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님의 놀이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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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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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15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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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27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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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6화.

DUMMY

나스 대륙에서 상행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일단 관도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곳도 많기에 운송 자체가 편리하지 않고, 언제 어디서 마물이 등장할 줄 모르는 세상이므로 상행 자체가 안전하지도 않다. 지구와 같이 과학 문명이 발전하지 못한 세상에서 의지할 건 마법뿐이지만, 차원의 불안정성으로 공간을 활용하는 마법 자체가 불가능하기에 대량운송은 당연히 힘들다. 그렇기에 단순한 여행도 힘든 세상에서 물류의 이동이란 더더욱 어렵고, 수많은 비용 증가를 야기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런 세상에서도 교통이 불편하기로는 둘째가 서러운 베렌령에서는 생존을 위해서 어쩔 수 없이 그 어려운 상행을 1년에 총 4번 한다.


“영주님!”

“...음?”

“상단이 돌아왔습니다!”


수련을 하다가 내려왔더니 하녀 안나가 상단이 돌아왔음을 알렸다.


“어디? 도착했어?”

“아, 아뇨. 아직 관문을 통과 중일 겁니다. 관문병이 조금 전에 영주님께 알려드리려고 왔었습니다.”

“아 그래? 보통 얼마나 걸리는데? 아니, 아니다. 일단 마중 나가야지. 마을 광장으로 가면 되나?”


상행이 출발할 때 광장에서 떠났으므로 돌아오는 것도 광장일 것이다.


“네. 영주님. 앗! 영주님! 같이 가셔요!”


오랜만에 발을 내딛은 광장에서는 나처럼 많은 영지민들이 상단의 귀환을 기다리고 있었다.


‘한 달 넘게 기다렸던 물건들을 받을 참이니 기다릴 만도 하지. 미국이 아니라 브라질 같은 곳에서 시켜도 한 달은 안 걸리겠다. 에구.’


가끔 애용하던 중국 직구 쇼핑몰에서는 한 달 넘게 배송일을 잡아둔 적이 있긴 했지만, 대부분 1~2주 안에 도착했었던 기억이 괜히 떠오른다.


‘흠... 괜히 나와 있었나?’


광장은 시끌시끌 사람으로 가득했다.

그리고 내가 도착하니 사람들이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사실 영주를 만난다고 부복하거나 절을 하는 인사법은 없고, 호위를 낀 나와 영지민들 사이에는 거리가 있으므로 어색한 침묵과 수근거림만이 광장에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뭐라는 거지?’


아직은 영주인 나도 영지민인 사람들도 서로가 불편한 것 같다.


“...영지의 주인을 뵙사옵니다.”

“어? 아. 행정관.”

“네. 영주님.”


다행히 그나마 얼굴을 아는 행정관이 인사를 해오기에 어색함을 떨쳐낼 수가 있을 것 같다.


“행정관도 상단을 마중 나온 것인가?”


사실 ‘하게’체를 쓰는 것도 아직은 계속 어색한 일이긴 하지만, 그래도 군중 속의 고독보다는 조금씩 익숙해져가는 반말이 더 나은 것 같다.


“네. 영주님. 상행 역시 영지의 행정 업무라서 나온 것입니다.”

“그렇군.”

“네. 영주님.”


그런데 마땅히 더 할 말이 없다.


“......”

“......”


어쩌면 그냥 고독이 좀 더 편하고 멋질 뻔 했던 거 같기도 하다.


“흠흠. 뭐 영지에 문제는 없는가?”


딱히 할 말이 없어서 나도 모르게 의례적으로 물었다. ‘밥은 먹었냐?’, ‘오늘 날씨가 어떻다.’, ‘최근에 별 일 없냐?’ 정도의 질문. 그런데 행정관 조르딘이 반색하며 덥석 미끼를 획 낚아챘다.


“영주님, 그렇지 않아도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었는데, 영주님께서 일전에 영주 대리인 레이시아 경에게 모든 것을 일임하셨던 터라 지난 한 달 동안 말씀드리지 못했었습니다.”


