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질대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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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빛의추적자
작품등록일 :
2008.06.14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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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14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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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6.05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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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2부]삽질 대마법사들 이야기 2화

DUMMY

2화





그는 무수히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지쳐가고 있었다. 자신이 원하던 것은 이런 게 아니었는데.


“한 사람씩 질문해주시기 바랍니다.”


옆에서 비서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원래라면 자신이 직접 제작한 사랑스러운 아이들을 비서 자리에 넣고 싶었지만.


“전투기인의 제작비용이 초기 예산안에 비해 훨씬 높은 이유는 무엇입니까?”


이쪽도 그 이유를 솔직히 밝히고 싶다. 진실을 숨겨서 생기는 양심의 문제로 인한 괴로움이 아니라 그 이유 자체가 괴롭다. 밝혀봤자 아무런 의미가 없기에, 아니 더 악화될 뿐이기에 미리 준비해둔 거짓 이유를 차근차근히 말하는 수밖에.


“현재 전투기인 제작 핵심적인 부품, 즉 인간으로 치자면 심장 격에 해당하는 요소에 들어갈 물질에 대한 제련 방법은 현재 기술로는 매우 많은 비용이 들기에 금속 자체는 다소 희귀 물품으로 대체를……”


실제 제작비용은 예산안의 2분의 1정도밖에 들지 않는다. 실제로는. 중간 중간 관례상 붙는 뇌물이나 빼돌리는 비용 같은 것을 전부 포함해도 말이지.


“하지만 우리가 미스릴이라 칭하는 이 금속 값은 수요에 비해 공급량이 부족해 계속해서 가격이 상승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다른 대용품을 사용하는 건 어떻습니까?”


순간 화가 났지만 그는 절제했다. 자신은 인간으로 알려져 있다. 저 시공관리국의 높으신 분들에 의해 만들어진 존재지만. 그리고 스스로도 인간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저 말에 인정하면 자신의 인간성을 포기한다는 소리가 되나……


“어쩔 수 없습니다……”


그래.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그저 저 높은 곳에 있는 ‘괴물’의 꼭두각시일 뿐.


“무엇이 어쩔 수 없는 겁니까?”


다시 기자의 질문. 순간적으로 본심이 튀어나왔으나 그 정도를 마무리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현재 시공관리국 측에서 긴급하게 필요한 전투기인의 요구량이 예정보다 훨씬 많기 때문입니다.”


다른 기자가 방금의 발언 관련 자료나 의문점을 갖고 있는 듯, 손을 들고 뭐라 질문을 하나 그는 이제 예의상 할 만큼은 하지 않았나 싶었기에 자리에서 일어섰다.


“비록 지금은 비용이 많이 들지만 기술은 혁신되고 있으며 곧 있을 DTMM재단의 도움으로 완공될 그것이 있으면 상황은 호전될 것입니다.”


기자들이 입안에 담아두었을 수많은 의문들은 그만 무시하고 그는 걸어 나갔다. 마지막 발언으로 약간은 기사거리가 나오겠지.


“저기 DTMM에서는……”


그것에 대해서 아는 바는 없다. 그들의 겉모습에 한정한다면 말할 수 있는 것은 많으나 중요한 부면들에 대해서는 지독하게도 은밀히 숨겨져 있다. 마치 아무것도 숨긴 게 없는 것 같이 보일 정도의 정교한 거짓과 홀연히 나타나는 방해들이 알고자 하는 욕망의 힘을 간단히 부숴버린다.


“여러분들이 더 잘 아실 겁니다. 저는 그럼 여러분들의 소원대로 비용을 줄이기 위해 연구를 하러……”


주변의 비서와 보디가드들이 달라붙으려는 기자들을 떼어낸다. 소란스러움 속에서도 상념은 끊어지지 않는다. 어차피 할 수 있는 말이 얼마 없을 거라는 것은 다들 깨닫고 있을 것인데. 왜 저런 쓸모없는 일을 하면서 살아가는 건가.


“그렇군.”


