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질대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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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빛의추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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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14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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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6.13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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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2부]삽질 대마법사들 이야기 25화

DUMMY

25화





다음날 아침은 화창한 날씨라 행동하기에 좋았고 술에 취해 그대로 잠든 데다 제대로 깨지도 않은 구겨진 양복 차림의 남자와 여러 가지 이야기를 했다. 어제 같이 낚시를 한 아이가 뭔가 물으려다 남자와 이야기를 하고 있는 카서스를 보고는 조금 떨어져 천막의 그늘에 앉은 채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남자가 대충 인사를 하고 몸단장을 하러 간 사이 곧 자신이 떠날 거라는 것을 알아차린 아이가 가장 궁금했던 것들에 대해 물어오기 시작했고 카서스는 왜곡된 역사를 그냥 그대로 가르쳐 주었다. 그저 세상에는 정확하지 않은 것들이 많다고 덧붙이기만 하면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던 와중에 한구석에서 소란이 일어나자 아이와 카서스는 그 방향으로 걸어가 봤다.


“유노!”


가방을 안고는 기절해있는 무한 서고의 사서장, 유노 스크라이어였다. 사람들은 이 사태에 대해 시공관리국 내부의 불안한 기류나 미드칠더에서 뭔가 일이 생기지 않았을까 떠들기 시작했고 정보통이자 연락책인 양복 차림의 남자는 당장 우주선으로 뛰어갔다.


카서스는 처음 본 순간부터 유노에게 마법이 걸려 있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그 마법의 효력시간을 줄였다. 당장이라도 깨워줄 수는 있지만 일이 귀찮아지는 것은 피하고 싶었다.


“어째서?”


카서스는 사람들이 떠들 때 ‘유노’라는 말을 듣고는 자신이 ‘광인’의 실험실을 공격한 이후 시공관리국 내부에서 싸움이 벌어진 여파로 인해 도주해왔다고 생각했으나 그렇게 여기기에는 이제 다른 요소가 끼어들고 있었다. 그 마법은 최소한 현재의 시공관리국 체제로서는 나타날 리가 없는 것이었다.


만약 이올라움 측이 시공관리국을 계속 이용하기로 한다면 젊은 측을 도와 세대교체를 하는 쪽이 타당하며 오히려 다른 세력을 설립하려 한다면 최소한 저 가방에 담긴 정보만큼은 어떻게든 회수해 명분을 만들어야 한다. 어느 쪽이건 이 상황은 아니다. 제 3세력이 있는 건가.


“미드칠더에서 난리가 났답니다!”


양복 차림의 남자가 허겁지겁 달려왔고 사람들의 시선이 그에게 쏠렸다. 카서스는 유노의 기억을 읽어 정보를 얻으려다 양복 차림의 남자가 자신에게 달려오는 것을 보고는 그만두었다. 그리고 몸을 움직였다.


“미드칠더로 가시는 겁니까?”


남자가 물었다. 카서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미드칠더에서……”


그 순간 남자가 말하려는 바가 카서스의 지성 속에 들어왔고 미드칠더에 벌어진 상황을 남자가 말하기 전에 알아차릴 수 있었고 그렇기에 그는 더더욱 미드칠더로 가보기로 했다.


“일단 예약한 우주선이 오기를 기다릴 겁니다. 정말로 큰일이 생겼다면 미드칠더에서 해 둘 일이 있을 테니까. 지인들의 안부도 궁금하고 말입니다. 뭐 미드칠더 정부가 아무것도 못할 상황이라면 예약한 우주선도 오지 않을 테니 기다려보다 안 오면 돌아오겠습니다.”


카서스는 재빨리 그렇게 말하고는 사람들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으로 움직였다. 카서스의 머릿속에서 하나의 가능성이 떠오르고 있었다. 그 정도의 가능성을 일일이 고려할 바에는 차라리 이 세상 모든 사소한 일에 신경을 쓰는 게 나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들을. 그리고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 미드칠더로 가기로 마음먹었고 그 순간 카서스는 미드칠더에 도착했다.


그건 어제 이곳을 떠날 때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미드칠더의 수도 클라나간의 광경은 완전히 달랐다. 공중에는 하늘로 올라간 먼지들로 인해 검은 구름이 도시 전체에 음습한 환경을 조성했으며 도시 구석구석에 아직 식지 않은 용암들이 붉은 빛을 반사하고 있었다. 특정 구역의 건물들은 모두 다 무너져 내렸고 인기척은 없었다.


