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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리스
작품등록일 :
2021.12.1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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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1.0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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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태양과 집

DUMMY

"솔른 멧 쥬드 아크 발름"


하늘에 두 개의 태양이 뜬 것은 200여년 전 할렌에 '카르엔스의 빛'이 떠오른 이후 처음이었다. 모두 성스러운 것에 약한 것들에 대항하기 위함이었다. '카르엔스의 빛'은 데스나이트를 그리고 감히 비슷한 이름을 붙이자면 '라간의 빛' 정도로 부를 수 있는 태양은 악마에게 부마된 자들의 정신을 돌리기 위함이었다.


솔로몬의 예상대로 온도가 올라가자 안개는 사라졌다. 연기가 아니었기에 자연현상은 아무리 비정상적으로 발생하더라도 법칙을 따르는 법이었다. 열기와 빛을 한꺼번에 뿜어낸 '라간의 빛'은 부마자들에게 붙은 악령들을 효과적으로 떨어냈다. 빙의에서 풀린 사람들, 간간히 이미 죽은 자들도 있었다, 은 썩은 고목 쓰러지듯 바닥에 쓰러졌다.


사람들은 라간이 이만한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면서도 쓰러진 사람들의 상태를 살피기 위해 바쁘게 움직였다. 그리고 그 도중에 새롭게 알게된 사실은 안개가 끼기 시작한 이틀 전부터 밖으로 외출한 자들은 모두 부마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었다. 그 말은 집안에 있던 사람들은 부마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었다.


"생각해보면 마법사 길드의 마법사들도 멀쩡했었지."


슈테판이 마법사 길드에 방문했을 때의 기억을 곱씹었다. 솔로몬도 고개를 끄덕였다.


"집은 고유 공간이기 때문에 내부원의 허락이 없으면 방문하기 어렵습니다. 령은. 잊고 있었군요."


엠마뉴엘의 표정이 밝아졌다. 슈테판은 고개를 돌려 라간에게 소리쳤다.


"라간, 혹시 이 빛을 얼마나 유지할 수 있습니까!"


라간이 소리쳤다.


"한 시간 정돕니다!"


슈테판은 안심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돌아다니며 집안에 사람이 있는지 확인해보고 사람이 있으면 나와서 아직 살아있는 사람들은 집으로 옮기죠. 그리고."


그는 엠마뉴엘을 돌아보며 말했다.


"엠마뉴엘 넌 우선 집으로 가서 동생들이 잘 있나 살펴보거라."


엠마뉴엘이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고마워요!"

"어서가봐"


엠마뉴엘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자신의 집쪽으로 뛰쳐갔다.


***


다행히 꽤 많은 사람들이 부마되지 않고 집안에 있었다. 집 밖으로 나가자 마자 이상해지는 것을 목격한 사람들은 집 밖으로 나가면 안 된다는 것을 직관적으로 알았다. 그리고 집 안에만 있던 사람들 중에는 엠마뉴엘의 동생들도 있었다.


"누나!"


엠마뉴엘이 집으로 들어왔을 때, 그녀의 동생인 제이콥과 마이클이 울먹이며 달려와 그에게 안겼다.


"다들 괜찮니?"

"누나는 괜찮아? 사람들이 다 이상해졌어. 어제는 션 아저씨가 한 시간동안 문을 두들기다 갔어. 우리는 너무 무서워서..."


엠마뉴엘은 동생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 잘 들어. 내가 오기 전까지는 절대 나와서는 안 돼. 슈테판 아저씨나 일신교 사제 아저씨들은 괜찮아. 알겠지."

"알겠어 누나."


엠마뉴엘은 아직 훌쩍이는 동생들을 달래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지난 18년간의 추억이 묻어있는 집이었다. 그녀는 눈물이 날 것 같은 기분이 들었지만 꾹 참았다. 그리고 제이콥을 보며 말했다.


