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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밸리스
작품등록일 :
2021.12.17 10:00
최근연재일 :
2022.01.20 17:22
연재수 :
3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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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7,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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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1.15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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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1-2

DUMMY

저 멀리서 검은 것에 습격을 당해 쓰러지는 레나의 모습이 보였다. 슈테판은 고함을 지르며 그녀에게로 달려갔지만 그녀는 이미 바닥으로 쓰러진 뒤였다.


“레나!”


그녀를 습격했던 검은 것은 쓰러진 그녀를 향해 다시 공격을 가하고는 유유히 허공으로 흩어져 사라졌다.


슈테판이 그녀에게 다가갔을 때 그녀는 온 몸이 피투성이가 된 채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슈, 테판···”

“괜찮습니까?”


레나는 이미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인 듯 체념한 표정이었다. 그녀의 커다란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슈테판은 주머니를 뒤져 상처를 치유하는 연금약을 꺼내 그녀에게 마시게 했으나 레나는 그것을 삼키는 것 마저 힘겨워 보였다. 연금약을 모두 마셨으나 그녀의 몸에서 나오는 피의 양은 줄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슈테판은 급히 자신의 망토를 찢어 상처 부위를 넓게 둘러 압박했으나 천만 피에 젖을 뿐이었다.


레나는 바삐 움직이는 슈테판의 손을 붙잡았다.


“슈테판··· 저는··· 틀린 것··· 같아요··· 부탁이 있는데···. 들어··· 주시겠어요?”


슈테판은 자신의 손을 잡은 레나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표정은 이제 편해 보였다.


“말하세요.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염치없지만···제게는···세 아이가 있어요···. 알고 계시죠?”

“알고 있습니다.”


슈테판은 그녀의 아이들의 얼굴을 떠올렸다. 특히 그녀의 큰 딸인 엠마뉴앨은 죽은 그의 딸 아이와 동갑이기도 했었다.


“가끔 그 아이들을··· 들여다 봐주시겠어요? 잘 크는 지만···.”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는 괴물에게···습격당했다고 해주세요··· 진실을 알면 슬퍼할 거예요...”


슈테판은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레나는 웃었다. 그리고 크게 기침을 하며 각혈을 했다. 레나는 피투성이가 된 얼굴로 슈테판에게 말했다.


“이제 갈 때가 되었나봐요··· 고마워요···”


그 말을 끝으로 레나의 몸에 힘이 빠져나갔다. 슈테판은 축 늘어진 그녀를 바라보다가 품에서 손수건을 꺼내 피투성이가 된 그녀의 얼굴을 닦아 주었다. 그리고 아직 감지 못한 그녀의 눈을 감겨 주었다. 그리고 망토를 벗어 그녀의 시신에 덮어 주었다.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내 이 일을 마무리 하고 다시 오리다.”


그는 조금 전 자신이 뛰어왔던 방향으로 달렸다. 사제들을 붙잡기 위함이었다. 아마도 그의 능력에서 해방되어 도망쳤을지도 모르지만 그라면 잡을 수 있을지 몰랐다.


슈테판은 거친 바람을 일으키며 날기 시작했다. 비가 오는 바람에 그가 나는 모습을 목격할 만한 자는 없었다. 하늘로 날아오른 슈테판은 저 멀리 검은 형상 두 구가 빠르게 마을 밖 숲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영주의 숲인 그 곳은 용맥자락과 맞닿아 있는 넓은 숲이었다. 그곳으로 들어가 도망치면 그들을 찾지 못할 수도 있었다.


슈테판은 그들이 사라진 곳을 향해 빠르게 날았다. 다행히 숲으로 들어서자 저 멀리 그들이 보였다. 슈테판은 엄청난 바람을 일으키며 그가 맨몸으로 견뎌낼 수 있는 최고의 속도로 그들에게 따라 붙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들의 지척에 도착했을 때 슈테판은 그것의 모습이 그가 알고 있던 형상과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자신들이 따라잡혔다는 사실을 안 검은 것들은 급격히 속도를 줄였다. 덩달아 같이 속도를 줄인 슈테판은 누가 말릴새도 없이 그것들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그것들 중 하나가 슈테판이 휘두른 검에 몸이 반토막 났다. 슈테판은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마치 허공을 베는 그런 느낌을 받았던 것이다. 그는 고개를 갸웃 거리며 자신이 베어낸 것을 보았고, 그것은 마치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허공에 흩어져 사라졌다.