레드 드래곤의 브레스의 흔적이다. 하지만 힘껏 뿜은 경우는 없다고 봐야한다. 용암 자체는 여러 군데 남아있지만 그 규모가 이 거대한 파괴의 흔적에 비해서는 작다. 건물들 역시 큰 덩어리들이 지상에 남아있는 것을 봐서는 완력만으로도 어렵지 않게 파괴시킨 것이다.


“하루인가.”


자신이 미드칠더를 주목하지 않은 시간은 정말로 하루다. 단 하루다. 그렇게 주변을 둘러보던 카서스는 썩은 핏자국이 바닥에 달라붙은 것을 봤다. 하루 안에 피가 썩을 리가 없다. 언데드도 있었군. 굳이 과거를 읽을 필요는 없다.


카서스는 일직선으로 걸었다. 곧 건물의 거대한 잔해가 앞을 가로막았다. 카서스는 아무렇지 않게 걸었다. 거의 90도에 가까운 절벽이나 다름없는 건물의 잔해를 중력을 무시하고 걸어 올라갔다. 그리고 공중을 봤다.


“공중에서 유도를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썼군.”


소녀들이 목소리를 크게 만드는 확성기의 효과를 빌리는 마법으로 사람들을 유도했을 것이다. 그리고 빛으로 주목을 이끌기도 했을 것이다. 그래. 우선 에인션트 급 이상의 레드 드래곤이 미드칠더를 짓밟았을 것이다. 그건 도시의 파괴방향으로 봐서 그리고 용암이 어느 부분에 집중적으로 남아있는 걸로 봐서는 어떤 적과 싸우기 위해서였겠지. 그리고 그건 제법 나이가 많아져 생각이 깊어진 상태의 레드 드래곤에게도 분노를 주체할 수 없는 어떤 것이었겠지. 카서스는 건물에서 뛰어내려 용암의 위에 섰으나 그에게 용암은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었다.


이 의미 없는 용암들의 흔적에 카서스는 잠시 생각했다. 드래곤은 매우 화가 나면서도 씁쓸해했을 것이다. 이 파괴의 흔적들은 작정하고 터뜨린 것이 아니다. 갈팡질팡한다는 느낌이다. 아마도 드래곤을 사용한 키메라나 그런 걸로 착각할 수 있는 것이겠지. 카서스는 용암이 유난히 많이 남아있던 부분의 크기를 생각하면서 그렇게 추리했다. 과거를 읽는 것은 간단하나 함부로 행동할 수는 없다. 그 말도 안 되는 가능성이 일어나 버린 것 같으니까.


네서릴의 마법사가 개입했다는 걸로 되었어야 했을 것이다. 그러나 저 어둠 너머에 있는 자들은 이미 그 마법사가 카서스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건 분명히 말도 안 되는 우연에 의해서였겠지.


카서스는 잠깐 생각하다 드래곤이 움직였을 위치를 생각해봤다. 분명 지도를 봐서는 기동6과다. 그리고 기동6과로 가는 다른 경로에서 마법이 사용되었다는 것도 이미 파악했다. 아마 미드칠더에 일어났을 혼란은 이런 것이겠지.


드래곤을 분노하게 어떤 것이 나타나 드래곤은 그걸 쓰러뜨렸으나 혼란을 일으킨 채 우주선이 확실히 있을 기동6과로 향하다 미드칠더의 저항을 귀찮게 여겨 적당한 곳에서 모습을 감추고 인간이나 다른 동물의 모습으로 움직였을 것이며 다른 길에서 느낀 마법의 여파는 아마도 드래곤의 수하들과 그들을 노리는 자와의 대결의 결과일 것이다.


카서스는 기동6과로 향하는 흔적들을 무시하고 이제 언데드들의 흔적을 추적했다. 그들은 일부러 사람들을 몰아가는 듯이 움직였다. 아니, 몰았을 것이다. 이건 와이트겠군. 지치지 않은 채 달리는 언데드는 많긴 하나 이 언데드들이 내보낸 죽음의 기운은 그다지 강하지 않다. 기본적으로 인간들을 뭉치게 하면 불리한 것은 언데드 쪽이다.


“유도로군.”


카서스는 조금씩 가슴속 깊은 곳에서 어둠이 요동치기 시작함을 알아차렸다. 언데드들의 흔적이 남아있는 것을 봐서는 그들은 드래곤이 시작한 혼란 중에서 드래곤이 사라진 것을 확인 후에 움직였다. 기본적으로 언데드의 욕망은, 특히 와이트의 욕망은 인간에 대한 증오와 그들을 동족으로 만들어 스스로의 지배 하로 만들게 하는 권력욕이다. 그것이 종족 번식의 형태로 변하게 되어 인간들을 살해하지만.


