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뢰

무료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완결

밸리스
작품등록일 :
2021.12.17 10:00
최근연재일 :
2022.01.20 17:22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1,416
추천수 :
74
글자수 :
157,140

작성
22.01.12 10:00
조회
28
추천
0
글자
9쪽

오판

DUMMY

솔로몬도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라아트 사제와 어울려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딱히 사제에 대한 금주령이 없던 일신교라 사제의 음주는 제법 자주 볼 수 있는 광경이었다. 솔로몬은 오랜만에 느끼는 여유를 만끽했다. 입산한 이후로 그에게 제대로 된 휴식시간이 없었기 때문에 지금의 이 여유가 그에게는 꽤 달콤한 디저트와 같았다.


“이 마을에 처음 왔을 때 이런 일이 있을 거라고는 정말 상상도 못했는데. 결국 그것을 퇴마하긴 했군요. 비록 드래곤의 도움을 받았지만.”

“드래곤? 드래곤이라니 우리 마을에 드래곤이 왔단 말이냐?”


솔로몬은 라아트가 아직 라간의 정체를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닿고 서둘러 둘러댔다.


“산에 올라갔을 때, 드래곤을 만났는데 악마를 퇴치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줬다구요.”

“용맥에서라면 라크라노스?”


솔로몬은 어깨를 으쓱였다.


“이름은 잘 모르겠는데요. 아무튼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었어요.”

“폴리모프를 한 건가. 하긴 라크라노스 정도 되는 고룡은 그런식으로 유희를 즐긴다고들 하지. 이야기로는 들었는데 실제로도 그럴 줄은 몰랐네.”


라아트는 솔로몬의 빈 잔을 채우며 말을 이었다.


“아무튼 피해가 꽤 컸는데 이 정도로 그친 걸 다행으로 여겨야 할지 모르겠다. 가족을 잃은 이들은 아직 슬퍼하고 있는데 살아남았다는 이유로 이렇게 즐거워 해도 되는지 말이야.”


솔로몬은 슬픈 얼굴을 했다.


“산 사람은 살아야죠. 우리는 나아가야해요. 죽은 사람들에게 필요한 건 그들을 기억해주는 것 뿐입니다.”


꽤 오랜시간 악마와 맞서 싸운 솔로몬은 제법 담담하게 말했다. 숱하게 경험했던 일인 것이 분명했다.


“그나저나 마을에 시드맨 성씨를 가진 여자가 있던데. 엠마뉴엘이요. 그 친구는 교단에서 말한 그 대상이 아닌 겁니까?”


솔로몬은 라아트를 떠볼 요량으로 조용히 물었다. 그러자 라아트가 화들짝 놀라며 말했다.


“무···무슨 대상?”

“안구력자요. 왜, 예전에 찾아내라는 명령이 내려졌던 걸로 기억하는데.”


라아트는 그가 어디서 소문을 들었다고 치부해버린 듯 했다.


“어디서 들었나 보군. 그래 맞아. 안구력자들을 발견하면 중앙으로 이송하라는 명령을 받았지. 이유는 모르겠어. 그냥 잘 구슬려 보내라는 정도였거든. 형제님이 말한 엠마뉴엘이 시드맨이란 성을 가지고 있어서 가장 먼저 확인했던 아인데, 죽은 그 아이의 모친과 말이야. 그 아인 걱정할 거 없네. 18살이 다 된 지금까지 발현된 적이 없어. 아마도 그녀의 자손은 아닐 거야. 왜 자네도 알지 않나. 제국 이후에 황가의 예전 성씨를 따르는 사람들이 많아진 걸. 그녀의 집안도 그런 집안 중 하나겠지.”


솔로몬은 라아트가 엠마뉴엘에게 완전히 신경을 껐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내심 안심한 그는 잔에 든 술을 마셨다.


“그런데 교단에서는 왜 안구력자를 모으는 걸까요?”

“르의 뜻이겠지.”


라아트는 가장 사제다운 대답을 내 놓았다.


“르의 뜻이라···”


그때 그는 이상한 기운을 느꼈다. 그것은 악의 기운이었다. 악마가 사라져 없어진 지금 악의 기운이 느껴진다는 것은 참으로 이상한 일이었다.


“어, 어떻게?!”


솔로몬이 놀라 자리에서 일어나 잔을 떨어뜨리자 라아트도 덩달아 놀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왜 무슨 일인가?”