놀란 슈테판은 남은 것을 바라보았고, 형상을 갖추고 있던 그것은 익살스럽게 웃으며 흐물거리더니 물녹듯이 녹아 내렸다. 슈테판은 자신이 속았음을 깨닫고 허무하게 날아왔던 길을 바라보았다.


***


슈테판이 사제들을 잡으러 간 사이에 비가 그치고 사람들이 활동을 하기 시작하자 길에 덩그러니 죽어있는 레나가 발견되어 일대가 발칵 뒤집어졌다. 출동한 경비병대는 죽은 사람이 레나라는 사실을 알고 시신이송을 거부하는 사태가 발생했고, 다른 사람들고 시신에 가까이가는 것을 망설였다. 살아있을 때도 저주받았다며 괴롭히고 따돌렸는데 죽었으니 더 했다. 그나마 거래가 있었던 노윈이 참다 못해 시신을 집까지 옮기기로 자원하여 가게의 수레를 이용해 그녀의 시신을 집으로 날랐다.


어미가 싸늘한 시신이 되어 돌아오자 엠마뉴엘과 그녀의 동생들은 갑자기 벌어진 비극을 감당하지 못했다. 엠마뉴엘은 실신전까지 오열했고, 동생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그 뒤에는 죽은 어미의 시신을 처리해야하는 현실이 있었다. 그리 넉넉하지 못한 살림에 장례는 커녕 그녀의 시체를 묻거나 태워준다는 곳도 없었다. 심지어 일신교에서도 적은 금액의 위로금만 전달 됐을 뿐 다른 도움은 주지 않았다.


제대로 된 관도 없이 침대 위에서 부패해가는 어미를 하념없이 바라보던 아이들의 앞에 이틀만에 등장한 것은 마을에서 주정뱅이로 소문나있는 슈테판이었다. 하루가 멀다하고 술만 마셔대던 그가 이틀 전부터 모습을 보이지 않아, 레나를 살해한 것이 그가 아니냐는 소문이 돌고 있었다.


그는 그런 의심을 사 마을 입구에서 모습을 보였을 때 경비병대에 체포되어 지금까지 추궁당한 것이었다. 다행히 괴물에게 당한 것을 목격하고 괴물을 추적하다 이제 마을로 돌아왔다는 그의 주장이 받아들여져, 사실 그가 범인이라는 증거가 불충분하여 풀려난 것이지만, 슈테판은 초췌해 보였으나 아이들을 위로하는 것을 넘어가진 않았다.


세 아이를 꼭 안아주며 위로를 한 그는 곧바로 그녀의 장례를 준비했다. 어디선가 만들어온 나무 관에 그녀의 시신을 넣고 악마가 싫어한다는 온갖 것들을 관에 같이 넣었다. 손님은 올 것 같지 않아 준비해 온 음식을 아이들과 함께 나누며 죽은 이를 추억한 그는 엠마뉴엘 만을 데리고 수레마차를 몰아 어딘가로 갔다.


“고맙습니다.”


엠마뉴엘은 제법 담담한 목소리로 슈테판에게 감사함을 전했다. 이전까지는 그와 크게 인연이 없어서 이야기도 한 번 제대로 나누지 못한 사이었지만 지금 그 누구보다도 힘이 되는 사람이었다. 슈테판은 한숨을 푹쉬며 말했다.


“어머니를 죽인 괴물은··· 미안하지만 잡지 못했다. 하룻동안 쫓았으나 흔적을 놓치고 말았다. 미안하다.”


엠마뉴엘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그래도 아저씨 덕분에 이렇게 어머니 장례를 치를 수 있게 된 걸요. 동생들은 그냥 울고만 있었는데, 저는 너무 막막했어요.”


