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me Walker Rain. 9-8 여우.
<b>9-8
여우</b>
숨 한번 들이마실 수 있는 시간에 얼음의 기둥들이 성연을 노리고 사방에서 날카로운 가시를 드러낸다.
하지만 성연 역시 손놓고 구경만 하고 있지는 않았다.
초열을 불러드림과 동시에 한장의 카드를 더 사용한다.
사용된 카드는 다이아 3의 카드.
콰지지직-!
어느새 돋아난 것일까?
수많은 가시덤불들이 성연의 발 아래에서 솟아나오더니 그를 노리는 얼음의 기둥들이 더이상 전진하지 못하도록 옭아멘다.
아주 잠시 동안 얼음의 기둥들이 멈칫했을 때, 성연의 신호를 받고 공간을 뛰어넘어 달려온 초열이 양 앞발로 후려친다.
콰장창-!
산산히 부숴지는 얼음의 기둥들.
그렇지만 그 것에 그치지 않고 성연은 또 다시 카드를 뽑아든다.
이번의 카드는......!
"불태워 소멸시켜라, 존재를 지워라."
콰광! 쾅쾅쾅!
성연을 중심으로 플레임 노바(Flame Nova)가 일어난다.
이번 등장이 처음인 다이아 4의 카드, 폭발(爆發)이다.
'불태우는 것을 쏜다.' 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녀석이다.
수많은 불꽃들이 성연을 중심으로 쏘아진다.
목표는 성연의 주변에서 그를 위협하고 있는 물들!
수증기조차 남기지 않고 모조리 태워버린다. 성연에게 위협이 될만한 것들을 모조리!
"휘유-"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오진호가 휘파람을 낸다.
대체 저 녀석이 가지고 있는 힘들은 몇가지나 되는거지?
구미호(九尾狐)인 자신조차도 물을 다루는 능력을 익히는 것이 힘들었는데, 저 녀석은 인간 주제에 어떻게 저렇게 많은 힘을 다룰 수 있는거지?
더 큰 문제는 아직 더 나올 것들이 있다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가장 신경쓰인다.
지금까지 나온 것들은 총 네가지.
불꽃으로 이루어진 짐승, 얼음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짐승, 가시나무의 덤불, 어디서 발생했는지 모를 불꽃의 향연.
"진심으로... 해야하나......?"
귀찮다는 표정.
이 방법을 쓰면 분명히 저 녀석을 쓰러트리고 할아범의 손녀를 데려갈 수는 있겠지만, 힘의 소비와 정신력이 순식간에 고갈 되기 때문에 싫었는데 말이지.
근처에 있는 물들을 모두 증발 시킨 뒤, 자신에게 접근하려고 하는 바닥의 물들은 폭발로 지속적으로 불태우며 멀리서 자세를 잡는 오진호를 바라본 성연.
순간적으로 등에 소름이 솟는다.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저 자는 어떠한 것을 하려고 하고 있다.
오감이 경고한다.
이번에는 위험할 것이라고.
그 것은 한번 죽고 살아난 자신의 감이 말하는 것.
얕보다가는 정말로 <b>죽는다.</b>
등을 타고 흐르는 식은땀.
하지만 성연은 오히려 미소를 지었다.
'과연 지금까지는 장난이었다는 것인가?'
확실히 무엇인가 미지근한 감이 있었긴 했다.
이 긴장감이 즐겁다.
나를 시험할 수 있으니까.
오라. 네 실력과 나의 실력. 누가 더 나은지 비교해보자.
성연은 새로운 카드들을 뽑는다.
덱에서 뽑은 카드들은 클로버의 카드들.
그리고 또 다시 뽑은 카드들은 다이아의 카드들. 마지막으로 하트의 카드 한장
모든 준비가 끝났다.
언제든지 와라. 나는 준비가 끝났으니까.
"하아, 별 수 없네. 짜증나고, 귀찮긴 하지만 그 뒤에 있을 달콤한 꿀을 위하여......!"
전신의 기운을 한꺼번에 개방한다.
자신은 특별한 태생이다.
구미호(九尾狐)란 오랫동안 세상을 살아온 여우가 수련을 하여 도를 깨달으면 하나씩 늘어난다.
대체적으로 천년 묵은 여우는 꼬리가 아홉개가 달렸다고 하지 않는가?