와이트는 지능이 있다. 그런데 어째서 유리한 곳을 버리고 인간들을 몰아세우는 쪽으로 움직인 거지? 그래. 와이트의 우두머리를 지배한 누군가가 있다. 그건 마법사겠지. 미드칠더의 마법사가 아닐 것이다. 카서스는 다시 공중을 봤다.


미드칠더의 마법사들이 움직였을 경로가 눈에 보이듯 잡혔다. 그리고 그들이 사람들을 용암이 들끓었을 땅으로부터 사람들을 인도해낸 상태에서 와이트들이 공격했을 거라는 것도. 그래서 흩어지려는 사람들이 다시 밀집한 채 미드칠더의 마법사들의 도움을 받으며 안전할 것처럼 보이는 장소, 그리고 대규모의 사람들이 있을 수 있는 곳으로 유도되었을 거라는 것도.


카서스는 거대한 공원에 도착했다. 그는 아주 천천히 걷다가도 생각이 나면 잔상이 남을 정도의 속도로, 인간이 인지할 수 없는 속도로 움직이기를 여러 차례 반복하면서 공원을 살폈다. 그리고 인상을 썼다. 카서스는 확인할 것을 다 확인했기에 아까 전의 갈림길로 돌아가기로 했다. 마음먹은 순간 그는 기동6과에 도착했다. 군 시설임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한 명도 없음이 파악되었다.


경비시스템도 작동하지 않는다. 설령 와이트나 다른 작전이 생겨 정말로 무인이 되어야 할 말도 안 되는 사태가 일어나도 경비시스템은 작동해야 한다. 고작 하루의 공백으로 모두 다 작동하지 않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카서스는 조금 더 살펴봤다. 그리고 동력이 없음을 확인했다.


“그래. 확실히 아까의 것은.”


카서스는 방금 전에 확인했던 것들을 떠올렸다. 사기꾼은, 아니 ‘광인’은 그 공원에서의 행동을 숨기기 위해 일부러 기동6과의 동력원을 움직이기까지 한 모양이다. 동력이 끊긴 경비시스템이 작동할 리가 없다.


카서스는 기동6과를 걸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사건들에 염려하던 사람들이 북적였을 곳에는 아무런 기척도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았다. 깔끔하게 매일 청소되었을 복도는 하루 만에 먼지가 쌓여 있었다.


카서스는 우선 창고를 향했다. 가면서 활주로에 놓인 우주선들은 움직이지 않을 거라는 것을 즉시 알았다. 보통 사람은 직접 조사하지 않으면 알 수가 없는 것을. 그리고 우주선 중 몇 대가 조종석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열려 있는 것도 확인했다. 여러 위치에서 그렇게 차이나지 않는 시간에 열은 것이다. 누군가들이 도망치려 했다.


창고에 도착하자 우주선이 움직여 생긴 바큇자국과 땅이 이곳저곳 파인 곳과 튀어나온 곳들이 눈에 띄었으며 마력의 잔재들이 미드칠더의 기준으로는 상당한 수준의 인물들이 전투를 벌였음을 증명하고 있었다. 그리고……카서스는 창고의 벽을 봤다. 그중에는 무너진 곳이 있었다. 그리고 또한 그 근처에서 부러진 디바이스 조각을 발견했다. 마지막으로-있다는 것 자체는 들어오기 전부터 알고 있던- 시체를 하나 확인했다.


시체는 공항에서 목격한 자로서 ‘은둔자’의 부하 중 한 명이었다. 그는 자신에게 부여된 힘을 최대한 사용해 내부에서의 장기 파열로 인해 사망했지만 죽은 후 확인사살이라도 하는 식으로 배가 뚫려 있었다. 미드칠더의 보통의 인간이라면 마법의 충격으로 인해 날아간 것이라 생각했을 그 흔적이 마법이 아니라 그냥 순수하게 완력이라는 것을 카서스는 바로 파악했고 그 흔적의 크기와 힘을 생각할 때 울리사리드나 파라곤 일리시드 둘 중 하나일 것이라고 카서스는 추론했다.


그리고 기동6과가 일리시드를 없애기 위해 만들어진 곳이라는 것을 생각했으며 또한 1년 전 본 레드 드래곤 그레이트웜과 파라곤 일리시드가 같이 움직이는 것을 떠올린 카서스는 그들이 틀림없다고 판단했다.