아니, 바늘을 달지도 않았는데... 그렇지만 어쨌든 말을 시켜놓고 안 들을 수는 없지 않는가.


“흠흠. 무슨 일인가?”

“영주님 감사합니다. 그 동안 타나티안 가문의 은혜로움으로 인해서 지금껏 저희 영지민들이 무탈할 수 있었습니다.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얼씨구? 밑밥을 까시네?


“흠흠. 아니네. 최근 가문이 어려워 손을 놓고 있었던 건 나도 알고 있네. 괜한 공치사 할 것 없네.”

“아닙니다. 그래도 타나티안 가문이 아니었으면 현재 베렌 영지민들은 더욱 어려웠을 겁니다. 정말입니다.”

“알겠네. 그것보다는 할 말이나 계속 해보게.”


제법 유능한 행정관이라더니 그건 잘 모르겠고, 성실한 행정관인 것 같긴 하다. 굵직하게는 영지 개발 계획에 관한 건과 영지 운영에 관한 건 등이 있고, 사소하게는 영지에 일어난 사소한 문제들까지 모두 언급을 하고 있었으니까. 아, 그러니까 게으른 상급자에게는 조금 피곤한 행정관일 것 같다.


“...음. 내 모두 긍정적으로 들었다만, 자세한 건 영주 대리가 오면 말하게.”

“네... 영주님.”

“흠흠. 그렇다고 우리 영주 대리 너무 힘들게 하지는 말고.”

“...네. 영주님. 명심하겠습니다.”


대답이 조금 늦은 거 같아서 살짝 째려봐주었다. 그러고 보면 조르딘 행정관 이 사람도 아직 총각이었나? 뭐 유아사망률이 워낙에 높기 때문이긴 하지만, 평균사망연령도 높은 세상에서 왜 장가를 빨리 안 간 건지 모르겠다.


“행정관.”

“네. 영주님.”

“그 내가 그냥 만약에 하는 말인데...”

“네. 영주님. 하명해주십시오.”


조금 구차한 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혹시나 싹은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흠흠. 혹시 영지에서 레이시아에게 헛된 생각 품고 있는 놈 있으면 가만 안 둘 테니 그 점 명심하라고.”

“...네.”


나도 막상 말을 꺼내놓고 살짝 민망해서 말을 좀 덧붙였다.


“그리고 내가 조만간 영주 대리와 이야기를 해서 무언가 말을 할 것이지만... 앞으로 이 영지를 발전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 중에 있으니 조급해 하지 말고 좀만 참게나.”

“감사합니다. 영주님.”

“뭐 아직 특별히 하지도 않았는데 뭘. 아 맞다. 행정관?”

“네. 영주님. 말씀해주십시오.”

“저 앞 바다의 무인도에 관해서 좀 알고 있나?”


베렌령의 앞 바다.

이게 대륙의 공식 이름인지는 모르겠지만, 베렌해라고 알려진 베렌령의 앞 바다에는 현재 산과 협곡에 둘러싸인 베렌령의 면적만한 거대한 돌섬이 있다.


“에크 섬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아 맞다. 그런 이름이었지. 그래. 에크 섬 맞네.”

“네. 영주님. 그런데 어떤 것을 물어보시는 건지 말씀을 해주시면 제가 아는 데로 소상히 밝히겠사옵니다.”

“어... 뭐 별다른 건 없고, 저 섬을 좀 개발하고 싶어서. 애로사항 같은 것이 뭐가 있을까?”

“에크 섬을요?”

“음. 왜? 문제 있나?”

“아, 아닙니다. 다만...”

“뭘 눈치를 보나. 그냥 편하게 말해보게.”

“흠. 죄송합니다. 영주님. 에크 섬은 통째로 돌섬이라서 어떠한 식물도 자라지 않는 곳입니다. 알려지기로는 어떠한 광물 같은 것도 없고요. 항구와 섬 사이에 협류가 거세고 암초가 많아서 배를 띄우기도 싶지 않고, 채산성이 좋지 않아서 석재를 채취하기에도 적절치 않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나도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긴 하다. 타나티안 가문의 선조들이 베렌령에 돈 될 것을 찾기 위해 수십 차례 조사를 했기 때문에 이제 와서 갑자기 금광이나 미스릴 광산 같은 것이 튀어나올 일은 없다. 물론 주인공 버프가 있지 않을까 조금 기대는 하고 있긴 하지만, 어쨌든 지금 당장에는 섬 자체로 돈이 될 거라 계산은 잡지 않았다.