그 쓸모없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자신이 스스로를 그렇게 평가하고 있기 때문이리라. 비서의, 아니 감시인의 시선이 잠시 느껴졌다. 불평을 내뱉고 싶으나 상황은 좋지 못하다. 아니, 절망적이다.


Unlimited Desire


주어진 칭호. 스스로를 가리키는 또 하나의 이름.


전투기인 및 프로젝트 F의 선구자.


대천재 제일 스칼리에티.


웃음이 터져 나오려 했다. 동시에 눈물이 흘러내릴 것 같았다. 스스로에 대한 자조가 시야를 엉클어뜨리고 있었다.


“괜찮습니까?”


비서가 다소 걱정스런 표정으로 부축해왔다. 정말로 자신을 걱정하고 있는 건가? 아, 그럴지도 모르지. 유용한 도구, 새롭게 만들기에는 많은 시간이 걸리는 도구가 박살나는 건 상층부에서 염려할 만한 일이니까.


“아, 아무것도 아니네.”


“그래도……”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인가? 어제의 진실이 오늘은 거짓이 될 것이며 있을 리 없다고 생각한 일이 간단히 일어나리라. 그 ‘괴물’에게는 빈틈 같은 것은 없다. 자신의 광기는 ‘괴물’의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데도.


“잠시 휴게실에 들어가겠네.”


“알겠습니다. 그럼 40분 후에 연락하겠습니다.”


40분 뒤라. 아, 다음 일의 5분 전이군. 그는 쓰디쓴 미소를 지으며 ‘전용 휴게실’로 향했다. 결코 휴게실이 아니다. 바깥으로의 마법적, 물리적 통신이 금지된 시설만 좋은 감옥이겠지.


흰 코트의 주머니를 뒤져 패스카드를 꺼낸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외부와의 접촉이 불가능한 대신 내부의 일도 외부로는 전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어떤 비밀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을 리야 만무하지만.


카드를 긁자 문이 열렸다. 이곳이 만들어진 취지는 소위 ‘천재’들의 정신적 안정을 위한 회복 장소이다. 겉으로는. 한눈에 봐도 고급소파와 음료수 자동판매기들을-금액이 0이기는 하지만- 지나치자 무수한 양의 서책들이 쌓여 있는 게 보였다. 공식적으로 이곳에 들어갈 수 있는 건 단 두 명. 자신과 그 무한서고의 어린 사서장이다.


‘그 12일의 사건’이후 인력이 너무 많이 감소하긴 했지만 이제 막 12살인 소년을 한 기관의 책임자로 임명한 것은 너무한 것이 아닐까. 인력이 감소한 탓에 범죄자로 낙인찍힌 자신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살아가고는 있지만.


그럼에도 그것은 절대로 잘 된 일이 아니었다.


자신의 업적을 칭송하는 사람들이 많아도.


대단한 양의 자금 지원이 주어져도.


더 이상 도망 다닐 필요가 없어졌어도.


“옳은 결정이 아니었어.”


바보 같은 짓이었다.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바꾸지 못한다고 해도 변화하는 세상의 방향을 어느 정도는 변화시킬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아.”


스칼리에티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서책의 배열의 변화가 눈에 뜨였다. 평소라면 아무런 이상함을 느끼지 못하고 지나쳐버릴 것이 뚜렷하게 들어왔다. 거기에 있는가, 유노 스크라이어?


그래, 유노 스크라이어. 분명 그는 천재가 확실하다.


순간 한 가지의 방책이 떠올랐다. 어차피 자신의 힘으로는 현재 흘러가는 사태를 막을 수 없다. 물론 다른 이의 협력을 구하려 해도 감시인들의 시선은 계속되기에 급조된 계획을 유지하는 것은 무리다. 지금 바로 저 다른 한 명의 천재에게 도움을 청하고 설득한다고 해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 희생자만 늘어날 뿐.


