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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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밸리스
작품등록일 :
2021.12.17 10:00
최근연재일 :
2022.01.20 17:22
연재수 :
3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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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7,140

작성
22.01.1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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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DUMMY

슈테판은 주변이 모두 것들의 움직임이 느려지고, 소리가 평소와 다르게 크게 들린다고 느꼈다. 감각이 민감해진 것인지 아니며 감각기관에 문제가 생긴 것인지는 알수 없었다. 심지어 그 자신의 심장소리도 들려오는 것 같았다. 폐가 터질 것 같고, 온 몸의 근육이 비명을 지르고 있는 상태로 보아 후자의 문제 같았다. 그런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슈테판은 쉴 수 없었다. 죽은 자들은 지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재기불능 상태인 것들이 꽤 많았지만 워낙 수가 많아서 아직까지 움직이는 것들도 꽤 있었다. 슈테판 혼자 그 많은 것들을 지금까지 막아냈다는 게 신기할 정도였다.


그리고 슈테판은 언젠가 부터 멈춰있었다.


마법 같은 것은 아니었다. 단순히 피로가 누적된 탓이었다.


“컥!”


그리고 그는 복부로 날아드는 검을 그대로 맞았다. 그를 공격한 것은 그를 죽이기 위한 목적으로 검을 내지른 것이 아니었다. 단순히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 방해물을 치우는 정도의 행동이었다. 슈테판이 검에 맞아 쓰러지자 더 이상 그는 주목받지 못했다. 죽은 자들은 그를 지나쳐 엠마뉴엘의 냄새를 쫓아 방향을 잡았다.


그리고 그들이 향한 방향으로는 솔로몬이 서있었다. 그는 눈을 크게 뜨며 고함을 질렀다.


“슈테판!”


그는 당장 ‘빗자루’를 들어 작은 ‘라간의 빛’을 소환했다. 라간이 만든 빛과는 많은 차이가 났으나 그의 앞에 있는 것들을 없애기에는 충분한 양의 빛이었다.


빛을 쐰 것들은 하나 둘씩 힘을 잃고 픽픽 쓰러지기 시작했다. 저주 받은 것들은 성스러운 것을 이길 수 없었다. 뒤이어 도착한 엠마뉴엘은 솔로몬에게 물었다.


“아버지는요? 아버지는 왜 안보여요?”


솔로몬은 착잡한 표정으로 쓰러지는 것들 사이에 누워있는 슈테판을 가리켰다.


“저기···”


엠마뉴엘은 말도 못할 정도로 놀라며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 슈테판의 이름을 부르며 그에게로 달려갔다. 그 사이에 서있던 마지막 죽은 자가 쓰러져 엠마뉴엘을 공격할 만한 것들은 남아있지 않았다. 솔로몬은 빛을 유지하며 엠마뉴엘의 뒤를 따랐다. 그리고 그때 그의 귓가에 목소리가 들렸다.


‘운이 좋았군. 저 자는. 사제 양반 덕분에? 다음에 보자고.’


솔로몬이 고개를 홱 돌렸으나 눈에 보이는 것은 없었다. 다만 지독한 악취만 남아있을 뿐이었다.


슈테판에게 도착한 엠마뉴엘은 앞으로 쓰러져있는 그의 몸을 돌렸다. 복부에서 피가 흘러나오는 것을 두 손으로 막은 그녀는 슈테판을 불렀다.


“아버지! 정신 차리세요! 아버지!”


엠마뉴엘의 목소리를 들은 슈테판이 천천히 눈을 떴다. 엠마뉴엘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뒤이어 도착한 솔로몬이 기도를 하며 두 손을 슈테판의 상처부위에 가져갔다. 그러나 검이 관통하면서 내장이 다친 슈테판의 상처에선 피가 멈추지 않았다. 솔로몬은 고개를 저으며 자신의 상의 소매를 뜯어 붕대를 만든 뒤애 그의 복부 상처를 묵었다.


“상처가 너무 깊어서 치유기도가 먹히지 않아요. 일으켜요. 마을의 의사에게 데려가봐야 할 것 같으니.”


솔로몬은 엠마뉴엘의 도움을 받아 그를 들쳐업고 엠마뉴엘과 함께 마을 광장으로 달려갔다.


***


수술은 꽤 오랜시간 진행 되었다. 마법과 신력 그리고 의료기술이 모두 동원된 수술이었다. 마을을 구한 영웅을 살리고자 많은 사람들이 수술에 필요한 것을 지원했다. 여성들은 천 조각으로 붕대를 만들었고, 뜨거운 물도 날랐다. 남성들은 수술자가 춥지 않게 불을 뗄 장작을 모아 나르거나 나무를 패기도 했다. 그런 모든 이의 노력이 빛을 본 걸까. 슈테판은 기적처럼 목숨은 건질 수 있었다. 하지만 예전처럼 움직이기는 힘들다고 의사가 이야기 했다.


잠들어있는 슈테판을 보던 라아트는 솔로몬에게 말했다.


"다행히 미리 마련해뒀던 자리는 사용할 일 없겠군."


라아트에게 대충 이야기를 들었던 솔로몬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말했다.


"제 실책입니다."


라아트는 솔로몬을 바라보았다.


"그게 어떻게 자네 실책인가. 악마가 그렇게 빨리 나타날 것이라고 누가 생각이라고 했겠어. 악마는 질병과 같네. 누구에게나 언제나 찾아올 수 있는거야. 하지만 그것을 정확히 예측할 수 없어."

"질병과 같죠. 예방은 할 수 있으니. 조금 더 신경썼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악마는 왜 그녀만을 노렸을까. 마을의 많은 사람들도 부마자이긴 마찬가지일텐데."

