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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밸리스
작품등록일 :
2021.12.17 10:00
최근연재일 :
2022.01.20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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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1.0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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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폰

DUMMY

슈테판은 하늘을 살폈다. 지난번처럼 방심하여 와이번에게 뒤를 잡히는 일은 없어야 했다. 슈테판은 어제의 수색 이후 생각했다. 와이번은 까다로운 사냥감을 일부러 택하는 괴물이 아니었다. 아니, 그것은 어떤 사냥꾼이라도 마찬가지였다. 쉬운 사냥감을 두고 어려운 사냥감을 먼저 사냥하는 변태적인 성향을 가진 것은 르가 창조한 13종족 중에서도 인간이 유일할 것이다.


그런데 손쉬운 다른 사냥감은 놔둔 채 자신을 공격했다는 것은 와이번이 라크라노스의 마력에 지배당하고 있다는 것 밖에 설명할 길이 없었다. 그리고 그 말은 화염의 창의 수면기도 거의 끝나간다는 것을 의미했다.


슈테판은 말들이 노니는 곳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주변에 말들이 서식할 만한 거대한 초지는 이곳정도라 그리폰이 존재한다면 좋은 먹잇감들을 절대 그냥 두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슈테판이 마냥 기다리는 것만은 아니었다. 말이 시야에 들어올 정도의 간격을 유지하며 주변에서 흔적을 찾고 있었다. 지금 현재 그가 찾는 것은 어디선가 나는 피냄새의 근원지였다. 조금 전부터 나기 시작하여 점점 그 향이 진해지는 것을 보면 멀지 않은 곳에 무언가가 상처를 입었거나 죽어 있는 것은 확실했다.


그리고 슈테판이 긴 풀을 젖혔을 때 냄새의 근원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뜯겨져 나온 말의 뒷다리. 덩그러니 바닥에 떨어져 있었는데 뜯겨진 부위가 거친 것을 보알 을 때 강한 힘에 의해 찢겨져 나간 것 같았다. 뜯겨져 나갈때 흩뿌렸진 피가 사방으로 튀어있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슈테판은 자신이 찾고자 한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찾았다."


그가 들어올린 것은 피가 묻은 새의 것으로 보이는 깃털. 그것은 그리폰의 것이 확실했다. 새하얗고 큰 것이 다 성장한 개체로 보였다. 그는 다리가 떨어지면서 눕힌 풀의 모양과 뿌려진 피의 모양새 등을 살펴보다 한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그리고 슈테판이 고개를 들었을 때 그의 정면으로 다른 절벽이 보였다. 다른 곳보다 월등히 높아서 미쳐 확인하지 못한 곳이었다.


슈테판은 하늘을 살폈다. 와이번이 또 나타난다면 낭패였다. 와이번이 사냥감을 고를 때 날아오르는 정도의 높이를 날아야 하기 때문이었다. 만약 그런 곳에서 와이번을 만난다면 꼼짝없이 죽고 말 것이다.


그는 신중에 신중을 기해 와이번이 없다는 것을 수차례 확인했다. 그는 관찰가능한 범위 내에서는 와이번이 없는 것이 확인하고 날아올랐다. 갑자기 슈테판이 풀숲에서 날아오르자 말들이 놀라 도망쳤으나 그는 개의치 않았다. 하늘 높이 날아오른 그는 어느새 절벽 꼭대기의 높이까지 올라갔다. 그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만약 있을 그리폰의 시선을 피해 더 높이 올라가야하기 때문이었다. 그 오만한 짐승은 결코 자신보다 위를 쳐다보지 않았다.


