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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밸리스
작품등록일 :
2021.12.17 10:00
최근연재일 :
2022.01.20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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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1.0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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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와 소녀

DUMMY

엠마뉴엘이 깨어 난 건 정오가 다 되었을 때였다. 오랫동안 잠들었다 깨어난 것처럼 온몸이 아파왔다. 엠마뉴엘은 이상하게 뻐근한 몸을 이리저리 돌리다가 문득 팔뚝에 상처가 난 것을 발견했다. 상처를 만져보니 쓰라린 통증이 느껴졌다. 그곳뿐만 아니라 온몸에 그러한 상처들 투성이었다.


"간밤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반대편에서 나무에 기대어 곤히 자고 있는 두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노곤했는지 아주 깊은 잠에 빠져있었다. 엠마뉴엘은 자리에서 일어나 슈테판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그의 얼굴을 본 순간 자신의 기억이 어제 그 소를 만난 이후에 삭제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엠마뉴엘은 혼란스러웠다. 자신이 이곳에 어떻게 온 것인지도 전혀 알길이 없었다.


"일어났니."


슈테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목소리가 잠겨있어 그가 매우 피곤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무슨 일이 있었죠?"


슈테판은 솔로몬으로부터 전해들은 말을 떠올렸다. 부마자의 몸에서 악마가 떠나면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래서 부마자가 혼란스러워하지 않게 보통은 부마사실을 비밀로 한다고 했다. 부마자가 빙의되어있는 동안 평소 자신이면 하지 않은 안 좋은 말이나 말이나 수치스러운 행동 등을 할 수 있는데, 부마자가 그런 사실을 알았을 때 혼란스러워하고 빙의되어 있는 동안 자신이 한 짓을 부끄러워 하며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슈테판은 솔로몬의 제안에 따라 행동했다.


"아마 악마에게 당한 모양이야. 숲에 기절해있는 널 발견해서 데려온 거란다. 하마터면 큰일날뻔했다."


지난밤 솔로몬과 약속한 이야기를 꺼냈다. 엠마뉴엘은 관자노리를 누르며 말했다.


"맞아. 소롤 만났어요. 꿈에 나타났던. 그걸 만나고 기억이 없어졌는데, 제가 악마한테 당해서 기절했었나봐요. 아저씨. 하나도 기억이 안나."


슈테판은 고개를 끄덕였다. 엠마뉴엘이 그렇게 단정을 지으면 일은 더 편해지기 때문이었다.


"사제님 말씀으로는 네가 악마의 습격을 받아 당분간은 외부 활동을 하지 않고 신전으로 가서 몸을 정화시키고 기다리는 것이 좋다고 하더구나. 괜찮겠니? 네가 가도 이 의뢰는 내가 완수하마."


그 말에 엠마뉴엘이 불같이 화를 냈다.


"그게 무슨 소리에요! 이건 내 의뢰라구요! 무슨 일이 있어도 끝까지 임무를 완수할 거예요."


슈테판이 당황했다.


"아마 지난번 꿈꾸었을 때 그것때문에 너를 계속해서 악마가 공격할 수 있는 모양이야. 이번에는 운이 좋아서 살았지만 그때도 살 수 있을 거라고 장담할 수 있는 상활도 아니잖니."


엠마뉴엘은 비장하게 말했다.


"용병이 의뢰를 수행하다 죽으면, 그 또한 가장 용병다운..."


슈테판은 손가락을 튕겨 엠마뉴엘의 이마를 때렸다. 엠마뉴엘은 이마를 문지르며 뒤로 물러났다.


"악마에게 당해서 기절했다 깨어난 사람을 이렇게 막 쳐도 되는거예요?"


엠마뉴엘이 칭얼거리자 슈테판은 한숨을 푹 쉬었다.


"잠자코 내 말 들어."


그리고는 엠마뉴엘의 얼굴을 잠시 빤히 바라보았다. 갑자기 슈테판이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자 엠마뉴엘은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돌렸다.


"뭐예요? 사람을 갑자기 빤히."