그만큼 구미호가 되는 길은 험난하다는 거다.
그에 비하면 자신은 일명 태생이 특별한 것이다.
사람도 그렇겠지.
태어날 때부터 돈이 많은 사람이 있고, 무엇이든지 잘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자신도 그런 쪽이다.
그의 부모들은 모두가 구미호였고, 그분들에게서 태어난 자신 역시 처음부터 구미호였다.
그래서였을까?
수련의 깊이 하나만을 보자면, 다른 구미호들보다는 낮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 다양함과 끝을 모르는 잠재성은 자신이 훨씬 위다.
이 것이 그 증거.
평범한 사람의 모습이었던 오진호의 뒤에 꼬리 하나가 홀연히 나타난다.
"첫번째, 춤추어라."
<b>꺄르르르르-</b>
구미호들에 있어서 '꼬리' 라는 것은 그 힘의 증거.
그렇기에 그들은 수련을 하며 꼬리가 새로 하나씩 더 생길 때마다 그 꼬리에 있는 힘을 굴복시키고 익숙해지기 위하여 애를 쓴다.
허나 오진호만큼은 아니었다.
그는 태어날 때부터 꼬리가 있었던 몸.
그렇기에 그는 꼬리에 있는 힘들과의 유대가 다른 구미호들 보다 유난히 높은 편이었다.
태어날 때부터 지니게 된 힘.
그 힘을 다루기 위해서 정말로 많은 고생들을 했었다.
그리고 그 동안의 성과를 지금 펼치려고 한다.
"...심상치 않네."
멀리서 상대를 살피던 성연이 내뱉은 한마디였다.
인간의 모습이었던 그의 뒤에 꼬리 하나가 생겼다는 것은 지금부터 구미호의 진실된 힘이라는 것을 펼치기로 마음 먹었다는 것.
더불어 피부가 따끔거리는 것이 보통의 힘은 아닐 터다.
"긴장해야겠네. 나 역시 새로운 녀석들을 얻었지만, 아무리봐도 상대가 더 익숙하게 힘을 다루고 있는 것 같으니까."
이래서 싫었다고.
이틀이 뭐야 이틀이.
간신히 힘에 적응할 때 쯤이잖아 이틀이면!
나는, 천재가 아니란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언제까지 불평만 늘어 놓을 수는 없겠지."
꼬리를 꺼냈다고 해서 상대가 펼치는 힘은 어찌됬건 간에 '물'에 기반을 두었으리라.
자신이 현재 자유자재로 쓸 수 있는 카드들은 총 21장.
그 중 동빙(動氷)이 봉(封)해 졌으니 사용할 수 있는 것은 20장으로 줄어들게 된다.
그리고 4장의 카드들은 상대가 봤으니 왠만해서는 통하지 않을듯 하다.
"껄끄럽게 되었군."
자신의 패가 16장으로 줄게 되었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자신이 견제식으로 공격을 가해보도록 할까.
"굽어 내리보아라. 감전(瞰電)-"
『끼이이이익-!』
다이아 6의 카드가 성연의 손에서 빛무리로 화한다.
그와 동시에 얽혀져 있는 미로를 황금색의 존재가 말 그대로 번개처럼 빠져나와 오진환의 위에서 날개를 펼친다.
그 것은 번개로 이루어진 거대한 대붕.
온 몸에서 수십, 수백만 볼트의 전기가 흐르고 있는 번개의 붕조(崩鳥).
오만하게 상대를 내려다보며 일순간에 적을 향하여 내리 꽂힌다.
하지만.
빠지지지직-!
전류들은 오진호의 근처에서 사방으로 흩어져 내린다.
마치 피뢰침이 있는 것처럼 목표를 잃고서 흩어져버리는 감전의 번개들.
감전의 일격이 실패한 이유는 간단했다.
그의 꼬리가 가지고 있는 첫번째 힘.
그 것은 주변에 하급이지만 수많은 물의 령(水靈)들을 부리는 술법이었으니까.
흐릿하게 보이는 수많은 하급의 수령들이 번개가 내리 꽂히자 주변에 물을 조종하여 번개에 접촉. 그리고 물의 길을 사방으로 뻗어 번개가 오진호의 몸에 닫지 않도록 유도한 것이다.
"두번째. 제련해라."
두번째 꼬리가 등장한다.
