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유혹 2
하얀유혹2
명찬은 토요일이면 법령이 입원해있는 월주병원을 찾아서 법령에게 영적능력을 과외 받고 있었다.
지금까지 명찬이 배운것은 방어부적을 쓰는 법이었는데 술자의 피를 섞은 먹을 이용하여서 특수제작된 종이에 술식을 그려넣는 것이다.
[안녕하세요~]
명찬이 법령의 병실에 들어서자 오늘은 빛나가 먼저 와서 앉아 있었다. 서투른 솜씨로 사과를 깎고 있는데 사과 껍질에 과육이 많이 붙어있었다.
[빛나에게 얘기 들었다. 목성고에서 퇴마중에 명찬이의 등에서 푸른 다문천왕의 모습을 한 영이 나와서 귀신을 물리쳤다고...]
법령이 병원 침대에 반쯤 걸쳐앉아 얘기를 꺼냈다.
[삼촌 제 생각에는 예전에 삼촌이 얘기해 주셨던 전생체가 아닐까 생각했는데요]
빛나의 말에 법령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 가능성도 있지... 명찬아, 그 후에 몸에 이상은 없고?]
법령이 묻자 명찬은 조금 주저하다 오른쪽 손목을 내밀었다
명찬에 손목에는 알수 없는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그날이후 손목에 이런 문양이... 한자도 아닌거 같고... 뭘까요?]
복잡하게 생긴 문자는 마치 긴 장대에 담쟁이 넝쿨이 아래로 축 늘어진것 처럼 생겼는데 희미하게 푸른빛을 내고 있었다.
[내가 보기에는 고대 인도의 브라흐미 문자와 생긴게 비슷한것 같구나... 나도 전문가가 아니라서 확답은 못하겠지만...]
법령은 서랍에서 노트와 펜을 꺼내서 명찬의 문양을 배껴서 그리기 시작했다.
[목성대학의 박교수님에게 한번 물어봐야 겠다.]
[전생체 라는게 뭔가요?]
명찬이 계속 생각하던 의문을 입에 담았다.
[전생체라는건 과거에 큰 힘을 가진 영이 현세로 다시 오기위해서 인간의 몸으로 다시 태어난 걸 말하는 거야.]
[제가 전생체?]
믿기지 않는 명찬이었다.
[만약 명찬이 네가 전생체라면 머지 않아서 스스로 알 수 있을거야. 듣기로 전생체는 반드시 이뤄야할 사명이 있다고 들었다. 곧 그 운명이 너를 찾아올거야]
법령이 엄숙하게 말했다.
[사, 사명이요?]
[전생체라는건 과거의 영이 하고싶은 일이 있어서 현세에 전생을 한거잖아. 인과를 거슬러서 죽은자가 다시 태어나면서 까지 하려고하는일... 그게 뭔지는 모르지만 명찬이 네 안에있는 전생체... 전생체가 맞다면, 분명 간절히 하려고 하는 일이 있을거야]
빛나가 명찬에게 설명해주었다.
명찬이 복잡한 표정을 하자 법령이 명찬의 긴장을 풀어주려 했다.
[너무 걱정하진 말거라. 전생체가 힘든 사명을 지고 있는것은 사실이지만, 모든 전생체가 각성하는건 아니라고 들었다. 평생 자신이 전생체인걸 모르고 살다. 죽는 전생체도 있다고 하더구나]
[그럼 사명을 이루지 못한 영은 어떻게 되나요?]
명찬이 묻자 법령이 답했다.
[다시 새로운 전생체를 찾아서 현세로 다시 돌아오겠지. 사명을 이룰때 까지 영겁의 시간동안...]
영겁의 시간동안 다시 태어나면서까지 하려는 일이 무엇일까. 정신이 아득해지는 시간을 견디면서 하려는일. 명찬은 자신의 전생영의 사명은 무엇일지 문득 궁금해졌다.
[일단은 몸에 이상현상은 문양외에는 없다니 맘 편히 가지고 기다려 보거라. 목성대 박석훈교수님이라고, 전생체에 관해 연구하시는 분이 계시단다. 내가 그분에게 한번 손목에 나타난 문양에 대해 물어보마]
법령이 명찬의 어깨를 두드리며 위로했다.
[어쩌면 명찬이 네가 영에 관계된 세계로 들어온 것도 운명적인 무언가가 관계된 걸지도 모르겠네.]
빛나는 쓰게 웃었다.
일행은 빛나가 깎은 감자같이 된 사과를 먹으면서 마철수 사장에 관한 얘기로 넘어갔다.
[명희의 영은 사물령과 결합해서 강한 힘을 얻었어요. 자연상태에서 사물령이 인간령과 결합하는 일은 드물잖아요.]
[거의 없지.]
법령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빛나 너는 사물령을 인간령과 결합시킨 술자가 마철수 사장과 관계가 있다고 생각하는 거니?]
[제 생각에는 그 사물령은 월주사에 봉인되어있던 영이 틀림없는거 같아요. 그럼 마철수 사장이 뭔가의 목적으로 강력한 영을 만들지 않았을까요?]
[원한이 있는 영에게 강한 힘을 주어서 인간세상에 혼란을 일으킨다... 하지만 왜 그런일을 ...]
법령은 생각에 잠겼다.
[이해가 안되는 걸로 치면 월주사의 봉인된 영들을 풀어헤친것부터 이해가 안되죠. 마철수 사장에 대해서 조사해볼 필요가 있는거 같아요]
[총본산의 수사부가 조사를 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아마도 우리가 자체적으로도 조사해볼 필요는 있겠구나]
총본산은 영적능력자들을 모두 등록시키고 사회에 해악을 끼치지 않는지 감시하는 영능력자 협회다. 불교를 중심으로 해서 조직된 오래된 조직으로 정부와도 일정한 커넥션을 가지고 영능력자가 강한힘을 활용하여 반 정부적인 일을 못하도록 감시하는 일도 하고 있었다.
수사부는 총본산에 소속된 경찰과 같은 일은 하는 조직이었다.
[저도... 마철수 사장이 관계된것 같아요.]
명찬이 끼어들었다.
[월주사에서 마철수사장을 봤을때와 비슷한 영적기운을 느꼈어요. 희미하지만... ]
명찬의 말을 듣고 법령이 고개를 끄덕였다.
[명찬이는 오히려 영적기운을 많이 접하지 못했을 테니 더 강하게 구별할수도 있었겠지.]
법령은 빛나와 명찬을 바라보았다.
[마철수는 대구에 있었으니 너희들이 조사하기는 힘들거야. 일단은 내가 아는 분들에게 부탁을 해 보마. 빛나와 명찬이. 너희들은 마을에 퍼진 영들이 뭔가 나쁜일을 하지는 않는지 감시하는데 힘을 쏟아 주거라. 마철수의 일은 나한테 맡기고.]
- 작가의말
금토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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