“그 정도는 알고 있네. 내가 알고픈 건 왕국법에 저 섬에서 수익을 올리거나 한다면 세금 문제가 어떻게 되느냐지. 저 섬도 확실히 베렌령의 영토가 맞는가? 섬과 여기 본토를 연결한다면 계속 섬으로 인정이 되는가? 농지가 아닌 섬이 만약에 농지가 가능한 섬으로 바뀌면 문제는 없는가? 뭐 그런 걸세.”


사실 자세히는 몰라도 지구에서는 중요한 문제였다.


부동산과 개발과 세금의 문제.


조르딘 행정관 입장에서는 갑작스럽고 당혹스러울 질문인지라 조금 버벅거리기는 했으나, 유능한 행정관답게 하나 하나 답변을 해왔다.


“네. 영주님. 답변이 늦어서 죄송합니다. 먼저 에크 섬은 아델린 왕국법상 완벽히 베렌령에 속하므로 저 섬을 어떻게 개발하시든 온전히 영주님의 것이 맞사옵니다. 세금의 경우에도 이제 타나티안 백작령의 속령에서 벗어나도 베렌령은 왕국법상 여전히 자치령에 속하기 때문에 왕국에 낼 세금은 존재치 않습니다. 지금까지 전례가 없는 일이기는 하지만 섬이 본토에 연결된다면 섬은 아니게 될 것 같사옵니다. 과거에 호수를 메워서 농사를 지은 영지가 있사온데, 그 경우에는 영지의 땅으로 인정받은 전례가 있습니다.”


연결이라고 했더니 그냥 간척사업처럼 땅을 메워서 연결하는 걸 떠올린 모양이었다.


‘뭐 아직 뽑아놓은 것이 하나도 없으니 나도 아직은 뭐라 하기는 그렇지.’


그리고 이런 저런 영지에 관한 걸 묻던 와중에 드디어 베렌 상단이 도착했다.


“와아아아!”

“빨리 오세요!”

“아빠! 아빠! 엄마랑 나 여기 있어!”


베렌 상단의 구성원은 모두 베렌령의 토박이들. 한 달 동안 떨어져 있었던 이들을 반기는 가족들의 기쁨과 상단이 가져오는 외부의 물건들을 기대하는 이들의 반가움으로 광장은 작은 축제분위기였다.


“조용! 모두 조용히 하세요! 영주님께서 와 계시지 않습니까!”


그리고 떠들썩한 축제 분위기가 조르딘 행정관의 일갈에 갑분싸가 되어버렸다. 아니, 갑자기 분위기를 이렇게 싸하게 만들면 나는 어쩌라고.


‘에잇. 이 양반은 왜 시키지도 않은... 설마... 아까 내가 영주 대리에게 이야기 하라고 했다고 삐져서 복수하는 건 아니겠지?’


조르딘 행정관이 내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영주님, 상행을 다녀온 이들에게 한 말씀 해주십시오.”


와... 이거 진짜 나 멕이는 거 아니겠지? 그런데 수많은 눈을 보니 여기서까지 빼기는 곤란할 것 같다.


“흠흠. 내가 긴 말을 하면 모두들 힘들어질 테니 짧게 하겠네. 한 달 동안 긴 여정 동안 모두들 고생했네. 무사히 돌아와 줘서 고맙네. 그대들의 노고로 이 영지가 조금씩 발전할 걸세. 나는 여기서 이만 할 테니 모두 어서 해산하여 집으로 돌아가서 쉬게나.”


한 달 만에 돌아온 베렌 상단과 영지의 경비병들을 치하해주는 것도 영주의 업무일 것 같지만, 나는 망나니 영주면 족하다.


“레이시아... 경!”