방법은 하나. 힌트를 주는 것뿐. 하지만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정보를 줄 수는 없다. 단지 어딘가를 조사해달라고 해야 한다. 그러나 그 ‘괴물’은 분명 자신의 기억이나 아주 간단히 꿰뚫어 볼 수 있다. 굳은 마음을 가진다해도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할 정도의 강대한 존재이기에.


도박을 하자.


유노 스크라이어라는 자는 그 강직하기로 유명한 하라오운 파벌의 일원일 것이다. 당장 주어질 힌트가 현재로서는 무엇인지는 모를 것이나 곧 이상을 알아차릴 그는 연관된 것을 파악하고 진실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상당한 운이 따라져야겠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다. 가만히 보낼수록 죄는 더 커져만 가고 있으니까.


그는 조용히 몸속에 박힌 하나의 장치를 가동시켰다. 그것은 전투기인의 기억을 조작, 한 가지의 감정을 증폭하기 위한 최후의 보안장치.


세상이 암흑에 잠겼다가 다시 빛이 보였다.


아까 누가 있었던 것 같았는데. 뭔가 움직였는데. 그래서 누가……


다시 한 번 어둠이 모든 감각을 일소했다.


“그래. 대체 나는 뭘 하는 거지?”


그는 두려움과 경계 섞인 눈으로 주변을 살펴보다 사람이 없는 것 같아 보이자 가슴속을 가득 채우는 무거움을 내뱉었다. 욕설이 먼저 나왔다. 뭔가를 부서 버리고자 하는 충동이 들었다.


스칼리에티는 손을 앞으로 향했다. 손앞에서 약간의 빛이 모였다. 전투형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의 공격 기술은 가지고 있다. 그러나 자신의 운명을 완벽하게 제압해버린 존재에게는 아무것도 되지 못하는 나약한 힘.


그는 여러 개의 감정들이 혼탁하게 섞인 것을 제어할 생각을 하지 않은 채 수많은 말들을 내뱉기 시작했다. 문장이 되거나 정확한 뜻을 파악할 만한 말을 별로 없었지만 체력이 소진되고 억눌린 감정이 약간 풀리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는 정신적인 활력이 되돌아오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는 조용히 방을 나섰다.





사서장실은 보안이 뛰어나기는 하나 최고 기밀 수준의 정보를 다루기로 마음먹은 시점에서는 행동하기 좋은 장소는 아니다. 누구나 거기에 중요한 정보가 있음을 알고 있기에 정말로 알려져서는 안 되는 것이 있고 그에 관련된 자가 최고위층이라면 어떻게든 보안을 뚫어낼 수가 있다.


그렇다고 현존하는 보안을 더 강화한다면 뭔가 수사하고 있다는 것을 대놓고 말하는 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가 사서장이 된 지는 아직 얼마 안 되었으며 막 정상화된 무한 서고에 파견된 사서들의 출신은 다양하다. 또한 어린 나이에 의해 통솔되지 않거나 무시되는 경우도 있다. 당면한 상황에서 신뢰할 만한 사람은 무한 서고 내에서는 가끔 일을 도와주러 오는 알프나 나노하들이겠지만 그녀들은 그녀들 나름대로의 일이 있다.


그리고 무한서고로 불러올 수도 없다. 역으로 현재의 안건이 아닌 다른 걸 조사하는 척하며 불러볼까도 했지만 그럴 경우 어차피 제대로 조사할 수 있는 자신뿐이기에 기각.


여러 가지 제반 사항이 자신을 방해하는 것 같기는 했지만 오히려 다른 방법을 생각할 수 있었다. 사서장이 된 지 얼마 안 된 그는 새로운 업무나 아니면 다른 사서들에 대해 평가를 한다거나 아니면 갑작스레 늘어난 일에 대해 적응 기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할 수가 있었고 그 주장을 사용한다면 휴식을 하면서도 웬만한 정도 이상의 보안을 자랑하는 곳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크로노.”


