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룡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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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1.12.13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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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2.27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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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백(3)

DUMMY

여무명이 담백과 쌍장군 부녀의 자초지종을 다 들은 후 버럭 화부터 내네요.

쌍장군과 담백 부녀를 대상으로 화를 낸 것이 아니지요. 주로 성형외과에서 일하던 간호사를 정신병원에서 받아 준 병원 측의 전문성 무시행위를 규탄했을 뿐이래요. 그녀는 그간 성형외과에서 간호사 겸 미녀 모델로 활약해온 이력이 있어서겠죠.


그렇담 누가 쌍장군과 담백 부녀에게 여무명을 해치우라고 시킨 것일까요?

이들 부녀 역시 지시한 자들의 정체를 정확히 모르고 있는 것이 아니겠어요?

저 다니엘이 직접 쌍장군과 담백을 심문하기로 했어요.

아니죠. 심문(審問)은 잘못된 표현이죠. 이때는 신문(訊問)이 맞습니다. 심문은 자세하게 따져 묻는 것으로서 높으신 판사님들이 죄인들의 주장을 들어주는 것이고요. 약간 구제할 목적도 있대요.

이에 비해 신문은 알고 있는 사실을 캐묻는 행위고요. 변호사나 수사기관은 물론 우리 같은 사람들도 감히 할 수 있지요.

전 지금껏 이왕이면 고신(拷訊-육체적 고통을 주는 신문)은 피해왔어요. 그렇다면? 제가 선호하는 방법은 최면요법이랍니다. CIA 특수교육 과정에서 배운 나만의 무기거든요. 잔인한 고문보다 훨씬 효과가 크다고요! 분쟁지역에서 적들에게 많이 사용해보았죠. 임상시험을 충분히 거친 방법이거든요.


그런데 여무명도 지지 않고 자기가 직접 자백을 받겠다고 고집하는 게 아니겠어요? 고대로부터 내려오는 약물을 통해 쉽게 사주한 놈들의 정체를 끌어낼 수 있다는 억지주장이네요.

요즘은 인터넷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는 ‘만드라고라’를 사용하겠대요. 그 꽃은 자주 빛깔이 선명했지요. 실제로 ‘자주 빛깔 만드라고라’라는 존재감 높은 향수가 존재한다나 뭐라나?

겉모습만 봐서는 한반도의 야생화가 연상되었지요. 가히 아름답네요. 하지만 그 뿌리는 위험하답니다. 장갑을 꼭 끼고 다루어야 한대요. 죽을 수도 있고요. 인간의 몸과 같이 생겼으나 흉측한 형상이랍니다. 생식기까지 달고 있는지라···.

이는 그리스와 로마시대 최음(催淫)이나 최면(催眠)용으로 쓰였던 것으로 알려졌지요. 전 성경책에서도 자주 이 꽃을 접했어요. ‘합환채(合歡菜)’로 표현되어 있지요.

아가서 7장 13절에 나오고, 창세기 30장에 야곱의 두 부인인 라헬과 레아 두 자매가 갈등하는 장면에서 등장한답니다.


난 여무명을 말렸지요. 그 치명적인 식물은 최음 효과가 있어 자칫 성범죄 현행범으로 체포될 수 있다고 겁을 주곤 포기시켰어요. 난 ‘베아트리체 첸치’가 그런 위험한 물질에 노출되는 것 자체가 싫어서였죠.


자! 이제 제 뜻대로 정통 CIA 방식의 최면을 걸겠습니다.

부녀로 하여금 최면상태에서 여무명을 살해하라고 시킨 자들이 한 말을 재연시켰더니 세상에나. “브이스트라! 브이스트라!(빨리 빨리)!” 뜻밖이네요.

러시아어 아닌가요? 말투로 보아 러시아 마피아였죠. 그들이 왜 서울까지 행차하셨는지 궁금해집니다. 이상했지요. 한국인으로 보이는 리더는 북한식 억양이 전혀 없더라고요. 남한 사람이네요. 드디어 찾아냈어요.


며칠이 지나서 CIA 한국지부 동료에게 개인적으로 부탁해서 알아낸 정보는 이러해요.

남한 출신 리더는 과거 학생운동권 출신이었답니다. 마르크스와 레닌에 심취해 공산주의의 본고장인 소련으로 유학을 떠났고, KGB 눈에도 띄었다고 해요. 정식 직원으로 채용된 것은 아니랍니다. 협조자에 불과하지 않았을까요?

그러다 그는 유학 생활 중 금방 소련과 위성국가들의 몰락을 목도하고 말았으니!