두번째 꼬리가 지니고 있는 힘은 물들이 가지고 있는 힘들을 보다 제련시켜 주는 것.
두개의 검이 있다.
검을 10번 제련한 검과, 11번 제련한 검이 있다고 치자.
이 두개의 검이 정면으로 부딪힌다면 어떠한 검이 이길까?
생각할 것도 없이 두번째 검이 첫번째 검을 부술 수 있을 것이다.
그와 마찬가지다.
같은 술법을 써도 훨씬 더 강하게 해줄 수 있는 것이 바로 두번째 꼬리의 힘.
끝이 아니다.
계속해서 꼬리들이 튀어나온다.
세번째. 흐날려라.
물들이 사방으로 물방울들이 비산한다.
그 속도는 평범한 인간이 아니기에 보통 사람들보다 수배는 뛰어난 동체 시력을 지니고 있는 성연조차도 미처 파악을 하지 못할 정도.
세워진 미궁의 벽 중 오진호와 가장 가까이 있던 벽들에 수백개의 구멍이 뚫리는 순간 그의 공격을 알아차린 성연이 뒤늦게 미궁의 벽을 강화시킨다.
성연의 앞에 세워진 두개의 벽을 제외하고서는 그와 오진호 사이에 있던 벽들에 모두 구멍이 뚫리고 말았다.
네번째. 범람하여 침범하라.
물들의 양이 갑자기 대폭 증가한다.
마치 홍수가 난 것처럼 물들이 차오른다.
대체 이 물들은 어디서 난 것이지?
어떻게 할 수도 없이 물은 폭발을 꺼트리고 성연이 있는 곳까지 침범하다.
차올라와 있는 물의 양은 끊임 없이 증가하고 있다.
휠체어에 올라와 있는 발이 물에 잠기고 어느샌가 무릎까지 차올라와 있다.
하반신 자체를 물에 먹혀버린 것이나 다름이 없다.
경각심을 가지고 급히 자신 주변의 물을 없애려고 하지만, 오진호의 힘의 개방은 멈추지 않았다.
다섯번째. 끌어들여라.
불어난 물은 어느새 성연의 가슴까지 오고 있었다.
'대체 언제까지 불어나려고 하는 거지?' 라고 생각하는 순간 엄청난 급류가 생성된다.
양다리로 서 있어도 휩쓸려갈텐데, 휠체어에 앉아 있는 성연은 속절없이 급류를 따라서 흘러간다.
목적지는 오진호!
오진호의 주변은 소용돌이가 생겨나고 있었다.
정확한 명칭은 '바다 소용돌이' 라고 하는 자연 현상.
그러나 그는 자연 현상을 자신의 힘으로 펼쳐내고 있었다.
'위험해 이건.'
급류에 휩쓸려 가면서 성연은 신음성을 낸다.
이대로 저 곳까지 흘러들어간다면 아마도 단숨에 죽을 것이다.
"그럴 수는... 없지!"
한장의 카드를 또 다시 꺼내어 발동시킨다.
이번 카드는 다이아 8의 카드 중독(重毒)!
중독을 휠체어와 자신의 몸에 부착시킨다.
중독의 무서운 점은 독성이 아닌 그 무거움에 있다.
속절없이 끌어당겨지던 성연의 몸이 무협 소설에 등장하는 고수가 천근추(千斤墜)를 사용한 것처럼 자리에 고정된다.
하지만 성연이 간과하고 있었던 것이 있었다.
주 목적이 성연을 끌어들여 자신의 범위 안에 놓는 것이 오진호의 목적이었지만, 그 것이 실패한다면 다른 것을 시도할 수 있었을 테니까.
오진호를 중심으로 엄청난 속도로 회전하고 있는 물들.
그리고 끌려들어감을 막기 위하여 미처 미궁에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던 성연.
쩌쩍-
그렇지 않아도 세번째 꼬리에 의하여 구멍이 숭숭 나 있던 미궁의 벽들이 물들의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부숴진다.
"자, 이 것으로 너를 막아주던 벽들은 사라졌다. 이제 어떻게 할테냐?"
미궁의 벽들을 모두 박살내고서도 여전히 오진호의 주변에서 힘차게 회전하고 있는 물들.
그 압도적인 위엄에 성연은 쓴웃음을 짓는다.
