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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밸리스
작품등록일 :
2021.12.1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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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20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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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2.2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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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청객2

DUMMY

아도푸우는 천성적으로 불안증을 가지고 있었다. 거의 세상 모든 것이 어떤 식으로든 자신에게 해악을 끼칠 수 있다고 강하게 믿고 있기 때문에 마을의 그 누구보다 많은 수의 경비를 보유하고 있었다. 사병제한 조치로 50명을 초과하는 병력을 거느릴 수는 없었지만 한 가족이 사는 저택에 49명이나 되는 인원을 배치하는 것도 충분히 과했다.


물론 이런 작은 마을에서 그 정도 인원을 움직일 수 있는 자라면 영주에게 충분히 위협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위렌의 영주도 그의 소인배 같은 심성을 예전에 파악했기 때문에 그가 경비를 고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별 말을 하고 있진 않았다.


아도푸우도 경비들을 오로지 자신의 안전을 위해 사용할 목적으로 고용하는 것이지 절대 남을 해하거나 그럴 목적으로 고용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오늘같이 남을 해하거나 위협을 줄 필요가 있는 경우면 항상 스윙에게 의뢰하곤 하였다. 그가 이렇게 하는 것은 자신의 경력에 흠집이 갈 만한 일을 하지 않기 위함도 있었지만, 그보다 일을 수행하러 갔을 때 자신을 지켜주는 인원이 줄어드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 더 크기 때문이었다.


그래서인지 아도푸우는 자신의 저택이 철옹성이라는 강력한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믿음은 오늘 무너져 내렸다.


오늘 하루만 세 명에게 믿을 수 없는 경험을 선사한 슈테판은 아무리 뛰어난 검사라고 해도 보여주기 힘든 장면을 자주 연출하고 있었다. 적은 나이도 아니었던 그가 이렇게 일 대 다수의 전투를 무리없이 진행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가 능력자였기 때문이었다.


바람을 다루는 능력을 가진 그는 능력자들 중에서도 꽤 수준 높은 능력을 선보일 수 있는 자였다. 지난 날 오랜 기간동안 전장에서 갈고 닦은 덕에 더욱 더 큰 능력을 사용할 수 있었다.


돌풍이 자신들의 주된 적이 될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기 때문에 경비병들은 상대에게 접근 조차 할 수 없다는 사실에 분개해 했다. 한편으로는 자신에게 능력자를 막을 방법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절망하고 있었다.


"뭣 들하는 거야! 내가 이러라고 너희들 그 돈 주고 고용한 줄알아!? 이 멍청이들 화살을 쏴! 화살을!"


본노에 찬 고함을 지르는 아도푸우의 옆으로 어디선가 날아온 화살이 꽂혔다. 아도푸우가 기겁을 하며 옆으로 쓰러지자 그의 저택 경비총괄을 맡고 있던 이쉬프 하이든이 말했다.


"돌풍이 거세어서 함부로 발사했다가는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스타인 씨. 이곳은 위험하니 침실에 들어가 계시면 저희가 처리하겠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저 능력자가 왜 스타인 씨를 공격하는지 아십니까?"


아도푸우는 자리에서 일어나서도 잔뜩 몸을 웅크인채 말했다.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 젠장 저 작자 얼굴도 모르는데."


이쉬프는 이해한다는 표정이었다.


“알겠습니다. 저희가 알아서 하죠.”


아도푸우가 미심쩍은 표정으로 이쉬프와 경비병들을 훑어보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이쉬프는 1층으로 연결된 계단으로 내려가며 말했다.


“공격 중지! 일단 대화를 시도해본다.”


이쉬프의 말에 따라 방패를 든 경비병들이 앞에 서며 일단 모든 병력이 뒤로 물러났다. 용병치고는 꽤 잘 훈련된 자들이었다. 갑자기 자신에 대한 공격이 멈추자 슈테판은 이상한 눈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그가 무슨 짓을 하려는 것인지 짐작한 이쉬프는 다급히 외쳤다.


“그만하시오! 대화를, 대화를 하고 싶소.”


거대한 돌풍을 만들어낼 생각이었던 슈테판은 이쉬프의 다급한 목소리를 듣고 능력을 발휘하기 직전에 멈췄다. 그의 앞쪽으로 잔바람이 일어났다.


“무슨 대화를 원한다는 거지? 난 원하지 않는데?”


이쉬프는 협상의 의지가 전혀 없는 슈테판의 태도에 조금 불안감을 느꼈다. 보통 이런 자들은 굉장한 실력자가 많았다.


“뭘 원하시오. 우리는 이 이상의 피해는 바라지 않소.”


이쉬프의 말을 들은 슈테판은 헛웃음을 터뜨렸다.


“더 이상 피해를 바라지 않는다면 그딴 짓도 벌이지 말았어야지.”


이쉬프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나 이쉬프 하이든. 가문의 명예를 걸고 결코 부정한 짓은 저지르지 않았다고 맹세하오.”

“그건 내 알바 아니지. 당신 고용주가 저지른 짓이니까.”