사태의 원흉의 이름을 불러본 그는 괜히 조심스레 몸을 움직였다. 어제 조사 의뢰가 들어왔을 때는 그냥 다음으로 넘기려고 했지만 다른 일을 하면 할수록 신경이 쓰였다. 일단 어느 정도 사서들의 배치가 끝나고 여유 시간은 어느 정도 존재하게 되었다. 괜히 정신을 침식하는 불안의 원인을 이대로 놔두는 것보다는 최대한 빨리 처리하는 게 좋았다.


휴식처로 쓰이는 그 방은 소위 천재를 위해 마련된 방이었다. 자신이 천재라고까지 생각은 하지 않지만 분명 이례적인 승진 탓에 세상의 평판은 그렇게 보는 것 같았다. 그런데 왜 방이 한 명에 하나씩이 아닌 것일까? 분명 제일 스칼리에티와 자신이 이 방을 사용하는 시간대가 맞는 경우는 별로 없다.


이 휴식처라는 공간 자체가 천재라는 부류가 섬세할 것이라는 고정관념에 의해 마련된 것이라면 성향이 다른 두 명을 같은 방에 몰아넣는 것은 이상하지 않은가?


그래도 이 방의 사용자와 관리자는 제한되어 있다. 여기서 작성한 파일이 누출된다면 스파이가 누군지는 약간의 시간만 들이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일단은 동료인 사서를 의심하고 싶지는 않으니까. 그리고 여기서 작성하는 건 전부 스스로가 새롭게 만든 암호문을 기본으로 적고 있기에 자신이 뭘 하는지 파악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만약을 대비한 몇 가지의 변명도 마련. 이 정도면 터무니없는 뭔가가 튀어나오지 않는 이상 안심할 수 있겠지. 마음을 가다듬고 조사를 시작하려하자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반사적으로 책 뒤로 몸을 움직였다.


책이 놓인 빈틈 사이로 보자 제일 스칼리에티가 있었다. 그는 무언가를 생각하다 잠시 이쪽을 쳐다보았다. 일반인의 경우 자신을 탐지하지는 못한다. 이미 숨은 상태에서 나오기는 그랬기에 숨을 죽인 채 상대의 동향을 살폈다.


스칼리에티는 갑자기 광란을 일으켰다. 마법을 쓰려는 것 같기도 했다. 이래서 그에게 본국 내부에 개인 방 말고 다른 방의 사용권이 있는 건가? 매스미디어에서 보여주는 모습과는 확연히 다르다. 스칼리에티는 뭔가의 말들을 중얼거렸다.


발음이 모호한 경우가 많았으며 제대로 된 문장이 아닌 것들도 많았다. 그나마 알아들을 말들을 기억하고는 스칼리에티가 방을 나서는 것을 보았다. 유노는 차분히 스칼리에티가 중얼거린 말을 이어보았다.


“제 31구역. 미처리.”


31구역이라면 어디의 31구역인가. 어느 차원의 31구역인가? 어느 국가의 31구역인가? 하지만 미처리라는 말이 있다. 이것은 스칼리에티가 활동하는 위치, 직접 활동하거나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곳을 찾아본다면 이해할 수 있을 것도 같다.


“죄인. 난……”


스칼리에티가 죄인이라는 건가. 아니면 죄인을 어떻게 해야 한다는 건가. 유노는 공금횡령 혐의로 기자회견을 벌이고 있다는 정보를 수집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분명 그 대변인은 스칼리에티였다.


“괴물, 블랙……”


괴물? 그 말은 너무 많은데서 쓰인다. 자신의 정보처리능력에 괴물이라고 말한 사람이 있었으며 나노하의 마력량에 괴물이라고 말한 사람도 있으며 현재 실용화된 전투기인들을 괴물이라고 칭하고 있는 자들도 상당수다. 그리고 블랙……


“블랙클록?”


크로노의 메일에 있던 이름.


“할라스터 블랙클록?”


‘그 12일의 사건’ 중에 나타난 두 괴인 중 한 명. 레티의 증언에 따르면 그 괴인은 정진정명 괴물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 단서를 잡은 걸까? 아니면 함정인걸까? 어쨌든 조사해볼 필요가 있다. 허나 스칼리에티 정도의 거물이 함부로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자신의 권력은 나름대로 강하나 아직 주변에서 신용 받고 있지 못한 모래성에 불과하다.


