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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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밸리스
작품등록일 :
2021.12.17 10:00
최근연재일 :
2022.01.20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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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2.2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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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뢰를 완수할 계획

DUMMY

소녀는 꿈을 꾸었다. 입에서 불을 뿜는 소 한마리가 나오는 꿈을. 그것은 어떤 말을 소녀에게 건넸다. 어떤 말인지는 알 수 없었다. 알 수 없는 언어로 말했기 때문이다. 분명한 건 그것은 소녀에게 경고를 하고 있었다. 중대한 일이 발생할 것이라는 경고. 하지만 그 내용이 뭔지는 알지 못했다.


엠마뉴엘이 눈을 떴을 때 이미 슈테판과 솔로몬은 일어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엠마뉴엘은 아직 잠을 자는 척 하며 둘의 말을 엿들었다.


"화염의 창의 비늘을 얻기 위해 그의 레어로 들어가야 하는 것 아닙니까?"


솔로몬의 물음에 슈테판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아마 해결 방법에 대해 고민하는 것 같았다. 엠마뉴엘은 자신이 제시한 방법을 말하라고 속으로 외쳤다. 그러나 슈테판의 답은 그녀의 기대와는 달랐다.


"그리폰을 찾아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폰은 왜..."


상상만해도 오금이 저릴정도로 흉폭한 짐승의 이름이 나오자 솔로몬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크기가 성인 남성 두 세명은 합쳐놓을 만큼 커다란 그 짐승은 사납기로 유명했다. 만나도 왠만하면 피해가야 할 그 짐승을 찾아야한다니 비상식적이었다. 그러나 이어지는 슈테판의 말은 그가 그런 주장을 한 이유를 납득시킬 만한 것이었다.


"그리폰은 마노라는 알을 낳습니다. 그게 붉은 색 보석인데 가끔 레드드래곤의 비늘을 자신의 알로 착각하고 둥지로 가져가기도 합니다. 일단 거기에 기대봐야할 것 같습니다."

"그렇군요. 드래곤을 상대하는 것 보다는 그리폰이 나을테니..."


엠마뉴엘은 결국 참지 못 하고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내 계획은요?"


솔로몬은 화들짝 놀랐으나 슈테판은 그녀가 깨어있던 걸 알았는지 별로 놀라는 눈치는 아니었다. 솔로몬이 무슨 말이냐고 묻고 싶은 듯 슈테판을 바라보자 슈테판은 옷을 정비하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네 계획도 물론 고려할 거다. 그렇지만 바닥에 떨어진 비늘을 찾기위해 시간을 대부분 할애하는 짓은 하지 않을거야. 그리폰을 찾는게 우선이고 찾는 길 주변 정도는 확인해도 괜찮다."

"그리폰을 어떻게 상대하려고 그래요? 병사들 한 무리가 가도 못 잡았다는 말만 들었던 것 같은데. 그렇게 위험한 방법보다는 역시..."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는 겪이야. 이 커다란 용맥을 다 뒤지고 돌아다니자는 건 아니겠지?"


슈테판의 지적에 엠마뉴엘은 의시소침해졌다. 하지만 자신의 의견을 완전히 무시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그녀는 그 정도 선에서 만족 하기로 했다.


"알겠어요. 나도 내 나름대로 위 아래로 잘 살펴 볼게요. 아저씨."


슈테판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모닥불에 구운 토기고기를 가리키며 말했다.


"먹어두거라. 이제 곧 출발해야하니. 난 그리폰이 좋아할 만한 장소가 어느쪽에 있는지 확인해보마."

"네."


슈테판이 나무 사이로 사라졌다. 솔로몬과 엠마뉴엘 둘이 남자 둘 사이에 어색한 기류가 흘렀다. 주로 솔로몬과 슈테판, 그리고 슈테판과 엠마뉴엘이 이야기를 하는 정도 였고, 둘 사이에는 동행하는 것 외에는 크게 연관된 부분이 없어서 더 그랬다. 이대로 가다가는 음식을 먹다 체할까 싶어 엠마뉴엘은 토끼고기를 솔로몬에게 권하며 말했다.


"제가 잡은 건 아니지만, 사제님 좀 드셨어요?"


