는 붉은 머리의 미남자. 묶여있는?


“인질극이군요.”


“그러게 말이네.”


벨러드의 말에 레지어스 중장은 머리를 잡으며 말했다. 정말로 골치 아픈 듯이.





우울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둘러봐야 책밖에 없는 이 무한서고는 그 자체가 우울증을 유발한다는 소리까지 있기는 하지만 이건 너무 심하군. 그렇다고 나이도 어린 자신이 독려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뭣보다 전설의 세 제독 중 한 명이 테러에 희생되었다. 바로 오늘. 정말로 테러인지는 확인이 불가능하지만.


“아무래도.”


분명 레지어스 중장은 거물이다. 하지만 그가 전설의 세 제독을 건드릴 정도의 위치에 있거나 은원관계가 있는 것도 아니다. 게다가 지금까지 비밀리에 조사한다고 효율이 떨어지기는 했으나 1년 전의 스칼리에티 관련 말고는 나온 게 없다.


“헛수고 한 걸까.”


아니면 레지어스 중장이 그만큼의 실력자라는 걸까. 만약 레지어스 중장이 제독들을 건드릴 비밀병기를 조달-예를 들어 스칼리에티에게서 새로운 타입의 전투기인을 대여받거나-하는데 성공했고 더 높은 지위를 노리기 위해 테러를 가장한 암살을 일으킨다는 시나리오도 있을 법은 하나, 이쯤 되면 억측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겠지.


게다가 그녀의 죽음 뒤에 때 마쳐 모습을 드러낸 리더급 마인드 플레이어의 모습은 자신의 정신에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 레지어스가 뭔가 관련되어 있다고 해도 마인드 플레이어와 손을 잡지는 않을 거라는 확신을 가질 정보 정도는 손에 넣었으니까.


“뭐.”


그래도 조사를 시작한 지 오래된 것도 아니다. 그리고 아직 가장 유력한 자는 여전히 레지어스 중장뿐. 다른 단서 자체가 없는 판국이다. 의심 가는 구석은 있지만 그쪽에는 손 댈 권한이 없으니 잡고 늘어질 건 레지어스 중장뿐.


“그래.”


기동6과는 현재 일리시드 관련 문제와 드래곤 관련 문제로 바쁘다. 그에 맞춰 자신을 감시하는 시선도 줄어들었다. 이것은 분명 레지어스 중장이 자신을 감시하고 있다는 것이며 이 뭐가 뭔지 알 수 없는 일에서 어떤 의미로든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감시망이 약해진 이 틈이야말로 더 많은 양의 정보와 더 베일에 싸인 정보를 손에 넣을 수 있는 찬스다. 계속 조사를 하자. 그렇다면 반드시 꼬리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레지어스 중장이 이 일에 관련되어 있다는 증거와 어떤 식으로 관련되었는지를.





회의실은 어둡다. 바로 옆에 있을 이들의 얼굴도 보이지 않는다.


“그래. 지금까지 희생자는 얼마?”


‘킹’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 세 개의 손가락이 의미하는 것은? 설마 세 명은 아닐 텐데?”


이 어둠 속에서도 ‘킹’은 ‘룩’의 움직임을 읽고 있었다.


“그런가. 세 자리 수라. 평소라면 질책할 수밖에 없겠지만 방해꾼의 정체가 정체인 만큼 어쩔 수 없겠지.”


‘룩’은 자신의 옆에 있는 게 분명하다. ‘킹’은 ‘룩’의 맞은편에, 가장 거리가 먼 곳에 있을 것이다.


“아무튼 정체가 그런 것임에도 희생자 수가 의외로 적은 건 자네의 그 공작 때문인가, ‘비숍’?”


그는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동시에 이니셜이 C였던 한 명의 고급관료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 고급관료 역시 ‘괴물’을 저지할 방법을 찾고 있었으나 이미 ‘괴물’의 눈에 포착되어 있었기에 ‘사람지배’의 권능으로 ‘괴물’에 관련된 뒷조사의 책임자로 판단하게 정보를 왜곡시켜 이쪽의 희생을 경감시킬 수 있었다.


