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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밸리스
작품등록일 :
2021.12.1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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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1.16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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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2-1

DUMMY

솔로몬이 지팡이를 내렸을 때 그의 앞에 서 있던 자가 쓰러졌다. 그가 소환했던 빛이 사라졌고, 주변에는 제법 어두워졌다. 솔로몬은 쓰러진 사람 앞으로 다가갔다. 몸에서 썩은 악취가 났다. 솔로몬은 이미 죽은 자를 위해 기도를 했다.


시신을 모두 묻었을 때는 이미 어스름이 내렸다. 밤은 악마의 시간이었다. 솔로몬은 서둘러 성호식을 주변에 그리고 시체를 묻은 곳 옆에 있는 나무에 몸을 기댔다. 위렌으로 가는 길에 그가 퇴치한 악령의 수가 점점 많아졌다. 악마에게 사역되는 영혼들이었다. 하나 같이 피를 갈구 하는 것을 보아 같은 악마에게 사역을 당하는 듯 보였다.


“오랜만에 라아트 형제를 뵈러 가는 건데, 기분이 묘하네. 위렌에 무슨 일이 있는 건가.”


솔로몬은 생각에 깊이 빠졌다. 숱하게 많은 부마자를 상대한 그였으나 이런 식으로 비정상적인 수의 인원을 상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교단내에서도 나름 이름이 잘 알려진 그였기에 그가 이런 경험이 처음이라면 다른 자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밤에 사제가 겁대가리도 없이 숲 속을 혼자 나도는 구나.”


그가 생각에 잠겨 있을 때 바람에 실린 기분 나쁜 음성이 그의 귀를 간지럽혔다. 목소리의 주인은 보이지 않았지만 아마도 성호식이 두려워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이라고 솔로몬은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솔로몬은 대꾸하지 않기로 했다. 아니 아예 들리지 않은 척 했다. 오랜 경험상 말을 섞는 것조차 그것들에게는 틈을 보일 수 있는 행위이기 때문에 솔로몬은 가급적 그들과의 직접적인 대화는 피했다. 그가 그것들과 직접 대화를 할 때는 보통 한 가지 경우 뿐이었다. 그들을 퇴마할 때. 대부분 부마자의 몸에 깃든 것들을 강금하여 퇴마를 하는 식이었다.


솔로몬은 조용히 지팡이를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이 차원의 것이 아닌 자들이지만 이 차원의 것의 몸을 빌리게 되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 그것들은 부마자의 몸이 상하는 것은 걱정하지 않기 때문에 가끔 추종자의 몸을 빌려 성호식 뚫고 들어오기도 했다. 물론 그 경우에 십중팔구는 재기불능의 상태가 될 테지만, 부마자가 죽기전에 성호식을 파괴하게 되면 그들의 전략이 아주 기가 막히게 맞아 들어간 것이 된다. 그리고 그런 일을 솔로몬은 종종 경험했다.


처음 그가 퇴마 사제로서 일을 시작했을 때, 처음 만났던 그것이 바로 그 방법을 사용했다. 지금이야. 저주받은 것들은 아예 건들 수도 없는 화이트 잼 트리의 가루를 사용하지만, 모든 것이 처음인 그때는 달랐다. 목탄으로 그리고 땅에 흙을 파내어 성호식을 그렸으니 악마가 보기에는 엉성하기 그지 없었을 것이다. 처음 그 일을 겪고 난 뒤 솔로몬은 성호식을 그릴 다른 방식을 찾아야만 했다.


“애써 무시하는 것 다 안다. 사제놈아. 너희 광신도들이 다 그러지 않으냐. 알면서도 모르는 척. 다 하면서도 안 그러는 척. 특히 일신교 것들은 자신들이 더러운 잡종인지도 모르고 혼자 고결한 척은 다 하지. 웃기는 것들 자기 입맛대로 르를 합쳐 섬기다니 그들의 근본이 같을 지는 모르나 그들에게는 서로 섞일 수 없는 속성이란 게 있는데.”


말이 많은 것이었다. 솔로몬은 이런 의미없는 대화조차 저것들이 사용하는 계략임을 알고 있었다. 솔로몬에게서 어떤 반응을 이끌어내기 위함이 분명했다. 긴 밤이 될 것이라 예상할 수 있었다. 솔로몬은 한편으로 사역마에 이어 본인이 직접 이야기를 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꼭 퇴마 사제가 가야할 곳을 가지 못하게 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솔로몬은 그것의 의도를 알 것 같았다. 그는 지팡이를 꼭 쥐었다. 그러자 빛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솔로몬은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나 말했다.


“옳커니, 네 놈은 내가 위렌으로 가지 않길 바라는 거구나.”

“왜 그렇게 생각하지?”


바람을 통해 전달 되는 목소리는 희미해져 속삭이는 수준이었다. 솔로몬이 뿜어내는 빛을 피해 멀리 달아난 것이 분명했다.


“내가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는 너도 알잖아?”


솔로몬은 웃었다.


“멍청하고 어리석고 오만한 것. 결국 너희 것들은 그 오만함으로 자멸하게 되지. 네놈의 형제를 많이 떠나 보냈다는 건 알고 있겠지. 딱히 슬퍼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너희 세계에서 내가 꽤나 유명해졌나보군. 이렇게 방해도 하고 직접 모습을 나타내니 말이야.”


그것은 말하지 않았다.


“대답하지 않는 다는 건 내 말이 맞다고 인정하는 꼴 밖에 안되는데 괜찮겠어?”