솔로몬은 인자하게 웃었다.


"시드맨 양이 일어나기 전에 이미 먹었습니다."


그렇게 말한 그가 바닥을 가리켰고, 그곳에는 살을 발라먹은 토끼 뼈가 있었다. 엠마뉴엘이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토끼고기를 입에 물자 솔로몬이 물었다.


"그런데 시드맨 양. 혹시 루나 시드맨과 관련이..."


루나 시드맨. 제국 시절의 황비였다. 200년도 더 된 인물이었으나 지금까지 회자되는 이유는 사실이 아니라고 확실히 밝혀진 내용이 아직도 사실인 것처럼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소문은 그다지 좋은 내용도 아니었다. 엠마뉴엘이 지금까지 어렵게 살아온 것은 어쩌면 그 소문 때문일지 몰랐다.


"부모님께서는 관련이 없다고 하셨어요. 그 흡안인지 뭔지는 저한테 발현되지도 않았구요. 하지만 성은 어머니의 성을 따랐어요. 그래야 한데요. 그래서 저는 어머니 남동생들은 아버지 성을 따라요."


솔로몬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고기를 먹다 말고 엠마뉴엘이 그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그건 왜 물어보세요? 사제님?"


기름을 입술에 묻힌 엠마뉴엘이 자신을 보며 묻자 솔로몬은 손수건을 건네며 씩 웃었다.


"일신교 내부의 명령과 관련된 내용입니다. 위렌에서 오셨다니 만약 당신이 루나 시드맨과 관련 있는 인물이라면 라아트 사제가 방문했을 것 같은데. 그런 눈치는 아닌것 같으니 신경쓰지 않으셔도 될 것 같군요."


엠마뉴엘은 자신이 어렸을 때 신전에서 손님이 찾아온 기억이 어렴풋이 났으나 이야기 하지는 않았다. 그 이후로 신전에서 사람이 오거나 하진 않았기 때문이다.


둘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한창 친분을 다지고 있을 때 슈테판이 돌아왔다. 그는 어깨에 붙은 나뭇잎을 털어냈다. 엠마뉴엘은 문득 그의 모습이 낯설게 느껴졌다. 평소에 항상 취해 주사를 부리던 모습만 7년째 봐온터라 이렇게 멀쩡한 모습은 익숙치 않았다. 그녀는 아마 지금 이 모습이 원래 그의 성격일 수 있겠다 생각했다.


"평지가 있습니다. 야생말들도 보이고. 그리폰들이 사냥하기 적당한 곳입니다."

"산에 그리폰이 있었으면 좋겠군요."

"드래곤이 수면기에 들었으니 아마 있을 겁니다."


그 대화를 끝으로 셋은 짐을 챙겨 슈테판이 말한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


가슴이 확 트이는 느낌을 주는 넓은 초지였다. 평화로운 분위기에 이곳이 드래곤 레어가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였다. 산 정상에서 1/3 정도 높이에 있는 그 평야에는 많은 동물들이 평화로이 쉬고 있었다.


솔로몬이 말했다.


"드래곤이 착지할 때 사용하는 장소 중 하나인 것 같군요."


슈테판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그런 것 같습니다. 수면기라 공터가 된 지 200년이 넘은 곳이니 이렇게 평화로운 곳으로 변한 것이겠죠."


슈테판은 저 멀리 보이는 야생말 무리를 가리켰다.


"그리폰이 있다면 이곳을 선호 할 겁니다. 말들도 이 곳 외에는 괴물 때문에 다른 곳에 가기 어려우니 이곳에 계속 머물겠죠."

"그리폰이 없을 수도 있고."

"그렇다면 적어도 이 평지는 그녀가 말했던 것 처럼 샅샅히 뒤져봐야겠죠."


슈테판이 엠마뉴엘을 바라보며 말하자, 엠마뉴엘은 밝을 표정으로 웃었다.


"그리폰을 기다리기도 그러니 야영지를 만들어 놓고 한번 찾아보죠. 우연이라도 찾을 수 있으면 굳이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없으니."

"네! 그래요!"


솔로몬의 제안에 가장 기뻐한 것은 엠마뉴엘이었다.