좌절한 그는 소련에서 비슷한 처지에 있던 일부 운동권 출신들이 과거를 뉘우치고 전향했던 것과는 사뭇 달리, 홀로 다른 길을 갔지요.

남들은 한 번도 가지 않을 길로···. 젊은 시절이 송두리째 부정된 것 같은 좌절 속에 일부러 자신을 망치는 길을 택했을 테죠.

이름하여 국제범죄조직의 길을. 신앙과도 같았던 사상만을 맹종했던 혁명가가 물질문명에 눈을 뜨는 것이 이처럼 순식간일 줄이야.

요즘 코레야에 유사사례가 널려 있다고 했던가요?

그의 경우는 자신을 배후에서 지시했던 KGB 직원이 암흑의 길로 가면서 함께 데리고 간 것이었답니다.

저 다니엘은 CIA 파일에 있는 그의 사진을 봤어요. 첫인상은 전형적인 특수요원의 그것이 아닌데요?

펜대를 잡은 채 고뇌에 차있는 러시아 대문호 푸시킨의 형상이랄까. 아니네요. 곱슬머리인 점은 유사하나, 구레나룻이 없는 것으로 미루어 오히려 한국 작가 이상(김해경)이나 시인 백석(백기행)이 연상된답니다.


공부삼아, 짚어보겠어요. 이상은 소설 ‘날개’가 대표작이란 건 아시죠? 백석의 경우,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가 대표적인 사연 깊은 시(詩)랍니다. 두 작품 모두 고등학교 모의고사에도 나올 정도라는데, 다들 아시죠?


아무튼 CIA 서류에 적혀있던 그의 이름은 ‘고○○’이었습니다. 급한 대로 그를 푸시킨으로 부르기로 할게요.

곧바로 스마트폰에 저장한 별명 푸시킨의 사진을 여무명에게도 보여주었어요. 그런 후에 전 여무명과 푸시킨이라는 인물에 대해 잠깐 동안 담소를 나누려 합니다.


“형, 푸시킨이라고 들어 봤어?”

여무명은 금방 불쾌한 표정을 짓더니 날 노려보는군요. “파일럿! 내가 아무리 무식해도 그 정도는 알지.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고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아니었나?”

여무명도 푸시킨의 유명한 말씀 정도는 알고 있었던 것이죠. 난 인터넷에서 진짜 푸시킨의 초상화를 찾아 여무명에게 보여주었어요.

“무명이 형! 형이 보기엔 이 사람이 그냥 서양인으로 보이겠으나, 초상화 속 인물은 내가 붉은 피가 튀던 현장에서 자주 맞닥뜨린 슬라브족 계통이 아니야. 그렇다고 러시아 인구 중 상당수를 차지하는 동양계 타타르의 피가 섞인 것도 아니라고.”


여무명은 내 설명이 자기를 무시했다고 여겼는지 이내 묘한 표정을 짓더군요.

“파일럿, 아니 다니엘 씨. 얼마 전 난 명동에 있는 백화점에 갔다가 인근 호텔에서 어떤 동상을 봤지. 이게 뭔가 싶어서 바로 인터넷을 검색해 봤다네. 결국엔 자네가 말하고자 하는 건, 푸시킨이 오리지널 러시아의 슬라브 민족이 아니라는 것 아냐? 그리고 푸시킨은 외증조부가 아프리카 계통인 에티오피아 사람이었다는 걸 말하려는 거겠지? 슬픈 가족사가 있었던 것쯤은 나도 알고 있다네. 푸시킨의 외조부는 왕족이었다가 몰락해 노예로 러시아에 온 것이었고. 나중에 표트르대제의 눈에 들어 귀족신분이 되었다는데. 명문가 여자였던 푸시킨의 외증조모와 혼인하게 된다. 뭐 이런 스토리 아닌가?”


저 다니엘이 여무명에게 푸시킨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내 잘난 척하려는 것이 아니랍니다. 뭔가 여무명에게서 푸시킨 조상의 스토리가 겹쳐져서 그랬어요.

그리고 그에게 에티오피아란 나라를 통해 성경을 가르치기 위해서였고요.

에티오피아가 성경에 자주 나오는 구스(古實-CUSH)랍니다. 커피의 원조국가라고 알려졌죠. 모세의 부인도 구스 여자였어요. 성경에는 주로 의리 있고, 하나님을 알기를 원했던 민족으로 그려진답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에티오피아가 한국전쟁에 6,000명 이상을 파병했지요. 신기하게도 아프리카에 있는 거의 유일한 기독교 국가라네요.

건데, 어쩌다 1974년 공산화가 되었을까요? 그러고저러고 탈도 많더니 1991년 겨우 공산정권이 쫓겨났다마는, 이미 과거 자원부국에서 세계 최빈국으로 전락하고 말았군요.!