하늘 높이 날아오른 그는 주변에 와이번이 없는지 다시 한 번 둘러보았다. 그는 자신이 우려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안심을 했는지 편한 표정으로 절벽 위를 관찰했다. 그의 예상대로 절벽 위에는 그리폰이 서식할 수 있는 동굴이 보였고, 동굴 주변으로 여러 동물의 뼈가 쌓여있었다. 다행히 그리폰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슈테판은 빠르게 하강해 둥지 근처에 그가 숨어있을 만한 곳으로 날아갔다. 수풀이 우거져 있고 주변에 사체가 많아서 몸을 숨기기 안성맞춤이었다. 땅에 발을 딛은 그는 둥지쪽으로 귀를 기울였다. 다행히도 들려오는 소리는 없었다.


그는 잠시 고민하다 결심한 듯 살금살금 동굴 쪽으로 움직였다. 그는 최대한 소리를 죽이며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높은 확률로 발생할 수 있는 그리폰의 출현시 대처하기 위해 탈출로를 살펴보았다. 아쉽게도 동굴의 입구는 방금 전 그가 들어온 그 곳이 전부였다.


"최대한 빠르게 찾고 가야겠군."


보석류를 좋아하는 그리폰답게 동굴 한 구석에는 밖에서 들어오는 빛에 반짝이는 보석들이 쌓여있었다. 그리폰의 둥지를 목숨걸고 찾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슈테판은 제발 나와라는 심정으로 쌓인 보석들을 뒤지기 시작했다.


***


이제 거의 파묻히다시피 한 자세로 보석을 찾고 있던 슈테판은 다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는 청력에 집중했다. 멀리서 날개짓을 하는 소리가 들린 것 같았다.


"제길!"


별 소득 없이 물러나는 것은 마음에 들지 않았으나 그리폰의 둥지에서 그리폰의 보석을 뒤지다가 그리폰에게 발각된다면 목숨이 위태로웠기 때문에 슈테판은 둥지에서 빠져나가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걸음은 천천히 걸었다. 먼 거리의 사물도 구분할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난 시력을 가진 괴물이기 때문에 자칫 빠르게 움직이면 오히려 빨리 발각될 가능성이 높았다.


일단 동굴의 입구까지 뛰어간 슈테판은 그곳에서부터는 기기 시작했다. 최대한 몸을 낮춰 바닥과 구분이 가지 않게 하는 전략이었다. 사실 이 방법도 그리 완벽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슈테판의 입장으로서는 최대한 할 수 있는 행동을 한 것이었다.


그렇게 느릿느릿 동굴 뒤편으로 움직인 슈테판은 가까스로 풀숲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슈테판이 고개를 들어 올렸을 때 육안으로 그리폰의 모습이 확인할 수 있었다.

다행히 그리폰은 침입자의 모습을 발견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슈테판은 잠시 그 거대한 짐승의 자태를 감상했다.


독수리의 상체에 사자의 하체를 달고 있는 그것은 거대한 날개를 펄럭이며 다가오고 있었다. 날카로운 발톱이 달린 발에는 어디선가 사냥한 말이 들려있었다. 축 늘어진 것으로 보아 이미 절명한 듯 했다. 슈테판은 자신이 조금만 늦었더라면 저 말과 같은 신세를 모면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슈테판은 내일 다시 찾아야겠다고 생각하고는 조용히 돌아 절벽을 내려가려던 순간 멀리서 또 다시 날갯짓을 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폰이 보통 한쌍을 이뤄 평생 살아간다는 사실을 간과한 자신을 자책했다. 그리고 다시 풀숲으로 숨어 들어 다른 것이 나타날 때까지 기다렸다.


이윽고 다른 개체가 모습을 드러냈을 때, 슈테판은 그리폰이 발로 쥐고 있는 깃발 같은 것에 시선을 빼았겼다. 전체는 아니지만 천의 일부처럼 보이는 것을 가지고 나타났는데, 그것은 전체적으로 붉은 색 빛을 띄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의 깃발 같은 것이 아니었다.


레드드래곤의 허물.


그리폰이 그것을 어디서 찾았는지 모르겠으나 일단 허물을 벗었다는 것은 라크라노스가 잠에서 깨어났다는 것을 뜻했다. 그리고 그 말은 그들이 레어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이 남지 않았다는 것을 뜻하며 지금 당장이라도 하산을 해야하는 상황이라는 소리였다.