"제이콥. 그리고 우리는 이 집을 곧 떠나야해. 더 이상 이 마을에 살 수가 없게 됐어."


그러자 제이콥이 눈물을 멈추고 버럭 화를 냈다.


"왜! 또 사람들이 누나한테 뭐라고 그래?"


엠마뉴엘은 제이콥에게 웃어보이며 말했다.


"그런거 아냐. 대신에 슈테판 아저씨가 우리를 입양해 주신데."

"슈테판 아저씨가?"

"슈테판 아저씨?"


두 동생들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자신의 누나를 올려다 보았다. 엠마뉴엘은 둘을 꼭 껴안으며 말했다.


"그래, 우릴 보살펴 주신데. 이제 이 고생도 끝이야."


동생들을 품에서 뗀 엠마뉴엘은 제이콥에게 말했데.


"제이콥. 그러니 이사갈 준비를 해. 짐은 너무 많이 싸지 말고 가방 하나로만 싸고, 지난번에 사 놓은 음식도 챙기고."


그녀는 마이클에게 시선을 옮기며 말했다.


"마이클도 형을 도와서 같이 준비해. 할 수 있지?"


두 동생은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엠마뉴엘은 웃었다.


"그래 착하지 내 동생들."


그녀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어보였다.


"누나는 이제 가봐야해. 밖에 사람들이 많이 그러니 도와줘야하거든. 너희는 절대 밖으로 나오지 말고. 알겠지?"


그녀의 동생들은 금방 울상이 되었으나 울음을 터뜨리지는 않았다. 누나가 힘들어할 것을 잘 알았기 때문이다. 제이콥은 가까스로 울음을 참으며 엠마뉴엘에게 말했다.


"누나 마이클은 내가 잘 지키고 있을게. 걱정하지 말고 다녀와. 누나."


엠마뉴엘은 다시 제이콥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래 대견하네 내 동생. 그럼 누나는 나가볼게. 집이랑 마이클 잘 지키고 있어."


엠마뉴엘은 마음이 약해질까 망설이지 않고 몸을 돌려 문을 홱 열었다. 그리고 그 앞에는 우산을 쓴 커레사인이 웃으며 서 있었다. 그리고 그는 말했다.


"엠마뉴엘 시드맨. 제가 안으로 들어가도 될까?"


엠마뉴엘은 말하지 않았으나 그의 동생들은 그녀의 고개가 천천히 움직이는 것을 보았다.


***


한 시간이 거의 다 되갈 무렵, 길거리에 쓰러져있는 자들은 없었다. 집안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 둘씩 나와 돕기 시작하자 일처리는 시간이 지날 수록 빨라졌기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믿지 않고 나오지 않으려던 사람들도 솔로몬과 라아트를 보며 하나 둘씩 나와 그들의 일을 돕기 시작했다.


산 사람들은 그렇게 근처에 있는 집안으로 들어갔으나 죽은 자들은 달랐다.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닌 자들은 모두 신전으로 옮겨졌다. 대략 서른명 정도 되는 인원이었다. 부마되는 과정에서 안타깝게도 사망에 이르는 쇼크를 겪어 절명한 자들이었다. 죽어서도 몸을 유린 당한 그들은 신전으로 옮겨져 일신교 사제들의 축복을 받았다.


그리고 라간이 마법을 끝냈을 무렵 슈테판은 아직 엠마뉴엘이 돌아오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건 솔로몬도 마찬가지였다.


"엠마뉴엘 보셨습니까?"


슈테판이 묻자 솔로몬도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저는 보지 못했습니다. 혹시 빛이 사라지는 것을 보고 다른 집으로 급히 들어간 것이 아닐까요?"


솔로몬은 창밖으로 보이는 몰려드는 안개를 보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불안하군요. 그 애 집으로 가봐야할 것 같습니다."


슈테판이 밖으로 나갈 채비를 하자 솔로몬이 한 숨을 쉬며 말했다.