종교적으로도 특이한 나라랄까요? 자기들이 성경에 나오는 솔로몬 왕과 시바의 여왕 사이에 태어난 후손이라고 믿고 있다니!

이들은 세계적으로 공인된 성경이 아닌 자기들 고유의 성경을 유지하고 있지요. 그 안에 신비한 비밀이 다수 있고요.


그날 저 다니엘은 또 신비스러운 꿈을 꾸지 않았겠어요? 거기서 아프리카에서 멀리 러시아로 끌려온 푸시킨의 외증조부가 보이려 할 때, 아니나 다를까. 순간 그 외증조부가 여무명으로 보이는 게 아닌가요!

그 옛날 왕족이었다가 전쟁 와중에 타국에 강제로 끌려온 비극의 주인공이 다름 아니라 여무명이었던 것이죠.


여기서 또 다른 반전은 푸시킨 외증조부가 실은 에티오피아가 아니라 현대 카메룬 인근 사람이었을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중이랍니다.

한국인들은 그 나라가 그 나라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겠으나, 당시 러시아 입장은 아니었을 걸요? 카메룬처럼 사하라 사막 이남에 있는 열등한 흑인 피가 대문호인 푸시킨에 섞여있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겠지요.

에티오피아라는 나라가 그나마 완전한 흑인이 아니라 노아의 막내아들 함의 장자 구스의 후손이고, 일찍이 문명화된 국가였다는 데에서 자존심을 지키고 싶었을 테고요.


어찌 됐든, 왜 푸시킨이 여무명을 해치려 했는지 이유부터 밝혀야 겠어요.

그래야 대비책이 제대로 나오지 않겠어요? 미국 정보기관 자료상으로는 푸시킨이 한국을 떠난 건 1990년 이전이더군요. 그 후에 한국에 온 흔적은 없대요. 적어도 공식 기록상으로는 그랬죠.


그러다 2017년 정권이 교체되기 몇 달 전 돌연 인천국제공항에 나타났다는 사실. 그것도 혼자가 아니라 슬라브족, 타타르족, 몽골족에 이어 고려인들까지 부하로 잔뜩 싣고서 왔으니···.

그 후로는 쭉 여러 차례 남한을 넘나들고 있었어요. 자! 2018년 무술년 현재, 그자가 서울에 있는 것으로 최종 확인되었어요.

우린 푸시킨이 묵고 있는 호텔로 들어섰죠. 여무명과 나 둘이서만. 왜 이자가 별 5개짜리 호텔에 투숙 중인지도 진정 이상하네요. 돈이 문제가 아니지요! 고급 호텔은 한국 각 기관들의 방첩요원들이 진을 치고 있는 곳이거늘. 이젠 그만큼 한국 방첩 유관기관들을 개무시해도 되는 상황이 된 것인가요?


그랬지요. 공정하고 정의로운 정권이 들어서자마자, 대공 및 방첩 관계자들의 눈을 도려냈었죠. 독재정권에서 유행하던 사찰을 앞으론 금지시킨다는 아름다운 명분을 내세웠거든요.

아예 두 눈알을 적출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판단에서 일부 충성스러운 요원들은 봐준답시고 장님 대신 외눈박이로 만들었어요.


마침 옛 실화가 떠오르네요. 때는 비잔틴제국의 가장 고독한 황제 ‘바실리우스 2세’ 치하! 황제께서는 너그럽게 불가리아 포로 1만 5,000명을 고향으로 돌려보낸답니다. 혹(或), 휴머니스트?

예의범절에 따라 그냥 보내드리지 않았지요. 150명은 한쪽 안구를 적출한 후, 양쪽 눈알 모두 뽑혀나간 나머지 병사 각 99명씩을 인솔하게 하여 전원 ‘안심 귀가’시켰다는군요.

불가리아 왕은 이들을 맞이하곤 충격으로 즉사했고, 가족들은 심정이 어떠했을까요? 절망감에 울부짖었을 스릴러적인 실화였지요. 아이러니하게도 바실리우스 2세는 불가리아 백성들에게는 살아있는 악마였지만, 비잔틴제국 백성들에게는 나름 훌륭한 지도자로 기록되어 있답니다.

이것이 역사라던가요? 입장에 따라 정반대 평가가 불가피한 것 말이죠. 지금 한반도가 그렇단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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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명백(1) 21.12.29 40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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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담백(4) 21.12.28 42 0 12쪽
» 담백(3) 21.12.27 45 0 11쪽
30 담백(2) 21.12.27 45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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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주인백(4) 21.12.24 46 0 12쪽
22 주인백(3) 21.12.24 47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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