“고용주?”


이쉬프는 아도푸우가 사라진 문 쪽을 바라보았다.


“그가 무슨 짓을 했소?”

“어린 아이를 공격하고 그 아이의 금품을 갈취했지.”


이쉬프는 충격에 휩싸였다.


“결코, 그런 짓을 저지를 위인이 아니오. 자신의 평판에 얼마나 신경쓰는 자인···”


잠시 말을 멈춘 이쉬프는 눈을 가느다랗게 뜨며 슈테판에게 물었다.


“혹시 다른 곳에서 당신을 화나게 한 그 의뢰가 진행된 것이오?”


슈테판은 더 대답하기 귀찮다는 태도로 말했다.


“나 슈테판 게르하르트가 단언한다. 지금 이 저택에서 떠나지 않는 자는 기필코 내 그 목숨을 거두어 갈 것이다.”


이쉬프는 이를 악 물고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대화를 하려는 상대의 말을 무시하고 자신의 마음대로 하려하는 지금 이 행동, 당신이 그토록 싫어하는 그 행동과 뭐가 다르단 말이오! 적어도 상대가 대화를 하려 한다면 그에 응하는 것이 옳지 않소!”


이쉬프의 괴성의 가까운 소리를 들은 슈테판은 물끄러미 그를 바라보았다.


“가해자가 정의로운 척 해봐야 피해자는 전혀 이해하지 못해. 나한테 대화니 뭐니 이야기 할 시간에 네 고용주에게 가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확실히 알아오는 게 먼저 아닌가. 혼자 정의로운척 하면 다 끝나는 건가? 이미 당신의 고용주로 인해 피해를 입은 자가 있는데? 만약 당신이 계속 정의로운 척 떠들고 싶다면 진실을 파악하고 다시 오는 것이 좋을 것이다. 난 지금 아무것도 모르고 해결하려드는 네 태도가 너의 고융주보다 더 불쾌하니까.”


이쉬프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가 근래에 들었던 모욕 중에 가장 최악이었다. 그러나 슈테판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내가 그동안 놀고 있다고 생각했나보군.”


그는 천천히 손을 올리더니 말했다.


“확실히 지금까지의 나는 놀고 있긴 했지.”


그가 검지 손가락을 위로 들어올리자 엄청난 돌풍이 장내에 몰아쳤다. 이전과는 확실히 다른 규모의 바람이었다. 경비병들의 대부분은 맹렬하게 몰아치는 돌풍의 기새에 못이겨 몸을 맡겼고 그 결과 수많은 사람들이 바람에 휩싸여 날아다니기 시작했다. 슈테판은 귀찮은듯 검지를 자신의 뒤통수 뒤로 휘둘렀다. 돌풍은 불어 그의 뒤쪽으로 몰아쳤고, 돌풍에 휩싸인 인간들은 영문도 모른 채 저택 밖으로 날아가 기절을 해야만 했다.


슈테판이 이제껏 자신들에게 기회를 주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은 이쉬프는 분한 마음을 품은 한 편 그에게 감사함을 느끼며 자신의 부하들에게 퇴각을 명령했다. 자신의 발로 기어나가는 것이 적어도 지금 돌풍에 의해 날아간 저들보다는 안전한 방법이었다. 슈테판은 경비가 모두 사라진 것을 깨닫고는 자신의 뒷편을 향해 손을 휘저었다. 거대간 회오리 바람이 저택으로 들어오는 입구를 완벽히 막았다. 용의 주도한 자였다.


경비들이 빠져 나가 더 이상 그의 앞을 막는 자들은 없었다. 슈테판은 조금전 이쉬프가 내려왔던 계단을 올라 그곳에 나있는 문을 통해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 좁은 골목, 그리고 그 끝에 부부의 침실이 보였다. 슈테판은 순간 떠오르는 어떤 끔찍한 기억과 마주하게 되었다. 그는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관자놀이를 누르며 벽에 기대어 섰다.


대 저택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그 구조는 잊고 있던, 사실 절대 잊을 수 없어 애써 외면했던, 기억을 떠올리게 만들고 있었다. 슈테판은 순순히 인정했다. 자신은 아직 그날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걸. 그래서 정신병이 든 아내를 내팽겨쳐 놓고 먼 이국의 마을에서 이렇게 술이나 퍼마시고 있는 것이다.


잠시 뒤 조금 진정한 슈테판은 숨을 몰아쉬던 것을 멈추고 벽에서 몸을 일으켰다. 하지만 여전히 두통은 남아있었는지 한 손은 관자놀이에 가있었다.


"빌어먹을"


나지막하게 욕을 내뱉은 슈테판은 검을 늘어뜨리고 천천히 침실에 다가갔다. 침실에 가까워지자 안에서 아도푸우의 목소리가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내가 지들에게 쳐바른 돈이 얼만데. 용병 나무랭이들 데리고 와서 이만큼 훈련시킨게 누군데! 제대로 해결만 안 해봐라 내가 이참에 아주 싹 갈아 치울거야."