카서스는 주변을 둘러봤다. 다른 시체는 없었다. 그건 당연하면서도 당연하지 않은 일이었다. 이 창고에 있었던 우주선은 다른 우주선들과는 달리 비밀리에 특수한 목적으로 제조되어 바이러스 프로그램으로부터 보호받는 종류였을 것이다.


드래곤과 파라곤 일리시드는 그것을 노리고 왔으며 능력을 부여받을 때 정신공격에 대비한 주문도 받았을 ‘은둔자’의 수하를 제외하고는 자신들을 귀찮게 할 이들을 대비해 남은 자들의 기억을 조작했을 것이다. 그리고 아마도……


카서스는 창고의 구석을 살폈다. 유노 스크라이어라는 소년도 이곳에 있었다. 유노 스크라이어가 가지고 있던 가방의 내용물도 이미 파악한 카서스는 여기에 온 그들이 대충 가방이 인간 사회에 일으킬 파장에 대해 알고는 일부러 연기를 하여 유노가 스크라이어 부족이 있는 곳으로 올 틈을 줬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리고 그들은 우주선을 탈취하자마자 누군가 제지하기 전에 움직였을 것이다. 그걸 보고 사람들이 이 창고로 향했을 것이다. 그렇기에 다른 이들의 시체나 몸이 없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은둔자’의 부하의 시체가 있어서는 안 된다.


카서스는 또 다시 하나의 가정을 떠올렸다. 하지만 그건 나중에 확인할 것이다. 그렇게 마음먹고는 창고에서 나왔다.


그는 자료실로 향했다. 그는 이정표나 팻말 내지는 단 하나의 지도도 보지 않은 채 정확히 목적지로 걸어갔다. 마력을 기반으로 하는 동력원으로 움직이는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지만 카서스는 약간의 손짓을 하여 현재 동력원이 없는 상태에서는 나타날 리 없는 화면을 불러내었다.


그리고 매우 능숙한 손놀림으로 -수십 년간 그 일을 해온 전문가들보다도 더 빠르고 정확하게- 자료들을 찾아내기 시작했다. 문자들로만 된 글을 넘기고 사진이 첨부된 전자서류들을 넘기며 전투요원들에 대한 비밀 서류들에 도달했다. 그리고 그는 한 명의 사진과 이름을 보았다.


“큭.”


카서스는 속에서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간신히 참았다. 이 지독한 우연이라니. 이건 완전히 운명이지 않은가.


그는 가장 네서릴이 혼란할 때 태어났다. 그는 비범의 경지를 넘어선 지성으로 세상의 이치와 네서릴의 모든 비의를 이해하고 오히려 그것을 넘어섰다. 그는 스스로가 무너져가는 네서릴을 지키는 것이 자신의 존재의의라고 생각했다. 수많은 마법을 만들고 무수한 전투를 겪으며 계략들을 사용하며 속으로 껄끄럽고 무너질 것 같은 마음을 추스르며 무정한 작전을 펼치고 걸었다.


그는 분명 강했고 지금도 강하다. 사람들은 그가 네서릴을 구원해줄 것이라고 믿기 시작했고 그 소리에 호응했고 이올라움이 실종되었을 때 이미 무너져가던 네서릴에 미친 혼란을 막기 위해선 정말로 강대한 존재가 필요했다. 그런 존재는 분명히 신이라 불릴 것이며 네서릴을 위해서는 마법의 신이 나타나야만 했기에 그는 주문을 사용했다.


신들조차 속이며 우주의 법칙을 잡아내며 모든 이치에 도달했다. 그 순간 그를 이끌고 간 목적과 정반대의 행동을 했음에 얼마나 좌절했던가. 네서릴의 몰락을 보며 자신이 아끼던 사람들과 그가 행했던 일들이 떨어져 내리는 것을, 사라져 버리는 것을 허무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지 않았던가.


신들을, 우주의 지배자들 중 일부를 죽게 만들면서 손에 넣은 것은 뭐였는가. 그리고 왜 하필 자신만이 살아남아서 그곳에 도달했는가. 그리고 그는 그곳을 날려버렸다.


“멋지군. 정말 멋져.”


카서스의 웃음에는 혼탁함과 광기가 섞여 있었다. 그곳에서 자신의 이름을 알았던 자는 많지 않다. 단 12일간 그곳에 있었다. 그리고 자신이 1년 전의 사건에서 큰 역할을 했을 거라고 추측할 수 있는 자가 얼마나 있었겠는가. 그리고 그들 중 얼마나 살아남았겠는가. 그리고 그들이 네서릴의 마법사들의 수하의 눈에 뛸 수밖에 없는 쪽으로 행동할 가능성이 얼마나 되었겠는가.