“‘나이트’는 여전히 우리들에게 반기를 들고 있는가?”


“네.”


어둠 속에서 보일 리 없는 킹의 시야가 뚜렷이 느껴졌다.


“‘폰’은 ‘나이트’의 처리에 도움을 줄 생각은 없다고 보이나?”


‘비숍’은 다시 고개를 끄덕이곤 부언했다.


“‘폰’은 자신이 ‘나이트’를 상대할 수 없다고 여기는 것 같습니다.”


‘킹’이 한숨을 내뱉었다.


“그럼 나나 ‘룩’이 나서지 않으면 안 된다는 소리인데. 허나 ‘링’의 일 때문에 ‘그분’의 수하들 중 움직일 수 있는 건 자네와 폰뿐일세.”


‘비숍’이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그분’이시라면 언제든지 가능하실 일일 것입니다만……”


“‘그분’, 플레이어께서는 우리 사이의 일에 관련하지 않으시겠다고 선언하셨네. 그리고 어차피 ‘링’의 완공이 끝나기 전까지 ‘그분’이 나설 일은 없을 것일세.”


룩의 기척이 느껴졌다.


“그래. 시공관리국 내부의 그 ‘괴물’은 우리 수준에서 어떻게 할 수 없어. ‘그분’이라면 모를까. ‘링’의 완성이 끝나기 전까지는 지켜보고 있어야 할 걸세. 시급한 건 ‘나이트’의 처리지.”


다시 원점인가?


“시공관리국을 이용하는 게 어떻습니까?”


어차피 그건 그저 텅 빈 가짜 성채이지 않은가.


“그 기관에 실제적인 의미는 없지만 아직은 버릴 패가 아니네.”


‘킹’은 말했다.


“그럼 어쩌실 겁니까?”


“제18관리세계, 엘콰이어 제국의 황제의 움직임이 포착되었어. ‘나이트’는 그에 대해 자신의 힘을 쓰기를 주저하지 않을 테고.”


그렇기 때문에 ‘나이트’를 처리하려 하지 않는가?


“걱정할 필요는 없네. 1년 전의 사건으로 시공관리국의 위상이 떨어지고도 관리세계들이 미드칠더에 반기를 들지 않은 이유는 하나뿐. 설사 황제가 ‘나이트’에게 살해된다 해도 당장은 설전만이 벌어질 걸세.”


그렇다. 시공관리국은 진정으로 허울뿐인 존재가 되었다. 하지만 전쟁은 터지지 않고 있다. 아직까지는. ‘링’이 완성되기 전까지는.




* 정규마스터님에 의해서 문피아 - 정규 - 미정 (bn_794) 에서 문피아 - 하 - 연재 완결(etc_fine) 으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8-06-20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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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52 도레.
    작성일
    08.06.07 12:42
    No. 1

    엘콰이어 제국은 뭐죠? 그리고 긴가는 나오기에 너무 어리지 않나요. (아무리 신체가 성장했다고는 해도 ㅋ)[사실 긴가와 스바루를 싫어하는 일인이라서 ㅡ,.ㅡ]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 빛의추적자
    작성일
    08.06.07 12:48
    No. 2

    원래 어느 설정에도 없는 곳이지요......
    뭐 그냥 나노하 세계의 관리세계중 하나로 봐주시면 됩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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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팬픽 2부]삽질 대마법사들 이야기 7화 +2 08.06.07 546 2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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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팬픽 2부]삽질 대마법사들 이야기 5화 08.06.06 468 2 19쪽
52 [팬픽 2부]삽질 대마법사들 이야기 4화 +5 08.06.06 544 3 19쪽
51 [팬픽 2부]삽질 대마법사들 이야기 3화 +2 08.06.05 478 3 19쪽
50 [팬픽 2부]삽질 대마법사들 이야기 2화 +4 08.06.05 634 2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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