슈테판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분위기가 달라진 것 같은데 뭐가 달라졌는지 모르겠군. 아무튼 내 말 듣고 일단 내려가거라. 사제님께서 널 보호해주실거다."


주변이 부산하자 어젯밤 늦게까지 엠마뉴엘을 위해 기도를 해주었던 솔로몬이 부스스 자리에서 일어나 앉았다.


"해가 어디에 떴습니까."

"머리 정수리 쪽에 떠있으니 이제 점심 땝니다."


솔로몬은 늘어지게 하품을 하더니 입맛을 쩝쩝 다셨다.


"자도자도 피곤하군요. 점심 때면 날이 어두어지기 전에 내려가야하니 지금 바로 출발해야겠습니다."


슈테판도 그의 말에 동의했다.


솔로몬이 일어나 가방을 챙기러 가방쪽으로 다가가자 슈테판이 그를 따라와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 사제님. 어제도 물어봤지만... 가끔 엄청 쎄십니까? 내려가는 길에는 괴물들이 많을텐데..."


솔로몬은 슈테판을 노려보더니 말했다.


"저 한 몸만 지킬 수 있습니다. 만약 상대할 수 없으면 잘 도망치겠습니다."


슈테판은 처음 그를 만났을 때의 기억을 떠올렸다. 믿을 수 없는 체력이었다. 그리고 동시에 어제 일을 떠올리며 그런 일을 계속 하려면 이정도 체력은 가지고 있어야한다고 생각했다.


"엠마뉴엘과 안전히 마을에 도착하기를"


슈테판이 무의식중에 말하자 솔로몬이 웃으며 말했다.


"르께서 잘 살펴 주실 겁니다."


***


슈테판을 뒤로한 채 하산하는 길에도 엠마뉴엘은 혹시 모른다며 바닥을 살피며 걸어가고 있었다. 당연히 솔로몬은 그녀의 행동을 못마땅해했다. 엠마뉴엘은 잘 모르지만 솔로몬은 엠마뉴엘에게 악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그녀의 옷에 작은 성호식을 새겨놓았고, 지금도 그 식이 제대로 발동할 수 있게 기력을 소진하며 움직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엠마뉴엘, 조금만 더 빠르게 갈 수는 없나요. 그리고 이렇게 빽빽한 숲에 비늘이 떨어져도 나뭇꼭대기에나 있겠지 바닥에 떨어지겠어요?"


솔로몬의 말에 엠마뉴엘이 박수를 짝 쳤다.


"맞네! 사제님 머리 엄청 좋으시네요. 나무를 올라가야 할까봐요."


솔로몬은 지끈거리는 머리를 양손으로 쥐어짰다.


그렇게 한 시간정도의 실랑이 끝에 엠마뉴엘은 바닥을 수색하는 일을 포기했다. 솔로몬은 더욱 더 지친 표정이 되었다.


“그런데 물어볼게 있어요.”


엠마뉴엘이 걸어가다 말고 솔로몬을 돌아보며 물었다. 솔로몬은 갈 길이 멀었기 때문에 엠마뉴엘의 어깨를 잡고 몸을 앞으로 돌리며 말했다.


“가면서 이야기 하죠.”


엠마뉴엘은 솔로몬의 말에 순순히 따랐다.


“어떤 게 궁금하죠?”


솔로몬이 묻자 엠마뉴엘이 말했다.


“왜 저만 악마에게 표적이 된 거죠? 사제 아저씨야 악마를 물리치는 사람이라 그런다 쳐도. 아저씨도 멀쩡한데 왜 저만 이렇게 당하는 걸까요? 바보같이.”


엠마뉴엘이 고민을 털어놓듯 이야기 하자 솔로몬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것의 표적이 되는 건 딱히 시드맨 양이 다른 사람보다 약하거나 그래서 그러는게 아니에요. 누구나 그것의 표적은 될 수 있어요. 저도 그렇고 감히 말씀 드리지만 신황 성하께서도 가능합니다.”


엠마뉴엘이 놀라 솔로몬을 돌아보았다.


“정말이요?”


그러자 솔로몬은 다시 그녀의 몸을 앞으로 돌렸다.


“그렇습니다.”


