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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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글짓는목수
작품등록일 :
2022.05.12 08:11
최근연재일 :
2022.09.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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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8.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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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화. 프로 직장러가 되는 길 (시즌2-41)

DUMMY

"어이! 전대리! 뭐하냐?"


"에... 예?"


"이제 대놓고 멍 때리나? 아놔! 아침에 내가 얘기했던 헤드램프(Head Lamp) *방담(Anti-fog) 삭제 원가절감 년간 효과금액 자료 정리 다 했나?"


"아.. 아뇨, 아직..."


"아쒸! 그거 부사장님이 지시한 거라 내가 급하다고 얘기했잖아? 와~ 나 미치겠네 오전 내내 앉아서 뭐 한 거야?"


"죄... 죄송합니다. 빨리 해서 드릴게요"


"며칠 조용했드만 또 약발이 떨어졌나? 꼭 한 소리 들어야 손발이 움직이나? 이제 아메바에서 좀 세포분열 좀 하는가 싶었더니... 휴~ 됐고 시간 없으니까 일단 자료 넘겨! 내가 할라니까"


"아닙니다. 제가..."


"됐다니까! 참! 낼 자동차 본사 가는데 출입 신청했나?"


"아! 아직... 바로 하겠습니다."


"아놔! 어휴~ 좀 있다 나 좀 보자"



구과장은 이맛살을 찌푸리며 한숨을 내쉰다.

그는 일단 발등에 떨어진 불부터 꺼야 한다는 걸 알기에 컴퓨터 화면으로 고개를 돌린다.

나는 방담 관련 자료를 그에게 메일로 전달한다.



"전대리!"


"예?!"


"우리 팀 비품 수요 조사 자료 정리 다 됐어?"


"아... 아직..."


"뭐 하는 거야? 총무팀에서 빨리 보내라고 그러는데, 별 것도 아닌 거 좀 빨리 해줘라!"


"네..."



뒤에 앉은 주차장 아니 주팀장은 고개만 뒤로 돌려 나에게 묻는다.

나는 힘없이 대답하고 화장실을 가는척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사무실 밖으로 나간다.

구과장은 파티션 위로 고개를 들어 사무실 밖으로 나가는 나를 힐끔 쳐다 본다.

그는 어이없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전날 밤 일 때문에 아침부터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담배를 하나 꺼내 물고는 길게 빨아들이고 뿌연 연기를 하늘 위로 내뱉는다.

연기 속에 띠아오챤이 누군가에게 쫓기며 맨발로 골목길을 뛰고 있는 모습이 떠오른다.



--------------



"그게 다 사실이야?"


"..."



띠아오챤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떨군 고개 아래로 눈물이 떨어진다.

몇 개월 전부터 집에서 보내오던 생활비가 끊겼다.

부모와 연락이 닿지 않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녀의 아버지에게서 받아온 한도 무제한의 국제 신용카드도 사용 중지되었다.

돈 걱정이라고는 태어나서 해본 적 없는 그녀는 씀씀이가 쉽게 바뀌지 않았다.

그녀는 별 일 아닐 거라 생각하고 일단 사채를 빌려 생활비를 충당했다.

금방 생활비가 다시 들어올 줄 알았지만 집에서는 소식이 없었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사채이자를 감당하기 힘들었다.

결국 살던 최고급 오피스텔과 포스쉐 그리고 명품백들을 사채업자에게 모두 뺏겼다.

그것도 모자라 유흥업소 일까지 하게 된 것이었다.



“前天我跟舅舅有联络,他说我爸妈都死了”(중국에 계신 외삼촌과 연락이 됐어요. 그런데 부모님이 돌아가셨다고···)



며칠 전 그녀는 아버지와 어머니가 돌아가신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 소식을 들은 그녀는 부모의 죽음에 대한 슬픔보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나 하는 두려움이 앞섰다고 한다.

어린 시절부터 보모의 손에서 자란 그녀는 아버지와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제대로 느껴본 적이 없었다.

짜여진 육아 플랜과 엘리트 커리큘럼에 맞춰 자라왔다.

그녀는 다른 형제들과는 달리 부모와 그 시스템에 가장 격하게 반항했다고 한다.

다른 형제자매들은 유럽과 미국의 명문대로 유학을 갔다.

하지만 자신은 한국을 선택했다.

그것도 서울이 아닌 지방 도시인 대구로 온건 순전히 부모에 대한 반항심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녀가 좋아하는 한국 연예인이 송혜교였는데,

송혜교의 고향이 대구라는 사실이 그녀가 이곳에 온 이유라는 황당한 대답을 했다.



“舅舅说千万不要回来中国”(삼촌이 절대로 중국으로 돌아오지 말래요)


“为什么”(왜?)


“很危险党员要我命,她也现在躲在东南亚”(위험하다고 자기도 지금 중국을 떠나 동남에 체류중이라면서요)



그녀의 아버지는 우한시 당위원회 당서기로 후베이 지역의 최고위 공무원이었다.

그는 중국 중부 내륙 지역 유지(有志)로 부와 권력을 거머쥐고 있었다.

당시 중국 정치관료들의 부정부패가 만연했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그것과 연관되지 않은 공무원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없다.

중요한 건 털리느냐 안 털리느냐이다.



“你那里也会危险的你好好儿得躲着好吧?先要活者。亲戚们都被抓走了。你的姐姐也听到这消息刚从美国回国后就被抓住了”(그곳도 위험할 수 있으니 잘 숨어다녀 알겠지? 일단 살고 봐야 한다. 가족친지들 모조리 다 붙들려 갔어 미국 갔던 니 언니도 소식듣고 중국 왔다가 잡혀갔어)



새로 집권한 중국의 새 국가주석이 부정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당시 공청단 소속이었던 그녀의 아버지는 태자당의 현 집권세력과의 사이가 좋지 않았다.