여기서도 누나라고 하기에는 수많은 영지민들의 눈이 살짝 거슬렸으므로, 나는 레이시아의 호칭 뒤에 딱딱한 경을 붙일 수밖에 없었다. 누나를 누나라고 부르지 못하다니 너무 슬프다.


‘후우. 빨리 결혼해서 마음대로 불러야지.’


이왕이면 결혼식은 엄마, 아빠를 모시고 지구에서 하고 싶었지만, 아무래도 여기서 먼저 올려야겠다.


“네. 영주님. 명하신 대로 무사히 다녀왔습니다.”

“...고생했어.”“아닙니다. 영주님이시야 말로 열심히 수련하신 것처럼 보입니다.”


제이크의 기억을 가진 나만 레이시아가 슬며시 웃고 있단 것을 알 수 있었다.


‘역시. 수련하길 잘 했어. 이렇게 좋아하잖아.’


나는 레이시아의 손을 덥석 잡았다.


“영, 영주님.”

“더 이상 할 일없지? 우리 어서 영주관으로 돌아가자. 빨리 쉬어야지.”

“네? 네. 어... 네.”


순간 흠칫 손을 빼려다가 레이시아는 저항을 포기하고 얌전히 고개를 푹 숙였다.


“흐흐. 빨리 가자.”

“아... 그런데 짐이 있습니다.”

“짐? 응. 짐. 어... 그거는... 아. 브레드 선임병! 여기 우리 영주 대리가 탄 말하고, 짐하고 같이 영주관으로 좀 부탁해도 되겠나?”

“네? 아 넵! 알겠습니다!”


레이시아가 타고 왔던 말과 짐은 브레드 선임병에게 맡겨두고.


“그럼 행정관, 아! 그리고 상단주?”

“네. 영주님!”

“네. 영주님.”

“일단 마리나 상단주는 고생이 많았어. 나중에 따로 다시 얘기하도록 하고. 행정관은 뒷정리 잘 부탁하네. 그럼 나는 우리 영주 대리 데리고 쉬러 가보겠네.”


나머지는 행정관과 상단주에게 일임했다.


“네. 영주님. 조심히 가십시오.”

“네. 영주님.”


어쩐지 등 뒤가 따꼼따꼼한 것 같지만, 나는 무시하고 레이시아의 손을 꼭 잡고 영주관으로 돌아왔다.


“헤헤헤.”


웃음이 절로 나온다. 아니, 감출 수가 없다. 한 달 동안 삭막하게 수련만 하다 보니까 레이시아가 더 예뻐 보이기 때문이었다. 치킨은 원래도 맛있지만 휴가 때는 수백 배로 더 맛있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다.


“영, 영주님.”

“응?”

“제, 제가 따라가겠습니다.”

“어. 빨리 가자. 와 누나 보고 싶어서 죽는 줄 알았잖아. 진짜 다음에는 보내면 안 될 것 같아. 빨리 믿을 만한 사람부터 구해야겠다. 고생 많았지? 다리 안 아파? 내가 마사지 해줄게. 어서 가자.”


레이시아가 과연 얼마만큼 하급 마나석과 필요한 것들을 챙겨왔는지도 궁금하긴 했지만, 내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레이시아가 무사히 돌아왔다는 것과 그동안의 외로움을 보상 받는 것이었다.


“...괜, 괜찮습니다!”


비록 마사지를 핑계로 스킨십으로 가까워지는 건 실패로 끝났지만, 그래도 내가 그 동안 얼마나 열심히 수련을 했는지를 듣는 동안 기뻐하던 레이시아의 얼굴을 보면 어느 정도 더 가까워진 것 같다.



* * *



우리 영지의 자랑, 아델린 왕국의 보물, 대륙의 기적이자 이세계의 축복인 초미녀 기사 레이시아의 상행의 성과는?


두둥탁.


그건 잠시 60초 후에 공개하겠습니다!


“...영주님?”

“어? 어. 잠깐... 너무 신났나보다. 헤헤.”

“...생각보다 많이 구하지 못했으니 너무 기대하시지 마십시오.”