“만약 이것이 복수라면……”


가장 완벽한 형태로, 최악의 형태로 이루어낸 것이다. 카서스는 조용히 화면에 뜬 남자의 얼굴을 보다 이름을 봤다. ‘기쉬 드 그라몬.’이라는 이름이 있었다.


카서스는 몇 초 정도 멍하니 있다가 눈을 몇 번 깜빡였다. 그는 그새 다시 침착해지고 자기가 하기로 생각한 일들을 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하긴 네서릴의 마법사들이 움직이지 않았다는 게, 이올라움이 움직이지 않았다는 시점에서 자신에 대한 정보가 새나간 것은 확실했다.


그 ‘광인’을, 할라스터 블랙클록을 몰아낸 것이 네서릴 출신의 어느 정도 실력을 갖춘 마법사가 타이탄들의 지원을 받아 쓰러뜨렸다는 것은 약간의 문제가 될 수는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이올라움과 그가 안배해둔 세력이 자신들의 가장 중요한 꼭두각시들이 있는 곳을 이렇게 놔둘 리는 없다. 그 마법사가 카서스라고 판단하지 않는다면.


그래서 희박하나마 이 가능성에 대해 고려한 적은 있으나, 희박하기에 무시했다. 그런 가능성에 연연해서 움직이는 것 자체가 다른 문제를 일으키기에. 그런데 그게 일어나고 말았다. 그것도 정확하게 자신이 약간 쉬고자 했을 때에. 그리고 스스로를 이끌어갈 새로운 가치를 찾을 수 있을 거라고 느낀 순간에!


카서스는 피곤함이 몰려왔지만 손을 한 번 움직여 육신의 피로를 몰아냈다. 정신 역시 약간의 마음을 먹는 것으로 어느 정도의 기력이 회복되었다.


“이런, 이런.”


카서스는 웃었다. 다소 허무감이 섞인 웃음이라고 자각하면서도 그는 발걸음을 옮겼다. 그는 역시 너무 강했다. 세상에 절망해서 평온을 얻기 위해 방법이 있는데도 도피한다거나 절망에 취해서 이대로 주저앉아버리기에는 너무나도 강한 정신과 지혜와 지성이 그를 움직이게 만들고 있었다.


“그럼, 마저 조사를 할까.”


카서스는 말을 함과 동시에 다시 아까 들렸던 공원에 도달했다. 그리고 그는 다시 한 번 하늘을 바라봤다. 미드칠더의 마법사들은 나름대로 와이트들을 몰아내는데 성공했지만 이곳이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고 생각했겠지. 그리고 와이트들의 지배자는, 아니 할라스터 블랙클록은 경계를 늦추지 못하게 조금씩 와이트들을 나타내보였을 것이다.


마법사들은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전송주문을 사용했을 것이다. 카서스는 손가락을 움직이며 마법사들이, 분명히 멀리서나마 본 적이 있는 이들의 행동을 당시에 직접 본 것처럼 추측해내기 시작했다.


갈색 머리의 트윈테일을 한 소녀 마법사는 -최소한 1년 전에는- 왠지 모르겠지만 감정적으로 심각한 이상을 일으킨 상태- 친구가 죽었는지도 모르겠다고 카서스는 판단했으며 그것은 정확했다.-에서 무리하게 일을 했으며 다른 이들이 가끔 가다 그 쪽을 향해 움직인 흔적을 봐서는 다른 이들 역시 그 상태를 알고 그만둘 것을 조언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다른 이들의 지배권을 쥔 또 다른 소녀 역시 여러 번 권고하려 다가갔을 것이다. 그러다 한 번 그들이 다 모였을 때 할라스터 블랙클록이 움직였을 것이다.


“하지만.”


이건 다소 불가해한 점이 있다. 얼마 전의 전투에서 할라스터 블랙클록에게 클론을 남겨뒀을 여유는 없었다. 그러나 거의 폐허가 되어버린 미드칠더의 수도 클라나간을 돌아다니면서 카서스는 클론이 동원되지 않고는 설명할 수 없는 흔적들을 느꼈다. 순간 떠오르는 게 있었다.


프로젝트 F. 제일 스칼리에티.


“설마.”


카서스는 그 말을 하다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우연이 사태를 이끌어왔음을 기억하고는 아까 전 ‘은둔자’의 부하의 시체만이 남아있었던 기동6과에 대해서도 생각했다. 카서스는 입술을 깨물고는 다시 공원을 살피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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