처음부터 혼자서는 무리라는 건 알고 있지만 다른 사서들을 믿기에는 분명히 큰일이다. 스칼리에티나 크로노의 태도를 봐서는.


그러고 보면 크로노에게서 메일이 하나 더 왔다. ‘기쉬 드 그라몬’이라는 자에 대해서. 그렇지만 자신을 그를 조사하는데 적임이 아니다. 역사에 영향을 미쳤거나 어떤 학술적인 면에서 두각을 나타낸 자가 아니라 현재 소재가 확실한데다 시공관리국에 근무하고 있는 자를 찾아가는 건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차라리 크로노 본인이 조사하러 가야 온당한 일.


유노는 생각을 마저 정리하며 무한서고로 돌아왔다. 일단 의심을 줄일 계략은 세웠다.


“사서장! 그 악마의 자식이 또 자료 청구를 해왔습니다!”


“뭐어!”


어느새 반사적으로 튀어나오는 목소리. 그래. 이것이다. 자, 크로노와 직접 접촉할 수 있는 방법이다. 이 간단하고 단순한, 본능적인 외침을 의심할 경우는 거의 없다.


“이번에는 얼마나 되는 분량인 건가요?”


일단 물어는 보자. 어떻게든 움직일 만큼의 이유가 되는지는 확인해야 한다.


“제312세계에서 추출된 특수금속의 분포도 및 주요 채굴가능 환경의 조사와 다른 차원에서의 채굴이 가능해 보이는 곳에 대한 탐사입니다.”


“사서가 할 게 아니잖습니까!”


그런 건 지리학자나 할 일이다. 뭐 좋다. 움직이도록 하자. 이유는 충분하다. 정말로.


“어쩔 수 없군요.”


유노는 일부러 심각한 표정을 지어보았다. 어릴 때, 아니 지금도 어리지 않다고는 할 수 없지만 쥬얼시드 탐사 때부터 발굴단의 중책을 맡고 있던 그한테는 분위기를 바꾸는데 어느 정도의 자질을 가지고 있었다.


“대. 대체 뭐를?”


바닥을 내려다보고는 거짓 한숨을 내뱉었다.


“아무래도 담판을 지어야겠습니다.”


“드, 드디어?”


“이제야 저 비인외도를 무너뜨리려 대원정을?”


다른 사람이 듣기에는 좀 많이 착각할 것 같은데. 심정적으로 동감 가는 부면이 없는 건 아니지만. 아니, 지금 일만 아니면 자신도 합세했겠지만.


“하지만 아직 우리는 다소 미약한……”


“그렇게 스스로의 권리를 포기하면서 일거리만 늘려가 스스로의 행복을 망치는 일은 피하고 싶습니다. 저는 이 일에 자부심을 갖고 있으나 정당한 대우를 받지 않을 수는 없지 않습니까!”


“그, 그래도……”


유노는 사서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이제 행동하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들에게 불이익이 돌아갈 일은 없을 겁니다. 단지 부탁할 것은 하나. 저를 위해 운명에게 빌어주셨으면 합니다.”


유노는 그 말을 하고 걸어갔다. 잠시 후 뒤에서 힘찬 격려와 응원을 보내는 사서들의 목소리에 내심 용기와 죄책감이 섞인 미묘한 감정을 이어가면서 그는 크로노의 집무실로 향했다.


워프 게이트를 타고 크로노의 세력권으로 크로노의 부하들이 “드디어 올 게 온 건가!”라며 길을 비켜주기 시작했다. 딱히 직접 찾아간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지구의 모세가 파도를 가르듯 길이 열려 간단히 찾아갈 수 있었다.


크로노는 다소 놀란 표정으로 유노를 바라보다 이내 평상시의 무표정으로 돌아왔다. 문틈으로 상황을 살피는 부하 직원들에게 손짓을 해 물러가게 한 크로노는 보안장치를 작동, 집무실의 문을 폐쇄시켰다.