“아, 아니야. 기대는 무슨. 에이~ 아냐 아냐. 나는 누나가 무사히 돌아온 것만으로 이미 끝이야. 끝! 히히-.”


나는 헤벌쭉 웃었고 레이시아는 고개를 슬며시 돌렸지만, 아마도 웃고 있으리라 생각이 들었다.


‘귀가 빨개지네. 은근히 귀여운 구석이 많다니까. 히히.’


한참을 이런 저런 얘기 끝에 레이시아가 상행의 성과를 보고했다.


“일단 상급 마나석은 감정 결과 74골드의 가치를 받을 수가 있었습니다. 베렌 상단주가 소개해준 곳과 제가 개인적으로 세 군데를 찾아봤는데, 베렌 상단주가 소개해준 곳이 가장 높은 매입가를 제시해줬었습니다.”


백작에게 받은 상급 마나석은 74골드.

보통 거래가가 50골드에서 100골드 안팎인 상급 마나석의 매입가를 74골드라고 생각하면, 백작 양반이 그래도 제법 상급 중에서도 상품의 마나석을 준 것이었다.


“중급 마나석 10개는 각기 2골드 73실버와 2골드 81실...”

“아, 아니. 그냥 총합만 말해주면 돼. 우리 베렌 상단에 줄 비용도 제하고. 아니, 그런데 그걸 다 외웠어?”

“네? 네. 영주님께서 아셔야 할 것이라서...”

“와. 대박. 우리 누나는 얼굴도 예쁘고 성격도 좋고 실력도 좋은데 머리까지 좋네?”

“영, 영주님...”

“크으. 역시 누나가 짱이야.”

“...짱, 짱이요?”

“어... 흠흠. 가장 뛰어나다는 천상계의 표현이야. 음.”

“가장... 뛰어나다는 뜻인가요?”

“응. 짱! 아하하.”


사실 민망하기도 해서 엄지를 들고 크게 웃어버렸다.


“......”


그런데 레이시아도 고개를 푹 숙였다. 내가 좀 부끄러운 모양이다. 역시 레이시아의 부끄러움 바로미터인 귀가 빨개져 있었다.


“음... 내가 너무 바보 같았나?”

“아, 아닙니다!”

“그래? 그러면 내가 너무 칭찬해서 그래?”

“아, 아니요. 그게 아니라...”

“그럼 뭔데?”

“......”

“아 궁금하잖아. 빨리 말해봐. 뭔데?”

“저, 저번에... 영주님께서 지나가시면 하시는 말씀을 들어서...”

“응? 뭐? 뭔데?”

“그, 그게...”

“응?”

“제 이름을 부르시면서 뒤에 ‘짱’이라는 말을 붙이시는 것을 들었습니다...”


헙.

일단 고백하건대, 나는 절대 십덕 같은 건 아니다. 다만 인터넷 방송 같은 것과 인터넷 커뮤니티 같은 것을 즐겨 보다보니까 그냥 익숙해진 말투일 뿐이었다.


뭐뭐짱 오늘도 예쁘다능. 후욱 후욱.


일명 오덕체라고 했던가? 사실 그렇게 자주 썼던 건 아닌데, ‘짱’이라는 어감이 은근히 좋은 것 같아서 그것만큼은 입버릇처럼 써왔던 것 같다.


‘그런데... 그걸 들었단 말이지?’


억! 갑자기 나도 수치심이 불타오른다.


“죄, 죄송합니다.”

“아, 아니야. 누나가 뭐가 죄송해. 내가 누나 들리게 혼잣말 한 내 잘못이지.”

“...아, 아닙니다.”

“흠흠. 들었다니까 할 수 없지. 그, 그래! 누나가 짱이라는 의미에서 내가 그랬던 거야. 누, 누나는 내게 최고니까!”


에라 모르겠다! 이런 건 부끄러워하면 지는 거다. 확 질러버리니 레이시아는 또 한 번 고개를 푹 숙였다.


‘크으. 귀엽다 귀여워.’


이게 조금 전까지는 분명 수치심이 있었는데, 레이시아가 이렇게 귀여운 반응을 보이니 가학심이 수치심을 이겨내는 것 같다.