셋 중 최근까지 가장 야영을 한 경험이 있던 솔로몬이 야영지를 꾸리기로 했다. 자연스럽게 그리폰과 비늘 찾기는 슈테판과 엠마뉴엘이 맡았다. 혹시 모를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둘은 같이 붙어 다니기로 결정했다. 그리 나쁜 결정은 아니었다.


둘이 돌아다니게 되자 엠마뉴엘은 평소와 다른 모습의 슈테판이 어색한지 평소와 다른 태도를 보였다. 슈테판은 그녀의 태도변화에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그런데 그럼 지금까지 우리 마을에 있었던 이유가, 그것 때문이에요?"


엠마뉴엘은 어색한 분위기를 깨고자 조심스럽게 슈테판에게 물었다. 마을의 주정뱅이였던 사람은 엠마뉴엘을 바라봤다. 그녀는 처음으로 슈테판의 얼굴을 자세히 보았다. 나이에 크게 벗어나지 않은 그의 얼굴에는 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깊은 슬픔이 감춰져 있었다. 깊은 눈에서는 언제든 눈물을 쏟아낼 준비가 되어있는 것 같았다. 엠마뉴엘은 그의 얼굴을 쓰다듬어 위로해 주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래."


그렇게 말한 그는 주머니에서 무언갈 꺼내 그녀에게 보여주었다.


"어?! 이거?"


붉고 영롱하게 빛나는 그것은 레드드래곤의 비늘이었다. 엠마뉴엘은 슈테판이 건넨 그것을 보고 흥분하여 외쳤다.


"주운 거예요? 언제?"


슈테판은 엠마뉴엘의 손에 있던 비늘을 빼앗아가며 말했다.


"7년 전에 주운거지."

"어? 그럼 그걸 가져가면 안 돼요?"

"온전한 비늘이 아니니 이건 안된다. 돈을 받을 수 없어. 이건 이미 목적에 맞게 사용하고 필요 없어져 버린 거야."

"하지만 비늘은 비늘이잖아요."


슈테판은 웃었다.


"우리가 그렇게 생각해도 의뢰인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면 의뢰금은 받을 수 없지."


엠마뉴엘은 아쉬운 듯 입맛을 다셨다. 그리고 다시 바닥에 시선을 고정시키며 물었다.


"그건 어떻게 구한 건데요?"

"내 딸이 죽던 날, 집에서 주웠다."


슈테판이 담담하게 말하자 엠마뉴엘은 가던 걸음을 멈추고 놀란 눈으로 그를 올려보았다. 그녀는 난처한 얼굴이 되었다.


"슈테판, 어, 그러니까, 음, 유감이에요."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던 엠마뉴엘은 버벅이다가 이야기를 마쳤다.


"이미 오래된 일이니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아무튼 이 비늘은 그때 사용된 것이었어. 그래서 난 악마가 계속 같은 일을 벌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마을로 와서 의뢰를 살피고 있었다. 그게 7년이나 걸릴지는 몰랐지만."


잠시 둘 사이에 침묵이 흘렀다. 엠마뉴엘은 이럴 때 자신이 무슨 이야기를 해야할지 잘 몰랐고, 슈테판은 오랜만에 본인의 성격대로 살고 있으니 크게 더 이야기하려 하지 않았다. 그렇게 말 없이 슈테판은 하늘을 엠마뉴엘은 땅을 보고 가길 한참. 다시 엠마뉴엘이 입을 열었다.


"의뢰를 마치고 돌아가면 그 악마라는 녀석 죽일 거예요?"


엠마뉴엘의 질문에 슈테판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나 가던 걸음은 멈췄다. 슈테판이 선지도 모르고 앞으로 걷던 그녀는 자신 혼자 걷고 있다는 걸 깨닫고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그녀는 깜짝 놀라 뒷걸음질쳤다. 슈테판의 얼굴은 난생 처음보는 얼굴이었다. 끔찍할 정도로 일그러져있는 그의 얼굴에 눈빛만은 독기를 품은채 반짝이고 있었다. 슈테판은 감정을 추스리듯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제는 평온한 표정이 되었을 때 말했다.


"그래 찢어 죽일 거다."


엠마뉴엘은 그의 차가운 목소리에 다시 한 번 공포감을 느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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