"조금만 쉬고 저랑 가시죠. 십분이라도. 지금 너무 지쳐있습니다. 안개도 다시 몰려드는데. 이런 정신력으로 나가서 그것을 마주친다면 최악이 될 수도 있습니다."


슈테판이 솔로몬을 돌아보며 무어라 이야기하려 하자 솔로몬이 그의 팔뚝을 잡으며 말했다.


"그것을 상대하기 위해 준비도 해야해요!"


그의 다급한 한 마디에 슈테판은 몸에 힘을 빼고 의자에 털썩 주저 앉았다. 슈테판이 자신의 말을 따르겠다는 의사를 표현하자 솔로몬은 다소 안심한 표정으로 라간을 바라보았다.


"라간 혹시 방금 그 마법은 언제쯤 다시 사용할 수 있죠? 우리가 다음에 상대해야할 녀석과 만나면 방금 전 정도의 수준은 아니더라도 같은 마법의 힘이 도움이 될 겁니다."


라간은 손목을 돌리며 말했다.


"규모가 작은 거라면 지금도 가능해요. 그 정도 마나를 주변에서 끌어오는 것은 어렵지 않으니."


그는 검지를 펴고 말했다.


"리테 솔"


그의 손가락 위로 크기에 비해 강항 빛과 열을 내는 작은 구가 떠올랐다. 솔로몬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이군요. 라간 죄송하지만 당신의 도움이 조금 더 필요할 것 같습니다."


라간은 여유로운 표정이었다.


"그런데 악마라는게 왜 드래곤의 비늘을 노리는 겁니까?"

"드래곤의 비늘에는 강한 마력이 깃들어 있습니다. 아마 악마가 의식을 치룰 때 사용하기 위한 것 같습니다. 이것도 추측이지만."


슈테판이 정면을 응시하며 대답했다.


"그렇게 추측하시는 이유는?"


라간이 묻자 슈테판은 품에서 비늘하나를 꺼내 보여주며 말했다.


"악마와 불행한 일로 엮여 있는데 그때 그 현장에서 발견된 비늘입니다."

"잠시 봐도..."


슈테판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에게 비늘을 건넸다. 라간은 그것을 이리저리 살펴보고 냄새까지 맡아보았다. 그리고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웃었다.


"여기에는 마나가 전혀 남아있지 않네요. 그런데 정말 이런 미약한 마나로 그런 의식을 치른 답니까?"


슈테판은 이번에는 라간을 바라보았다.


"그 정도면 꽤 많은 마력이 깃들어있는 편 아닙니까. 그것으로 무구도 만드는데."

"그렇다고 듣긴했지..."


라간은 말 끝을 흐리곤 다시 비늘을 슈테판에게 건넸다.


"악마는 뭘 얻으려고 이런 일을 벌이는 겁니까."


이번에는 솔로몬이 나섰다.


"결국 사람의 영혼이죠."


라간이 웃었다.


"그것들은 뭘 한다고 그렇게 사람의 영혼을 탐한답니까? 정말 웃기는 녀석들이네."


솔로몬은 약간 곤란한 얼굴로 라간을 보았다.


"신화에 관련 내용을 보고 유추할 수는 있지만 정확한 이유는 저희도 잘 모릅니다. 그냥 그렇게 창조되었을 수도 있죠. 그들은 이 일을 순수하게 즐깁니다. 그래서 재미로 그럴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이건 퇴마 사제들 사이의 농담인데, 후에 벌어질 수도 있는 안겔과의 전쟁을 대비하여 타락한 영혼을 모으고 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결국 당신들도 그 이유를 정확히 모른다는 말이군요."


라간의 지적을 솔로몬은 순순히 인정했다.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 사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날카로워진 눈으로 라간을 바라보며 말했다.


"하지만 적어도 그것에 붙들린 영혼이 불행해진다는 것은 확실히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의 말을 듣고 있던 슈테판의 인상이 험악하게 일그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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