‘...이래서 인간이 변태가 되어가는 건가?’


어쩐지 알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흠흠.”


너무 중독되기 전에 레이시아짱 괴롭히기를 끝마치고, 성과에 대한 보고를 계속 듣기로 했다.


“중, 중급 마나석 10개는 총 27골드 34실버의 매입가를 감정 받았습니다. 그걸 토대로 하여 가장 저렴한 하급 마나석부터 구매를 했습니다. 이것 역시 베렌 상단주가 소개해준 상단 뿐만 아니라...”


솔직히 중간 설명은 끊고 결과물만 듣고 싶었지만, 레이시아가 노력했던 이야기를 끊고 싶지 않아서 쭉 다 들었다.


‘이런 배려. 이번 연애. 성공적? 흐흐.’


게다가 레이시아는 본인이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던 재화들도 모두 하급 마나석으로 바꿔왔다고 했다.


‘...진짜 내가 나중에 다 갚을게. 아니지. 나중에 레이짱 너 다 해. 공동명의, 아니, 다 너 줄게.’


레이시아라면 우리집 명의까지 넘겨줄 용의가 있다. 엄마, 아빠도 이 정도 며느리면 흔쾌히 동의해주시지 않을까? 아무튼 레이시아는 내가 부탁했던 잔디 씨앗과 나무 씨앗과 약초 및 귀한 꽃씨들도 구해왔고, 내가 최대한 싸구려 금속을 요구했기에 고철도 짐마차 한 개분을 구해왔다고 했다. 당장에 쓸 곳은 없어도 미리 대비해둬서 나쁠 건 없다.


“...그래서 최종적으로 구해온 하급 마나석의 숫자는 2,002개입니다.”


그리고 레이시아가 구해온 하급 마나석의 개수는...


“몇, 몇 개라고?”

“2,002개입니다. 영주님.”

“2,002개?!”


어딘가 익숙한 숫자가 들려왔다.


“네. 영주님. 조금 더 구해올 수 있었는데, 일정이 빠듯하고 듀오랄 무역 도시의 마나석 가격이 다른 곳보다 비싼 편이라 송구스럽습니다.”

“아, 아니야. 그게 아니라. 너무 많아서 놀랐어.”

“그렇습니까?”

“응. 나는 누나가 무사히 돌아온 것만 기뻐서 생각도 못하고 있었는데, 2,002개나 가져올 줄 몰랐지. 와. 이 정도면 가ㅊ... 공물을 많이 드리고 기원을 많이 할 수 있겠다. 하하하.”


레이시아도 부담감을 덜었는지 환하게 웃었다.


“좋아. 그러면 바로 충, 전환할게!”


새끼손톱부터 검지 손톱 사이의 마나석이라지만, 그것도 2,002개나 모이니 부피가 장난이 아니었다.


‘꿈은 이루어지냐?’


급한 마음에 한 움큼씩 쥐고 충전을 했다.


[마나석(◆)을 다이아(◇)로 전환하시겠습니까?]


[네] / [아니오]


그랬더니 한 번에 4~500 다이아씩 차오른다.


“오.”

“......?”

“공물이 많이 차고 있어. 흐흐. 이번에는 정령까지 쭉쭉 돌, 아니, 기원해 봐도 될 거 같아.”

“다행입니다. 영주님.”

“응. 역시 누나 덕분이야. 흐.”


눈앞에 환한 레이시아가 있으니 다이아도 차오르고 행복감도 마구 차오른다.


그렇게 최종 결과.


[제이크 타나티안]

[◇: 22,007 [+]] [◎: 347/400 [+]]

[현황] [건설] [관리] [상점] [조합] [창고]


나는 유료 재화인 다이아를 22,007개나 가진 부유한 게이머가 되었다.


990 다이아의 놀이 뽑기 10연챠는 22번.

490 다이아의 동산 뽑기 10연챠는 44번.

2,490 다이아의 정령 뽑기 10연챠는 8번.


...이나 돌릴 수 있는 부유한 놀이동산의 영주님이 되었단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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