'실수다. 꼬리가 하나씩 나오는 것에 정신이 팔리고 말았네.'
싸움 중에 하면 안되는 것들 중 하나를 해버린 것이다.
상대의 기술에 현혹되지 말아라. 그 것은 스펙터와 수련을 하면서 간간히 강조했었던 말 중 하나다.
그런데 그 것을 잊고 오진호의 기술에 현혹되어 눈과 귀, 그리고 정신마저 흐트러트리다니. 수련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구미호(九尾狐). 남은 꼬리는 네 개. 과연 네가 막을 수 있을까?"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으며 오진호가 성연을 조롱한다.
"하, 웃기는 군요. 분명 제가 당신의 기술에 현혹된 것은 사실이지만... 그 것 아십니까? 제 힘들은 이미 발현 되었다는 것을?"
"뭐?"
급히 고개를 좌우로 돌리며 살펴보지만, 아무런 징조도 보이지 않는다.
허세인가?
"미스디렉션(misdirection) 이라는 수법입니다. 조심하시길?"
미스디렉션(misdirection).
이 것은 마술사들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수법으로 꼽히는 기술이다.
마술이란 원래 작은 손동작으로부터 시작한 것.
그렇기에 중요한 부분 때 관객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만드어진 수법이다.
성연의 단순한 한마디였지만, 오진호는 그 말에 시선이 흐트러졌고 성연은 그 때를 노치지 않았다.
클로버들의 파티가 시작된다.
성연이 발동 시키는 두장의 카드.
"모듬 세트를 주셨으니. 저도 모듬 세트로 드려야겠죠?"
클로버 3의 카드와, 클로버 4의 카드가 동시에 발동한다.
클로버 3가 가지고 있는 힘은 고갈(枯渴).
그리고 클로버 4의 카드의 힘은 피로(疲勞).
"대상은 오진호. 빼앗고, 누적시켜라."
클로버의 카드들은 다이아의 카드들과는 달랐다.
검게 빛나는 카드에서 수십개의 기류들이 뿜어져 나온다.
그 대상은 오진호.
오진호에게 가해지는 공격을 물의 령들이 막기 위하여 그의 앞을 가로막고 물의 장벽을 펼치지만, 어찌 된 일인지 검은색 기류들은 물의 장벽에 막히지 않고 통과한다.
그리고 오진호의 몸에 접촉!
"......."
"......."
그리고 성연과 오진호가 침묵한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두 사람의 싸움을 지켜보고 있던 스펙터와 수련의 머리 속에서 동시에 떠오른 한마디였다.
성연의 공격이 분명히 오진호에게 닿았음에도 불구하고 눈에 보이는 변화는 전혀 없었다.
"무엇을 한거냐? 아무런 이상이 없는데?"
상대의 공격이 몸에 닿았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변화가 없자 의아해진 것은 오히려 오진호였다.
뭐랄까 찝찝함?
자신의 공격들은 상대를 확실히 당황시키고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것이 육안으로 확인된다.
지금까지의 상대의 공격들도 마찬가지였고.
그런데 이번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
피식-
그런 오진호를 보면서 입꼬리를 말아올리는 성연.
"과연... 그럴까요?"
분명한 비웃음.
자신의 몸에 일어난 변화를 느끼지 못하는 오진호를 비웃는다.
"정말로 아무런 변화가 없을까요? 그렇다면 그 것은 당신을 패배로 이끌겁니다. 계속 갑니다. 막아보시죠."
퍼석-
언제 빼어들었는지 모를 또 하나의 카드가 성연의 손에서 산산히 부숴진다.
검은색 안개로 부숴지는 카드는 클로버 2의 카드.
"뒤덮어서 장악해라!"
클로버 2의 카드가 부서지면서 나온 검은색 기류는 어느새 자신의 몸을 불리며 안개로 탈바꿈 한다.
그 모습을 보던 오진호가 옳다구나 하면서 조종해 보려고 하지만 실패.
그렇다 검은색 기류의 정체는 안개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리고 성연이 발동 시킨 클로버 2의 카드의 능력은.
<b>공포(恐怖)!</b>
***
아, 현기증나네요 죽을거 같아요.
제길... 유독 힘든 장면들이네요. 내일도 힘든 장면일텐데..
흐엉흐엉 살려주세요. 죽을거 같단 말이예요.
자세한 이야기는 리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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