슈테판은 말없이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달린 그들이 도착한 곳은 양지바른 언덕이었다. 드넓은 초원에 커다란 나무 한 그루가 서있었는데, 주변으로는 야생 동물들이 뛰어다니고 있었다.


“여행자들이나 아는 곳이다. 예전부터 주인이 없는 땅이지. 저 나무아래 묻으면 나중에 기억하기도 쉽고 좋을 거다. 신전에 모시려고 했는데, 신전에서는 거절당했다. 자리가 없다고 하는 구나. 안치장소가 가득차 새로 만들고 있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걸려 안될 것 같다고 했다.”

“신전에 모실 돈도 없어요. 아저씨. 여기면 좋을 것 같아요. 오늘 길 다 외워 뒀어요.”

“옆으로 미젠트로 가는 길이 나있으니 나중에도 찾기 어렵지 않을 거다.”

“고맙습니다.”


슈테판은 엠마뉴엘을 말없이 바라보다가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럼 어머니를 묻어 드릴까?”

“네”


그 뒤 한참 동안 그들은 나무 밑의 땅을 팠다. 야생짐승들이 파해칠지 모르기 때문에 꽤 깊이 파내려갔다. 그렇게 사람 한 명이 서있을 정도로 깊게 땅을 판 그들은 완만한 경사를 만들어 나무 관을 조심스럽게 땅속으로 내렸다. 그리고 구덩이 밖으로 나온 그들은 땅속으로 들어간 관을 보며 묵념했다.


“흑···흐흑”


옆에서 엠마뉴엘이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슈테판은 조심스럽게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아주었다. 엠마뉴엘은 그렇게 한참을 슈테판의 품에서 울었다.


***


돌아오는 길에 엠마뉴엘은 슈테판에게 물었다.


“엄마를 죽인 괴물은 뭐였나요.”


슈테판은 잠시 고민을 했다. 그러다가 그녀가 평소에 보기 힘들만한 것을 생각해 이야기 해주 었다.


“악마였다.”


엠마뉴엘이 놀라 그를 돌아보자 슈테판은 자신을 보는 시선을 느끼며 그녀를 돌아보았다.


“그래 악마. 두 놈이었는데, 모두 도망쳤다.”

“악마가 왜 우리 엄마를···”


슈테판은 고개를 저었다.


“나도 모른다. 우연히 나도 목격을 했던거라, 자세한 것은··· 그래도 네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 내게 너희를 돌봐달라는 유언은 남겼다. 받아들이지 않아도 무방하지만, 난 죽어가는 사람의 부탁을 거절할 정도로 매몰찬 성격은 아니다. 그러니 네가 동생들을 돌봐줄 수 있을 때까지 내가 도와 줄테니 그건 걱정 말거라.”

“아저씨는 그냥 술주정뱅이라고만 알고 있었는데, 그런 사람은 아닌가봐요.”


엠마뉴엘의 말에 슈테판은 웃었다.


“때로 사람은 자신이 보여주고 싶은 모습을 보여줄 때도 있는 거다. 그 모습이 자신의 본 모습이 아니더라도 말이다. 겉만 보고 사람을 판단할 수 없는 이유가 거기에 있지.”


엠마뉴엘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튼 감사해요. 그래도 아저씨가 큰 힘이 되주셨어요.”

“힘든 일이 있은지 얼마 되지 않아 이런 이야기를 꺼내기 미안하지만, 내가 언제까지 널 도울 수는 없을 거다. 그러니 너도 네가 할 수 있는 것을 생각해보거라. 내가 알려줄 수 있는 것이 있으면 네게 알려주마.”

“네 아저씨.”


엠마뉴엘은 그렇게 말하고는 등받이에 등을 기대며 어둑해진 하늘을 바라보았다. 하늘에는 수없이 많은 별이 보였다. 엠마뉴엘은 그 자세를 그대로 유지하며 말했다.


“아저씨는 그런데 직업이 뭐예요?”


슈테판은 그녀를 돌아보았으나 그녀는 하늘만 볼 뿐이었다. 슈테판은 다시 시선을 전방으로 옮기며 말했다.


“나? 용병.”

“오, 용병···”


엠마뉴엘의 반응에 슈테판은 다소 불길한 예감이 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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