그때 사방에서 찍찍거리는 쥐 소리가 들려왔다. 쥐 떼들이었다. 어두운 밤에 보니 물결처럼 움직이는 쥐들은 당장이라도 사제를 덮칠 것처럼 포악한 소리를 내며 성호식 주변을 맴돌고 있었다.


“화가 많이 났나 보군. 하지만 이 또한 많이 경험했다.”


솔로몬이 지팡이를 높이 치켜 올렸고, 지팡이에서는 더 강력한 빛이 뿜어져나오기 시작했다.


악마에 의해 저주받은 쥐들은 성스러운 빛을 견뎌내지 못했다. 끔찍한 소리를 내며 주변을 돌던 쥐들은 빛이 강해지기 시작하자 원을 돌며 천천히 멀어졌다.


“겁쟁이 자식.”


그리고 그날 밤 솔로몬을 괴롭히는 것들은 더 이상 나타나지 않았다.


***


위렌에 도착한 솔로몬은 상당히 지쳐있었다. 그 날 이후에 꽤 많은 부마자들에게 습격을 당했던 것을 생각해보면 악마는 무슨 수를 쓰더라도 그가 위렌으로 오는 것을 막으려 한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솔로몬은 퇴마 사제가 갖춰야할 가장 큰 덕목을 갖춘 훌륭한 사제였다. 그것은 끈기였다. 이 악마사냥꾼은 절대로 악마가 원하는 것을 그냥 하게 두지 않았다. 이번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악착같이 위렌으로 들어왔다.


마을로 들러온 그는 이미 마을에 공기가 악한 기운으로 상당히 혼탁해져있다는 바로 알 수 있었다. 다른 퇴마 사제들보다 월등히 빠르게 악마를 탐지해내기로 유명한데, 그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예민한 후각이었다. 그는 악취를 느꼈는지 코를 막으며 주변에 신수를 뿌리고 다녔다. 지금 맡고 있는 냄새가 그것이 지나한 흔적정도 일거라고 그도 생각했지만, 만에 하나의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잘 인지하고 있었기에 방심은 하지 않기로 했다.


그렇게 사람들이 멀쩡히 다니는 길가에서 지팡이를 들고 신수를 뿌리고 다니던 솔로몬은 금새 마을의 화재의 인물이 되었다. 대강 미치광이 사제 정도로 별명이 지어진 것 같았다.


솔로몬이 신전에 도착했을 때, 라아트는 그를 보고 말도 못할 정도로 놀라워했다. 몇 년만에 보는 사이인 것도 있었으나, 솔로몬이 아직 교육생이었던 시절에 그에게 배움을 준 스승이기도 했다.


“빛이 그대를 지켜주실 겁니다. 형제님. 오래간 만에 뵙습니다.”


솔로몬이 정중히 인사하자 라아트가 웃음을 터뜨렸다.


“사제 티, 제법 난다고 분위기 잡는 게냐? 어서 오너라.”


솔로몬은 웃음을 터뜨리며 라아트를 안았다. 라아트도 반갑게 그를 안아주며 그의 등을 토닥여 주었다.


“그래 무슨 일로 여기까지 온게냐.”


솔로몬은 메고 있던 가방을 의자에 놓으며 말했다.


“근처에 일이 있었어요. 지나가던 길이었는데 이 근방에 형제님이 계시는 게 기억나서 왔습니다.”


라아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근무지가 고정된 사제의 경우는 내부인이라면 손 쉽게 인사 현황을 알 수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네가 왔길래 마을에 혹시 악마가 찾아온 건가 하고 잠깐 걱정했다. 그런게 아니라면 다행이구나.”


그러자 솔로몬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의 표정변화를 읽은 라아트가 금새 심각한 표정이 되어 솔로몬을 바라보았다.


“악마가 이 마을에 들어온 게냐?”


솔로몬은 고개를 저었다.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냄새는 나는데, 있다고는 확언하기 어렵겠네요. 혹시 최근에 마을에 이상한 일이 일어나진 않았나요?”


라아트는 곰곰히 생각하다가 어젯밤에 발생한 사건에 대해 솔로몬에게 이야기 했다.


“이상한 일이라고는 마을의 불량배들이 갑자기 다 죽어버렸어. 빛이여 그런 자들도 잘 인도해주시길. 그리고 평판이 좋지 않던 자가 있었는데, 그 자는 지붕이 날아가 버렸고. 이상하다면 그정도?”


솔로몬은 곰곰히 생각하더니 고개를 저었다.


“그것들 짓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겠네요. 사람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니까.”


솔로몬은 의자에 털썩 주저앉으며 말했다.


“얼굴이라도 보려고 왔는데, 일거리가 생긴 것 같아 매우 귀찮아진 느낌인 거 있죠. 형제님 그런데 혹시 신전에 먹을 만한 것이 없습니까? 여행이 고됐는지 배가 무척 고프네요.”


라아트는 심각한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밥 이야기를 꺼내는 솔로몬을 보며 웃었다.


“성격은 여전하구만, 안으로 들어가지. 안 그래도 식사를 하려던 참이었어.”


솔로몬은 활짝 웃으며 라아트 뒤를 따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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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사랑의 매 +4 22.01.01 50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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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불청객3 +2 21.12.30 43 1 11쪽
10 의뢰를 완수할 계획 21.12.29 48 1 11쪽
9 사제 +2 21.12.28 48 1 13쪽
8 저마다의 이유 21.12.27 57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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