솔로몬은 그의 말에 대답하지도 않은 채 마을의 외각으로 달려나갔다.


***


돌풍이 몰아치는 소리와 검을 휘두르는 소리가 사방에 울려퍼졌다. 슈테판은 쉴새없이 검을 휘두르며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사체들을 베어넘기도 때로는 바람을 일으켜 날렸다. 하지만 상대는 이미 한 번 죽은 적이 있는 자들이었다. 두려움을 모르는 이들에게 그의 공격은 단순히 한 번 받아 넘기면 되는 귀찮은 것이었다. 반면 슈테판은 지치고 있었다. 능력을 남발하였고, 오늘 하루는 그를 고단하게 만드는 일들이 많았다.


죽은 것들은 집요했다. 팔다리 중 하나만 성해도 그들은 움직였다. 그리고 솔로몬은 그것들을 베어넘기며 이상함을 느꼈다. 마치 그들이 노리는 것이 솔로몬이 아닌 엠마뉴엘과 그녀의 동생들 같은 것이다. 죽은 자들이 그를 신경쓰지 않고 엠마뉴엘을 향해 곧장 다가가려 했던 것이었다. 슈테판은 눈이 커졌다.


“설마···!”


그는 바람을 일으키며 뒤로 물러나 죽은 자들과 그들 사이에 거대한 바람의 장벽을 만들었다. 원래는 이 정도 규모의 바람을 만들 기력이 부족한 상태였으나 라크라노스가 선물한 ‘천쪼가리’ 덕분에 그것이 가능해졌다. 바람의 장벽으로 잠시 시간을 번 슈테판은 그대로 엠마뉴엘에게 날아갔다. 엠마뉴엘과 동생들을 보호하고 있던 회오리가 사라지며 그녀의 모습이 육안으로 들어왔다,.


“도망쳐라. 그리고 당장 신전으로 가. 그리고 솔로몬을 만나거든 이곳으로 보내다오.”

“네?! 갑자기 그게 무슨! 같이 싸워야죠!”


슈테판은 지친 얼굴로 바람의 장벽을 돌아보며 말했다.


“저걸 유지하기가 버겁다. 시간 끌 여유가 없으니 말 듣거라. 저들은 널 노리는 거야.”

“네?”


슈테판의 코에서 피가 흘러 나왔다. 엠마뉴엘이 놀라 피를 닦아 주려 했으나 슈테판은 소매로 코를 슥 문대고 말았다.


“전에 듣지 않았니. 악마에게 한 번 부마 되면 그 체취가 남는다고. 그 영향이 분명하다. 그러니 어서가!”


엠마뉴엘은 슈테판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아저씨도 같이 도망쳐요! 그럼!”


슈테판이 고개를 저었다.


“네가 도망치면 저것들이 마을 중앙으로 따라 들어갈 거다. 인명피해가 생기게 돼. 그러니 엠마, 제발, 어서 가서 내가 말한 것들을 들어주렴.”


슈테판의 간곡한 부탁에 엠마뉴엘은 그를 잡은 손을 놓았다.


“아버지라고 불러도 되죠? 제가 솔로몬 아저씨를 불러올테니 그때까지 살아계셔야해요.”


아버지라는 말을 들은 슈테판의 얼굴에는 미소가 번졌다. 그는 엠마뉴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어서 가.”


엠마뉴엘은 동생들과 함께 지체없이 신전 쪽으로 달려갔다. 멀어지는 엠마뉴엘의 뒷 모습을 지켜보던 슈테판의 코에서 다시 코피가 흘렸다. 슈테판은 옷소매로 코피를 막았다.


“몸이 버티지 못하겠군.”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들사이를 가로막고 있던 바람이 사라졌다. 그러나 그 앞에 있어야할 죽은 자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슈테판은 이상을 찌푸렸다. 그리고 그는 곧바로 몸을 허공을 띄웠다. 하늘위에서 보자 죽은 자들이 바람의 장벽을 피해 길을 우회해 마을 쪽으로 달려가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이를 으득 씹으며 죽은 자들을 향해 날아갔다.


***


엠마뉴엘은 저 멀리서 달려오는 솔로몬의 모습을 발견했다. 헐레벌떡 뛰어오는 솔로몬은 어딘가에 급한 용무가 있어 보였다. 그리고 그 용무의 대상은 엠마뉴엘이었다.