특히 중국 내륙지방의 실권을 쥐고 있던 그녀의 아버지를 중앙정부에서 눈에 가시처럼 생각하고 있었다.


새 정권은 부정부패 척결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정치경쟁 세력들을 축출해나가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 중에 그녀의 아버지도 희생되었고 어머니도 연루되어 처형되었다.

그는 그녀에게도 신변 안전을 신신당부했다고 한다. 중앙정부에서 관련 인물들을 모두 색출해 잡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昨晚他们终于找到我了”(어젯밤에 그들이 결국 저를 찾아왔어요)



전날 밤 유흥업소에서 일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두 명의 중국 괴한들에게 미행을 당한 것이었다.

처음에는 또 사채업자겠거니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그녀는 이어폰을 낀 채 음악을 듣는 척 노래를 따라 부르면서 골목길을 걷고 있었다.

곧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음악을 재생 정지시켰다.

뒤쪽으로 귀를 기울였고 그들이 중국말을 주고받는 걸 엿들었다.



“那个女孩儿,对吧?”(저 아이 맞지?)


“没错!武汉党委书记的小女孩儿”(맞아 확실해 우한 당서기 막내딸!)



그들은 그녀의 뒤를 밟으며 거리를 좁혀왔다.

둘 중 하나가 그녀의 니트를 붙잡았을 때였다.

그녀는 평소 사채업자들이 오면 쓰려고 준비한 고추냉이 스프레이를 그들의 얼굴에 뿌렸다.

그들이 눈을 부여잡고 앞을 보지 못하는 사이 하이힐을 벗어 머리를 후려쳤다.

하이힐 굽이 부러졌고 맨발로 뛰어왔다고 한다.

그녀는 그녀의 집이 이미 노출됐을 거라 생각했다.

갈 곳이 없었다.

결국 나를 찾아온 것이었다.



"헉! 벌써 7시가 다되어 가네"


"꼬르륵!"


"너 배고픈가 보네"


“히히”



그녀의 이야기를 듣다가 밤을 꼬박 새워버렸다.

그녀는 소리가 나는 배를 스다듬는다.

나는 시리얼과 우유를 가져와 간단히 아침 밥상을 만든다.



"一大早吃这么冷的东西对肠胃不好”(아침부터 그렇게 차가운 음식을 먹으면 위장에 안 좋아요)


“我没关系已经习惯了,中国人不习惯吃冷的吧,那我把牛奶热一热给你?”(난 익숙해서 상관없어, 중국인은 차가운 거 먹는 습관이 없지, 우유 데워 줄까?)


“算了吧”(됐어요)


“那我也就去习惯吧,反正我也已不能再回中国” (나도 습관 들여야죠, 어차피 이제 중국으로 돌아갈 수도 없는데...)



그녀는 시리얼이 담긴 그릇에 우유를 붓고는 숟가락으로 허겁지겁 퍼먹는다.

순식간에 한 그릇을 비우고는 침대로 가서 대자로 눕는다.



"와~ 好饱~ 好困啊~ 大叔!我可以谁在这里吗?"(와 배부르다. 졸립네요 아저씨 여기서 자도 되죠?)


“可...可以, 我得上班了你休息吧我下班回来再说吧” (그래, 난 출근해야 해서 퇴근하고 와서 다시 얘기해)


"好吧! 那我就睡了”(알겠어요 그럼 나 먼저 자요)



나는 그녀가 눈을 감는 것을 확인하고 그녀의 머리맡 위쪽 방구석으로 가서 주섬주섬 옷을 갈아입는다.



"큭큭큭"


"야! 不要看了” (보지마!)



그녀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나의 고함에 그녀는 이불을 뒤집어쓰고는 더 크게 웃는다.

더 이상 지체했다간 지각이다.

아침부터 또 험한 꼴을 당하고 싶지 않다.

현관문을 열고 뛰어나간다.



“辛苦了 大叔~”(수고해요 아저씨!)



천천히 닫히는 문 틈 사이로 띠아오챤의 웃음섞인 목소리가 새여나온다.

다행히 지각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간밤에 벌어진 일이 계속 머릿속을 맴돈다.

결국 회사에서도 험한 꼴을 당하고 말았다.

몸은 회사에 있지만 뇌는 아직 어젯밤 나의 방에 머물러 있다.


눈 앞 모니터에는 여러 개의 엑셀(Excel) 파일과 윈도우 창이 띄워져 있다.

나의 머리는 아직 공과 사를 구분해서 멀티태스킹 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하지 못한 듯 하다. 밀려드는 온갖 잡무들과 개인적인 상념들로 잠시도 집중을 할 수가 없다.

컴퓨터의 CPU가 듀얼코어에서 쿼드코어로 발전해 가듯이 직장인의 머리도 멀티가 되어야만 한다.


프로직장러의 길은 멀고도 험하다.




*방담(Anti-Fog) : 자동차 램프의 렌즈 안쪽면에 별도의 코팅을 함으로써 램프 안과 밖의 온도차이로 인한 이슬과 습기가 렌즈에 맺히는 것을 방지하는 공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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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2화. 프로 직장러가 되는 길 (시즌2-41) 22.08.02 71 2 9쪽
121 121화. 신과 같은 존재 (시즌2-40) 22.08.01 69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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