"농도가 다르겠죠. 령靈과 마魔의 부마자에게서 풍기는 악취의 농도가."


솔로몬은 멀리서 동생들과 졸고 있는 엠마뉴엘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수술하는 내내 깨어 슈테판의 옆을 지키고 있다가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나는 것을 보고 그제서야 잠들었다.


"미젠트로 간다고 하던데, 그래도 사제로서 좋은 의복들을 선물해야겠군."


라아트의 말에 솔로몬은 고개를 끄덕여 그의 말에 동의했다.


"최고의 기적을 일으킬 그런 의복으로 준비해야겠군요.

"그러려면 자금이 필요한데, 기부 좀 하게."


솔로몬은 말도 못할 정도로 놀라며 자신의 선배를 바라보았다.


"퇴마 사제의 가난한 삶이라는 이름의 책이 출간 된 적이 있는 것 모르십니까."

"그런 건 들어본 적 없는 걸. 옷 만들 천을 구입해야 하니 일단 가지고 있는 것 다 내놔."


단도직입적으로 협박을 하는 라아트에게 솔로몬은 눈물을 머금고 있는 돈을 모두 털어 줘야했다.


***


슈테판이 죽을 고비를 넘긴 것 치고는 꽤 빠르게 회복하는 동안 이런 저런 일들이 있었다.


먼저 엠마뉴엘의 몸에는 문신이 새겨졌다. 대부분이 악마에게서 그녀를 보호하는 성호식이었다. 그녀의 등 전체에 새겨진 식은 부마되었던 다른 사람들 것에 비해 유난히도 넓은 부위에 새겨졌는데, 그것은 오직 그녀만이 악마에게 부마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네 가족에게 일신교에서 주는 선물도 마련됐다. 사제의 의복을 만들 때 많이 사용되는 하얀 천에 화이트 잼 트리를 태워 만든 목탄으로 성호식을 그린 뒤 신수로 코팅하여 말린 특수한 소재로 만든 옷은 착용자의 몸에 딱 맞게 만들어진 맞춤형 복장이었다. 그들이 미젠트까지 가는 여정에서 악마에게 덜 주목을 받게 해줄 선물이었다.


슈테판은 감사의 뜻으로 신전에 의복비를 지불하고자 하였지만 라아트는 끝끝내 그의 뜻을 거부했다. 슈테판의 상처 등에 책임감을 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


마을의 사람들이 엠마뉴엘과 슈테판을 보는 시선도 많이 달라졌다. 엠마뉴엘을 바라보던 차가운 시선은 영웅을 보는 시선으로 바뀌었고, 몇몇 이들은 이전에 보였던 자신들의 태도에 그녀에게 사과를 하기도 했다. 엠마뉴엘은 그저 환하게 웃으며 그들의 사과를 흔쾌히 받아줄 뿐이었다.


그리고 그들이 정들었던 위렌을 떠나던 날. 그때까지 같이 마을에 머물러 있었던 솔로몬도 같이 떠날 채비를 했다. 술집 주인인 노윈은 그렇게 싫어하던 슈테판이 막상 마을을 떠나니 말도 못할 정도로 슬퍼하며 울음을 터뜨렸다. 꽤 우락부락한 외모를 가지고 있는 그가 울음을 터뜨리자 모두가 의외라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우리집 맥주 맛이 생각나면 언제든 찾아오게. 자네과 자네 가족에게는 돈을 받지 않을 걸세."


노윈이 훌쩍거리며 이야기 하자 슈테판이 보기드물게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아직 미리 달아놓은 게 많으니 자네가 손해는 아니지 않나?"


그러자 노윈이 그의 귓가에 얼굴을 가져가며 말했다.


"그냥 넘어가. 이 작자야."


그렇게 둘은 웃음을 터뜨렸고, 마지막에 사나이들의 뜨거운 포옹으로 마무리 하였다.


"가는 길에 축복이 깃들기를, 신수를 만드는 방법은 알려드렸으니 어렵지 않을 겁니다."


이어서 라아트가 슈테판에게 말하자 솔로몬이 나서서 말했다.


"제가 미젠트까지 같이 갈 겁니다."


그의 목적지를 처음 알게된 다른 사람들이 놀라 그를 바라보았다. 자신에게도 시선이 집중되자 솔로몬은 쑥쓰러운지 머리를 긁적였다.


"제가 있어야 더 안전한 여행길이 될 것 같고. 게르하르트 씨를 도와드리면 누군가에게 털렸던 여행 자금이 생겨날 지도 모르지 않을까요?"


마지막 말끝에 솔로몬은 라아트를 째려 봤으나 라아트는 그와 시선을 마주치지 않았다. 그것을 끝으로 라아트의 축복을 받은 여행객들은 말 위에 올라타 새로운 시작을 위해 마을 밖으로 말을 몰아 사라졌다.


마을 밖으로 나온 엠마뉴엘은 슈테판을 보며 말했다.


"아버지. 이제 진짜 새로 시작이네요."


슈테판은 그녀를 흐뭇하게 쳐다보며 말했다.


"그래 이제 행복하게 사는 일만 남았다. 너희 모두가 남부럽지 않게 생활할 수 있도록 이 아비가 최선을 다하마."


그는 솔로몬을 돌아보았다.


"마지막까지 감사드립니다. 사례는 넉넉하게 하지요."


솔로몬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지만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았다.


"일신교의 사제로서 당연히 해야할 일을 하는 것 뿐입니다."


그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그렇게 끝없이 펼쳐진 지평선 위로 놓인 길 위를 걸어갔다.


작가의말

소설 ‘의뢰’ 끝났습니다. 읽어주신 많은 분들 감사드립니다. 18일까지 5일간 5가지의 에피소드가 연재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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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두 개의 태양과 집 +2 22.01.08 32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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