엠마뉴엘은 가던 길을 걸어가며 말했다.


“이번 여행을 하며 많은 것을 느꼈어요. 사제 아저씨도 그렇고 슈테판 아저씨도 그렇고 다 자기 역할을 하는데 저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어요. 그래서 제가 부족하다는 걸 많이 느꼈어요.”


솔로몬은 조심스럽게 말했다.


“아마 게르하르트 씨도 똑같은 말씀을 하실 겁니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다고. 저도 처음 퇴마 사제를 시작했을 때 당시 얼마나 많은 실수를 했는지 모릅니다. 시드맨 양처럼 자책도 하고 자신에게 실망도 많이 했어요. 하지만 그렇게 계속해서 실수가 쌓여가다보니 경험이 되고 지금의 제가 된 겁니다. 아마 게르하르트 씨도 마찬가지겠죠. 당신은 아직 어려요. 들어보니 이런 일에 대한 경험도 부족하고. 좀 더 실수를 하고 경험을 쌓다 보면 언젠가는 누구에게 물어봐도 인정할 말한 훌륭한 사람이 되어 있을 겁니다. 그리고··· 제가 이 여정에서 당신보다 더 많은 일을 수행할 수 있던 건, 당신의 여정에 그것이 함께 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도 제 역할이 생겼던 거지 그러지 않았다면 저 역시 아무 것도 할 것 없는 그저 동료에게 축복이나 하는 사제였을 겁니다. 그러니 시드맨 양 너무 자책하지 말아요.”


앞에서 엠마뉴엘이 한 숨을 쉬는 소리가 들렸다.


“정말 저도 아저씨나 사제 아저씨 처럼 될 수 있을 까요?”


솔로몬은 지체없이 답했다.


“당연하죠. 저희들 보다 훌륭한 사람이 될 겁니다. 분명.”


그렇게 말한 솔로몬은 누가 듣는 사람도 없는데 그녀의 곁에 다가가 속삭였다.


“그리고 이건 비밀인데 그것은 가장 뛰어난 사람을 가장 먼저 노린답니다.”

“정말요?”


엠마뉴엘이 기뻐하며 다시 고개를 돌렸다. 솔로몬은 이번에는 그녀의 몸을 돌리지 않고 씽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요. 일신교의 사제가 거짓말을 하는 것 봤나요? 너를 믿어도 좋아요 시드맨 양.”


솔로몬의 확답에 엠마뉴엘은 지금껏 보인 적 없는 환한 표정을 지어보이고 몸을 홱 돌려 가던 길을 계속 해서 걸어갔다.


그리고 그때 전방에서 찢어질 듯한 괴성이 들려왔다.


숲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키가 3미터에 달하는 오거ogre였다. 침을 질질 흘리고 있는 그 식인귀는 분명 자신의 앞에 있는 인간을 보고 있었다.


“지금 우리 보고 군침을 흘리고 있죠?”


엠마뉴엘이 묻자 솔로몬이 그녀의 손을 잡아 끌며 냅다 도망쳤다.


“당연하죠! 지금 저것의 눈에 저는 스테이크고 당신은 달콤한 파르페 정도로 보일 거예요!”


동시에 뒤에서 쿵쾅 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오거가 달려오는 소리였다. 괴물이 한 발을 딛을 때 마다 땅이 미미하게 진동했고, 나무사이로 새들이 놀라 도망쳤다. 보폭차이가 워낙 심해 오거가 아무리 느려도 그들과의 사이가 멀어지거나 하지는 않았다.


“미치겠네!”


엠마뉴엘이 고함을 지르며 솔로몬의 손을 놓고 그와 나란히 달리기 시작했다.


“이대로 달리면 슈테판에게 다시 돌아갈 거예요. 일단 산 아래 방향으로 틀어요!”


솔로몬이 고함을 질렀다.


“도망 가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는 거예요!”


그러자 솔로몬이 그녀를 보며 소리쳤다.


“저는 없어요!”

“저두요!”

“그럼 뛰어요!”


둘은 더이상 소리치는 데 힘을 낭비하지 않고 전력 질주 하기 시작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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