“용건은 뭐지?”


“넌 우리 사서들에게 과도한 업무량을 넘기고 있어.”


크로노는 잠깐 조용히 있다 대화를 이었다.


“확실히 무한서고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실적이 필요하다고 말한 건 너였을 텐데.”


“필요양은 충족되었어. 하지만 넌 그 양을 훨씬 넘어선 것을 요구하고 있어.”


크로노는 잠시 책상을 바라보다 유노의 눈을 보았다.


“좋은 핑계군.”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기도 해.”


“그래서 소득은 있었나?”


“최소한 우리만으로 조사하기에는 벅찬 일이라는 것을 확신하기에는 충분한 정보를 입수했지. 뭔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은 네가 메일을 보내기 전부터 알고는 있었지만.”


크로노는 냉소했다.


“사서장이라는 인물이 다들……”


“내가 취임한 건 고작 한 달 전이야. 한 달 만에 다른 사서들을 감화시킬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지는 않을 텐데?”


크로노는 침묵했다.


“그리고 기쉬 드 그라몬에 대해서 조사하기에 적합한 것은 너야.”


“그건 불가능……”


“그러니까 나한테 넘겼겠지 1년 전의 사건의 당사자니까 함부로 손댈 수는 없었을 테고.”


유노의 열변을 보던 크로노는 고개를 저었다.


“네가 안 된다면 어쩔 수 없지. 그런데 일부러 여기까지 온 이유는 뭐지?”


“예전에 나노하들의 퇴원축하파티에서 한 말이 기억 안 나?”


“같은 경험을 가진 이었던가?”


크로노는 말을 하다 눈을 크게 떴다.


“그래. 해보자. 명분은 충분해. 게다가 그들은 믿을 만한 사람들이야. 우리가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건 지금 당장으로는 이것뿐이야.”


“너 그게 뭔 소린지는……”


“알고 있지.”


유노는 잠시 숨을 골랐다. 그리고 말했다.


“시작하자. 프로젝트 기동 6과를.”






* 정규마스터님에 의해서 문피아 - 정규 - 미정 (bn_794) 에서 문피아 - 하 - 연재 완결(etc_fine) 으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8-06-20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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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4

  • 작성자
    Lv.8 銀月
    작성일
    08.06.05 13:04
    No. 1

    ...저 이름이 왜 저 입에서...[...]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 빛의추적자
    작성일
    08.06.06 10:03
    No. 2

    할라스터가 1부에서 레티에게 이름 밝힌 적이 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2 도레.
    작성일
    08.06.06 16:47
    No. 3

    프로젝트 기동 6과라는 말이 왜 저입에서 나왔냐는 말 같은데 아닌가 ?
    원래 하야테가 내뱉는 거 아닌가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 빛의추적자
    작성일
    08.06.06 17:57
    No. 4

    뭐 원작상에서야..... 하야테가 말하는 게 맞군요......
    일단 기동6과라는 계획 자체가 예전부터 기획된 것은
    있었다고 다음화에 적어놓긴 했습니다만......
    넘어가 주세요......랄까 살려주세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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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팬픽 2부]삽질 대마법사들 이야기 8화 +2 08.06.07 389 3 19쪽
55 [팬픽 2부]삽질 대마법사들 이야기 7화 +2 08.06.07 546 2 19쪽
54 [팬픽 2부]삽질 대마법사들 이야기 6화 +6 08.06.06 478 3 19쪽
53 [팬픽 2부]삽질 대마법사들 이야기 5화 08.06.06 468 2 19쪽
52 [팬픽 2부]삽질 대마법사들 이야기 4화 +5 08.06.06 544 3 19쪽
51 [팬픽 2부]삽질 대마법사들 이야기 3화 +2 08.06.05 479 3 19쪽
» [팬픽 2부]삽질 대마법사들 이야기 2화 +4 08.06.05 635 2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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