"왜요 이쉬프가 뭐라도 잘못했나요?"

"기고만장해져서 저택에 들어가 있으라는 소리나 하고 있지 않소. 부인."

"일단 진정해요. 그 침입자란 사람부터 해결해야죠. 그런데 당신 또 무슨 일을 했길래 저 자가 저리 성을 내며 찾아온 거예요?"


다음 대답은 없었다. 때마침 침실 앞에 당도한 슈테판은 닫혀있는 문을 발로 뻥쳐 열었다. 남성과 여성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술잔을 들고 있던 아도푸우는 토끼눈이 되어 슈테판을 바라보았고, 그의 부인인 에바는 침대 위에 앉아있었다. 슈테판은 손을 뻗어 위협하며 말했다.


"어린 아이에게 몹쓸 짓을 했더군. 아도푸우"


아도푸우는 슈테판을 물끄러미 보다가 다시 놀란 눈이 되어 말했다.


"주정뱅이 슈테판? 당신이 어떻게... 당신 능력자였소?!"

"그 소문난 주정뱅이라구요?"


아도푸우의 말에 에바가 반응했고 슈테판은 듣기 싫은 듯 손을 휘저었다. 침실에 거센 바람이 일었다.


"내가 하는 말에만 대답해 쓸데 없는 소리 하지 말고. 안 그러면 다음 번에는 하늘을 날고 있을 거야."


둘은 겁에 질린 채 고개를 끄덕였다. 슈테판은 만족스럽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어떤 피해를 입었길래 어린 아이를 그렇게 곤죽이 되도록 패고 당신에게는 몇 푼 하지도 않는 돈을 빼앗아 간 거지?"

"난 그런적 없소!"


아도푸우가 발뺌 하자 슈테판은 품에서 뭔가를 꺼내 탁자에 던졌다. 귀였다.


"스윙 파크의 귀다."


아직 피가 묻어있는 귀를 보고 기겁한 아도푸우는 두어걸음 물러났다. 에바는 아예 소리까지 질렀다.


"다 알고 왔어. 이 자처럼 되기 싫으면 어서 말해."


그러자 아도푸우는 무슨 용기가 생겼는지 역정을 내며 말했다.


"그 계집애가 전달한 서신때문에 내 비리가 영주에게 고발되 벌금을 물게 생겼소! 그리고 그 동안 맺어왔던 공급계약 품목 중 일부는 빠질 거라고 하더군! 빌어먹을. 어디 구할 곳도 없으면서 허세는... 아무튼 그 아이가 전달한 그 서신때문 난 막대한 피해를 본거요. 내가 어찌 가만히 있을 수 있겠소!"


슈테판은 아도푸우에게 검을 겨누며 말했다.


"그 아이는 단지 의뢰를 받아 서신을 전달했을 뿐이다. 내용도 몰라. 그렇게 화가 났다면 의뢰를 맡은 아이가 아닌 그 의뢰를 맡긴 의뢰인을 찾아야 하지 않나? 애먼 사람에게 화풀이를 할게 아니고?"


슈테판의 물음에 아도푸우는 대답을 하지 못하고 우물쭈물 거렸다.


"누군지는 짐작하는데 자신이 건들 수 없는 자인가 보군."


슈테판에게 속내를 들킨 아도푸우는 들고 있던 술잔에 담긴 술을 벌컥 마신 뒤 말했다.


"그렇소! 빌어먹을. 마이슨 가문이 분명하오!"

"그런 그들에게 따지면 되지 않나."

"못하오! 증거가 없으니까."


다시 방안에 바람이 휘몰아쳤다. 슈테판은 조금 전과 다르게 사나운 얼굴이 되어있었다.


"그래서 화풀이를 한 거군. 직접 할 베짱도 없어서 다른 사람을 시켜서 말이야."

"그냥 겁만 주라고 했을 뿐이오. 본보기가 필요해서. 앞으로 나와 관련된 의뢰를 맡을 때는 신중해야한다고 용병들에게 알리고 싶었소. 살려주시오."


슈테판은 고개를 끄덕였다.


"넌 죽이지 않아. 나도 본보기가 필요하니까. 함부로 힘없는 자를 괴롭히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말이야."


그는 천장을 향해 손을 뻗어 올렸고, 그와 동시에 천장 위로 전체가 거센 바람에 휩싸여 뜯겨져 나갔다. 한 순간에 지붕을 잃은 부부는 반쯤 넉이 나간 표정으로 하늘에 떠있는 별을 바라보았다.


"오늘은 피를 많이 흘려서 죽이지는 않겠다. 하지만 만약 또 한 번 이런 일이 있다면 그때는 지붕 날아간 걸로 끝나지 않을거야. 알았어?"


부부가 겁에 질린 채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힘과 재력이 있으면 올바른데 쓰는 것을 추천하지. 오늘은 엇나가있는 그 방향을 바로 잡은 날이라고 생각해."


부부는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슈테판은 이미 전의를 상실한 그들의 태도를 보고 김빠졌다는 표정으로 뒤로 돌아 나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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