“괜찮습니까? 시드맨양?!”

“전 괜찮아요! 그런데 아버지가.”


솔로몬은 잠시 생각을 해야했다. 그리고 곧 슈테판이 그녀를 입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는 사실을 기억해낼 수 있었다.


“그럼 이제 게르하르트 양이라고 불러야겠군요. 게르하르트 씨는 어디 있습니까?!”


엠마뉴엘은 울먹이며 자신들이 달려온 방향을 가리켰다.


“죽은 사람들이 나타났어요. 우리를 공격했고, 아버지 혼자 막고 계시다가 갑자기 저들이 저를 찾아온 거래요. 그래서 신전으로 가라고 했어요 아저씨.”


솔로몬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그것을 퇴마하여 괜찮을 줄 알았는데, 이렇게나 빠르게 다른 것이 나타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어요.”


엠마뉴엘은 괴로워했다.


“저는 왜 이렇게 계속 민폐만 끼치는 걸까요. 다 저 때문에···”


그녀가 자책하자 솔로몬이 그녀의 어깨를 강하게 붙잡으며 소리쳤다.


“정신차려요! 자책할 시간 없습니다. 당신 잘못도 아니에요! 슈테판은 어디있습니까?!”


엠마뉴엘은 놀라 솔로몬을 바라보았다. 그녀를 바라보는 그의 눈에는 분노가 서려있었다. 엠마뉴엘은 방금 전 가리켰던 방향을 다시 가리켰다.


“제가 가보겠습니다. 당신은 동생들을 데리고 곧바로 신전으로 가세요. 라아트 사제가 부재 중이긴 하지만 그것들로 부터 보호받을 수는 있을 겁니다.”


그 말을 남긴 솔로몬은 그녀를 잡았던 손을 놓고 그대로 달려나갔다. 멀어지는 솔로몬을 바라보던 엠마뉴엘은 무언가 결심을 한 듯한 표정으로 동생들에게 말했다.


“제이콥, 마이클. 잘 들어. 누나는 아버지를 도우러 가야해. 그러니 너희는 방금 사제 아저씨 말대로 신전으로 가있어. 누나가 금방 따라 갈게. 알겠니?”


동생들은 겁에 질린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엠마뉴엘은 동생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어서가”


제이콥과 마이클은 그녀의 말을 따라 신전 쪽으로 달려갔다. 엠마뉴엘은 멀어지는 동생들을 보다가 아직 육안으로 보이는 솔로몬의 뒤를 쫓아 달려갔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의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2 에피소드3-2 22.01.20 23 0 9쪽
31 에피소드3-1 22.01.19 19 0 10쪽
30 에피소드2-3 22.01.18 17 0 10쪽
29 에피소드2-2 22.01.17 21 0 12쪽
28 에피소드2-1 +1 22.01.16 32 1 9쪽
27 에피소드1-2 22.01.15 23 0 11쪽
26 에피소드1-1 22.01.14 30 0 11쪽
25 에필로그 22.01.13 27 0 9쪽
» 오판 +1 22.01.12 29 0 9쪽
23 축제 22.01.11 25 0 9쪽
22 선물 22.01.10 27 0 11쪽
21 악마 22.01.09 37 2 15쪽
20 두 개의 태양과 집 +2 22.01.08 32 2 10쪽
19 안개 22.01.07 29 1 11쪽
18 도둑 22.01.06 41 1 12쪽
17 그리폰 22.01.05 33 0 10쪽
16 발현 22.01.04 36 0 12쪽
15 사제와 소녀 +2 22.01.03 37 1 10쪽
14 구마驅魔 +2 22.01.02 37 2 15쪽
13 사랑의 매 +4 22.01.01 50 1 11쪽
12 멀어지는 마음 +1 21.12.31 42 2 9쪽
11 불청객3 +2 21.12.30 43 1 11쪽
10 의뢰를 완수할 계획 21.12.29 47 1 11쪽
9 사제 +2 21.12.28 48 1 13쪽
8 저마다의 이유 21.12.27 57 2 13쪽
7 재회 +2 21.12.26 60 1 11쪽
6 속내 +2 21.12.25 50 2 11쪽
5 불청객2 +2 21.12.24 54 4 13쪽
4 불청객1 +4 21.12.23 57 6 10쪽
3 과분한 의뢰의 댓가 21.12.22 68 9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