그리폰이 점점 가까워지자 그것이 들고 있던 허물에 몇개의 비늘이 붙어있는 것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슈테판은 그것이 자신에게 남은 마지막 기회임을 깨달았다. 저것이 허물의 일부를 가져온 것이 분명했으나 드래곤의 허물를 찾아다닐 시간이 그에게는 남아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슈테판은 결단을 내렸다. 그리고 엄청난 크기의 돌풍을 일으켰다. 하늘을 나는 것들에게는 취약한 것이었다. 갑자기 일어난 두 개의 바람 중 하나는 동굴의 입구를 막았고, 하나는 둥지를 향해 날아오는 그리폰을 향했다. 갑자기 발생한 돌풍에 날아오던 그리폰은 급하게 위로 날아올랐다.


슈테판은 그리폰이 당황한 그때를 놓치지 않았다. 바람을 일으켜 그리폰에게로 곧장 날아간 그는 그리폰이 반응하기도 전에 드래곤의 비늘을 잡았다. 그리고 검을 뽑아서 아직 비늘이 달려있는 부분을 쭉 찍어 찢어냈다. 제법 길게 찢겼으나 비늘이 두세개 달려있었기 때문에 그는 더 욕심 부리지 않고 돌풍을 일으키며 땅으로 직하강 했다.


등 뒤에서 두 그리폰의 괴성이 섞여 울려퍼졌다. 동굴을 막고 있던 돌풍은 애초에 그것을 다치게 할 정도의 위력도 아니었기 때문에 안에 있던 그리폰이 밖으로 빠져나오는 일은 시간문제였었다. 슈테판은 뒤를 돌아볼 시간에 빠르게 숲 속으로 몸을 숨기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나무가 빼곡한 숲으로 몸을 감추면 제 아무리 그리폰이라도 그를 추적하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땅에 거의 다달았을 무렵 뒤에서 바람소리가 들려왔다. 직관적으로 위험한 소리라는 것을 깨달은 슈테판은 몸을 급히 틀어 위치를 바꿨다. 그의 대처는 탁월했다. 조금만 늦었어도 슈테판은 그리폰의 발에 찢긴 말같은 신세가 되었을 터였다.


슈테판은 이를 으득 씹고 들고 들고 있던 허물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지상과는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이라 이곳에서 벗어난다면 당장 회수하기 쉽고, 그리폰이 굳이 허물 조각에 집착할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들고 있던 것을 놓자 손이 자유로워진 슈테판은 더 빠르게 움직이며 그리폰들의 공격을 피했다. 부리와, 꼬리와 날카로운 발톱 등 닥치는 대로 그를 공격하는 그리폰 부부는 그에게 매우 화가 난 것이 분명했다. 그것들에게 떨어진 허물은 안중에도 없었다.


슈테판은 많은 경험과 기재로 성난 그리폰들의 공격을 피했지만 계속 해서 능력을 남발하는 바람에 체력은 거의 고갈된 상태였다. 슈테판은 자유낙하 하기로 결정했다. 능력을 사용하지 않자 슈테판은 그대로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는 떨어지면서 그리폰이 자신을 공격할 때만 능력을 사용해 회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렇게 피하는 와중에도 한 손에는 거대한 바람이 될 작은 바람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마침내 숲의 끝과 하늘이 닿은 부분에 도달했을 때 다행히도 아직 생존해 있던 슈테판은 한 손에 만들어두었던 바람을 바닥에 일으켜 떨어지는 그의 몸을 붕 띄웠다. 슈테판을 따라 숲 언저리까지 빠른 속도로 하강하던 그리폰들은 자신의 속도에 못이겨 숲 안으로 처박혀버렸다.


“후···”


한 시름 놓은 슈테판은 그리폰들이 다시 날아오르기 전에 그들의 시야에서 벗어나기 위해 나무 속으로 몸을 감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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